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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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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1)
2018년 11월 08일 12시 27분  조회:1451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 1991년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하였고 료녕조선문보에서 전문을 련재했으며 연변인민방송국에서 2년 동안 련속랑독하였다.
      올해 10 25일은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전쟁 참전기념일이다.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참전 68주년을 기념하여 장편실화소설을 여기에 올린다.

 
 

       제1장 38선으로

 
               조선전선으로
 
       1950년 초겨울의 어느날, 심양시공안총지대 병사 리해식은 총가목을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소가툰역 부근에서 철도보초를 서고 있었다.
군용렬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심양역으로부터 단동 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달리는 렬차 우에 실린 대포들의 쳐들린 포신이며 렬차의 뙤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바깥을 내다보는 지원군 전사들의 어렴풋한 모습들이 피끗피끗 스쳐지나갔다.
(후- 남들은 양키놈들을 족칠텐데. 난 뭐람!)
조선전선으로 달려나가는 군용렬차들과 전사들은 멀리 눈바램하는 해식의 입으로는 가느다란 한숨이 새여나왔다.
해식이 보초근무를 마치고 련부 사무실로 찾아갔을 때였다. 때마침 부련장 겸 당지부 서기인 임안리가 조선지도를 펼쳐놓고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부련장, 지원군에 보내주십시오.”
임안리 부련장은 지도에서 눈을 떼고 해식의 아래우를 훑어보더니 입을 뗐다.
“허, 또 전선으로 가려는 동무 하나 더 불어났구만. 이제 금방 최천보도 왔댔소. 난 동무들의 심정을 리해하오. 그런데 지방부대에는 아직 전선에 나가라는 명령이 내리지 않았소.”
“아니, 부련장, 양키놈들이 문 앞까지 쳐들어왔는데 이렇게 뒤에서 보초나 서랍니까? 안됩니다. 지원군에 보내주십시오. 통쾌하게 양키놈을 족치겠습니다.”
임안리 부련장은 고뿌에 김이 물물 나는 뜨거운 물을 부어 해식한테 내밀고 자기도 한고뿌 부어 들었다.
“낸들 어째 조선전선에 달려나가고 싶잖겠소? 그러나 군용철도를 잘 지키는 것도 조선을 지원하는게 아니겠소?”
그는 시무룩이 웃으면서 마치 해식의 얼굴에서 대답이나 찾으려는듯이 그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였다.
“알만합니다.”
해식은 나직이 대답하고는 물도 마시지 않고 고뿌를 가벼이 내려놓고 련부 사무실 문 밖을 나섰다.
그는 숙사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지도 않고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나는 구사회에서 쓰디쓴 맛을 다 보았다. 이제 금방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니 양키놈들이 조선에 전쟁의 불길을 질렀다. 만약 양키놈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우린 또다시 쓰라린 구사회로 돌아가게 될게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해식의 눈에 불이 이글거렸다. 눈 앞에서는 지나간 쓰라린 회억이 영화필림처럼 스쳐지나갔다...
리해식은 조선 락동강반의 한 가난한 농민가정에서 태여났다. 해마다 락동강의 큰물피해를 입어 고향의 농사군들은 입에 거미줄을 칠 지경이였다. 락동강 강물은 불고불어 성난 사자처럼 헐망한 강뚝을 떠박지르고 마을에 덮쳐들었다. 삽시에 마을은 큰물 속에 잠기고 말았다. 올망졸망하게 들어앉은 초가집들은 큰물에 잠겨 모래무지처럼 무너졌다. 밥상이며 함지며 문짝이 물에 둥둥 떠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시름시름 앓던 아버지마저 한많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어머니는 네 자식들을 데리고 밥을 빌어먹으면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해식이 열살나던 해에 어머니는 자식들을 데리고 락동강반을 떠났다.
그들은 천신만고 끝에 압록강을 건너 중국 만주 영구지구에 이르러 괴나리보짐을 풀고 일제가 꾸린 영흥농장에 발을 붙였다. 그들은 일제의 가혹한 압박과 착취를 받으며 인간의 최하층에서 굶주린 생활을 하면서 겨우 연명하였다.
일제가 패망한 후 그들은 한두해 더 벌어가지고 정든 고향을 찾아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국민당군이 영구에 등륙하여 논밭에다 진지를 만들고 포사격을 해댔다. 그리하여 논밭에는 포탄구덩이가 벌둥지처럼 가득 패웠다.
농사군들은 눈을 펀히 뜨고 파괴돼가는 논밭을 멍하니 바라보면서도 어쩌는 수 없었다. 이태동안이나 농사를 하나도 짓지 못하였다.
