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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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화교'는 있어도 '조선족'은 없다.
2007년 10월 22일 15시 44분  조회:5378  추천:86  작성자: 김정룡

한국에 ‘화교’는 있어도 ‘조선족’은 없다.

-재한조선족연구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 수는 2만 명이고 한족이 11만 명이며 조선족의 수는 26만 명이다. 그러니까 화교와 한족을 합쳐봐야 조선족 수의 반밖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분명한 객관적인 수치를 두고 ‘한국에 화교는 있어도 조선족이 없다’고 말한다면 독자들은 황당한 소리라고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 아래의 사실들을 살펴보자.

한국의 화교들은 자신들을 ‘舊僑’라 하고 개혁개방 이후 한국에 온 한족을 ‘新僑’라 부르고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화교들은 무릇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한국에 온 사람들의 민족을 불문하고, 쉽게 말해서 조선족까지도 ‘新僑’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시비비는 잠시 논외로 하고 우리는 화교들의 넓은 가슴과 그들의 포옹력에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화교협회를 이끌고 있는 韓晟昊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어의’를 맡았었고, 1992년 중한수교에 다리 역할을 했던 분이며 중국에 가면 후주석의 접견을 받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필자는 그가 주최하는 장소에 두 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의 넓은 의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는 지난 8월 19일에 있었던 ‘중국 각 성 동향회성립 축하’모임에서 그는 “2020년에 가면 지구촌에 유동하게 될 중국인(56개 민족 포함)이 5억 명에 이를 것이니 세계는 우리 것이다.”라고 했다.

두 번째는 지난 9월 초 산동성화교사무실을 주최로 성 정부 일행이 한국에 왔을 때 그는 “오늘 모임에 7개 민족이 모였는데 앞으로 한국 땅에서 56개 민족이 다 모이는 날을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족이고 만족이고 조선족이고 하는 민족구분이나 차별의식이 없이 무릇 중국에서 온 사람은 민족을 막론하고 모두 ‘華’이며 한 집안 식구라는 것이다.

이렇듯 그가 넓은 가슴으로 포옹력과 친화력을 갖고 있기에 한국의 화교들

은 그의 주위에 똘똘 뭉쳐 있고, 그가 지지하고 후원하는 한문판<<신화보>>의 책임자가 조선족(조명권, 화교연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음.)이다. 그리고 그와 <<신화보사>>가 주최하는 모임에 많게는 300명, 적게는 70~80명의 참석자 중 조선족이 7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현재 26만에 달하는 재한조선족은 자체의 조직도 없고, 자체의 언론도 없다. 필자는 이 문제에 관해 아래와 같은 이유를 살펴보았다.

첫째 우리 재한조선족 내부의 문제

가. 단합심 부족

우리 재한조선족은 단합이 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지역과 지역 간의 출신에 따라 서로 물고 뜯고(<연변내기와 연변사람>, <우리동포들끼리 서로 헐뜯지 맙시다.>를 참조)하고 귀한동포연합회는 설립 초기부터 내홍이 심했다. 이에 비해 재한 화교와 한족사회에서 출생 연고를 갖고 서로 헐뜯는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으며 조직에 큰 내홍이 있다는 소리를 덜어보지 못했다.

나. 인재가 없다.

26만에 달하는 재한조선족 중에 인재가 없다고 하면 이치에 맞지 않으나, 실제로 재한조선족을 리드할 인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재한조선족은 목자가 없는 양떼와도 같다는 것이다.

혹자는 재한조선족은 역사가 짧아 자체 조직이나 언론을 갖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미, 재일조선족사회에 눈을 돌려 보라. 그들도 우리와 시간이 비슷하지만 모두 자체 조직을 갖고 있으며 구심점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재미조선족은 3만여 명이며 자체협회를 구성하고 내부조직이 탄탄하며 각종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어 조선족의 안식처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는 대학교수인 조선족이 회장을 맡은 중국조선족연구회가 있는데 국제적인 학술대회를 주최하고 해외에서 초빙한 참석자 수십 명의 왕복비행기표, 숙식을 책임질 정도로 빵빵하게 잘나가고 있다.

