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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48) 김장혁
2022년 10월 11일 11시 23분  조회:1488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권


           58. 
변강쇠의 뒷모습

 
     사랑 한담패설 꼬리가 창문을 두드리며 기생거리에 추파를 보내고 있다.
     가을 밤의 소슬한 바람에 은행나무 락엽이 우스스 지며 고즈넉한 밤의 정적을 깨운다.
     아가씨들의 체취 추파를 타고 해물관에 사뿐 보선발을 들여놓으며 미소짓는다.
     유혹의 분내가 해물관 술상에 타리대를 치고 앉아 맥주잔을 기울인다.
     변강쇠의 혼이야 벌써 유령처럼 기생거리에 날아가 아가씨들의 체취에 취해 목마를 타고 팔자걸음을 친다.
     정호 우멍눈에는 색갈에 갈망의 빛이 번쩍였다. 그는 이상한 불길이 활활 타번지는듯한 우멍눈길로 자꾸 창문 밖에 지나가는 화복차림의 아가씨들을 흘끔흘끔 곁눈질했다.
     그는 웃고 떠드는 일본 아가씨들을 쳐다보면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황선희 말하던 교토 기생거린 거 같아. 어서 가봐야지. 내내 쫓겨다니다나니 어디 일본 아가씨 맛 볼 새 있었니?  에잇 참, 개판이야. 언제 붙잡힐지도 몰라. 기생거리 코밑까지 왔다가 평생 소원도 못 끄고 말겠는가. 일본 간나새끼들을 깔고 들어앉아 질탕하게 놀아봐야지.)
정호는 아가씨들을 멍해 내다보며 마른 입을 쩝쩝 다시였다.  
나영은 맥주잔을 들어 정호의 우멍눈 앞에 대고 휘저었다.
“여보쇼, 최사장, 호호호. 맥주 안 들래요.”
“어, 그래. 한잔 들자구.”
나영은 해쭉해쭉 웃으며 지껄였다.
“어째? 일본 아가씨 생각나는가요? 어데 가서 실컷 발산해보세요.”
“엉? 아, 아니. 난 나영만 있으면 돼.”
정호는 그제야 제정신이 펄쩍 들어 술잔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잔 마시기오.”
“호호호. 우리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술잔을 굽내자 정호가 바지멀춤을 춰 입으면서 바쁜 소리를 했다.
“내 소피 보구 올게.”
“올 때 아이스크림 몇대 사오세요.”
“오. 그래.”
“배낭을 인주세요.”
“아니, 근심 말어."
금은보화 들어찬 배낭만은 손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배낭메고 갈테야. 인차 올테니깐.”
나영은 모든 걸 눈치챘다. 정호는 며칠만 오입하지 않으면 못 견딘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화장실에 가? 이 해물관에도 화장실 있을 건데. ㅋㅋ. 오줌 마려워? 아니지. 다른게 더 마렵겠지. 본 병이 뛰여나올 때도 됐지. ㅋㅋㅋ.)
그는 문 밖을 나서자 뒤를 힐끔 되돌아보았다.
나영이 따라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리던 시각인가. 일본 와서 일본 아가씨 하나도 맛보지 못하고 어떻게 떠나가겠는가. 허허허.”
정호는 국내외 어데를 관광하러 가도 꼭 먼저 산수경치를 구경하고 밤이면 꼭 당지 아가씨를 맛봐야 시름 놓았다. 그렇잖으면 꼭 두고 두고 후회하군 하였다.
(절대 일본에서 후회를 남길 순 없어.)
그는 이전에 순정과 함께 관광갈 때마다 순정한테 관광기념품을 많이 사주고 기뻐하는 틈을 타서 스리슬쩍 빠져나가 당지 기생들을 맛보군 하였다.
오늘도 례외가 아니였다. 일본에 건너와서 도쿄 시내 아가씨도 데리고 놀지 못하고떠났 것이다. 그게 내내 속에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나영을 떼놓고 기생거리에 들어서자 흥분을 갈아앉히지 못했다. 뒤이어 그는 해물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왼쪽으로 굽어들었다. 뒤를 흘끔 되돌아봐도 꼬리가 없었다. 그는 부랴부랴 큰 길을 꿰질러 쥐새끼처럼  달려지나갔다.