해식은 소학교 4학년까지 다니고는 책을 집어던지고 형과 함께 여름이면 료하 동쪽에 가서 삯일을 찾아했고 겨울에는 얼어드는 두 손을 호호 불면서 갈대를 베거나 땔나무를 해다 팔아 입에 풀칠이나마 해나갔다. 그런데 그때 국민당통치구역의 물가는 날개라도 돋친듯이 하루에도 세번씩 날아올랐다. 해식과 형이 온하루 나무를 해서 몇십리 밖에서 영구에 메다 팔아도 수수쌀 몇근 밖에 살 수 없었다.
그만하면 꽃이였다. 나중에는 수수겨 몇근 밖에 살 수 없었다. 하여 온집 식구들은 수수겨떡을 목이껑껑 메게 넘기면서 살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민당군의 세금도 날마다 가중해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실로 가난한 사람들은 하늘에 오르려고 해도 날개 없었고 땅 속에 들어가려고 해도 문이 없었다.
1947년 겨울의 어느날, 해식과 형은 뼈 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무릅쓰고 동냥하러 나섰다. 한 마을에 이르러 땅거미질 때까지 밥 한술 얻어먹지 목하고 주린 배를 끌어안고 돼지굴에라도 들어가 자려고 찾아헤맸다.
“누구얏?!’
졸지에 고함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두리모자를 박아쓴 국민당군 졸개들이 절컥절컥 총탄을 재워들고 덮쳐왔다.
그 놈들은 총박죽으로 멍해 서 있는 그들 형제의 옆구리를 탁 치고는 몸수색부터 해댔다. 헛물을 켠 놈들은 해식의 형제 손바닥에 총을 다루어 장알기 박혔는가고 만져보았다.
꼬리를 잡지 못한 놈들은 그들의 귀뺨을 찰싹찰싹 쳤다.
“말햇!  팔로군 맞지? 엉?!”
한어거 서툰 그들 형제는 꺽꺽거렸다.
“오- 이건 뭐야? 응?”
이때 덧이가 난 장승 같은 놈이 형의 등짐에서 “영흥조선인교포자위대”라는 조선글이 박힌 완장을 들춰내 쳐들고 빈정거렸다. 그것은 8.15 직후에 마을에서 조직한 자위대에 참가했을 때 형이 탄 완장이였다.
“당나귀 떼질을 쓸텐가? 말햇! 팔로군 맞지? 엉?!”
무리승냥이 같은 놈들을 해식의 형제를 사정없이 치고 차댔다.
해식의 형은 원래 한어를 변변히 하지 못하는데다가 놈들이 미쳐날뛰자 당황한 나머지 더 꺽꺽거렸다.
그러자 키꺽다리놈은 퉁방울눈깔을 뚝 부릅뜨면서 허리춤에서 모젤권총을 빼들었다.
“말햇! 팔로군 맞지? 말하잖으면 쏴죽일테다!”
해식은 이젠 끝장이구나고 덜덜 떨었다.
뒤따라온 어머니랑 마을 사람들이 얼음장 같은 땅바닥에 꿇어앉아 통곡치면서 두 손을 싹싹 빌었다.
그러나 놈들은 고래고래 호통치면서 해식 형제 귀뺨을 쨩쨩 쳤다. 손바닥이 아프자 놈들은 손을 내밀게 하고는 허리띠로 미친듯이 쳤다.
쨩! 쨩!
해식 형제는 손이 아파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극악한 놈들은 해식의 언 뺨을 혁띠로 갈겼다.
놈들은 한식경이나 혹독하게 때리면서 고문해도 아무 단서도 쥐지 못한데가다 헐벗고 굶주린 해식 형제의 앙상한 몰골, 그리고 겁이 나서 벌벌 떠는 해식 형제를 보고는 또 한바탕 물매를 안기고는 놓아보냈다.
그후 해식 일가는 심양시 교외 조선족들이 모여사는 리석재촌에 왔다. 해식의 형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해식은 삯일을 찾아하면서 류리걸식하는 생활을 겨우 면하였다.
1948년 10월, 료심전역의 포성과 함께 리석재촌도 해방되였다. 해식이네는 논밭 3무와 초가집 구칸을 분배받았다. 해식은 마을의 7명 청년과 함께 해방군에 입대하였다…
(그렇다, 중국공산당 덕분에 우린 오늘이 있게 됐다. 절대 미제 양키놈들이 우리 행복과 조선 인민의 보금자리를 짓밟게 할 수 없다. 나는 전 련에서 선참으로 입당했고 또 모범당원이 아닌가! 꼭 지원군에 나가야지.)
