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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以類聚와 人以群分 (우상렬93)
2007년 10월 14일 17시 13분  조회:5326  추천:60  작성자: 우상렬

物以類聚와 人以群分

우상렬 연변대학 교수


현재 내가 잠간 살고 있는 중경의 이 翰林景園이라는 동네는 잘 사는 동네 같다. 景園 안에는 십 몇 층의 엘리베이터 고층아파트들이 죽죽 일어서있고 놀이터에 수영장까지 갖추고 정자 아래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완연한 공원분위기다. 경비도 防盜門에 사람 지킴이에 이중삼중이다.

이런 것보다도 景園정문을 나갈 때면 유니폼을 입은 경비서는 총각들이 차렷 자세를 하며 경례를 착착 해주는 데는 좀 살맛이 난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도 보면 배가 좀 나오고 얼굴에 기름기가 돌고 배포유한 표정들을 지은 족속들이다. 여기 사람들 먹고 살만해서 그런지 개, 아니 애완견도 참 많이 키운다. 저녁에 산보 나오는 모양들을 보면 전부 애완견 한 마리 내지는 두 마리씩을 딸려 나온다. 사실 애완견은 여기 사람들만이 아니고 이 景園 밖의 사람들도 많이들 키운다. 景園 밖을 나서도 애완견 천지니 말이다. 한마디로 중경 사람들은 애완견 키우기를 좋아한다고 할밖에.

그런데 이 景園 주위의 동네들은 땟국이 덕지덕지 흐르는 올망졸망 초라한 단층이나 고물처럼 허줄하게 서 있는 2~3층짜리 재래식 층집들이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 별 볼 일 없는 존재들 같다.

그리고 이 景園 정문 밖의 화단 가장자리에는 중경 특유의 막벌이군들인 棒棒軍이 죽 처져 앉아있고 길가로는 1원짜리 구두닦이들이 빼곡히 앉아있다. 이들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꾀죄죄하고 가련해보인다. 그리고 이들보다 좀 나아보이는 摩的나 일반택시들도 늘어서 있다. 인간먹이사슬의 한 광경인 것이다. 잘 사는 景園 안 사람들의 소비돈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景園 안의 사람들은 景園 밖의 초라하고 안쓰럽고 꾀죄죄한 건물이나 사람들로부터 은근히 더 없는 행복감을 느끼는 듯하다. 景園 안과 밖, 같은 푸른 하늘 아래 한 세상이건만 이렇게 다르게 돌아간다. 여름철 저녁 때 쯤 되면 景園  안의 사람들이 부부 동반으로 큰 파초 부채를 휘휘 저어며 산보하기가 바쁜데 景園 밖의 사람들은 돈 하나라도 더 벌겠다고 사구려를 외치며 아글타글 한다.

景園 안팎의 사람들은 분명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를 못하고 따로따로 놀아난다. 한번은 景園 정문 바로 들어서는 자그마한 광장에서 무슨 翰林景園 건립 10주년 기념으로 야외영화를 돌리는데 景園 안의 사람들은 광장에 놓인 걸상에 편안히 앉아 부채를 슬슬 부치며 편안히 보고 景園 밖의 사람들은 경비들이 죽 줄을 서 경비선을 늘인 정문 밖에서 게사니 목을 빼들고 우죽죽 영화관람을 하겠다고 야단들이다.
또 평시에 이 자그마한 광장에서 景園 안의 유한부인들이 저녁밥을 먹고 다이어트를 하느라고 춤을 추고 있을라면 景園 정문 밖에서는 못 먹어서 그런지, 일을 많이 하여 살 질 사이가 없어서 그런지 양 볼이 홀쪽한 아줌마들이 눈이 휘둥그래서 그 춤추는 모양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참 재미나는 것은 그 애완견들이다. 애완견들은 景園 안팎을 잘 가리는 것 같지 않다. 저녁 때 쯤 산보하러 나오는 주인들을 따라 정문 밖으로 나온 景園 안의 포동포동하고 보시시한 애완견들은 景園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밖의 여위고 꾀죄죄한 애완견들과 하나가 되어 돌아간다. 안의 애완견들이 달려 나오면 밖의 애완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주 달려간다. 주인들이 달려가서 떼놓으려 해도 막무가내다. 주인한테 끌려가다가도 조금 틈만 있으면 서로 달려와 어울린다. 고 짧은 쇼타임이건만 어느새 사랑의 짝짜쿵도 놀아 배가 불어 오르는 놈도 있다. 참, 그들은 잘 살든 못 살 든, 깨끗하건 더럽건, 동양종이건 서양종이건를 관계하지 않는 듯하다. 그저 개면 되는 것 같다. 그들은 그저 개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

