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http://www.zoglo.net/blog/yushanglie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홰불축제(火把節) (우상렬90)
2007년 10월 10일 23시 19분  조회:4943  추천:41  작성자: 우상렬

홰불축제(火把節)


우상렬


이번 방학 간 우연한 기회에 雷波縣 정부의 초청을 받아 火把節라는 것을 구경할 수 있어서 내 생에 또 하나의 두고두고 흥분과 기쁨을 더 할 소재를 만들어서 좋았다.
 

雷波縣은 사천성 남쪽에 있는 凉山彝族自治州에 있다. 金沙江을 사이에 두고 운남성의 永善縣과 마주보고 있다. 나는 같은 소수민족 처지라 해서 그런지 일단 彝族에 대해 구미가 버쩍 동했다.

彝族, 약 3백만 인구에 사천 凉山지구에 많이 사는데 줄곧 노예제사회에 머물러 있다가 새 중국이 성립되면서 하루아침에 ‘一步跨千年’을 하여 사회주의사회로 들어섰다고 한다. 彝族의 彝자는 바로 위로는 쓰고 살 집, 중간에는 먹을 쌀과 입을 옷, 아래는 부엌을 나타내는 글자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년에 모택동이 이 彝자를 이렇게 풀이하면서 彝族의 휘황찬란한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고 한다.

 

火把節는 彝族의 전통적인 축제라고 한다-驅蟲祈福과 스스로 즐기는 축제. 凉山彝族自治州의 수부인 西昌에서는 이미 국제적인 명절로 부상하여 이번 8월 6일을 기해 제5차 중국 凉山彝族國際火把節狂歡夜를 가졌다한다. 적어도 3년마다 이런 火把節狂歡夜를 한 번씩 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중심에는 火把廣場까지 만들어 놓았다. 雷波縣은 이번 8월 29일을 기해 처음으로 火把節를 개최한단다. 그래서 사람들 많이 들떠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들은 자기네 火把節를 아예 東方狂歡節이라고 부른다. 彝族들은 축제 전날부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화려하고 천, 지, 인이 잘 조화된 뜻 깊은 민족복장으로 단장을 한다. 彝族 여자들의 머리에 얹는 기와장 모양의 머리장식이 참 인상적이다. 그리고 우리 남자 한복 가랑이를 뺨칠 정도로 무지하게 넓어 치마를 방불케 하는 남자들의 바지와 이마를 비롯한 머리가장 둘레를 머리테처럼 감아싼 듯한 둥근 모양의 검은 모자에 오른 쪽 옆으로 삐죽이 나온 뿔 모양이 참 인상적이다. 그리고 여느 명절 때처럼 소나 양을 엎어 잡는다. 그리고는 집안끼리 모여 그 소나 양을 먹어주기란다. 彝族들은 가문, 집안 의식이 대단히 강하다한다. 좋은 일이나 궂은 일이나 온 가문, 집안이 한데 모여 북적인다한다. 내가 이들 모임에 가보니 이들은 아직도 형님, 동생 부어라, 먹어라 하며 태고적 인심이다. 그리고 이들이 먹는 방식이래야 양념을 약간 곁들인 삶은 大塊大肉를 뜯거나 삶은 감자나 옥수수를 먹는 지극히 간단한 조리법의 음식들이었다. 술은 또 얼마나 잘 마시는지 부어라, 마시라 모두들 근들이다. 

 

   火把節 당일 오전 9시부터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雷波縣 공설운동장 주위로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운동장 가운데 민속공연팀들이 도열하자 모모한 분의 火把節 선포와 더불어 주석대 모모한 분들이 죽 내려와 운동장 중간에 설치한 높이 3-4미터 받침대에 놓여진 직경 1-2미터 크기의 나무무지에 손에 든 작은 횃불들로 불을 지핀다. 삽시에 횃불이 확 타 오른다. 운동장은 온통 환호성이다. 풍선이 날아오르고 비둘기가 우르르 날아간다. 그 다음 모모한 분들의 한 바탕 축하연설이 있은 후 민속공연이 펼쳐진다.