해식은 뜬눈으로 온 밤을 보내다싶이 하였다. 실로 엄동설한의 추위를 맞본 사람만이 봄날의 따사로움이 귀한줄 더 잘 알기 때문이였다.
어느덧 창 밖이 희붐이 밝아왔다.
해식은 이불을 차고 곧추 련부 사무실로 달려갔다.
때마침 임안리 부련장이 대야에 세수물을 떠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부련장, 날 지원군에 보내주십시오.”
임안리 부련장은 버릇처럼 시무룩이 웃었다.
“진짜 질기구만. 상급에서 지시가 있을 때 동무 요구를 우선 고려해주지. 돌아가오.”
“에이 참!”
해식은 어깨가 축 처져 숙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였다. 해식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임안리 부련장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기쁜 소식이오. 동무는 지원군에 나가게 되였소.”
“네?”
해식은 혹시 잘못 듣지나 않았는가 해 임안리 부련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허허.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오. 지금 지원군엔 동무처럼 조선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수요된다오. 련부에선 우리 련의 조선족전사들을 몽땅 지원군에 보내기로 결정했소.”
“경롓!’
해식은 임안리 부련장에게 거수경례를 올린 후 어찌나 기뻤는지 그의 두손을 붙잡고 껑충껑충 뛰였다.
련부에서는 조선전선으로 나가는 20여명 조선족전사들에게 기념품으로 일기장과 원주필 하나씩 나눠주었다.
련부 문화교원 마지방은 해식의 일기장에 다음과 같은 제사를 써주었다.
“비굴하지 말고 위무가 당당하라. 부화방탕하게 살지 말고 고결하게 살라.”
그 의미심장한 글발들은 몇십년이 지난 오늘까지 해식의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지원군에 입대해 심양시를 떠나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조선전선으로 나갈 때 비밀을 지키라는 지시가 있었기에 해식은 어머니한테 편지 한장도 못하였다.
 
           철혈산혈전
1950년 11월 13일, 심양시공안총지대 리해식을 비롯한 30여명 조선족전사들은 군용렬차를 타고 심양을 떠나 압록강철교를 지나 조선전선에 나갔다.
그들은 전선에 나가자마자 지원군 모 사단의 번역원으로 배치받았다.
리해식은 중국인민지원군 594퇀 제2영 6련에 배치됐다.
후리후리한 지도원 가수걸은 그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환영하오. 리동무, 갓 강을 건너왔을 때 조선말을 아는 동무가 없어서 정말 답답했소. 이젠 잘 됐소. 손시늉을 하지 않아도 되겠군.”
해식은 그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번역도 아주 어깨가 무거운 임무라는 것을 못내 느끼였다.
그가 전선에 나가서 얼마 안돼 11월 25일 황혼무렵에 제2차 전역의 첫포성이 울렸다.
제2차 전역에서 리해식 소속 군단의 전투임무는 태천지역으로부터 괴뢰군 제1사단과 미군 제24사단에 반격을 가하면서 창동과 고성동, 룡산동 방향으로 무찔러나가는 것이였다.
아군이 이 전역에서 거둔 승리는 쉽게 이뤄진 것이 아니였다. 가장 치렬한 전투는 아군 모퇀 1영 기관총련에서 벌린 “철혈산혈전”을 꼽을 수 있다.
부대의 앞장에 선 기관총련의 용사들은 뼈속까지 오싹 스며드는 찬바람을 무릅쓰면서 무거운 중기관총을 둘러메고 발목을 넘는 굳은 눈을 밟으며 자동차에 앉아 도망치는 적들을 두다리로 산마루를 넘어 지름길로 번개같이 추격했다.
태천군 소재지까지 추격해 갔을 때였다. 그들은 드디여 미군 제24사의 퇴각을 엄호하는 남조선군 1개 련대의 꼬리를 밟았다.
적들은 캄캄한 밤이여서 아군 병력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쿵쾅! 쿵쾅!
꽈르릉 꽝꽝!
포탄이 사처에서 폭발하자 적군은 대부대가 추격해온줄로 여기고 선불맞은 노루처럼 무리를 지어 꼬리빳빳해 도망쳤다.
기관총련의 용사들은 도망치는 적들을 바싹 추격해가며 기관총으로 몰사격을 퍼부어 무리로 쓸어눕혔다.
어느덧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왔다.
그제야 적들은 아군 병력이 고작 한개 련(중대)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고 아군보다 10배나 되는 한개 련대(퇀)의 병력으로 진공대형을 갖추고 우회포위하면서 공격해왔다.
