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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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석별의 아픔
2012년 04월 07일 18시 32분  조회:3839  추천:2  작성자: 김인섭
                                                    석별의 아픔
                                                      2012-02-29    김인섭
 
공항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서니 써늘한 한기가 몸통을 감싸며 썰렁한 집안에서 울적한 기분이 부걱부걱 솟아올랐다.
 
휘영휘영한 가슴속을 갈앉히려 뒤산의 놀이공원으로 올라갔다.바다를 향해 남으로 탁 트인 전경은 예와 같이 변함없을 터인데 보고봐도 안개 속마냥 시뿌옇기만 하다.세차게 쏟아지는 해빛도 서서늘한 등곬을 덥히기엔 역부족이다.어제였다면 텃새들의 반겨맞는 소리도 더없는 축복이었을  것인데 그저 귀찮은 지청구로 들릴 뿐이다.숲속으로 쭉 벋은 산릉선을 따라 터덜터덜 걸으며 오래도록 원생태의 공기를 실컷 마시는데 답답한 가슴은 답답한 그대로다. 
 
이것도 인생에서 맛 보아야만 할 고배란 말인가! 텅 빈 뇌리에서 한가닥의 불평이 야기부리는데 막을 수도 없었다..
 
이국 땅에서 금방 태난 외손자를 데리고 잠시 함께 있던 딸애가 인젠 됐다고 불불이  동경의 벌이터로 떠난 것이다.딸이 15살 나는 해 나는 기나긴 타향살이에 나섰었다. 이 사이에 간혹 내가 귀성하거나 그들의 방학이면 놀러와 잠간 만나보고 푼돈이나 쥐어 주었을 뿐 다망을 핑계로 단란지락의 분위기를 만들어 본 일이 없고 훈훈한 환담도 나눠본 기억이 없다.그 새에 애는 대학에 진학하고 외국 류학을 선택하여 전전하다가 근간에 신생아의 양육기를 집에 와 보냈는데 고작해야 일년이 안된 일일편시이다.객지에 내 보내고 각거하고 살면서 이번이 17년을 지나고 제일 긴 함께 있은 시간이다. 일생을 사랑하는 아이들과 같이 하는 날들이 얼마일가! 손을 꼽아도 몇 개가 안 꼽힌다.
 
덧없는 시간이면서 친자식과 외손자를 데리고 천륜지락을 누리던 잔재미란 비길 데 없었다.집에 들어서면 바지가락을 잡고 안으라 졸라대던 외손주 놈의 되알진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놈의 놀소리 여음도 그냥 귀청을 간질인다.
 
이젠 돐생일이 지났으니 또다시 생계 전쟁에 돌입해야 하는 내 딸이다.애시부터  내 길은 내절로 걷는다고 강퍅을 부리며 자기 나름대로 세운 목표에만 집착하던 모습이 기특하면서 늘 뒷걱정하며 지켜 보았다.그래도 올곧게 잘 자라 감사하기만 하다.인생이란 란마같이 얽히고설킨 형극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초발심을 버리지 말고 신실한 자태로 일상일사를 다잡으며 나간다면….내 딸은 꼭 이렇게 하리라 굳게 믿는다.
 
요즘, 조용할 때면 늘 딸애의 뒤바라지를 변변히 못한 후회가 맴돌군 하였다.내 일생에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못했다면 이것이 더 없는 유감이다.<아버지,나는 외지와 외국을 휘돌며 숱한 고생을 했습니다.>는 말마디를 들었을 때 수통(羞痛)에  이 가슴이 얼마나 갉혔는지 모른다.
 
오늘  이국 땅에 등을 밀어 보내는 이 가슴이 또 아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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