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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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감자’의 엉뚱한 고민 (김정룡)
2008년 06월 16일 09시 31분  조회:6606  추천:83  작성자: 김정룡

제7부 수  필

1. ‘생감자’의 엉뚱한 고민  


김정룡

 

 지난해 나는 잡지나 신문 지상에 48편의 글을 발표했다. 서울의 중국동포타운신문사에 취직해 글도 쓰고 동포들의 자진출국도 도와주었으며 중국동포정책민간연구소에서 동포들의 고충도 들어주고 해결해 주었다. 꽤 바쁜 한해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의 별 볼꼴이 없는 이름이 재한조선족사회에 조금 알려짐에 따라 나름대로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상관없이 찾아오는 조선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어떤 기대를 갖고 찾아왔으나 내가 들어주지 못해 본의 아닌 실망을 안겨주었거나, 혹은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대해 대답이 시원치 못하다고 나를 건방지다고 뒷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보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중국에서 온 연세가 지긋한 분이 한국00단체의 소개에 의해 나를 찾아와 한국에서 책을 내려고 하는데 도와달라는 것이다. 무슨 내용의 글을 쓰셨냐고 물었더니 조선족사회 문제와는 상관없이 한국사회의 어떤 현상(경제방면)을 갖고 썼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글을 발표한 적이 있냐고 했더니 아예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잔 글을 써본 일이 없이 문뜩 장편을 세상(한국)에 발표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명색이 고중졸업생이란 렛델을 달고 있었으나 이과는 인식분해가 뭔지, 1·2차방정식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고, 문과는 지리를 한 페이지도 배우지 못해 해와 지구 중 어느 것이 더 큰지조차 모를 정도였고 또 학교 때 외국어를 한마디도 배운 적이 없지만 일본어를 독학해서 대학(일본어 전공)에 가다보니 대학시험을 7년 본 경력이 있고, 지금은 동서양의 역사, 종교, 문화, 철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악착같이 공부했기 때문에,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려고 하는 분들이 찾아오면 정말 내심으로 존중하고 반갑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책을 낸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이 조선족사회와의 교류의 필요성, 또 40여 년 헤어져 있던 해외동포를 ‘귀엽게 봐주는 차원’에서 조선족들의 글을 한국에서 출간해준 일이 꽤나 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특히 IMF이후 호황을 누리던 출판업계가 1/3이 파산되었고, 이젠 조선족이 한국인한테 더는 ‘신기’하거나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 극히 개별적으로 정말 탄탄한 글을 제외하고는 조선족이 한국에서 책을 낸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하물며 중국에서 쟁쟁했던 조선족학자나 작가도 아니고 더욱이 잔 글조차 발표해본 적이 없는 분이 한국에서 책을 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라비안나이트’와도 같은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글을 전혀 발표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갑자기 세상을 놀래 울만한 명작을 내놓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과거 명함’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글에 대해 아무 경력이 없는 조선족이 책을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한국출판업계의 몇 분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지만 그분한테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래도 나를 믿고 찾아온 분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참으로 미안함이 마음에 걸렸다. 

 다음 중국조선족사회에서 글을 꽤나 쓰시던 분들이 여러 명 나를 찾아 왔는데, 그분들은 통상적으로 나보고 처음 하는 얘기가 “조선족작가 중 누구누구를 아느냐? 누구누구와 친하느냐?”고 묻는다. 이러한 질문을 받는 순간 나는 굉장히 난감하다. 

 왜냐하면, 노실하게 말해서 나는 14년 전에 ‘연변일보’에 세 편의 글을 발표하고는 10여 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6년에 갑자기 운이 좋아 48편의 글을 발표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내용은 확실하게 알고 있을 뿐 무슨 문체에 속하는지조차도 모른다. 글쓰기 공부를 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에 겁도 없이 무턱대고 그냥 쓴다. 분명한 것은 나는 평생 시 한 구절, 수필 한 편도 써본 적이 없고 소설에 신경 써본 적도 없다. 문학에 대해 제로라는 뜻이다. 그래서 ‘문학의 물’에서 놀아본 일이 없기에 중국조선족사회 문학인들을 아는 것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문학을 모르거나 문학인들을 모른다고 콤플렉스를 가져본 적도 전혀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내 방식대로 살아간다. 