급변한 적정에 직면해 요충의 련장은 과단성 있게 팔을 홱 휘둘렀다.
“빨리! 동쪽 산마루를 점령할 것!”
전 련 용사들은 기관총을 둘러메고 그리 높지 않은 산봉우리를 번개같이 점령하였다.
용사들은 결사전을 벌리려고 산봉우리에 곡괭이로 언 땅을 파고 구으는 돌이며 끊어진 나무며 날라다가 진지를 만들었다.
꽝! 꽝!
포탄이 아츠런 소리를 내면서 씽- 씽- 날아와 그들의 주위에서 폭발하였다.
소나무 가지들이 뭉청뭉청 끊어져 마구 날렸고 온 산은 불바다로 됐다. 불길과 연기가 하늘을 꺼멓게 불태우면서 타래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미제의 쌕쌔기가 산봉우리를 스칠듯이 날아다니면서 기총소사를 하였다.
약이 오른 전사들은 경기관총을 들고 적기를 몰사격했다. 질겁한 적기는 저공비행을 하지 못하고 아무데나 폭탄을 마구 내리던지더니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적들의 포격이 멎었다. 용사들은 무너진 엄페진지를 다시 구축하였다.
교활한 적들은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있는 정면으로는 덮쳐올라오지 못하고 밋밋한 뒤쪽으로 엉금엉금 기여올랐다.
“개놈들, 박격포 맛이나 봐라!”
박격포수 동세동은 포탄이 놈들 속에 면바로 날아가 폭발하지 않는 것을 보고 두손으로 박격포 포신을 부여잡고 쏘아댔다.
꽝! 꽝!
그가 쏜 포탄이 련속 놈들 속에 날아가 작렬하였다. 동세동은 손이 데자 팔소매로 포신을 싸쥐고 전우더러 계속 포를 쏘게 하였다. 련속 30여발의 명중포탄을 맞은 적들은 10여개 주검을 남기고 뿔뿔이 흩어져 산아래로 달아났다.
요련장은 손수 동세동의 맨 손에 붕대를 감아주면서 말했다.
“잘 족쳤소.”
이때 산 아래에서 요란한 엔진소리가 울려왔다. 적병들이 땅크와 장갑차 여라문대 뒤에 새까맣게 붙어 고지를 향해 진공해왔다.
요련장은 침착하게 박격포패 리천명 패장과 대책을 상론하였다.
꽝!
그때 산아래에서 요란한 폭음과 함께 맨앞에서 덮쳐오던 적 탱크가 무한궤도가 툭 끊어져 그 자리에서 뭉개고 있지 않겠는가.
알고 보니 1반 전사 리금명이 산 아래 길옆에 굴러내려가서 묶음수류탄을 던졌던 것이다.
뒤에서 달려오던 땅크(탱그)들은 길이 막혀 더 앞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산골짜기가 떠나게 엔진소리를 낼뿐이였다.
“잘 족쳤다!”
요련장은 주먹으로 땅바닥을 탁 치면서 기뻐했다.
뒤이어 그는 전 련의 실력을 보존하려고 놈들이 재진공하기 전에 2패와 3패는 포위권을 뚫고나가 적들을 족치라고 명령했다.
2 패와 3패 용사들은 영용하게 싸우면서 적들의 포위권을 뚫고나갔다.
요련장은 고지에 남은 1패의 매개 반에 투탄소조를 하나씩 배치하였다.
뒤이어 그는 팔소매를 걷어올리더니 근육이 불뚝불뚝한 팔을 휘두르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명령하였다.
“동지들, 탄약을 절약하라. 놈들이 가까이 오기 전엔 사격하지 말라. 무리죽음을 안기지 못할 땐 수류탄을 뿌리지 말라.”
적들이 돌격해오자 용사들은 명중탄을 안겼다.
적들은 번마다 용사들의 진지 앞에 무리주검을 남겼다. 200여명이나 목숨을 잃고 나머지 800여명 적들은 해가 서산에 기울기 시작하자 최후발악하면서 재진공하였다.
40배도 넘는 적들은 수적우세를 믿고 한개 패도 안되는  20여명 아군의 진지를 무리승냥이들처럼 덮쳐왔다.
용사들은 적개심이 이글거리는 눈길로 적들을 노려보면서 기관총에 탄알을 재우고 수류탄 도화선고리에 손가락을 걸었다.
이때 요련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용사들, 조국과 조선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침략자들과 생사결판을 낼 때가 닥쳐왔습니다. 동지들, 침략자를 호되게 족치라! 사격!”
