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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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김정룡)
2008년 02월 25일 11시 10분  조회:6006  추천:82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9. 공부란 무엇인가?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조선족은 부모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을 공부시킨다.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을 공부시킨다. 그래서 조선족은 56개 민족가운데서 유일하게 문맹이 없고 대학입학률이 가장 높고 평균문화수준도 가장 높다. 이는 실로 조선족의 자랑이다. 그런데 공부란 도대체 무엇인가?
 중국인은 공부를 학습, 독서, 책읽기(念書)라고 한다. 옛날 중국인은 공부한 사람을 독서인(讀書人)이라 하고, 공부하지 못한 사람을 책을 읽지 않았다(沒念過書)라고 했다. 일본인은 공부를 벤쿄(べんきキょウ)라 하는데 한자로 ‘면강(勉強)’ 이라 적는다. 이‘면강(勉強)’이란  어휘는 글자 그대로 억지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일본인은 공부를 일종 억지행위라고 간주한 것이다. 어찌 보면 공부는 억지로 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특히 공부에 취미가 없는 사람은 공부한다는 것이 실로 죽을 맛이 나는 억지노릇이다.

 중, 한, 일 3국 세 민족가운데서 유일하게 조선민족만이 공부란 말을 쓰고 있는 데, 이 공부란 어휘는 중국어 쿵푸(工夫)에서 유래되었다.  쿵푸(工夫)는 노련함과 공력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에 주자학(신유학:新儒學)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거기에 이 쿵푸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조선민족이 지식습득을 공부(工夫)라고 표현한 것은 조선조 5백 년 동안 주자학 을 뼈가 절도록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어찌되었든 조선민족이 쓰고 있는 공부란 말에는 상당히 넓고도 깊은 뜻이 담 겨져 있다. 우선 우리선조들은 공부를, 현대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단순히 책 읽는 행위 혹은 대학에 붙기 위해 교실학습에 충실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것은 수신(修身)을 위한 것으로 간주했다.

 수신이란 몸과 마음의 수련을 뜻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수신이란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수신 즉 사람이 되는 것은 가정을 고르게(옳바르게)하기 위해서이다. 옛날 가정 에는 수십 명의 가족성원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대가정을 고르롭게 한다는 것은 실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공부를 통해 수신이 잘 된 사람이 이 대가정을 고르롭게 하는 일을 떠맡게 되었다. 조설근의《홍루몽》이나 파금의《집》을 읽어보면 대가정을 고르롭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정을 고르롭게 하면 나라를 다스리는데 보탬이 된다. 나라를 국가라고 하는 데, 즉 나라란 ‘국(國)’과 ‘가(家)’가 합쳐진 개념이다. 공자님은 “가정 내의 화목이 사회에 퍼지면 그것이 곧 치국의 토대”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이 되어 가정을 고르롭게 하고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그러면 천하가 태평해진다. 이것이 곧 공자님의 공부이론이자 목적이자 이상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감스럽게도 공부에 담겨진 본래 뜻이 왜곡되어 공부가 말이 아니게 변질되었다. 그 구체적인 표현을 살펴보면 현대인의 공부는 단순히 자신의 출세에  그 전부 목적이 있다. 이를테면 공부하는 가장 주요목적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인데, 현대인의 공부는 사람이 되는 것이 그다지 중요치 않다.

 옛날사람들이 사람이 된다고 하는 기준은 어질고(仁), 의롭고(義), 예의 바 르고(禮), 지혜롭고(智), 믿음(信)이 있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사람이 되는 기준은 공부를 통해 갖추어진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소학교에 수신과목이 있는데 학생 들이 이 다섯 가지 사람이 되는 기준을 배우고 있다. 물론 중국에도 사상 품덕과 목이 있기는 하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메마른 이론뿐이어서 사람이 되는 기준 과는 거리가 멀다.