둘째 한국 측의 문제

옛날 속담에 소경(맹인)이 넘어지면 막대 탓을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문제를 한국 측에 돌린다면 억지를 부리는 듯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1990년대에 연변대학 졸업생을 비롯한 조선족이 한국에 석 박사 유학 오자

면 언어시험을 봐야했는데 한국대학들에서는 한국어수준이 조선족의 발바닥에도 못 미치는 한족들은 수천 년 동안 어쩌다 처음으로 ‘한국’을 알아주고(역사적인 맥락에서 하는 말) 유학까지 오니 귀엽게 봐주고 패스시킨 반면 조선족에게는 혹독할 정도로 엄했다. 그 이유는 조선족이 아무리 연변대학 ‘우리말학부’를 졸업해도 배운 것이 조선어이지 한국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우상열의 <韓流는 漢流더라.>를 참조). 그 언어가 그 언어이고 다 같은 조상들에게서 배운 말이건만 두음법칙이 다르고 문법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이민족보다 못하게 대하는 한국학교당국에 조선족유학생들은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한국 측으로부터 이러한 차별적인 냉대를 받았던 조선족이 유학생활을 마치면 한국에 남을 생각이 티끌만치도 없어 중국에 돌아가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는 조선족이 대학교수 혹은 기타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사회에서 교환교수를 맡은 조선족은 있어도 뿌리를 내리고 활약하는 유명한 조선족교수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기타 분야도 마찬가지다. 모두어 말하자면 한국은 비록 동족이고 고국이지만 조선족이 빛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이것을 재한조선족사회에 인재가 없는 이유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치주정부의 문제

전체 조선족인구의 13%가 현재 한국에 살고 있고, 연변경제가 돌아가고 있는 데는 조선족이 한국에서 벌어가는 돈이 크게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치주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재한조선족사회를 중시하고 재한조선족사회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재정 돈으로 후원해서 자체 조직도 만들어주고 언론매체도 만들어주고 재한조선족연구회도 만들어야 한다.

혹자는 왜 굳이 자체조직, 자체언론매체, 자체연구회가 필요하냐고 물을 것이다. 이에 대한 나의 해답은 이렇다.

재한조선족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 교회나 일부 민간단체들이 조선족

을 대변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부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정책이 많이 완화되고 개선되었으나 그들 단체의 보스들이 모두 한국인이어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폐단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진정 조선족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등 심리를 모르고 일방

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신문을 만들어도 조선족들의 심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없는 것도 사실이다. 2003년 00교회가 추진했던 국적회복파동 때문에 5천 명을 위하려다 200만의 조선족 입지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실례가 한국인이 조선족을 모른다는 증거이리라. 조선족이 아무리 한국생활이 10여년 되어도 한국과 한국인을 제대로 모르는데 하물며 중국생활도 해보지 못한 한국인이 조선족을 대상해서 일하고 있으니 그들이 조선족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는 것이다. “중국에 수박이 있나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조선족을 대상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그들이 조선족에 대해서 구경 무엇을 알고 있는가는 것이다.

조선족의 코리안드림이 어언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의 나이가 20세이면 성인이다. 그 동안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을 법도 하지만 재한조선족사회는 아직도 유소년기에 처해 있고 변한 것이 별로 없다. 혹시 양적인 변화는 있었을지 몰라도 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다.

조선족의 일은 조선족이 나서 해야 하고 또 그럴 시기가 왔다고 나는 본다.

또한 재한조선족은 앞으로 중국조선족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주력군이며, 아울러 주력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질을 제대로 갖추게 하려면 재한조선족사회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한국인이 할 수 없다. 오직 자치주정부가 나서서 재한조선족사회와 손을 잡고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현재 화교사회(한족을 포함한)는 리더가 있고 자체조직과 자체언론이 있어 구심점이 있는데 비해, 우리재한조선족사회는 흩어진 모래알과도 같아 한국에 조선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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