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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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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마음의 미인
2012년 03월 01일 19시 42분  조회:2437  추천:0  작성자: 림금산
수필
             내 마음의 미인
                                    
                                 림금산



      망망한 바다에 하아얀 미인어가 반듯이 누워 자맥질 하고있다. 오동통한 엉뎅이, 하아얀 우유빛 젖가슴, 멋스레 휘우둠한 곡선미, 하아얀 허벅지… 허벅지밑으로는 아물아물 멀리로 보이는 지네같은 일본국, 밉게도 길게 풀어졌다 끊어졌다 이어졌다 스산하다…
 누구서 반도를 호랑이나 토끼새끼같다고만 했던가? 나의 눈에 반도는 또 그대로 발가벗고 파아란 청춘의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염치는 미인어로 보인다.
누구보다 희고 누구보다 부드럽고 누구보다 깔끔하고 누구보다 그윽하고 누구보다 섹시하고 누구보다 매력있는 미인, 그리 크지않지만 동양적이고 은은한 멋이 다분해서 경국지색이다.
너무 크고도 거쿨지면 투박하고 싱거워 보이겠지만 내맘에 딱 맞게 자그마한게 너무나 좋다.
언젠가 웽그리아 시인 뻬떼피가 한말이 생각난다. 키가 자그마하고 눈이 새까맣고 얼굴도 감실감실한 자기의 애인이 이 세상 진짜 미의 극치란다.
이 경우 아마 나도 뻬떼피의 심정과 같다고나 할가?
반도는 차분한 미인이지만 외유내강한 모습도 력연하다. 그렇게도 부드러운 몸이지만 정열에 온 몸을 불태우기도 한다.
반도에는 꽃이 불길처럼 타는듯 함박꽃처럼 폭팔하듯 피는것과 금강산 구룡연의 쪽빛처럼 푸르디 푸른 못과 제주의 감귤처럼 빨간것과 … 하여튼 진한것이 많고도 많다.
누른하고 느슨하고 슴슴하고 밋밋한 기분이란 꼬물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게 나는 너무나 좋다.
반도사람들은 성격이 칼같고 불같고 여름날 내리지지는 태양같이 뜨겁고 고추처럼 맵다. 특히 우리의 미인을 지켜선 반도의 남아들은 이런 성격이 더욱 돋보여 얼싸 안고 두어고패 도도리 하면서 울고 싶다.
리준은 네델란드 헤이그 만국회의때 일본측을 비롯한 소위 강대국들에서 회의 참가자격마저 안주자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 휘뿌리며 민족을 웨쳐 순국했다.
일대 애국지사로 이 세상에 큰 획을 그어간 안중근은 말못할 괴수 이또 히로부미를 중국 할빈역에서 뭇적들속에 격사시키고 호탕하게 천하를 웃어제꼈다.
윤봉길은 중국상해의 홍구공원에 작탄을 안고 뛰여들어 장개석까지 간담이 싹 녹아떨어지게 만들었다. …
반도의 산은 날카롭다, 백두의 메부리나 금강산 귀변암이나 묘향산의 만폭동이나 속초의 설악산이나 다가 민족의 기개를 닮아 그렇게 도고하고 날카로운게 아닐가?
하기에 반도는 산곡간의 물이 락차가 심하고 또 그러하기에 물이 그만큼 깨끗하고 급하고 물살은 팩하다.
중국대륙의 시누런 황하처럼 굽이굽이 오래도록 흐르지 않고 창창 떨어지기 좋아하고 하얗게 부서지기 즐기고 깊은 골짜구니에 쪽빛 못물로 오돌차게 모이기를 좋아한다.
원색(기본색)을 거의 그대로 따오는 색채감 짙은 반도, 희디희고 푸르디 푸르고 붉디붉고 맑디맑다.
고추도 빨갛고 치마도 빨갛고 진달래도 빨갛고 감도 빨갛고 단풍도 피처럼 새빨갛다.
살결도 말쑥하게 희고 저고리도 희고 브래지어도 백설같이 희고 코신도 희고 이불안도 깨끗하게 하얗고 쌀도 하얀 입쌀, 청주도 희고 소주도 희고 한립와이셔츠도 희다.
