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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개처럼 살고 싶다 (우상렬100)
2007년 10월 21일 10시 46분  조회:4460  추천:73  작성자: 우상렬

나도 개처럼 살고 싶다

우상렬

개는 먹고 싶으면
먹는다.
나도 개처럼 먹고 싶다.

개는 자고 싶으면
잔다.
나도 개처럼 자고 싶다.

개는 하고 싶으면
한다.
나도 개처럼 하고 싶다.

한국의 어느 톡톡 튀는 교수가 쓴「나는 개처럼 살고 싶다」의 시다. 적어도 나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내 몸이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하는 것, 얼마나 좋냐. 우리는 이 세상에 이 좋은 노릇을 하러 왔다. 그런데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이 세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궁회귀본능이 발동되며 배고프거나 춥다고 칭얼대면 飯來에 張口, 衣來에 伸手하게 되던 동년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훌쩍 커버린 내가 미워지기도 한다.
 
나는 요새 애들이 부러워나기도 한다. 요새 애들은 정말 개처럼 산다.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하고 키스하고 싶으면 키스하고 갈라지고 싶으면 갈라지고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한다. 개처럼 홀가분하게 산다. 도저히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사랑하고 싶어도 못하고 키스하고 싶어도 못하고 갈라지고 싶어도 못하고 이날 이때까지 이 모양, 이 대로 살아왔다. 스스로 좀 비참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모양, 이대로를 못 고칠 것 같다.

사실 나는 이 모양, 이대로로가 그리 싫지 않은 걸. 기다리고 참고 견디며 사는 내 인생도 재미가 있는 걸. 결혼 첫 날, 그 신비하고 짜릿함이여, 사랑의 정열은 봄물처럼 터지고... 그래 그 개처럼 홀가분하게 사는 너희들, 이 맛 볼 수 있느냐? 너희들은 첫날도 사랑의 정열이고 뭐고 그저 심드렁하게만 느껴지겠지? 첫날의 신비함과 짜릿함을 개처럼 사는데 다 날려버렸으니깐.

그런데 가만, 기다리고 참고 견디며 사는 것도 맥이 진하는 거야, 너무 힘드는 거야. 그리고 ‘첫날’ 같은 인생고비는 얼마 안 되고, 인생의 보다 많은 허구한 세월은 그저 그렇고 그런 과정적인 삶이라 할 때 개처럼 사는 것이 더 실속 있다하겠다.

그래서 인간은 결국 개처럼 살고 싶어하는 거야.

인간은 동물성을 거부하고 인간성을 추구해왔다. 이것이 극단으로 나갈 때 다른 결벽주의가 생겨난다. 사실 인간의 동물성과 인간성은 부정과 긍정의 흑백논리로만 치닫는 것이 아니다. 부정의 부정의 변증법적 논리로 인간성의 최고경지는 보편적인 동물성으로 나타난다. 물론 그 동물성은 순화되고 승화된 것이다. 세상이 나선형으로 돌고 도는 격으로 말이다.

바로 이 순화되고 승화된 동물성이 인간성의 진정한 한 내용을 이루고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싶다’형이 아니고 ‘개처럼’ 무난히 통할 때 참 편안한 삶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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