삑-삑-
교통경찰이 호르래기를 불렀다.
“왜 인행횡도도 아닌 데로 건넙니까?”
정호는 들었는둥 마는둥 큰길을 건너 기생골목에 불여우처럼 굽어들었다.
기생집마다 문 앞에 벌건 초롱과 연분홍초롱이 디룽디룽 걸려 있고 문 옆에 화려한 화복을 입은 이쁜 아가씨들이 비단필처럼 촘촘히  줄느런하게 늘어서서 웃음 팔면서 손님을 기다렸다.
“어서 오세요.”
“아니상(오빠),잘 모셔드릴게요.”
걀죽하게 생긴 이쁜 기생이 연분홍 초롱불 아래서 몸을 배배 탈며 청아한 목소리로 유혹했다.
정호는 기생거리를 더 구경하려고 못 본체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에이씨, 오늘 마수걸이도 못하겠구나.”
(아니, 저게 한국 말을 해? 한국 계집인 모양이구나.)
정호는 깜짝 놀라 되돌아보았다.
아가씨도 그를 응시하며 해쭉 웃어보였다.
정호는 되돌아가 물었다.
“한국 아가씨인가요?”
“네. 오빠 어서 들어오세요. 일본 아가씨는 3만원이나 하는데요. 우리 한국 아가씨와 대륙 아가씨는 한번에 2만원 밖에 안 받아요. 더 싼 것도 있는데요. 조선족아가씬 만원 밖에 안 해요. 그래도 우리 한국 아가씨가 비싸지도 않고 눅지도 않고 젤 좋지요. ㅋㅋ”
그러나 정호는 조선족을 깔보는 거 같아 슬그머니 아니꼬왔다.
“그게 그게겠지. 기생년 주제에 민족기시를 해?”
욕설을 퍼부우려다가 웃는 낯에 침을 뱉을 수 없어 그만뒀다.
그는 점잔을 빼면서 될수록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해유. 일본에 와서 일본 아가씨를 맛봐야죠. 일본 년들 거기에 황금테라도 둘렀나? 우리 겨레 아가씨들을 깔보는 섬나라 오랑캐년들 죽여줘야지!”
“오빠, 대륙 동포 같은데요. 불쌍한 누이를 좀 도와주면 안돼요. 그게 겨레애 있는 사내재장부라요.”
정호는 그저 지나갈 순 없어 아가씨를 따라 들어갔다.
“고마워요. 오빠, 잘 모셔드릴게요.”
아가씨는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곱게 인사했다.
비좁은 단칸방에는 아가씨들이 여럿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정호가 들어서자 눈인사를 하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아가씨는 다른 방에 가서 화복을 벗고 짧은 치마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그녀는 정호 팔을 끼더니 침대 쪽으로 안내했다.
"이름 뭐라고 부르지?”
"미희라고 불러요."
"어디서 왔지?"
"부산에서 왔어요. 저기 일본 대마도 알죠? 저의 고향 대마도에서 별로 멀지 않는 어촌마을에 있으니께."
"오- 그래?"
순간, 정호는 번개불처러럼 피뜩 령감이 떠올랐다.
(미희하구 련계해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가면 어떨가? 그래.)
그는 눈이 새까맣게 기다릴 나영의 청포도눈이 떠올랐다.
그는 앞날에 리용가치를 따져서 미희한테 백딸라짜리 두장을 꺼내들었다.
아가씨는 짧은 치마를 훌렁 들어보이며 꼬셨다. 부드러운 연분홍네온등 불빛아래 하얀 허벅다리가 매력의 꼬리를 쳐들고 하느작거렸다.
“아니오. 이 돈 받소. 친누이 같애 차마 못 그러겠소.”
“아니, 무슨 일 그리 급해요.”
아가씨는 눈이 데꾼해 이상하게 정호를 여겨보았다.
“혹시 무슨 힘든 리유라도 있는가요?”
정호는 딸라 두장을 뿌려주고 나오며 정색해 말했다.
"후에 무슨 일 있으면 올게."
 아가씨는 딸라를 주어들고 흔들면서 "오빠, 일 있으면 꼭 저를 찾으세요." 하고 간드러지게 소리쳤다.