요련장의 명령소리가 떨어지기 바쁘게 용사들은 놈들에게 일제히 불벼락을 안겼다.
몇십배나 되는 적들은 삼단처럼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 우를 넘고 넘어 아군 진지에 아득바득 덮쳐왔다. 벌써 어떤 진지에서는 몇십명 적들이 2명 밖에 안되는 전사들과 육박전을 벌리고 있었다.
적들의 공중날강도들도 고지 우로 날아다니면서 폭탄을 떨구었다. 폭탄이 작렬하는 소리, 함성소리, 비명소리로 고지는 떠나갈듯하였다.
머리에 중상을 입은 강세동은 벌건 피가 붕대 밖으로 훌러 얼굴을 덮었건만 반자동보총을 휘둘러 놈들을 무리로 쓸어눕혔다.
복부에 중상을 입은 부지도원 고성운은 왼손으로 배 상처구멍을 누르고 오른손에 모젤권총을 들어 고지에 다가드는 놈들에게 명중탄을 안겨 다섯이나 꺼꾸러뜨렸다.
일당백의 용사들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놈들은 무리주검을 남기고 산중턱까지 흩어져 도망쳤다.
그런데 아군 고지에는 박격포 포탄 세발, 기관총 탄알 반배짐, 수류탄은 한 사람 앞에 하나도 되나말가하게 밖에 남지 않았다.
산중턱까지 도망친 적들은 괴수가 휘두르는 권총 앞에서 또다시 고지를 향해 엉금엉금 기여올라왔다. 정황은 매우 위급하였다.
요련장은 피뜩 고지에 널린 돌멩이를 보고 용사들에게 명령하였다.
“동지들,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영광을 떨칠 때가 닥쳐왔습니다. 탄알이 없으면 돌멩이로 원쑤놈들을 까라! 돌멩이가 없으면 삽과 곡괭이로 찍으라!”
용사들은 돌멩이를 진지 앞에 모아놓고 덮쳐오는 적들을 노려보았다. 놈들이 질겁한 눈길로 진지를 노려보면서 한발작 한발작 다가왔다. 50메터, 30메터, 20메터.
“쐇!”
요련장의 명령과 함께 명중탄이 날아갔다. 놈들은 보기 좋게 시체 우에 겹겹이 쓰러졌다. 놈들의 더러운 피는 눈덮인 산중턱까지 뻘겋게 물들어갔다.
수류탄과 탄알이 다 떨어지자 용사들은 돌멩이를 내리뿌려 원쑤들의 대갈통을 까부셨다.
산 아래로 도망치던 적들은 총소리가 들리지 않자 처음에는 멍해 고지를 쳐다보았다.
“빨갱이들이 탄알이 떨어졌다! 돌격!”
적들은 또다시 무리승냥이처럼 고지로 기여올라왔다.
포화에 그은 어둑시그레한 해는 서산에 걸려 불타는 황혼빛을 보내왔다.
요충의 련장은 황혼빛에 뻘겋게 번쩍이는 놈들의 총칼을 날카로운 눈길로 쓸어보면서 용사들에게 명령하였다.
“동지들, 적들을 얽어매는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날 따라 포위를 뚫고 나갑시다.”
요련장은 복부에 중상을 입은 부지도원 고성운동지를 둘쳐업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고성운 부지도원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글렀소. 날 내려놓고 전사들을 지휘해 포위를 돌파하오.”
요련장은 눈물이 글썽해 전우를 내려다보았다. 고성운의 옷은 피투성이 돼 있지 않겠는가.
조국대지로부터 조선전쟁터까지 오래동안 어깨겯고 싸워온 로전우를 차마 두고 가기 마음이 쓰라렸다.
나머지 전우들을 지휘하려고 부득불 밸을 끊는듯한 애절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요련장은 머리를 홱 들더니 허리춤에서 모젤권총을 꺼내 휘두르며 명령하였다.
“동지들, 날 따라 돌격!”
요련장과 지도원이 앞장서 돌격하면서 모젤권총으로 여러 놈을 쏴눕혔다. 적들이 질겁해 뒤주춤 하는 새에 용사들은 함성도 드높이 날창과 삽, 곡괭이로 적들을 찌르고 찍어 눕혔다. 용사들은 쓰러진 적들의 시체에서 돌격총을 빼앗아 사격하면서 철거하였다.
용사들은 끝내 혈로를 뚫고 2패와 3패 용사들과 회합해 유리한 진지에로 이동하였다.