 

민속공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孟獲무사대가 전신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방패와 번쩍이는 검을 들고 베고 막고 하는 무예쇼는 그럴 듯 했다.『삼국연의』의 제갈량의 ‘七擒七縱’에 나오는 孟獲이 彝族 무사들의 神인 것이다. 孟獲의 사당이 중국의 3번째 高山深水湖로서 경치수려한 馬湖에 있다. 그들은 제갈량의 ‘七擒七縱’을 소설적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부정한다. 그리고 彝族의 전통적인 혼속을 반영한 공연이 참 재미있었다. 일단 처녀총각지간에 프러포즈의 情歌가 오가고 서로 눈이 맞아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신부 집으로 간다. 그러면 신부 집 사람들은 물을 뿌리며 신랑 쪽 사람들을 막는다. 그렇지만 신랑 쪽 사람들이 용감무쌍하게 밀고 들어가 신부를 빼앗아낸다. 이른바 搶婚 형식이다. 그렇지만 신랑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신부에 대해서는 신랑 쪽의 가까운 사람이 신부를 업어서 모셔 들여야 한다. 이외에 彝族 전통적인 처녀들의 노란 양산춤이나 물 긷기 춤도 정말 근사했다. 괴성을 지르고 이상한 동작을 하며 귀신들을 쫓는다는 무당들의 춤도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기상천외의 맛이 있었다. 오전은 이러루한 재미나는 민속공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으로 ‘신선놀음’을 했다. 오후는 각종 경연이 벌어진다. 彝族미녀선발대회, 민요경연대회, 彝族민속씨름경연대회, 경마경연대회, 소싸움, 양싸움, 그리고 蘇尼들의 특기쇼 등이 이어진다. 彝族 鬪鷄도 유명하다던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빠졌다. 이런 경연들은 세 장소에 나뉘어 진행되는데 시간상 관계로 동시에 진행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걸 보자면 저걸 못 보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나는 주저 없이 먼저 彝族미녀선발대회로 달려갔다. 내 같이 엄큼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 미에 대한 흥취는 사람들 살아있다는 징표니 곱게 봐주자. 彝族 전설 속의 미녀 呷嫫阿妞조각상이 있는 锦屏광장의 야외대회장은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래도 나는 VIP佳賓이라 좋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일반 彝族 여자들을 보니깐 고산지대 자외선이 센 곳이라 그런지 얼굴이 좀 붉어스레하거나 감장색을 띠어 피부색은 별론되 했는데 여기에 나온 미녀들은 정말 월드미스선발대회에 내놓아도 추호의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녀, 미녀들이다. 彝族 미녀는 雷波縣 옆에 있는 凉山彝族自治州에 속하는 屏山縣에서 많이 난다고 한다. 햇살이 너무 눈을 시려 미녀들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느꼈는데 그날 저녁 연회에 이 미녀들이 와서 술 한 잔씩 부어주고 민요 한 곡씩을 불러주니 정말 평생원을 껐다. 彝族 미녀선발대회에 이어 진행되는 민요경연대회도 계속 보고 들었다. 독창, 對唱, 組唱, 다양한 방식의 경연이었다. 그런데 민요를 부르는 아가씨들을 보니깐 앞에서 미녀선발대회에 나왔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彝族은 미녀들도 노래를 참 잘 부르고나라고밖에 결론지을 수 없었다. 彝族 민요의 특성은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소리로 톤을 매우 높게 떼는 만큼 고음일색인 것 같다. 그리고 여자들의 음성이 특히 명랑하고 맑진데 있다. 모르긴 해도 톤을 좀 낮게 떼고 점점 고음으로 올라가되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나며 탁한 감을 많이 주는 우리네 선율하고는 정반대인 것 같다. 그 원인을 물었더니 彝族 민요는 金莎江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던 노래라는 것이다. 사품치는 金莎江 물소리를 누르자니 그렇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雷波縣은 중국 彝族민요의 고향으로 이름이 나 있다. 彝族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민요를 잘 부르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민요경연이 마무리되기 바쁘게 나는 부랴부랴 공설운동장으로 달려갔다. 蘇尼들의 특기쇼를 보기 위해서다. 재수가 있을라니 공설운동장에서 경연이 좀 늦어지다 보니 소싸움 막판에 양싸움이 시작될 판이다. 소싸움이나 양싸움은 출전 소나 양의 주인들이 자기 소나 양을 부추켜 상대방의 소나 양과 정수리를 부딪치는 것으로 판정승이 난다. 소나 양은 정수리를 부딪쳐봐서 적수가 자기보다 한수 위에다 싶으면 두말없이 물러서 달아나는 것으로 깨끗한 승복을 한다. 그러면 이긴 놈도 더 쫓지는 않는다. 우리 인간이 한수 배울 바가 있다. 소싸움은 우리 연변 도문에서 진행한 상황과 비슷하다. 소싸움에 이어 양싸움이 벌어지는 사이에 운동장 한쪽  켠에서는 불무지 세 개가 활 타오르고 있었다. 蘇尼들의 특기쇼를 준비하는 중이다. 양싸움이 끝나자 蘇尼들의 특기쇼가 시작되었다. 먼저 오른쪽 불무지와 중간 불무지 옆에 각기 좀 나이 지긋한 蘇尼와 젊은 蘇尼가 앉더니 소고를 뚜드려대며 주절주절 주문을 외운다.

