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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33) 김장혁
2022년 08월 15일 11시 35분  조회:122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3
  
                                      김장혁

 
43. 사인정탐가

      붕붕-
     타성 경계선에 들어서는 령을 넘어 오토바이 한대가 수림이 뒤덮인 구불구불한 절벽령길로 달린다.   괴짜가 홀로 오토바이를 타고 사처를 두리번거리면서 달린다.
그가 살인혐의로 쫓기는 허병칠인가? 아니면, 강도로 추적받고 있는 오정룡인가?
다 아니다.
그는 “저승사자” 동의도 거치지 않고 부패분자 정호를 나포하러 떠난 괴짜, “사인정탐가”로 소문난 리성호였다.
정호가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 아닌 항상 령길로 도망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성호도 오토바이를 타고 령길로 달리고 있었다.
정호가 흉악범도 아니기에 성호는 비수 한자루도 몸에 휴대하지 않았다.
그가 들쑹날쑹한 절벽 위에 굽이굽이 난 령길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였다.
갑자기 손목시계핸드폰 벨이 울렸다.
성호가 핸드폰을 피뜩 들여다보니 최혜영의 전화였다.
성호는 오토바이를 세우고  전화를 받았다.
 
“최국장, 무슨 일이오?”
“오빠, 지금 어데 있소?”
성호는 거짓말을 했다.
“회사에 있소. 무슨 일이 있소?”
“거짓말, 어째 내 동의도 없이 타성까지 갔는가요? 그리로 가선 정호를 나포하지도 못해요.”
(내 핸드폰 위치를 봤나? 벌써 손금 보듯하는구나. 진짜 여래불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무슨 새 정보 있소?”
“금방 수분하해관으로 간 수사일군들한테서 전화 왔소.”
“뭐랍데?”
“근본 정호와 나영은 그리로 가지도 않았다오.”
“그럼 정호 시계 위치는 어디오?”
“수분하인데요. 정호 시계를 찬 자는 글쎄 로씨야 장사군이라오.”
“그럼 로씨야 장사군을 매수했단 말이오?”
“아니죠. 로씨야 장사군은 그 시계핸드폰을 어떤 중국 시계장사군한테서 샀다 해요.”
“그래?”
성호는 들을수록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럼 정호가 그 시계핸드폰을 고의로 로씨야 장사군한테 팔아 수사일군들을 미혹시키려 했단 말이오?”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시계핸드폰을 판 사람의 체모특징을 보면 정호 같지 않아요. 로시야 장사군 말에 의하면 키도 정호보다 퍽 훤칠하다고 했어요. 번대머리도 아니고. 이마에 기미도 없었다고 해요.”
“그럼 누굴가?”
“체모특징을 보면 허병칠이 아닌가도 의심돼요.”
“허병칠? 아니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럴 수 없소. 정호와 허병칠이 어떻게 함께 도망칠 수 있소?”
“정호가 허병칠을 불시에 재차 검거한 걸 보면요. 정호가 전날 허병칠을 검거한 시각에 허병칠을 우연하게 발견했을 수도 있죠. 가능하게 정호가 우리를 미혹시키려고 시계핸드폰을 고의로 허병칠한테 줬을 수도 있죠. 그들은 사제간이니깐요. 또 둘 다 추격받는 범죄자니깐요. 정호는 허병칠을 돕는 척하면서 시계핸드폰을 줬을 수도 있지요.”
“알았소. 정호는 반정탐능력이 강하구만. 새 정보 있으면 제때에 알려주오.”
“오빠, 어서 돌아오세요. 오빠 이 사건에 나서는 걸 동의하지 않아요.”
“난 사인정탐가니깐. 검찰원 비준받을 필요없소. 최국장은 내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잖소?”
“오빠, 돌아오세요. 괜히 흉악범한테 상하면 난 어떻게 살아요? 아니, 건 아니고…”
최혜영은 실수했다.
“다른 일 없으면 전화 끝는다. 갈 길이 바빠.”
“꼭 돌아오세요.”
“알았어. 끊는다.”
