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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点石成金-壽 石
2006년 04월 07일 00시 00분  조회:4064  추천:83  작성자: 우상렬
点石成金-壽 石

나는 언젠가 우리 과의 신철호 선생을 참 우습게 보았었다. 사람이 참 별난 흥취도 다 있지, 하면서 말이다. 신선생은 워낙 돌덩어리를 좋아 했으니 말이다. 물론 내 눈에는 보잘 것 없는 돌덩어리겠지만 신선생의 눈에는 그것이 더 없이 귀중한 금덩어리였다. 같은 물건 하나 사이에 두고 나하고 신선생은 이렇게 천양지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자기도 모르게 신선생의 그 별난 흥취에 빨려 들어갔다. 무엇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죽어라 거부하는 나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은 아마도 우연히 신선생 집에 놀러가서부터였을 것이다.

신선생 집에는 워낙 별라별 돌덩어리들이 많았다. 이런 것들을 美其名曰壽石이라 한단다. 창턱이고 어디고 놓을만한 곳에는 전부 이런 壽石들이 놓여 있었다. 사실 그가 일보는 사무실에도 이런 壽石들은 놓여 있다. 이런 壽石들만 보면 눈이 반짝이며 흥분하는 신선생. 그래서 순간적으로 壽石 교수로 둔갑하는 신선생. 자, 그래서 그의 강의는 시작되고, 나는 빨려 들어가고...

壽石은 뭐니 뭐니 해도 壽石이여야 한다. 오래 된 돌이여야 한다. 몇 억년의 풍상고초를 이기고 살아남은 돌. 그래서 장수할 壽의 壽石이란다. 그러니 그것은 일종 영원함의 상징-철학. 딱딱하고 차거운 돌이건만 자기도 모르게 우러러나는 숭배심. 백년도 못 사는 우리 인생, 정말 壽石이 되고 싶다. 壽石을 찾아 헤매고 줏는 순간 그것은 내 인생의 영원함을 끌어올리는 순간. 그래서 힘든 줄도 모르고 오늘도 이 산, 저 산, 이 강, 저 강을 探石으로 헤맨다는 신선생.