 

이 사이에 조연들이 불무지들을 뚜져 타나남은 나무토막들을 걷어내고 시뻘건 숯만 남은 불무지를 고루고루 잘 다진다. 숯밭을 만든다. 이때 쯤 되면 두 蘇尼의 소고 뚜드리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주문 외우기도 더 빨라진다. 이렇게 빨라, 빨라지면서 그들의 몸도 부르르 떨더니 신이 드는가 싶다. 드디어 그들은 펄펄 뛰기도 한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런 경황 속에서도 그들은 자기가 신은 신발을 벗는다. 그리고 양말도 벗는다. 그리고는 맨발상태에서 또 한바탕 뚜드리고 외우고 뛰고 야단법석을 피우더니 그 붉은 불이 이글거리는 숯밭을 걸어갔다 걸어왔다 한다. 삽시에 운동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이 신들리면, 제 정신이 아닐 때는 저런 기적 같은 일도 해내구나하고 나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마지막 불무지의 두 蘇尼의 특기쇼를 보고는 사실 이것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구나, 정말 특기쇼의 일종 뉴스에 불과한 걸 하는 감이 들었다. 그럼 마지막 불무지의 蘇尼들이 어떤 특기쇼를 하는가하면 그 불무지에서 일단 벌겋게 단 보습날(우리의 보습날보다는 좀 작고 폭도 좁다)을 꺼낸다. 그리고는 두 蘇尼가 집게로 보습날을 집고는 노려보며 ‘붇다붇다’라는 주문을 반복적으로 외운다. 그러다가는 광천수를 한 모금 입에 넣고는 보습날에 확 뿜는다. 그러자 흰 김이 확 피어오른다. 그러면서 ‘붇다붇다’라는 주문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또 광천수 한 모금 뿜고 ‘붇다붇다’ 외우기를 반복하더니 기상천외의 쇼를 펼친다. 혀를 날름거리더니 그 뜨거운 보습날을 핥는다.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들이다. 그리고는 혀를 쑥 내밀어보인다. 별일 없다는 것이다.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이번에는 맨발로 보습날을 힘껏 비벼댄다. 그리고는 맨발바닥을 쓱 들어서 보인다. 발바닥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蘇尼들의 특기쇼가 끝나자 쇼장소를 정리하던 조연들이 보습날에 물을 부어 식히는데 그때까지도 보습날에서 흰 김이 확 피어올랐다. 그날 이 蘇尼들의 특기쇼가 절정을 이루었는데 중앙텔레비며 각종 매체들이 취재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蘇尼, 蘇尼 하니 무언가 했더니 우리네 무당들하고 비슷하다. 우리네 무당들이 대개 여자로서 일인다역으로 이런 특기쇼도 했다면 蘇尼들은 대개 남자로서 전문 특기쇼만 한다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거나 벽사기복의 행사를 하는 司祭者는 별도로 따로 있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무레해지는 저녁 정각 8시, 정말 火把節 이름에 걸 맞는 횃불축제가 시작된다.