 소학교에 다니는 김양은 길거리에서 엄마가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동학들 에게 “우리 마다매(큰엄마)”라고 인사시켰다고 한다. 중학생인 최군은 역시 길거리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자 친구들한테 “우리 아버지 친구”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지금 학생들은 자기 부모가 가난하거나 늙어 보이면 창피하다고 학부모회의에 참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동네 세탁소에 가보면 여학생들이 심지어 자기 팬티 나 양말짝조차 세탁소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유사한 실례는 한도 끝도 없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학생들도 명색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부모도 모르고 제 손으로 팬티 짝도 빨지 않는 학생들이 공부를 해서 뭘 하느냐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쩍하면 “지금 애들은 글러먹었다”고 푸념한다. 위에서 말한 실례의 학생들의 그릇된 행위거나 현재 학생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필자는 그 근원이 오히려 “지금 애들이 글러 먹었다”고 푸념하는 부모세대들에게 있다고 본다.

 조선족기성세대들의 대다수가 자식을 공부시키는 목적이 단순하게 아래와 같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분상승이요, 다른 하나는 체면의식 때문이다.

 신분상승이란 출세를 의미하는데 옛날에는 출세하려면 과거시험에 합격되는 길밖에 없었다. 과거시험이란 본래 중국에서 생겨난 것을 우리 조상들이 도입해서 실시한 관리 선발 제도다. 문제는 중국에서는 짚세기 고무신출신 할 것 없이 무릇 양민이면 전부 과거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었던데 비해, 조선에서는 양반가문, 그것도 양반가문의 본처의 자식(적자)만 응시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판에 짚세기 고무신출신인 상농(쌍놈:常奴)의 자식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그리하여 백성들의 자식은 출세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 되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 하도 양반과 상놈의 차별이 심해서 절대다수 인구비례를 차지하고 있는 상놈들은 출세에 대해 뼈에 사무치는 한을 품고 있었다.

 우리 중국조선족 일세들은 조선에서 파산된 농민출신이었다. 그래서 우리조선 족에게는 현재 한국이나 조선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출세에 대한 한이 더 크다. 거기다 이국땅에서 정착생활을 하면서 자식의 출세문제가 더욱 긴박해졌다.

 우리조선족 일세와 이세는 절대다수가 문명이었다.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려고 하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그러한 한의 마음만 갖고 있었을 뿐 지식이 전혀 없는 부모들은 자식을 교육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오로지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심지어 소를 팔아서 자식을 공부시키는 열정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식을 공부시키는 목적이 출세에만 초점이 맞추어졌을 뿐 자식을 어떻게 사람이 되게 하느냐에 대해선 관심이 적었다. 이렇게 하는데서 위에서 말한 공부의 본래 뜻이 상실되고 오로지 공부가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었다. 현재 연변일중을 비롯한 중점고중에 다니는 학생들의 부모들은 절대다수가 자식을 아무것도 상관 말고 오로지 공부에만 열중하라고 교육시킨다. 그리하여 어떤 학생들은 어른을 만나 인사조차 할줄 모른다. 필자가 연변일중 교사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경비실에 네명의 여학생이 선생님을 빤히 쳐다 볼뿐 누운 채로 일어나지도 않는 것이었다. 이 여학생들의 예절 없는 행위는 순전 히 가정에서 그렇게 바르지 못한 교양을 받아온 탓이다. 연변일중에 다니는 학생들은 거개가 대학에 붙는다. 하지만 최저한도의 예절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에 진출해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우리부모들은 그러한 문제에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직 대학에만 가면 만사 오케라고 만 생각할 뿐이다.

 다른 면에서 볼 때 조선족은 체면의식이 대단히 강하다. 이는 매우 좋은 표현이다. 왜냐하면 체면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상향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열심히 자식을 공부시키는 것도 일종 상향심이 높은 표현이다. 이는 매우 제창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체면의식이 지나치면 역작용을 놀게 된다. 예하면 우리부모들은 “공부를 안 하면 앞으로 소궁둥이나 두드리겠느냐?”, “삼륜차나 끌겠느냐?”는 등 이러한 비하적인 말밖에 할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데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물론 첫째는 자식의 장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다른 하나는 자식이 소궁둥이나 두드리거나 삼륜차를 끌게 되면 부모의 낯이 깎인다는 체면의식이 내포도어 있다.