그녀는 자못 아쉬운지 거듭 허리굽히며 인사했다.
 "딸라 고마워요. "
캐득캐득, 키득키득.
등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정호는 옆방 문 앞에 가서 일본 아가씨들한테 눈길을 돌렸다. 화려한 화복차림의 일본 아가씨 걀죽한 외씨얼굴이 꽤나 이뻤다.
일본 아가씨는 여우처럼 해쭉거리며 꼬리를 살래살래 저었다.
“어서 오세요. 아니(오빠)상, 잘 모셔드릴게요.”
"이름이 뭐지?"
"사꾸라예요."
정호는 다짜고짜 사꾸라를 보고 호통쳤다.
“너네 일본 년들이 금테라도 둘렀니? 뭐 그리 대단해 만엔이나 더 받아? 기생 주제에  민족기시를 다 해?!”
“웬 놈이 떠들어?!"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 
정호가 홱 돌아섰다.
웬 무사 화복차림의 일본 사내가 비수를 뽑아들고 퉁사발눈을 부릅뜨고 고함치며 다가왔다.
"더러운 죠센진, 우리 일본 아가씨를 지껄여? 흥! 어디 죽어봐라."
미희랑 사쿠라랑 숱한 기생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구경했다. 일본 사내들이 아니꼬운 눈길로 정호를 쏘아보았다.
정호는 또 관용된 반격동작을 했다.
"아니, 제발 살려주소. 이 배낭 안의 금은보화 줄게."
"뭐? 금은보화?"
"예, 예. 꺼내 줄게."
정호는 배낭을 내려 열고 금팔찌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 놈은 멋도 모르고 다가와 비수를 내리며 손을 내밀어 금팔찌를 받아쥐려고 했다.
순간, 정호는 번개같이 날아오르며 발길을 날려 비수를 차 떨구었다. 거의 동시에 무릎으로 턱주가리를 걷어차올렸다.
"억!"
그 놈은 허리를 굽히며 비명을 질렀다. 
"얏! 태권!"
정호는 씽 한고패 몸을 돌리며 그 놈의 아래배를 걷어찼다.
"억!"
외마디비명소리와 함께 그 놈은 보기좋게 푹 꺼꾸러졌다.
정호는 하늘로 씽 날아올랐다가 뛰여내리며 무릎으로 그 놈의 옆구리를 꽝 짓쫗았다.
그 놈은 죽는 소리를 지르며 까딱하지도 못했다. 아마 륵골이 몇대 분질러졌을 것이다.
"조선 사람들을 다시 기시해봐라! 죽여치운다. 흥! 더로운 일본 놈새끼. 퉤!"
미희랑 사쿠라랑 정호 날랜 동작에 탄복해 혀를 끌끌 찼다.
그때 일본 사내들이 욱  달려들었다.
정호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씽-씽- 날아다니며 일본 놈들을 치고 차 눕혔다. 
삑- 삑-
경찰들이 호르래기를 불며 달려왔다.
그제야 싸움은 끝났다.
정호는 금팔찌를 주어 배낭에 챙기고 메고 골목으로 도망쳤다.

 
     한편 나영은 소피보러 간다던 정호가 인차 들어오지 않자 버럭 초조해났다. 정호가 결산도 하지 않고 나갔기에 해물관에서 한발자욱도 나갈 수도 없었다.
(보나마나 또 일본 아가씨 맛보러 갔겠지.)
나영은 정호가 어떻게 거짓말 하는가 보려고 해물관 카운터에 가서 자기 지갑을 꺼내 결산해버렸다. 다행히 정호가 나눠준 비상용 딸라 한 묶음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카운터 보고 “피뜩 나갔다가 돌아와 먹겠으니깐요. 상을 치지 마세요.”라고 부탁해두었다.
뒤이어 그녀는 해물관에서 나와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큰길 맞은 쪽에  연분홍초롱불이 줄느런히 걸린 환한 골목이 피뜩 눈에 들어왔다.
“저기겠구나.”
나영은 도적고양이처럼 발끝걸음으로 맞은켠 골목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골목 한쪽으로 해 숨어 동정을 살폈다. 저쪽에서 변강쇠가 기생 골목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영은 황급히 기생골목에서 빠져나와 큰길을 건너왔다.