성호는 전화를 끊고 또 오토바이를 타고 령길로 달렸다.
빽-
오토바이가 급정거했다.
“아니야. 정호는 손목시계핸드폰으로 수사일군들을 미혹시키려 했어. 꼭 손목시계를 찬 자하구 반대방향으로 도망쳤을 거야.”
성호는 오토바이 머리를 돌려 오던 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황혼이 오토바이 앞길에 서서히 드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앞에서 오토바이 한대가 천천히 달려왔다. 오토바이를 탄 자가 복면하지 않았겠는가.
뒤에서도 복면한 자가 오토바이 타고 질풍같이 뒷따라 달려왔다. 성호는 복면한 강도들한테 앞뒤로 포위당했다.
빽-
맞은 켠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 갑자기 가로서며 앞길을 가로막아섰다.
성호는 날래게 그 오토바이를 피해 달렸다.
“서랏!”
오토바이 두대가 합세해 추격했다.
“배낭을 벗어놧!”
“살려줄게!”
성호는 바싹 뒤쫓는 두 놈을 피특 되돌아보았다.
두 놈은 시퍼런 비수를 빼들고 쫓지 않겠는가.
(참, 재수 없어!)
성호는 삼십륙계 줄행랑이 제일이라고 오토바이 유문발브를 힘껏 밟았다. 그러나 좀체로 그 놈들을 떼버릴 수 없었다.
커다란 비술나무에 거의 이르렀을 때였다.
오토바이 한대가 씽 달려와 성호 오토바이를 탁 들이받았다. 성호가 날래게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령길에서 허망 밀려나 절벽으로 미끌어져갔다.
순간 성호는 제꺽 몸을 날려 비술나무 가지에 매달리며 뒷놈한테 발길을 날렸다. 그 놈은 발길에 채워 어쩔새 없이 절벽 아래로 허망 쿵 떨어졌다.
그런데 성호도 너무 힘차게 발길질을 한 탓으로 허망 비술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때라고 다른 놈은 오토바이 앞대가리를 키보다 더 높게 쳐들고 비수를 휘두르면서 씽 성호한테  덮쳐들었다.
성호는 훌쩍 뛰여 옆으로 피하먼서 그 놈의 잔등을 걷어찼다. 강도놈은 제 힘에 저만치 날려나가 푹 쓰러졌다.
그놈도 헐찮은 놈이였다. 강도는 데굴데굴 구을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놈은 성호의 날랜 거동에 저으기 질겁했다. 그러나 시퍼런 비수를 빼들고 나무를 쳐다보며 허장성세를 부렸다.
“배낭만 던져! 그럼 살려준다.”
성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쳇,”
강도는 가까이에 태권도자세를 취하면서 다가서는 성호를 찬찬히 뜯어보더니 뒤주춤하는 것이였다.
(웬 일인가? 난 빈 손인데.)
성호는 의아해하면서 부지중 강도를 제압할 용기가 솟구쳤다.
그놈이 주춤주춤 하는 순간.
“얏!”
성호는 공중잡이로 강도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강도는 하늘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 허나 성호가 날린 뒷발질에 목을 강타당해 비틀거렸다.
“얏!”
성호는 재차 몸을 홱 돌려 날아오르며 원앙새다리를 날려 강도의 턱주가리를 걷어차 올렸다. 그 강도놈은 미처 손쓸새도 없이 썩박나무처럼 푹 꺼꾸러졌다.
“핫!”
성호는 재차 뛰여올랐다가 맹호처럼 락하하며 무릎으로 강도놈의 배를 꽝 내리찧었다.
“앗!”
강도는 밸이 다 터지는듯한 비명을 질렀다.
강도는 손사래를 쳤다. .
“그만, 그만! 형님! 제발 살려주오.”
아니, 조선말로 아우성치는게 아닌가.
“형님?”
성호는 복면한 보를 훌 벗겼다.
“아니, 이게!”
그 강도놈은 오정룡이 아니겠는가.
“야, 이 놈새끼, 낸줄 알면서 비수를 휘둘러?”
오정룡은 상을 찡그리면서 변명했다.