 

일단 彝族의 전설 속 呷嫫阿妞미녀조각상이 있는 锦屏광장에 사람들이 모인다. 정각 8시가 되니 광장 중간에 큰 횃불이 타오른다. 현장을 비롯한 모모한 분들로부터 각기 손에 든 작은 횃불에 불을 단다. 그 다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불을 단다. 불을 달고는 두 줄로 서서 현장을 비롯한 모모한 분들의 뒤를 따라 공설운동장으로 향한다. 횃불은 대개 사천지역에 흔한 대나무로 만든 것이 대종을 이루었다. 대나무 끝에 참대조각이나 나무조각들을 붙들어매고 그기에 불을 부치는 그런 식이였다. 锦屏광장으로부터 공설운동장까지 가는 데는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이 두 갈래 길은 온통 횃불을 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높은데서 보면 마치 두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며 흘러가는 듯 했을 것이다. 정말 헬레곱타라도 타고 이 광경을 봤어야 되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도 횃불을 높이 들고 대열 속에 끼어들었다. 한 낮의 더위가 아직 식지 않고 확확 열기를 내뿜건만 사람들의 흥분의 도가니와 타오르는 횃불은 한 낮의 열기를 쫓아낸 듯했다. 以熱治熱, 여하튼 사람들은 더위를 까맣게 잊고 희희닥닥 거리며 주거니 받거니 웃음꽃을 피우며 걸어 나갔다.

 

일부 사거리 같은 데서는 어느새 사람들이 던진 횃불로 작은 불무지가 이루어지고 그 불무지를 중심으로 알든 모르든 처녀총각들이 손에 손을 잡고 어울려 둥근 원을 그리며 彝族 특유의 達體舞를 추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횃불을 아래위로 흔들어대고 환호성을 울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약속된 공설운동장으로 들어서니 어느새 인산인해. 날은 완전히 저물었고 하늘에는 둥근 달이 뜨고 별들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한동안 북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네 뎃 곳에 불무지가 타오른다. 사람들은 손에 쥔 타나 남은 횃불을 그 불무지들에 던져 넣는다. 어느새 곡이 꽝꽝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각기 불무지를 둘러싸고 약속이나 한 듯이 손에 손 잡고 達體舞를 춘다.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우~ 우~ 괴성을 질러댄다. 達體舞는 추기 참 좋다.

 

그저 손에 손 잡고 불무지를 빙빙 돌되 곡에 맞추어 두발을 번갈아 가면서 앞뒤로 차면 된단다. 처음 내가 어리벙벙해 하니 내 손을 잡고 추던 彝族 복장을 입은 고운 처녀애가 깜찍한 동작까지 해보이며 그렇게 살듯이 알려준다. 그래서 한번 해보았더니 그 처녀애 말대로 쉽게 추어졌다. 達體舞 추다보면 연애도 쉽게 이루어진다던데 정말 연애충동이 불끈불끈 솟아났다.

 

내 손을 잡은 彝族 복장을 입은 고 고운 처녀애하고 연애를 하고 싶었다. 내 친구 한 놈은 중앙민족대학교를 다녔는데 바로 彝族年마다 학교 캠퍼스 안에서 추는 達體舞가 인연이 되어서 멋진 彝族 처녀와 연애도 해보았단다. 나는 그 친구한테 얼마나 시샘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래 오늘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차례지는 것은 아닌지. 나는 흥이 도도해졌다. 그래서 붉은 불에 상기된 내 곁의 고 고운 彝族 처녀애를 한번 훔쳐보았다. 순간 나는 너무 실망하고 말았다. 나의 마음은 삽시에 주저 않고 말았다. 고 여자애가 너무도 애티났던 것이다. 이제 한 열 몇 살이나 되겠는지, 처녀라기보다는 소녀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낫겠지. 연애하기에는 너무도 나이를 많이 먹고 너무도 밉게 훌쩍 늙어버린 나. 나는 제풀에 그만 한풀 꺾이고 말았다. 그리고 고 도덕관념이요, 윤리관념이요 하는 것들이 나를 꽁꽁 얽매놓는다. 정말 나는 고 소녀의 야리야리한 작은 손을 잡기조차 민망해났다. 참, 못난이 같으니라구!

 