壽石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석 그대로여야 한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가 빚은 人工이 전혀 가해지지 않은 조물주의 선물. 그것은 鬼斧神工이 만든 자연의 신비. 그것은 풍상고초의 세례 속에 허구 많은 자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과 교감하는 壽石-원초자연의 생명의 신비를 말하는 듯한 남근석과 여근석, 그리고 새파란 처녀총각 모양에, 방금이라도 뛰어나올 듯한 아이들의 귀여운 모양에, 파파 늙은 호물딱 모양에, 그리고 날렵한 원숭이 모양에, 미련한 곰 모양에, 깜찍한 토끼 모양에, 그리고 삐죽삐죽 산 모양에, 굽이치는 강 모양에, 오곡백과 무르익는 들 모양에... 실로 一言難盡의 자연의 천태만상이 깃들어 있단다-예술. 그래서 빼어날 奇秀의 秀石으로만 이해한 나의 壽石觀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란다. 壽石은 빼어나도 뽐내지 않고 이 산 녘, 저 산 녘, 이 강 녘, 저 강 녘, 이 바다가, 저 바다가에 되어진 대로 조용히 누워있단다. 그는 知己를 기다린다. 일반사람들의 눈에 그것은 거저 돌일 뿐이다. 그런데 探石家들의 눈에 그것은 손으로 만지며 玩賞하기에 좋은 축소지향의 자연의 천태만상 그 자체. 묘한 느낌 그 자체. 그러나 壽石은 모든 探石家들을 자기의 知己로 하는 것은 아니란다. 자기만의 知己를 기다린다. 그래서 이 探石家에게는 시답지 않게 여겨지나 저 探石家에게는 如獲至寶로 여겨지는 괴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壽石은 말이 없으니 壽石의 知己경지는 智者見智, 仁者見仁. 여기에 재미나는 일화가 있단다. 시인 김학송은 워낙 시적 감성이 풍부하고 상상력이 뛰어나 어지간한 돌은 모두 壽石으로 승화시킨단다. 다른 探石家들은 별론데 하다가도 김시인이 이것은 산이요, 이것은 강이요, 이것은 폭포요, 이것은 눈이요... 하며 한바탕 열변을 토하면 어지간한 探石家들은 그럴듯하다며 머리를 끄덕끄덕인단다. 그런데, 그래도 머리를 갸웃하는 探石家가 있으면 김시인은 그럼 좀 멀리서 봐봐- 아니, 그럼 몇 백배로 확대해서 봐봐- 눈을 지긋이 감고 아니, 눈을 반쯤 뜨고... 옳지, 옳지, 그렇지-하며 자기 나름의 壽石을 계속 밀어 붙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시인은 여하튼 가장 많은 壽石을 확보하고 있단다. 이렇게 놓고 볼 때 壽石과 그 探石家는 지극히 개성적인 관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壽石은 어디까지나 자연석 그 자체다. 그러나 자연만의 그것으로 둘 때 그것은 거칠다. 그래서 探石家들의 손이 가 닿아야 한다. 자연과 인문이 어우러져야 한다. 죄진 사람들처럼 머리를 수걱하고 이 돌 저 돌 찾아 헤매다가 아, 하는 탄성과 더불어 壽石이 눈에 띄는 순간 探石家들은 산모가 갓난애기를 다루듯이 그 壽石을 다룬다. 털어내고 씻어내고 닦아낸다. 그리고 정중히 모신다. 무슨 座臺라는 것을 한다. 壽石을 돋보이게 하는 座臺. 이 座臺가 있고 없고가 천양지 차란다. 신교수가 지시해 보이는 개구리상壽石. 머리를 한껏 쳐들고 몸둥아리를 솟을가하는 개구리상, 정말 그럴듯하다. 발이 없는 것이 아쉽다면 좀 아쉬운 점.그런데 이 개구리상을 개구리 발모양을 한 座臺에 앉히니 당금 뛰어내릴 듯한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가. 座臺의 중요성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壽石수집가들은 바로 이 座臺에 신경을 쓴다. 그렇다 해서 座臺를 요란하게 해서 壽石 본체인 자연석을 죽여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石爲本臺爲輔여야 한다는 것이다.

壽石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란다. 探石家들은 이렇게 느낀단다. 까만 오석은 만지면 만질 수록 반질반질 해지고 기름기 반지르르 흐른다. 생명의 교감이란다. 壽石을 보고 있노라면 세속의 번뇌 다 있게 되고 무릉도원과 같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기도 한단다.

壽石의 질, 모양, 선, 색...

점점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져 들어가는 신교수. 点石成金, 별 볼일 없는 돌을 척 짚어서 금덩이로 만드는 듯한 연금술사와 같은 신교수의 壽石특강, 내 혼자 듣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나는 워낙 미학을 하는 교수다. 미학의 기본 범주의 하나인 자연미하면 그 속에는 뭐니 뭐니 해도 기암괴석이 으뜸. 사실 이 기암괴석 속에 壽石도 포함되리라. 그래서 나는 신교수를 미학 壽石특강으로 모셨다. 무거운 壽石 한 짐을 지고 땀을 철철 흘리며 계단을 올라간 신교수의 헌신적인 모습은 학생들을 감동시키기에 족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돌덩어리의 신비한 내용과 신교수의 유모아가 넘치는 달변은 학생들을 감복시키기에 족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우리 연변대학에서는 이런 강의를 좀 많이 했으면. 한 학기 내내 그 잘난 문학사의 누구누구는 몇 년도 태어나서 몇 년도 죽었소하는 것을 억지로 외우게 하는 것보다는 한 시간의 이런 壽石특강이 학생들의 감수성을 키우고 풍부한 상상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신교수를 보고 전 학교 공동과로 壽石특강을 신청할 것을 건의했다.

2006.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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