그래서 내가 여기 와서 절실히 느낀 것 하나가 그 누가 말했던가-物以類聚와 人以群分.

조선조 말기 소설-<장끼전>, 과부가 된 까투리에게 뭇 짐승들이 청혼한다. 그러나 까투리는 그 많은 멋진 포로포즈의 유혹들을 다 뿌리치고 결국은 장끼한테 재가를 한다. 유유상종을 하겠단다-物以類聚. 인간의 무리는 꼭 적어도 빈곤층, 중산층, 부유층 하는 식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동병상린의 빈곤층과 안하무인의 부유층의 두 극단, 여기에 比下有餘, 比上不足의 그렇고 그런 중산층들 하는 식으로 끼리끼리 놀아난다. 빈곤층이 탁구를 하면 중산층은 테니스를 하고 부유층은 골프를 한다는 식으로. 이런 식이 장식이 되어 사회적으로도 알게 모르게 사람을 쪽 놓게 된다.

아무리 人不可相貌라 하지만 옷차림만 보고 입장불허가가 나고 고급차만 보면 허리 굽실거리고 부자동네, 달동네 하는 식으로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른 대접을 하는 둥-人以群分.

사실 이런 얘기는 인간 실존의 한 양상들인 종족, 민족이니 나라, 그리고 이런 것의 부산물인 종교니 신앙이니 하는 것들이 나타나면서 일종 전 세계적인 파노라마로 펼쳐나간다. 백인이니 흑인이니, 동양인이니 서양인이니 하며 우리는 서로 종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3.8선 하나 사이 두고 같은 민족이면서 나라가 달라 총부리 겨눈단다.
 
여기에 또 기독교권이니 이슬람교권이니 하며 몇 천 년의 앙숙의 역사가 펼쳐진다. 이런 비극의 역사는 현재 확장 진행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의 쪽 놓기, EU 등 일련의 블록화, 인간의 골은 깊어만 간다. WTO도 어쩌면 선진국의 횡포다. 보편적인 인류 정의의 대표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UN이 있기는 하나 그것이 무색해질 때가 많다.

나는 국경, 비자, 불법체류니 하는 것들을 인간의 가장 서글픈 한 형태로 본다. 인간이 이 세상에 왔을 때 무슨 국경이요, 비자요, 불법체류요 하는 것들이 있었겠는가? 인간은 人以群分이라 요렇게 울타리를 치고 내국인이요, 외국인이요, 합법체류요, 불법체류요 하며 한바탕 수다를 떨어야 직성이 풀리는 법인가. 나는 그 어느 나라를 입국하기 위해 비자를 받거나 통관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 시각보다 답답하고 서글퍼날 때가 없다. 특히 턱 없이 문턱이 높은 이른바 선진국의 비자를 받거나 입국을 서두를 때는 더 그렇다.

사실 멀리 것을 얘기할 필요 없고 나는 코앞의 두만강을 대하기만 하면 그것은 아직도 ‘눈물 젖은 두만강’으로밖에 안겨오지 않는다. 그러나 내 일 개인으로서는 무자비하게 해대는 그런 국가의 ‘횡포’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무정부주의자가 되고픈 충동을 자주 느끼곤 한다. 나라고 국가고 무엇이고 다 때리부시고 싶다. 나는 국가들의 ‘國歌’를 우습게 본다. 이런 ‘國歌’들이 우리나라의 우리를 각인시키면서 얼마나 매정한 비인도주의적으로 흐르게 하는지 모른다.

