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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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과 황진이
2006년 05월 21일 00시 00분  조회:3892  추천:76  작성자: 우상렬
춘향과 황진이

춘향과 황진이는 우리 남자들의 久遠의 두 여인상. 춘향과 황진이, 누가한테 장가들래 하면 우리 남자들 양손에 떡 쥔 격, 정신분렬증이 일어나기 십상. 워낙 춘양은 숙녀, 황진이는 요부. 바로 낮에는 숙녀, 밤에는 요부하는 그런 숙녀와 요부임에라. 우리 남자들의 앙큼한 심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춘향, 일부종사의 정절을 지킨다. 변학도의 路柳墻花의 수청강요를 갸날픈 여인의 몸으로 맞받아친다. 매 열매에 사랑의「十杖歌」를 불러댄다. 만고의 정열부인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춘향은 바로 우리 남자들의 ‘窈窕淑女, 君子好逑’ 타입. 춘향은 남에게 보이기 좋은 여자. 그래서 데리고 다니기 좋은 여자.『춘향전』에서도 보면 이도령은 결국 춘향을 데리고 상경한다. 그런데 우리 남자들은 춘향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밤의 요부-황진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분명 입으로는 사랑 사랑 내 사랑 춘향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감을 자랑말라/일도창해하면 다시 오지 못할거늘/명월이 만건곤하니 쉬여간들 어떠하리’의 황진이를 떠올린다. 황진이는 분명 보잘 것 없는 일개 기생이다. 그러니 우리 남자들 더러운 기생, 퉤퉤 한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가까이하고 싶은 황진이다. 황진이는 술 잘 한다. 한잔 하면 즉흥시에 가무에 흐드러진다. 우리 뭇 사나이들 침침 질질 흘리게 하고 뿅 가게 한다. 그래서 천하의 호남아 임제도 잔 들고 권할 이 없는 서러움을 ‘잡초 우거진 곳에/홍안은 엇다 두고/백골만 남았다’고 슬프게 읊었다.

황진이와 춘향은 우리 남자들의 情, 理의 상징코드. 인간은 情, 理의 존재. 情은 물같이 흐르고 싶고 理는 뚝이 되어 막고 싶고...

인간은 심신건강상 情, 理발산의 대상을 찾아 헤맨다. 情, 理가 합일된 사랑의 발산대상을 찾지 못할 때 그것은 우리 남자들처럼 情의 상징코드, 理의 상징코드식의 분열된 상태로 치닫는다. 그럼 여자들은 어떤가? 역지사지, 여자들도 情, 理의 존재라 할 때, 그리고 그 情, 理가 합일된 사랑의 발산대상을 찾지 못할 때 마찬가지로 情의 상징코도, 理의 상징코드식의 분열된 상태로 치달을 것이다. 그럼 여자들의 情, 理의 상징코드는 누구? 이도령과 변강쇠? 여자들한테 물어볼밖에.

2006,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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