 설사 앞으로 내가 어느 날인가 문학에 뛰어든다 해도 그것은 나의 인생전환점을 추구하기 위한 것일 뿐 결코 문학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지난 해 ‘연변여성’과 ‘문학과 예술’이란 잡지에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지만 나는 잡지사의 주필님들을 전혀 몰랐다. 그렇다고 나는 나의 글을 발표하기 위해 제3자를 찾아 인맥을 통해 나의 목적을 이루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냥 무턱대고 찾아가 내가 이런저런 글을 몇 편 썼는데 맞으면 그렇고 맞지 않으면 말고······.

 결국 그분들이 나의 글을 발표해주었으나 나는 그분들과 술 한 잔 나눈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와도 그분들을 안다거나 친한다(실제로 친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없다. 지금 중국동포타운신문사도 내가 제3자를 통한 일이 없이 무턱대고 김용필 편집국장을 찾아 인연이 되어 같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이렇다. 

 그런고로 나를 찾아오는 분들한테 사실대로 ‘문학인들을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나의 개성을 모르고 있기에 ‘나를 건방지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흐리며 다음 대화가 껄끄러워진다. 또 나는 문학에 대해 제로이기 때문에 문학인들처럼 감성적이지 못하고 온화하지도 못하다. 나의 성격표현은 나의 글처럼 직설적이므로 문학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뭔가 잘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문학인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생감자’인 나에 대해 실망을 갖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약점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나의 개성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막무가내라 생각하고 일부러 고치려고 들지도 않는다. 만약 내가 나의 개성을 고친다면 나는 죽은 사람과도 같기 때문에·····. 

 그다음 내가 쓰는 글은 대다수가 조선족문제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찬반양론이 많다. 혹자는 직접 나를 비판하기도 하고 혹자는 독자끼리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이는 독자들이 나의 글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기에 어떤 방식이든 나는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 더욱 나는 작년부터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 ‘생감자’이므로 부족한 점이 많아 타인의 지적이 매우 필요하다. 

 유감스러운 것은 내가 ‘중국동포타운신문’에 <김정룡의 역사문화 이야기> 시리즈를 싣고 사이트에 올리고 있는데 여태껏 독자들로부터 이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역사문화 이야기는 역사, 종교, 문화, 민속, 철학 등 다방면의 지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내가 역사문화 이야기를 기획시리즈로 잡고 시작하게 된 것은 우리조선족이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말들의 유래와 민속, 풍속 및 생활전통의 유래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또 역사와 종교지식이 많이 결핍하기에 100편을 예상해서 써낸다면 조선족사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필을 움직이게 되었던 것이다. 헌데 나는 학자도 아니고 문학인도 아니므로 내가 써내고도 확실한 신심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로부터 많은 지적이 필요하나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이 ‘생감자’의 고민이다. 만약 이 방면의 스승이 나타난다면 나는 겸허하게 지도를 받고 나의 수준을 제고하려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끝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첫째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글을 쓰고 싶으면 현실적인 것과 실리적인 내용을 담아 쓰시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지 않고 이 경제적 시대에 ‘엉뚱한 글’ 수십만 자에 정력을 몰붓는다면 발표가 힘들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수지가 많지 않는다. 둘째 조선족 문학인들이 물론 우리민족의 정 많은 전통 때문에 그럴 수는 있겠으나, ‘누구누구를 아느냐? 누구누구와 친하느냐?’는 구태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현실 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셋째 재한조선족지성인들은 분발하여 조선족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이 ‘생감자’가 참으로 웃기는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오뉴월에 참외를 거꾸로 먹는 것도 제 나름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남이야 어떻게 살아가던 무슨 자격으로 왈가왈부하느냐고 한다면 나는 사실 아무런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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