언젠가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다가 이런 말이 화제에 올랐다.
<<그래도<사랑>이란 말은 우리 민족 여인들이 진짜 그 단어의 주인이 돼야하는게다>>
참 지당한 말씀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반도 여인들의 사랑은(물론 강도높은 관능적인 저질 사랑은 내놓고) 어딘가 타민족보다 더 희고 진하고 깔끔하고 맵짠데 그 매력이 있지않을가? . 우리의 반도 여인들은 하얗고 뜨겁게 피솟음으로 사랑을 다루는게 눈물겹도록 돋보인다.
성춘향의 사랑도 그렇고 황진이의 사랑도 그렇고 계월향의 사랑도 그렇다. 진함속에 소박함이 있고 소박하고 단순함 속에 고결하고 깊이가 있다.
언젠가 술집같은데 한번 가본일이 있다.
우리의 미인이 한분 들어오는데 진짜 치마저고리를 딱 받쳐입고 술상을 들고 들어와서는 무릎꿇고 앉는다. 아미를 다소곳이 숙이고.
이리 저리 삶에 대해 여자에 대해 자연에 대해 사랑에 대해 미에 대해 두루 말을 걸어보았는데 나는 그만 깜짝 놀랐다.
하찮은 일개 계집으로 알았는데 아니 조선사화며 중국고대실화며 한국 당대 명시며를 들고치는게 놀랍거니와 미에 대해 우리 민족 약점에 대해 일본인의 에로스에 대해 미국인의 탐욕에 대해 구구절절 아는게 아주 많았다.
만약 저고리를 풀어주면 작열하는 진달래나 무궁화로 활활 타오를 것이였다. 끼가 있고 섹시하고 온도가 높지만 또 랭가속도가 빠르고 매섭고 해당화같이 맵게 아름답고 놀라울 정도로 공손했다.
우리의 미인은 바로 이런 품위있고 끼가 있고 섹시한 사랑의 화신임에 손색이 없다.
반도의 음식 역시 말쑥하고 순수하고 단순하다. 순맛이다. 잡맛이 따로없다. 미인이 먹는 음식인만큼 지저분하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깨끗하고 말쑥하면서도 입에 넣으면 싱그럽다. 거기에다 또 싹-싹- 씹을때의 음색까지 향기롭다.(우물우물 소리없이 먹지않는다.)
민들레는 살아오르는 그대로 말쑥하게 씻어서 맵싸한 고추장에 무쳐먹는다. 랭국이나 랭면이나 메밀묵이나 순두부나 부추쌈이나 배추김치나 깎뚜기나 기본점은 다가 말쑥하고 시원하고 깔끔하고 순수한 맛이다.
불고기같은 경우도 그저 숯불에 구워서 그냥 숯불냄새가 나는 그대로 소주에 안주해 먹는다. 돼지고기같은것도 맑은 물에 삶아내여 마늘간장에 찍어먹는다. 기름칠을 하지않고 달달 볶지않는다.
싹-싹- 음식 씹는 소리는 사과먹는 소리같다. 배추김치나 깎두기나 배추쌈이나 총각김치가 갓김치나 마늘짠지나 다가 씹는 소리부터 맛망울을 돋군다.
중국료리는 기름내와 함께  세상에 크게 알려졌지만도 어딘가 우리 구미엔 잘 맞지않는다.
지저분하게 가지수가 많고 지저분하게 양념이 많고 지저분하게 지지고 삶고 다시 볶는다. 그래서 중국인의 집에 들어서면 벽에 배인 양념냄새, 기름냄새가 코를 친다. 주방에 들어가면 기름탄내에 머리가 막 아찔해 날 지경이다.
반도는 푸른 바다에 곱게 누워 미역을 감는 미인이다. 미인의 옥같은 귀체는 순수하다. 의복이나 음식이나 다 순수하다. 순수미, 순맛, 단순함은 미인의 기품과 일관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싱싱하고 청순한 민족의 향기속에 은은히 취해사는것이 아닐가?
옥같이 하얀 몸에 옥구슬을 굴리는듯한 목소리와 성감적이고 유연하고 단순하고 부드럽고 탄력있는 우리의 미인에겐 물론 먼지 하나 없을것을 나는 두손모아 바라고 바란다. 헌데 요즘 그게 잘안되여 안타갑다. 그래서 이밤에도 나는 이리뒤척 저리뒤척 잠못 이룬다.
미치도록 사랑하고픈 그대가 그냥 그리워 나는 밤이면 밤마다 별익는 저 하늘에 날아올라 대낮같이 환한 그대 반도를 굽어본다…

1999년 여름         (연변일보에 발표.     한얼패 수필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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