“아, 형님, 잘못했소. 굴뱀형님, 형님인 걸 모르고, 참, 살 길이 없어 그랬소.”
“굴뱀이라니? 이 새끼! 누굴 골려?”
성호는 의아해하면서 주먹을 쳐들었다.
“아니, 형님이 시내에 소문난 굴뱀이란 거 누가 모르오?”
그러자 성호는 주먹을 내리웠다.
(이 새끼, 내 승호인가 하는구나.)
      성호와 동갑내기 친조카 승호는 생김새가 똑 같아 쌍둥이 같았다. 승호는 시내에서 소문난 싸움군 두목-굴뱀이였다. 승호네 싸움패거리는 어찌나 많은지 모두 그 무리와 승호를 굴뱀이라고 불렀다.
정룡은 지난 번에 정호와 함께 보마차에 둔 금은보화를 찾으러 온 성호를 피뜩 본 적이 있었다.
오정룡은 무릎을 접고 앉으며 절벽 아래를 가리켰다.
“저 아래 놈은 누구냐?”
“저, 저,”
“말하지 말라!”
절벽 아랫 놈이 살았는지 고함쳤다.
성호는 오정룡을 놓고 절벽에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절벽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서 절벽에서 떨어진 강도놈은 요행 살아남은 것 같았다.
그 놈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도망치려고 시도했다.
“서랏!”
성호는 독수리처럼 두 팔을 활짝 펴고 나래치듯하면서 절벽에서 날아내려갔다.
“어디로 도망쳐?”
그는 맹호가 승냥이를 덮치듯 뒤쫓아가 종아리를 걷어찼다.
“앗!”
강도는 비명을 지르며 꼬꾸라졌다.
성호는 호랑이가 승냥이를 덮치듯해 그 놈의 손목을 비틀고 비수를 빼앗아냈다.
부르릉, 부르릉.ㅡ
그 틈에 절벽 위에 쓰러졌던 정룡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쳤다.
“서랏!’
성호는 갈범처럼 고함쳤다.
그러나 오정룡은 손까지 흔들면서 도망쳤다.
성호는 황급히 손목시계핸드폰을 쳐들었다.
“최국장, 여기서 강도 두 놈을 발견했소. 하나는 오정룡입데. 양, 즉시 수사일군들을 파견하오. 양? 몽땅 복면했소. 정호 같잖소.”
강도는 꺼꾸러져 다리를 붙들고 죽어가는 소리를 질렀다.
성호는 복면보를 훌 벗겼다.
“넌 누구냐?”
“몰라!”
“이놈, 혹시 허병칠 아니냐?”
“난 허병칠을 모르오.”
“그놈 낯을 동영상으로 좀 보기오.”
성호는 손목시계핸드폰을 강도놈의 얼굴에 들이댔다. 강도는 손으로 낯을 가리면서 반항했다.
성호는 무쇠주먹을 한대 꽝 안겼다. 그 놈은 맥주가리 없이 까무러쳤다.
최혜영 국장은 환성을 질렀다.
“허병칠이구만요. 그 놈은 명도다방 보스 정희를  살인했을 가능성이 있는 살인혐의자입니다. 당지 수사일군들이 그 곳에 곧 도착할 겁니다.”
“됐소. 이 놈을 여기에 결백해 놓겠소. 오정룡을 추격해야겠어.”
“그럴 필요없어요. 오빠, 곰이 옥수수 따듯 하지 마세요. 그 놈 놓치지 말고 딱  지키오. 정룡은 이미 그물에 든 고기니깐. 우리 수사일군들 손을 벗어나지 못하오.”
성호는 잔등에 멘 배낭을 내리워 바줄을 꺼내 허병칠의 손과 다리를 꽁꽁 묶어 커다란 버드나무에 얼기설기 동여놓았다.
다시 빈틈없는가 꼼꼼히 재확인하고서야 시름놓고 오토바이쪽으로 다가갔다.
