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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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공처가(恐妻家)가 많은 이유
2008년 01월 01일 14시 46분  조회:6760  추천:84  작성자: 김정룡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18

중국인이 공처가(恐妻家)가 많은 이유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지난 일요일, 필자는 서울가리봉동에서 고향에서 온 친구들과 모임을 갖게 되었다. 한참 술이 거나하게 되었을 쯤, 어찌어찌 하다가 공처가에 대한 화제가 나오게 되었다. 좌중의 한 친구가 “중국인이 마누라를 무서워하는 관습이 어찌 보면 앞선 문화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해 모두들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는 계속해서 “본래 남권절대주의로 살아왔던 우리민족과 일본인도 지금은 중국인처럼 마누라를 무서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논거’를 덧붙였다. 

 위 에피소드에 대한 견해와 이해는 독자들한테 맡기기로 하고, 필자는 본문에서 먼저 중국인의 대표적인 공처가들에 대한 고사를 말하고, 또 과거 중국과 같은 유교문화권이었던 조선과 일본은 남권절대주의로 흘러온데 비해 유교의 본산지인 중국이 오히려 공처가가 많은 이유를 밝혀보려 한다.

 중국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공처가로서 당나라 초기 어사대부를 지낸 배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며, 그가 공처가로 유명해진 이유는 다음과 같은 공처가 이론을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세 가지 무서운 것이 있소. 젊고 예쁠 때는 마치 살아 있는 보살 같으니 그것이 무섭소. 세월이 지나 자식들이 집안에 가득할 때는 똑 마치 구자마모(九子魔母:불경에 나오는 여신으로 동자를 잡아먹는다고 함)처럼 변하여 무섭소. 그리고 50살이나 60살쯤 되면 온통 검은 얼굴에 분을 발라 마치 구반도(鳩盤茶: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다는 불경 속의 귀신)처럼 보이는데 어찌 무섭지 않겠소.” 

 당시 궁중의 광대가 중종(中宗)과 그의 황후(韋氏) 앞에서 “세상을 살면서 공처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네. 밖에는 배담이 있고 안에는 황제가 계신다네!”라는 대사를 읊었다. 

 당나라 때 공처가로 소문난 황제가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고종 이치(李治)는 아예 국사마저 황후 무측천에게 맡겨버렸다. 

 송나라 때 아내가 소리 지르면 마치 사자의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것처럼 두려워한다는 ‘하동사후(河東獅吼)’와 아내를 연지 바른 호랑이처럼 무서워한다는 ‘연지호(臙脂虎)’ 등 공처가에 대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그리고 여정기(呂正己)는 아내를 무서워해 관직까지 박탈당했다. 

 이렇듯 황제로부터 대신 및 사대부에 이르기까지 공처가가 많았으니 일반 백성들이야 공처가가 많은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필자가 중국에서 40여년 살아온 체험에 의하면 중국남자 중 십중팔구는 공처가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 중국인은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대다수가 여자를 무서워한다. 이는 조선족사회에 비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왜일까?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중국은 수천 년의 유교전통을 지닌 나라였다. 그렇다면 ‘삼강오륜’, ‘삼종사덕’, ‘칠거지악’ 등 유교윤리에 의해 마땅히 남권절대주의 사회로 흘러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여자를 무서워하고 십중팔구가 공처가로 된 이유가 바로 도교문화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임어당(林語堂)은 그의 <<중국인>>에서 “중국인은 문화적으로는 유교를 숭상하지만 본능적으로는 도교를 받든다.”고 지적했다. 

 유교와 도교의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여성을 억압하는데 비해 후자는 여성을 숭배한다. 전자는 상제가 절대적 권위라 보는데 비해 후자는 도(道)를 절대적 권위라 여기고, 아울러 노자는 도를 여성의 ‘음부’에서 찾았으며 장자는 남녀교합이야말로 진정하고 지고한 도라고 보았다. 또한 중국문명은 생식숭배를 핵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생식숭배는 곧 여성숭배가 핵심이며, 따라서 이것도 도교문화에서 유래되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유교는 부권제확립과 실시에 역점을 둔데 비해 도교는 여성주체인 모권제사회를 숭상한다. 

 인간은 문화보다 본능이 우선이라 볼 때 중국인의 뼈 속에는 유교적 요소보다 도교적 요소가 훨씬 더 많이 스며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분석해 보면 왜 중국인이 공처가가 많은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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