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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와 세개의 문제 (견이의 횡설수설)
2012년 04월 08일 02시 34분  조회:3044  추천:2  작성자: 견이
두개와 세개의 문제

할아버지가 결혼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기 바쁘게 세살 터울의, 귀여운 두 손자 녀석이 쫑드르 달려나오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할아버지, 무슨 맛있는 거 가져왔슴다?”
“오호, 그래… 내 늬들 주자구 맛있는 사탕 가져왔지… 자… 재영이랑 둘이 나눠 먹거라이.”
할아버지가 호주머니에서 사탕 다섯알을 꺼내 작은 손자 재훈이 손에 쥐어주며 말했습니다.
“고맙슴다, 할아버지! ”
“잘 먹겠슴다, 할아버지!”
“오냐, 그래, 그래…”
두 손자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 물러갔습니다. 그런데…
"얌마, 내가 형인데 왜 두개만 주고, 넌 동생인데 왜 세개나 가지니?!"

사탕을 받아든 동생 재훈이가 형 재영이에게 두알을 주고 자기는 세알을 가지려 했던 모양입니다.

“흥, 내가 할아버지에게서 직접 받았으니까 두개 나눠준 것만으로도 형은 고맙게 생각해야 해!”

할아버지는 두 형제가 실랑이하는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그 때, 안방에서 나온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두 아이가 다투는 영문을 물었습니다.
"쟤들은 왜 또 저렇게 도툰담둥?"
그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걸작이었습니다.
"흐음… 세 개 문제로 싸우고 있다네."
"아니, 세 개 문제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람둥?"
"왜~ 온 세상 사람들이 그 세 개 문제로 다투고 싸움질하고들 있지 않는가?  '나는 세개! 너는 두개' 하고 말이야… 모두들 공평하게 가지면 되는데 무슨 조건을 붙여서라도 세개가 자기 몫이라 주장하니까 세상이 어지러울 수밖에…"
그제야 할아버지의 말뜻을 짐작한 듯 할머니도 수긍조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참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본능 자체가 아마 공평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세개를 차지하려고 양보할 줄 모르는 데서 분쟁이 일어나고, 불화가 생겨나고, 싸움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모두 다 너무나 똑똑하기 때문에, 서로가 세 개를 차지하려 하기 때문에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훈처럼 들려주시던 얘기가 있습니다.
“너희 할아버지가 생전에 그러셨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거 별거 아니다. 내가 좀 밑진다 생각하고 처사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정작 그 “내가 좀 밑진다 생각하고 처사”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똑같이 일하고 누가 나보다 더 받아도 “밑지”는 것 같아 싫었고, 나는 하느라 무진 애썼는데,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불평이었습니다. 결국 저 역시 어쩔 수 없는, 그렇고 그런 속물임을 고백합니다.

옛날 어떤 선비가 맹자에게 “선비는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맹자는, “뜻을 높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선비는, “뜻을 높인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맹자는,
“(居仁由義)어진 마음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맹자는 또 어진 마음은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비롯되고 옳음은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측은지심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요, 수오지심이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말합니다.

우리가 두개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개를 차지하려는 마음은 결국 이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이 결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너무들 똑똑하여, 어질고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찾아볼 수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소위 경제시대라고 하는 요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짊을 어리석음이라고들 폄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름아닌 그 어리석음이야말로 탐욕과 시기로 병든 요즘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요? 우리 모두가 지금 지나치게 똑똑해서, 그래서 사는 게 피곤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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