부지도원 고성운은 피가 랑자한 고지 땅바닥에 엎드려 생명의 최후 안깐힘을 다해 모젤권총을 들어 적들을 쏘아눕혔다. 그는 적들을 자기한테 유인하면서 동지들의 포위돌파를 엄호하였다.
무리승냥이 같은 적들이 우르르 덮쳐들자 그는 모젤권총 방아쇠를 련속 당겨 네놈이나 쏴죽였다. 몇놈이 덮쳐들어 그를 붙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는 모젤권총에 남은 마지막탄알로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후에 안 일이지만 당지 조선인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고성운 등 지원군렬사들의 유체를 산꼭대기에 안장하였꼬 지원군렬사들의 영웅사적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하여 이 무명고지를 “철혈산(铁血山)”이라고 이름을 고쳐지었고 산꼭대기에 높디높은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남조선특무
태천을 점령한 아군 제2영은 박천으로 퇴각하는 미군 24사의 뒤꽁무니를 꽉 물고 바싹 추격하였다.
날마다 미군의 숱한 폭격기들이 날아와 교통요로를 폭격해 아군의 추격을 막아보려고 미쳐날뛰였다. 그리하여 아군은 대낮에는 공중날강도들의 푝격을 피해 산림이나 살골짜기에 숨어 쉬고 밤이면 야음을 타서 남으로 적들을 추격하였다.
캄캄한 야밤에 눈덮인 가파로운 령마루를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오르내리거나 살얼음이 진 강을 발목까지 빠져 발을 얼구면서 건넌다는 것은 진짜 힘겨운 일이였다. 특히 강에 놓인 얼음이 깔려 매끌매끌한 돌징검다리를 건너기란 실로 어려웠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돌징검다리에서 미끌어져 살얼음이 간 차디찬 강물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시간을 다투는 추격의 길에서 언제 양말을 벗어 물을 짜서 신을 새 있겠는가.
잠간 지나면 양말과 신, 발이 한데 얼어붙어 너무 발이 아파 입술을 깨물고 걸어야 했다. 날이 밝아야 아군 전사들은 신을 벗어 피묻은 양말과 발을 세간내울 수 있었다.
그러나 대낮에 흰눈이 뒤덮인 산림 속이거나 산골짜기에 숨어 있기란 야간추격보다 더 어려웠다. 온몸이 추위에 와들와들 떨리고 젖은 신발이 얼어들어 발가락이 바늘로 찌르는듯이 아파났다.
전사들은 랭장고처럼 차디찬 눈덮인 산골짜기에서 추운대로 양지쪽에 모여 흰 위장포를 쓰고 둘러앉아 쪽잠을 잤다. 어떤 전사들은 큰 바위돌 밑의 눈을 치고 마른 나무가지나 풀을 주어다 깔고 누워 잤다. 어떤 전사들은 몇몇씩 짝을 무어 이불짐을 풀어 펴고 잔등과 잔등을 맞붙혀 온기를 느끼면서 쪽잠을 잤다. 이런 판에도 이불짐을 진채 눕자마자 코를 드렁드렁 고는 잠꾸러기들도 있었다.
어느날, 해식은 풋잠이 들가말가했는데 눈보라가 확 얼굴을 더피는 바람에 “흑-” 하고 잠을 깼다.
그는 우들우들 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언 발을 녹이려고 발을 구르면서 서성거렸다.
그때 사무장이 두 손을 호호 불면서 다가왔다. 련장은 찬 해볕에 양망을 말리우고 있었다.
그는 련장한테 다가가 지청구를 들이댔다.
“련장, 저아래 초가집이 보이지 않습니까? 물이나 끓여 오랍니까? 전사들이 미시가루라도 먹게.”
련장은 양말을 신으면서 한마디로 툭 잘라버렸다.
“안되오. 방공기률에 어긋나오.”
면도칼날 같은 성격의 련장을 아는지라 사무장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맥없이 돌아섰다. 그는 눈을 한웅큼씩 쥐여 입에 넣으면서 마른 미시가루를 삼키는 전사들을 돌아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애타게 기다리던 밤은 드디여 오고야 말았다. 하늘에 총총한 별들도, 서쪽 하늘에 걸린 눈섭달도 추위에 바르르 떨며 찬빛을 야밤 상공에 뿌렸다.
아군 전사들은 눈을 툭툭 털고 일어나 행장을 잘 꾸며 메고는 또 추격의 길에 나섰다. 보무당당히 산에서 내려 전진하는 대오는 실로 산에서 내린 맹호가 앞으로 내달리는듯하였다.