 우리조선족은 부모들한테서 이런 비하적인 말을 많이 들어왔기에 대학에 가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대학에 못가면 그러한 사회밑바닥 일에 종사하려고 하지않는 다. 그러한 일을 하면 체면이 깍인다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다. 한족들은 어릴 때 부터 공부할 감이 못되면 밖에서 돌아올 때 하다못해 나ant가지라도 손에 들고 오도록 생활력을 높이는 교육을 시킨다. 필자는 4인방 시절에 한족중학교에 다녔는데 그때 그 애들은 과일 철이면 등에 과일을 지고 아침시장에 넘겨주고는 등교했다. 만약 조선족학생이 그렇게 한다면 부모들이 난리를 피울 것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무슨 짓이냐?”고 말이다. 조선족은 어릴 때부터 생활력을 높이는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단 대학에 못가면 천한일은 하기 싫어하고 높은 데는 바라볼 수 없고 해서 집에서 놀거나 사회말썽꾸러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부모들은 확실히 자식교육에 있어서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예하면 어린 이절이면 아이한테 용돈을 주거나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고는 어른들이 먹을 것을 한보따리 싸가지고 맥주상자를 둘러메고 공원에 가서 실컷 두드려 먹고 마시고 논다. 아이의 명절을 빌어 어른들이 오히려 한바탕 명절을 쇠고 있다. 유태인은 어린이 절이면 부모가 아이한테 장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만약 아이가 왕이 되고 싶다고 하면 소박한 왕 옷을 지어 입히고 부모가 아이 앞에서 “마마”하고 절을 하는 것으로 어린이절을 보낸다.

 듣는 말에 의하면 어떤 가정에서는 예배 돈을 수천원 심지어 만원까지 준다고 한다. 이는 순전히 미친 짓이다. 아이에게 예배 돈을 주겠으면 적당히 학습용품을 살 돈을 상징적으로 주면 되는 것이지 수천 원 만원을 준다면 그 아이가 앞으로 공부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인가? 현재 한국에 가있는 부모들은 자식한테 전부 돈으로 행세하고 있다. 한국에 시집간 한 여인은 아이가 중학생인데 매달 60만원 을 보내고 있다. “왜 그렇게 엄청난 돈을 보내느냐?”고 물었더니 “아이와 함께 있지도 못하니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한다. 부모가 한국 간 아이들은 대다수가 돈이 무엇인지 모르고 흥창만창 쓰고 있다. 돈을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아이들이 공부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인가? 사람이 되면 얼마나 될 것인가?

학생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진짜 공부가 부족한 상황이다. 예하면 아이가 학교에 붙어서 첫 학부모회의에 참가해보면 아이의 미래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다. 물론 고학년에 올라가서도 매번 학부모회의는 여전히 마찬가지이다. 유태인은 첫 학부모회의에 대학교수를 청해놓고 어떻게 아이의 미래를 바로 잡아줄 것인가는 공부를 한다. 예하면 만약 성격이 발랄한 아이면 방에다 어두운 색을 선택해서 장식하고 만약 우울한 성격의 어린이면 밝은 색을 선택해서 방을 꾸미도록 하는 공부를  한다. 조선족은 학교 붙기 전에 구구를 외우고 철자를 쓰면 마치 천재인양 떠들고 난리다. 유태인은 소학교3학년이 되어도 구구단을 모른다고 한다. 그들의 소학교 저학년의 교육은 주로 사람이 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교사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필자가 알건대 전세계에서 아마 한국과 중국조 선족뿐이다. 한국에서는 교사한테 주는 돈을 촌지(寸志)라고 하는데, 촌지바람이 심해서 사회문제로 떠오른지도 오래되었건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조선족도 마찬 가지다. 아무리 교육국에서 명문을 내려 막으려하고 있으나 마치 고양이가 있다 고 해서 쥐가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이 여전히 부모들은 돈을 주고 있고 교사들은 돈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시대학생들이 아는 것은 많지만 어른들의 눈에 거슬리는 일이 굉장히 많다. 무엇 때문일가? 이는 지(知)만 있고 식(識)이 없는 잘못된 공부 때문이다. 지(知)가 아무리 풍부해도 식(識)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죽은 공부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마땅히 지(知)와 식(識)이 결합된 공부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에 노력을 기울려야 한다. 그래야만 공부가 진정한 사람이 되는 공부로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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