      몇해 전에 그는 내몽골에 젖소장사를 하러 갔다가 강도놈들한테 붙잡혔댔다. 그때  강도들은 그의 손을 뒤로 결박해 고목에 매놓았댔다. 그러나 다행히 다리와 발을 묶어놓지 않았다. 강도들이 떠나간 후 그는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입으로 종아리 각반에 꽂아둔 비수를 간신히 뽑아내 바줄을 베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쳤던 것이다. 그 때 경험과 교훈에 근거해 성호는 강도의 손 뿐만아니라 다리와 발까지 꽁꽁 묶었던 것이다.
성호는 가까이에 있는 강도놈의 오토바이를 세우고 시동을 부르릉, 부르릉 걸었다. 그런데 바퀴가 오그라들어 좀처럼 달릴 수 없었다.
그는 먼 발치에 있는 자기 오토바이를 일궈 세웠다. 역시나 앞바퀴가 옥창이 돼버리지 않았겠는가.
“에이, 참 재수 없어.”
성호는 오토바이 바퀴를 탕탕 걷어차면서 한탄했다.
(이런 산골에서 오토바이도 없이 어쩐단 말인가?)
그는 한탄하며 절벽에 스적스적 다가갔다.
“이보소, 날 두고 어데 가오? 제발 가지 맙소!”
그때 허병칠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걸했다.
“주둥일 다물지 못해?! 정룡이 도망치는 날엔 주둥이를 찢어놓을테다!”
“이보, 이렇게 꽁꽁 묶어놓고 가버리면 여기서 승냥이 밥이 될게 아니오?”
성호는 되돌아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살인범놈아, 넌 어차피 죽은 목숨이야.”
허병칠은 주둥이를 다물지 않았다. 그는 필경 대학교 부교수 출신인지라 삼촌불란지설로 이놈 용감하기만 해보이는  성호를 얼리려고 들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여기서 개죽음당하긴 싫소. 당신과 난 원쑤진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지독하게 노오?”
성호는 절벽에 기어오르려다가 손을 뗐다.
(아니야. 혜영이 말처럼 곰이 옥수수 따듯 하지 말자. 저 놈을 지키는게 맞아. 괜히 오정룡도 붙잡지 못하고 허병칠마저 놓치면 어쩌는가? 혹시 부근에 숨어 있던 정룡이 저 놈을 풀어주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 또  진상도 모르는 행인이라도 저 놈을 풀어주면 어쩌지? 안돼.   황차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간 놈을 어떻게 두 다리로 따라잡는단 말인가? 그 새 벌써 십리도 너머 도망쳤겠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되돌아섰다. 그는 허병칠한테로 다가가다가 한가지 꾀가 피뜩 떠올랐다.
(혹시 오정룡이란 놈이 저 놈 허씨를 구하자고 돌아오지 않을가? 두 놈이 그런 의리까지 있는 사이일가?)
그는 번개처럼 속궁리를 돌렸다.
(충분히 있어. 아까 병칠의 이름을 물었을 때 오정룡은 끝내 대지 않았어.)
성호는 버드나무숲 속에 숨어 허병칠을 지키면서 수사일군들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작심했다.
그는 버드나무숲을 헤치면서 병칠을 묶어놓은 늙은 버드나무 가까이에 다가갔다. 그는 배낭에서 세수수건을 꺼내 허병칠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왜 이래?”
허병칠이 덴겁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주둥이를 틀어막아야겠다. 자꾸 주둥이질 하면 오정룡이 여길 오겠니?”
“가만! 내게 오정룡을 잡을 계책 하나 있습니다.”
“잔꾀를 작작 부렷!”
허병칠은 횡설수설했다.
“이보쇼. 남의 말 들어보지도 않고 입부터 막겠습니까?”
그러자 성호는 도리머리질하면서 입을 틀어막던 수건을 치웠다. 그는 허병칠한테서 새 단서를 알아보는 것도 무방하다고 여겼다.
“오정룡을 아는 사인가?”
“우린 동긴데 우연히 만났소.”
 황혼의 락조를 받으면서 버드나무숲이 무섭게 설레였다.
