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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 전(련재 6)
2020년 02월 23일 09시 25분  조회:3947  추천:0  작성자: 오기활
                                         6. 저주로운 성분‘딱지’
나의 백부는 연길현 태양구(태양향) 횡도 9대(지금의 향양툰)에서 논농사를 하는 전형적인 독농가(笃农家)로 소문이 났다.
백부는 1943년전까지는 지주집의 논을 소작하는 소작농이였는데 1943년부터는 연길에 있는 한 지인의 소개로 연길금융부에서 대부금을 받은 후 집 근처의 수전 한쌍을 삼으로써 자작농으로 되였다.
해방후 백부네는 논 한쌍, 여섯칸짜리 초가집 한채, 소 한마리가 있었고 농망기에는 일군들을 고용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여 1946년 토지개혁 때에 성분이 부농으로 획분되였을 뿐만 아니라 또 밭, 소, 여섯칸짜리 초가집, 손잡이재봉침까지도 몰수를 당했다.
다행히도 백부가 민분(民愤)이 없었기에 체형(体刑)은 면했지만 횡도 8대 강뚝마을의 헐망한 돌막단칸집에 이사를 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돌막단칸집은 비록 헐망하였지만 서쪽에서 흐르는 구수하(조양하) 강물이 하도 좋고 또 마을사람들과도 가깝게 보낼 수 있어 나는 서운한 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 때 분배를 받은 강변땅은 자갈돌이 많아 농사일은 힘들었지만 곡식낟알만은 잘 여물었다.
2년후 상급에서는 우리 집 부농성분을 ‘규편(纠编)중농’으로 바로잡아주었고 청산했던 집재산도 돌려주었다. 그러나 중농 앞에 ‘규편’이란 도장이 찍힌 것으로 하여 우리 가족들은 사회생활과 정치발전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규편’이란 부농을 시정하여 중농으로 편성한다는 뜻이였건만 당시에 기층간부와 군중들은 ‘규편(纠编)’을 ‘기편(欺骗)’으로 오해하며 ‘나쁜 편’으로 보았으니 말이다.
당시 당의 농촌계급로선은 “빈하중농에 의거하고 중농과 단결하며 지주부농을 고립시키는 것”으로서 중농은 단결대상이였다.
‘규편중농’은 나의 인생길에서도 거침돌이였다.
1946년 1월에 횡도 7대에 있은 나의 소학교동창인 임철순(任喆淳)의 소개로 나는 태양구중심소학교 교원으로 취직되여 옹근 1년을 동전 한푼 받지 않고 몇리 길을 통근하면서 교직에 충성하였다. 비록 무보수로동을 하였지만 날마다 천진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이듬해에 룡정의과대학에서 신입생을 모집하였다. 나는 태양에서 도보로 룡정에 가서 시험을 쳤는데 합격되였다.
나의 첫 꿈은 의사였다. 1945년 ‘8. 15’후부터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리시진의 ≪본초강목≫, 허준의 ≪동의보감≫ 등 의학서들을 열심히 자습하였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아 소원을 성취하였으니 그 때의 기쁨을 한입으로 표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룡정의과대학이 개학을 하기도 전에 룡정에 있는 군정대학에서 룡정의과대학을 이관(移管)하면서 신입생들의 정치심사를 다시 하게 되였다. 하여 1주일후에 걸어서 룡정에 가 알아보았더니 그 놈의 ‘규편’딱지 때문에 내가 락방되였다는 것이였다.
나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35리 길을 걸어 고향에 돌아오니 정들었던 고향사람들이 모두 생소해보였고 또 나를 깔보고 경멸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규편’딱지 때문에 징병모집에도 신청할 수 없었다.
나의 앞길은 갈수록 막막하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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