이윽고 정호가 해물관에 들어섰다.
나영을 흘끔 보니 홀로 고독하게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나영을 여겨보았다.
억지로 웃음짓는 나영의 까만 포도눈동자에 불타는 질투와 어두운 실망의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미안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나영은 억지로 격분을 갈아앉히며 나직이 말했다.
“소피 보러 간게 왜 그리 오래요?”
“어! 허허허.”
정호는 자리에 앉아 맥주잔을 들고 바깥을 내다보면서 번개같이 속궁리를 굴렸다. 
(금방 있은 일을 다 말할가? 한국 아가씨 미희를 만난 일만 말할가? 배를 타고 한국에 건너갈 일을 말해보느라고  늦었다고 훌 말할가?"
그러나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절대 말해선 안돼. 황선희를 봐라. 죽자살자 하던 년이 배신하잖았어? 나영이라고 례외겠는가. 나영이 배신하면 배를 타고 한국에 도망칠 길까지 막혀버려.)
      기실 정호는 황선희를 보고 한국 출국비자를 해라고 부탁해놓음으로써 딱 마치 오사카공항으로 해 한국에 도망갈 가상을 꾸몄다. 황선희가 고발해도 경찰들의 시선을 공항쪽으로 돌려놓고 한국 기생 미희와 거래를 해 배를 타고 한국에 도망칠 궁리를 했다.  
   그러나 정호는 나영한테 그런 말까지 하잖고 홀딱 벗겨질 거짓말을 했다.
“공중화장실찾기 힘들더구만. ㅎㅎ. 오래 기다리게 해  미안해.”
나영은 가랑잎으로 자기 눈을 가리고 야옹 하는 정호가 가소로웠다.
“아이스크림은?”
“추운데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나영은 단통 뽀로통해났다.
“제 좋은 멋에 내 부탁은 서울에 감투끈이 돼버렸군요.”
“아니야. 그만 급히 소변 보고 오다나니 깜빡 잊었어.”
“쳇!”
나영은 콧방귀를 뀌였다.
“이제라도 사올가?”
정호는 일어나기까지 했다.
“아니, 그럴 필요없어요.”
나영은 안팍이 다른 변강쇠 뒷모습을 밟아보고 실망했다. 순간 모든 믿음이 와그르르 무너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동영상을 찍은 걸 보이며 한바탕 해낼가 하다가 그만 두었다. 대신 에둘러 비양거렸다.
“소원 성취했으면 됐어요. 오줌을 쏴 씨원히 내싸고 나면 얼마나 씨원하겠어요? 안 그래?”
정호는 깜짝 놀랐다.
(다 눈치챘구나.)
정호는 몸둘바를 모르면서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실망의 포도눈동자를 보는 순간 마음 한쪽 구석이 좀 쓰르르해났다.
(별수 없어. 그렇다고 일본 아가씨를 놀지 않을 순 없지.)
그는 왕게 다리를 쑥 뽑아 나영의 입가에 가져다 주며 입을 틀어막으려고 서둘렀다.
“래일 교토 시내 쏘핑이나 하지. 화려한 옷 몇벌 사 입소.”
쏘핑한다는 말도 나영의 실망에 찬 포도눈동자를 가셔주지 못했다. 눈시울에 소외감과 실망감이 가득 찬 눈물이 그윽하게 담겼다가 수척해진 가냘픈 두 볼을 적시며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녀가 아찌 다 알겠는가,  일본 시내에는 도처에 기생집이 있어 소피 보는 시간이면 얼마든지 오입할 수 있다는 것을.
     기실 정호가 바라는 자유는 기실 일본에서처럼 성해방하고 섹스자유를 누리는 짐승 같은 본능적인 자유, 제일 저급적인 자유였다. 젤 추접스러운 자유가 아닌가. 
     나영은 정호의 우멍눈을 흘끔 쳐다보고 머리를 폭 숙이면서 한숨을 호- 내쉬였다.
   (변강쇠는 수캐야. 그저 수캐처럼 아가씨들이나 쫓아다니는 색마야. 성해방과 섹스자유를 선호하는 수캐에 불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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