사실, 오정룡과 병칠은 초중 동기였다. 허나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였다. 허병칠은 초중 때부터 학급의 반장이자 공부도 학교에서 첫손 꼽히게 잘했다. 그러나 정룡은 공부는 꼴찌고 싸움에는 악돌이였다.
그후 허병칠은 대학으로 갔고 정호의 도움을 받아 예술학원 무용부교수, 학생부장까지 하면서 잘 나갔다. 그러나 오정룡은 놀부여서 노라리만 치면서 항상 형 오청룡 국장한테서 돈이나 얻어 쓰지 않으면 망아산에 가서 강도질이나 했다.
오정룡은 형의 불의지재를 받아 정호의 보마차랑 산 죄행이 드러나자 부랴부랴 이 곳까지 도망쳐 왔던 것이다. 그는 꼬리를 밟혔기에 망아산에서 지은 숱한 형사죄행까지 드러날가봐 겁났던 것이다.
오정룡과 허병칠은 우연하게 이 곳에서 희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허병칠은 정호가 준 돈을 다 쓰자 손목시계핸드폰마저 로씨야 장사군한테 몇푼 받지 못하고 눅거리로 팔아먹었다. 그 돈마저 며칠 가지 못해 바닥이 드러나자 또다시 강도질에 나섰던 것이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절벽이 드문드문 있고 비술나무숲이 우거지고 굽이굽이 굽인돌이 많은 이 령길을 강도질하기 제일 좋은 곳이라고 여겼다.  또 두 성의 경계에 시가지와 멀리 떨어진 심심산골이여서 수사일군들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그는 이 천혜의 강도질해먹을 령길 목을 지키면서 홀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면 복면하고 강도질했다.
어느 하루, 오정룡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 령길로 달릴 때였다. 맞은 켠에서 오토바이 한대가 마주 달려오고 있었다.
딱 이 늙은 비술나무 부근에서 복면한 강도가 비수를 빼들고 고함쳤다.
“살겠거든 길세나 내라!”
오정룡은 그 목소리가 퍽 귀에 익었다. 그러나 시끄러워 오토바이를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서랏!”
강도는 뒤쫓아오면서 비수를 휘둘렀다.
오정룡은 강도가 거의 따라잡기를 기다려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몸을 훌 일궈세우며 뒷발질을 날렸다.
강도 놈은 목을 채워 저만치 나가 동그라졌다.
오정룡은 오토바이를 버리고 갈범처럼 고함치면서 덮쳐들었다.
“가만! 정룡이 아니냐?”
“?!”
쓰러진 강도는 복면보를 훌 벗었다.
“아니, 병칠이 아니냐? 대학교수 이게 무슨 짓이냐?”
“그렇게 됐다.”
허병칠은 속사정을 제대로 다 얘기하지 않았다. 사기군한테 숱한 돈을 떼운데다가 고리대빚을 갚을 길이 없어 이렇게 됐다고 두루 거짓말로 둘러댔다.
오정룡도 두루 거짓말로 둘러댔다.
그들 둘은 신세타령을 한참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 의기투합돼 함께 강도질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대학교 학생부장이란 놈이 왜 명도다방에서 살인했는가?”
“절대 살인한 적이 없소. 다만 고리대빚을 갚을 길이 없어 이런 길에 들어섰을 뿐이오. 용사님, 날 도와주오. 우린 다 한 고향 사람, 그것도 조선족들이란 말이오.”
“닥쳣! 네놈들은 조선족을 팔아먹은 망종들이야.”
성호는 자기를 얕잡아보고 거짓말하는 허병칠이 가증스러웠다. 그는 이제 허병칠의 살인죄는 수사일군들이 심문해서 해명하리라고 생각했다.
“오정룡이 지금 어데 도망친 거 같은가?”
“픽! 내 어떻게 아오?”
“넌 총살받을 놈이야. 죽기 전에 오정룡이 도망친 곳이나 대라. 그러잖으면 진짜 승냥이 밥이 되게 이 무인지경에 묶으놓고 가버리겠어.”
허병칠은 성호가 오정룡을 추격하려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고개를 넘으면 타성 쪽이오. 한 50킬로메터 더 가면 자그마한 진이 있소. 우리 둘은 거기서 먹을 걸 사가지고 이 야산에 숨어 강도질했댔소.”