저 어느 곳에 국제여객항공기가 하나 추락했다. 시문기자요, 라디오기자요, TV기자요, 무릇 기자라는 놈들은 다 달려가 한다는 얘기가 ‘전원 사망’이요, 어쩌고 안쓰러운 소리를 하는 듯하다가 ‘그 속에 우리나라 탑승객은 없었다’라고 하거나 좀 더 무지막지한 놈은 한 술 더 떠 ‘다행’이라는 말꼬리까지 내뱉는다. 가장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될 기자들이 ‘우리나라’에만 기울어지니 일반 무지랭이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

인간은 동물을 우습게 보지만 분명 동물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한다. 적어도 物以類聚를 배워야 한다. 동물지간에도 왜 싸움이 없겠느냐만은 동종끼리는 절대 죽기내기 정도로 하지 않는다. 속임수를 쓰지 않는 공정한 룰 속에서 강자와 약자의 판정승일 뿐이다.

우리 인간들처럼 허망한 그 어떤 이념에 놀아나 한 번 싸운다 하면 몇 백만 내지 몇 천만이 죽어나는 그런 싸움은 아니다. 동물은 분명 우리 인간들처럼 群分이 아니라 끈끈한 동류의식 속에 서로 쪽 두지 않는 그런 類聚를 한다. 사실 우리 인간에게도 실천은 잘 안되었을망정 적어도 이념이나 이상으로 그런 ‘物以類聚’가 있어 왔다. 인간의 올된 이성이나 양지가 그렇게 시켰다. 기독교나 불교 같은 종교, 하느님이고 부처고 무어고 떠나 한마디로 말하여 사랑이다. 인간지간의 사랑이다. 바로 테러사 수녀가 헌신적으로 실천한 이 세상 가장 어려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사랑.

프랑스 19세기 낭만주의대가 빅또르 · 유고, 그가 ‘비참한 세계’에서 보아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 화해의 사랑의 감화, 19세기 러시아의 유명한 사실주의대가 톨스토이, 그가 ‘부활’에서 보아낸 것은 인간 개개인의 도덕적 자아완성, 杜甫, 중국 唐나라 시기 유명한 시인, 그가 ‘茅屋爲秋風所破歌’에서 보아낸 것은‘安得广夏千万间,广庇天下寒士尽欢颜。’이것을 보편적 인도주의, 아니 추상적 인도주의라해도 좋다. 오늘날 글로벌시대니 뭐니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도 人以群分의 인간소외가 심한 이 시점에서 그것은 더 없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나는 사회주의를 좋아한다. 일단 공유제 하나만이라도 자본주의 사유제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재부는 원래 우리 인간의 공동재산이거늘 거기에 무슨 놈의 이 땅이 내 것이고 저 산은 니 것이요고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서로 돕고 이끄는 인간의 화기애애한 관계가 좋다. 그리고 자기 재간 껏 일하고 수요 껏 배분한다는 인간의 대동사회로서의 공산주의사회가 좋다. 그 반면에 자본주의는 너무 돈, 돈, 돈이다. 돈이 가치판단의 모든 척도가 되고 돈에 의해 인간이 쪽 지어진다. 자본의 투자와 이윤 논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생존경쟁 그 자체. 인간의 동질성에 기초한 따뜻한 융합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최저 생활금을 보장하고 세금 메커니즘에 의해 부유 상류층에 세금을 많이 안겨 빈곤 하류층에 풍기고 빈곤 하류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기 바쁘다. 대통령이 하는 일 가운데 이것이 주요한 일인 줄로 안다. 人以群分을 막는데 비교적 효과적인 것 같다.
 
그래서 사회주이고 공산주의가 이념이나 이상형에 치우치고 실천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기술적으로 막아주는 듯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서로 간의 프러포즈에 의한 제3의 길이 필요하다. 그것이 복지사회주의건 복지자본주의건 관계없다. 人以群分의 비극을 갈무리하는 융합을 가져오면 되니깐. 현재 세계는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듯하여 그래도 희망적이다.
 
2007.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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