12월 초순 2영은 적들을 추격하여 청천강 북안에 이르렀다.
어느날,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올 때였다. 우리 대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흰 한복을 입은, 마흔살 푼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잔등에 보짐을 메고 척후반 앞에 나타나 이쪽으로 눈길을 흘끔흘끔 주었다.
(어째 이런 곳에 불쑥 나타났을가?)
척후반 반장은 괴이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쏜살같이 뛰여가 그 사내를 붙잡았다. 그 사내는 못마땅한듯 자기 팔을 붙잡은 반장의 손을 마구 뿌리쳤다. 말이 통하지 않아 반장은 뒤따라오는 영부 쪽으로 손가락질하면서 팔을 잡아끌었다. 그사내는 별 수 없다는듯 한숨을 후- 내쉬더니 머리를 떨구며 앞에서 느릿느릿 걸었다.
진영장은 그 조선사내의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흰한복을 입고 흰머리수건을 쓴 걸 보니 농사군 같았다. 그러나 진영장은 경각성을 늦추지 않았다.
“뒤에 전할 것, 6련 리번역 빨리 오라!”
6련이 제일 뒤에 섰기에 영장의 명령이 전달돼오자면 앞에 선 숱한 전사들의 입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어느 전사가 틀리게 말을 전달했는지 6련에 전달됐을 때에는 왕청같게 번져졌다.
“6련 리발원 빨리 오라!”
6련 리발원은 밤중에 무슨 리발인가고 이상하다 하면서도 바삐 대오 중간에 있는 영지휘소로 달려갔다.
“보고! 진영장, 날 찾았습니까?”
리발원을 보자 영장은 버럭 성을 냈다.
“리번역을 오라 했지. 언제 동물 오라 했소? 흥! 빨리 리번역을 오라고 하오.”
“하하하.”
“허허허.”
대오에서 일대 폭소가 터졌다.
워낙 영에서는 모두 리해식을 헐하게 “리번역(李翻译)”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리발원(理发员)이란 한어발음이 “리번역(李翻译)”이라는 한어발음과 비슷하여 이런 희극이 벌어졌던 것이다.
리발원은 영장에게 코를 떼우고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련부에 달려와 련장에게 금방 영장의 말을 전하였다.
“하하하.”
“허허허.”
또 술렁거렸다.
련부 통신원꼬마가 익살을 부렸다.
“여보게나. 이른새벽에 누가 놈들을 코 앞에 두고 머리를 깎는다고 헐레벌떡 뛰여갔는가. 공은 세우지 못하고 코만 떼우고 돌아오다니, 원, 사람두.”
대오 속에서는 또다시 웃음보가 터졌다.
리해식은 황급히 뛰여서 대오 중간에 있는 영부에 갔다.
“리동무, 저 사람이 의심스럽소. 좀 심문해봐야겠소.”
“예.”
처음에는 영장이 심문하면 해식이 번역하고 그 사내의 말도 한어로 번역해주었다.
“당신은 뭘 하는 사람이오?”
그 사내는 조선말을 하는 해식을 보자 얼굴에서 긴장한 빛을 저으기 가셔졌다.
“피난 나온 농사군이올시다.”
“어데서 사는가요?”
“당신들이 금방 떠난 마을에 있으니께. 자꾸 묻지 말라니께. 미국 놈들이 포를 쏴대니께 피난 나왔다이.”
해식은 영장에게 번역해줄 새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신네 집에는 식구 몇이오?”
“예? 예. 처자들 모두 다섯인뎁쇼.”
“그럼 당신만 포탄에 맞을가봐 나오고 처자들은 어쨌는가?”
그제야 그 자는 말이 빗나간 것을 깨닫고 겨울 개구리처럼 입에 빗장을 지르고야 말았다. 해식이 마을정황이랑 물어봐도 함구무언이였다. 말투를 보아도 남조선 경상도 말투였다.
영장은 해식의 회보를 듣고 그 자에게 날카로운 눈길을 박았다.
“못된 놈, 등짐에 뭣이 있는가 벗겨보오.”
“옛!”
해식이 그 자의 등짐을 벅겨 풀어헤쳤다. 영어가 박힌 고급권연 몇갑이 나왔다.
영장은 허리께로 점점 올라가면서 바르르 떠는 그 사내의 오른 손을 탁 쳐버리고 허리춤을 수색했다. 끝내 허리춤에서 날이 한뽐 반이나 되는 시퍼런 비수를 들춰냈다.
영장은 미국권연과 비수를 그 사내 코 앞에 대고 흔들면서 쇠덩이 구으는듯한 목소리로 질문하였다.