達體舞를 출 때 중간의 활활 타오르는 불무지는 나에게 태양으로 안겨왔다. 그리고 그 불무지를 빙빙 도는 우리는 마치 태양을 싸고도는 달 같이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우리의 달춤-강강수월래가 생각키웠다. 정말 達體舞와 우리의 강강수월래는 비슷한 데가 있다. 손에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원무를 추는 것이 비슷하다. 그리고 그 정열이나 활력 면에서도 비슷하다. 그런데 남녀가 손을 잡고 불무지를 중심으로 거저 돌기만 하고 변화가 적은 것이 우리와 다르다. 달의 이지러지고 차는 모습을 나타내는 강강수월래의 역동성이 없다. 그러나 돌고 돌다 나면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몇 겹의 원을 이루어 추는 중층의 원무는 彝族 여자들이 입은 치마에 밑으로부터 위로 몇 겹으로 색무늬결이 올라간 모양을 방불케 한다. 達體舞는 彝族 여자들이 춤을 출 때 치맛자락이 날리며 그 무늬결이 빙빙 돌아가는 모양새 같기도 하다. 나는 이 達體舞를 추다가 또 자기도 모르게 조선의 4.15태양절 김일성광장에서 추던 청춘남녀들의 원무가 생각키웠다. 원무는 원무니까 達體舞와 비슷한 데가 있다해야 하겠다. 그런데 조선의 원무는 達體舞보다 이듬이 약하고 절주가 좀 느리다. 그러나 ‘옹해야!~’, 처녀총각 손을 잡고 원무를 추되 전통민요 가락에 맞추어 처녀총각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 짝이 되어 돌아가기도 하는 역동성이 있어 좋다...

 

중간의 불무지의 불도 얼마간 사그라지고 사람들도 어지간히 기진맥진한듯하다. 그런데 바로 이때 예포소리가 연발 하더니 하늘 공중으로 오색찬란한 무지개 색갈의 예포들이 앞다투어 터지면서 온 하늘을 온갖 꽃무늬로 장식을 한다. 그리고 그 꽃무늬의 줄기들은 우리 머리 위로 축복의 구술 알이 되어 떨어지는 듯하다. 순간 너무도 황홀한 정경에 사람들은 達體舞를 추던 손발을 멈추고 너도나도 아~ 환성을 지르며 하늘을 장식하는 꽃무늬들을 보느라고 모두들 머리를 뒤를 젖혔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 하늘에 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꽃무늬들도 원무를 추고 있지 않는가. 사람들은 다시 손을 잡았다. 다시 達體舞를 추기 시작했다. 머리 위 하늘에 예포는 계속 터지고 꽃무늬 원무도 계속되고... 땅 위 사람들의 達體舞도 계속되고... 하늘과 땅이 하나의 원무가 되어 돌아간다. 그런데 불무지의 불은 마지막 열과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그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達體舞를 더 빨리, 더 힘껏 추댄다. 일종 광란의 도가니에 빠지는 듯하다. 東方의 狂歡節이라는 말이 몸에 와 닿는 순간이다. 그런데 哪有不散的宴席呀! 불무지는 사그라지고 사람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체 흩어진다. 젊은이들은 괴성을 질러대기도 한다.

 

그렇다. 횃불은 사그라졌다. 그러나 사람들 마음속의 횃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마음의 횃불을 계속 활활 태우고 있다. 彝族들의 열정적인 손님접대에서 나는 이 횃불을 보았다. 彝族들의 정열적인 사랑에서 나는 이 횃불을 보았다. 彝族들의 열심히 사는 모습에서 나는 이 횃불을 보았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6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0 중국 조선어 잘 나가고 있다 2008-10-31 86 6392
119 독서와 인생 및 우리의 현실 2008-10-26 87 4850
118 회귀본능과 연변 (우상렬) 2008-10-10 94 6047
117 천사와 악마 2008-05-27 117 5837
116 기부문화 2008-05-26 100 5135
115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독립군 2008-05-11 115 6823
114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가 君子라 2008-05-11 14 4300
113 인물값 (우상렬116) 2007-12-13 103 5138
112 장수콤플렉스 2007-11-27 101 4847
111 군인콤플렉스 2007-11-22 83 4947
110 네 얼굴에 침을 벹으마! (우상렬) 2007-11-22 87 4559
109 선녀와 나무꾼(우상렬112) 2007-11-22 99 5289
108 중경과 조선사람 (우상렬)(111) 2007-11-19 97 5097
107 거식(拒食)(우상렬110) 2007-11-06 84 4535
106 선생콤플렉스(우상렬109) 2007-11-06 79 4652
105 학생콤플렉스(우상렬108) 2007-11-02 85 4859
104 盗癖(우상렬106 2007-11-02 105 4460
103 노스텔지아(우상렬105) 2007-10-26 100 4867
102 못난 콤플렉스(우상렬104) 2007-10-26 54 4674
101 나와 바퀴벌레, 그리고 백개미(우상렬103) 2007-10-26 64 5141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