“정호를 봤는가?”
수사일군들이 심문해도 대답하지 않을 허병칠인데.
“봤으면 어째?”
“정호 지금 어데 있는가?”
“알면 대줄 거 같은가?”
“이놈 허허벌판에서 뼈다귀도 못 추리자고 이래?”
“픽!”
허병칠은 랭소했다.
“아무래도 죽을 놈, 이실직고해라. 정호 지금 어데쯤 갔을 거 같아?”
“어째 정호하구 묻지 못해?”
성호는 우격다짐으로는 안되자 언성을 좀 낮췄다.
“정호는 내 친구였어. 그는 죽을 죄도 지지 않았네. 만나서 자수하라고 권고하자고  그래.”
허병칠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호는 죽어 싼 놈이야. 날 다 물어먹은 부패분자야. 그놈이 아니면 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거야. 내 그놈을 죽여치우지 못하고 죽게 된게 한이야."
"네놈이 죽을 죄를 진 게 사실이구나. ㅋㅋ."
허병칠은  성호를 얼리긴 고사하고 살인죄를 자인하는 말 실수한 걸 알고 입에 빗장을 질렀다.
그때 최혜영 국장한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피뜩 보니 허병칠의 간력과 사회관계, 범죄혐의 등이였다.
인차 뒷따라 전화가 왔다.
“오빠, 수사일군들이 그리로 거의 도착하고 있소. 그쪽 지형특징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오.”
“여긴 두 성 접경지오. 절벽이 드문드문 있고 굽이굽이 절벽령길이오. 길 옆에 커다란 비술나무들이 가득하오. 내 길 옆에 나가 마중할게.”
“허병칠이나 잘 지키세요.”
“아니, 허병칠을 버두나무에 꽁꽁 묶어놓았으니깐. 여기 거의 도착하면 내 혼자 올라가 마중할게.”
“한 20분 좌우 있으면 수사일군들이 도착할 거요.”
“알았소.”
수사일군들이 온다는 말을 귀동냥해 들은 허병칠은 묶인 몸을 마구 비틀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이구. 날 풀어주오. 우린 원쑤진 일도 없는데 왜 이다지도 지독하게 노오?”
성호는 되돌아보며 물었다.
“정호, 봤니?”
“봤소.”
“어디서?”
“저 고개 넘어 강뚝에서 만냈댔소.”
성호는 한걸음 성큼 다가서며 물었다.
“지금 어데 있어?”
“아마 성내 지역으로 돌아갔을 걸. 나하구 반대방향으로 달아났으니깐.”
“그럴리야?”
성호는 의아해하며 또 물었다.
“혼자 도망쳤어?”
“아니, 오토바이에 녀자 하나 태우고  도망갔소.”
이때 경적소리 요란히 울렸다.
경찰차 두대가 먼 발치에서 굽이굽이 새뽀안 먼지를 흩날리면서 달려왔다.
"용사님, 날 풀어주오. 내 치워둔 금은보화랑 다 줄게."
"흥! 주둥일 다물지 못해?"
"아이고, 엄마, 내 죽게 됐소. 날 살려주오."
성호는 잽싸게 절벽을 톱아올라 늙은 비술나무 아래서 손을 휘저었다.
경찰차가 달려와 멈춰섰다.
경찰들이 경찰차에서 내려와 성호와 악수를 나누고 절벽 아래로 머리를 돌렸다.
뒤이어 수사일군들은 성호를 따라 바줄을 타고 절벽에서 내려가 허병칠을 버드나무에서 풀어내 차가운 쇠고랑일을 절컥 채웠다. 그들은 허병칠을 바줄로 묶은 채 절벽에 끌어올려 경찰차에 옮겨싣고 당지 공안국으로 쏜살처럼 달려갔다.
 다른 경찰차는 성호와 함께 새 단서에 따라 굽이굽이 절벽길을 타고 고개를 넘어 황혼의 락조가 비낀 수림 속을 헤가르며 타성 지역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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