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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도자(견이의 횡설수설)
2012년 04월 14일 10시 36분  조회:2780  추천:0  작성자: 견이


 1982년, 한국의 어느 건설회사에서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공사를 맡아 완성했는데, 당시 건설회사에서는 준공식 무대를 거창하게 준비했습니다.
건설회사 측에서는 한국 국내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과 똑같은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한국에서 전문가를 불러 단상을 꾸몄습니다. 높은 위치에 수상 부부가 앉을 커다란 의자를 배치하고, 그 양 옆으로 정부요인 및 귀빈들이 앉을 의자를 놓았습니다. 수상 의자 앞에는 버튼을 누르면 폭죽과 연기가 치솟는 장치도 준비했고, 햇빛이 강해서 차양도 넉넉하게 치고 카펫도 깔았습니다.
준공식 하루 전, 말레이시아 수상의 비서실장이 현장을 둘러보러 왔는데 무척 놀라운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건설회사 관계자들은 비서실장이 한국 건설회사 측의 준공식 준비에 감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흡족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비서실장이 회사 관계자에게 다가오더니 예상 밖의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상이 앉는 데는 그늘이 있는데, 일반인 5천 명이 앉는 이 앞은 어떻게 할 겁니까?”
비서실장이 단상 앞쪽의 공터를 가리켰습니다. 어떻게 하다니? 한국 건설회사 관계자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비서실장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대통령이나 관리들이 앉을 자리에만 신경을 써왔을 뿐, 일반 참석자들은 땡볕에 서 있는 게 관례였기 때문입니다.
“오천 명 참석자들을 위해서도 차양을 치든지, 아니면 수상 자리의 차양을 없애든지 하세요. 수상만 그늘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비서실장의 단호한 지시였습니다. 단상을 둘러보던 그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 의자 두 개는 왜 이렇게 큽니까?”
“수상 각하 내외께서 앉으실 의자입니다만….”
건설회사 책임자가 대답했습니다.
“수상은 왜 다른 사람들보다 엉덩이가 크답니까?”
그러면서 비서실장은 수상이 앉을 자리에도 보통 의자를 가져다 놓도록 부탁했습니다.
다음날 수상이 와서 기념연설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어로 열변을 토하는 중간 중간, 사람들로부터 폭소가 터져나왔습니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 건설회사 관계자들은 그냥 좋은 얘기겠거니 생각하고 따라 웃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관료 한 사람이 한국 건설회사 대표자의 옆구리를 툭 치며 영어로 말했습니다.
“지금 수상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나 웃는 겁니까?”
“글쎄요… 뭐라고 했기에......?”
한국 회사 대표자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습니다.
“한국 회사는 알리바바 같은 도둑놈이라고 수상이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회사가 도둑놈이니까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빨리 선진 토목기술을 배워서 이 한국 도둑놈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국 건설회사의 현지 책임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지도자는 정말 겸손하고 소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사람은 겸허한 인품 쪽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스위스에서는 대통령이 전철을 타고 다녀도 아무 탈이 없고 대통령 부인도 제네바 거리로 꽃을 사러 나온다고 합니다. 전반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국민의식도 발전하면서 최고권위 자리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국가의 대통령이나 지도자들이 친근한 이웃이 아닌 왕을 대하는 듯한 거리감을 주고 있습니다.

지도자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 하지 말고 가장 좋은 모범이 되라고 했습니다. 또 훌륭한 지도자는 모든 사람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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