“이건 뭐냐? 그래도 떼를 쓸텐가?!”
그 사내는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영장은 경위원에게 명령하였다.
“이 놈을 퇀부에 끌어가시오!”
“옛!”
퇀부에서 심문한 결과 그 놈은 남조선 특무였다. 그 놈은 청천강 이북 지원군 정보를 수집할 임무를 맡고 파견되였던 것이다.
 
                          단지
      2영은 12월 중순의 어느날 새벽에 순천에서 10킬로메터 쯤 떨어진 한 작은 산골마을에 주둔하였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아 어둠컴컴하였다.
전사들은 이불짐을 풀지도 못한 채 조선 백성들의 집 구들에 털썩털썩 드러누워 코를 드렁드렁 골았다. 20여일 동안이나 계속 밤도와 급행군하면서 하루 밤도 온전히 자보지 못했기에 곤해빠졌던 것이다.
해식은 련장, 지도원, 련부 통신원과 함께 한 집에 들었다. 취사원은 잠기오른 눈을 쥐여뜯으면서 련지휘부가 든 집 앞에 가마를 걸고 밥을 지었다. 그도 어찌나 곤했던지 연신 하품을 하였다. 집 안에 든 해식이네도 하품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취사원은 어데 가서 얻어왔는지 돼지고기 몇근을 콩에 섞어 볶았다. 김이 문문 나는 밥과 구수하게 볶은 채를 퍼놓고 취사원은 통신원더러 각 반에 통지하라고 일렀다. 각 반에서는 스무날만에 처음 뜨끈뜨끈한 밥과 돼지고기채를 먹게 된지라 조선집들에서 큰 대야를 빌어 밥과 채를 타가면서 좋아 야단쳤다.
각 패에서 식사통지를 내고 련부에 돌아온 통신원은 밥과 채를 뜨려고 정지에 나갔다.
서른댓 되는 아주머니는 두 아이를 데리고 자다가 일어나 웬 일인가고 물었다.
조선말을 모르는 통신원은 그릇을 빌리라고 손시늉을 하였다.
잠을 덜 깬 아주머니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서 있었다.
그러자 통신원은 손전지로 여기저기 비추다가 구들머리에 둥글고 깊숙하게 생긴 질그릇을 손가락질하면서 빌려 쓰자고 손시늉을 하였다.
아주머니는 조선말로 뭐라고 하였다.
통신원은 손전지불빛에 비친 표정이나 말하는 어조를 보아서 빌리지 않으려는 것을 짐작하였다.
(젠장, 이까짓 질그릇 하나 빌려 안줘?)
통신원은 “쓰고 가져다주겠수다.” 하고 한어로 말하고는 제꺽 질그릇을 들고 나왔다.
아주머니는 뭘 하려고 그걸 들고 나가는지 몰라 궁금해하다가 되누워 잤다.
통신원은 질그릇을 들고 나와 그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취사칸에 가서 물을 부어 훌훌 휑구어내고는 밥과 채를 담아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자, 일어들 나서 따뜻한 밥이나 드시오. 돼지고기채도 있습니다.”
해식이랑 깨나보니 통신원이 어느새 돛천으로 문과 창문을 가리워놓고 기름등불까지 켜놓지 않았겠는가.
구수한 냄새가 나는 밥과 채 그릇이 구들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그들은 희미한 등불 밑에서 제 사발에 밥과 채를 담아 맛나게 실컷 먹었다.
그들이 숟가락을 놓자 통신원은 “남은 채와 밥을 뒀다가 래일 먹읍시다.”라고 하면서 질그릇에 담은 채와 밥을 출입문 웃문틀 우의 시렁 우에 올려놓고 보로 덮어놓았다.
이때 창 밖이 희붐히 밝아왔다.
그들은 공중날강도 습격을 피하려고 산으로 올라가려고 서둘렀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사이문을 열고 방 안에 머리를 들이밀고 두리번거렸다.
해식이 “뭘 찾습니까?”하고 묻자
아주머니는 “애들이 깨나서 오줌을 뉘여야겠는데 요강을 찾아요.”라고 했다.
“우리 방엔 없는데요.”
“아니예요. 날 밝기 전에 한 나어린 동무가 정지에 나와서 가져갔는데요. 내가 아무리 요강단지라고 해도 기어이 들고 올라갔어요.”
아주머니는 시렁 우에 올려 놓은 질그릇에 눈길이 미치자
“바로 저건데요.”
하고 말하면서 손으로 가리켰다.
해식이 련장과 지도원에게 번역해는 새에 통신원이 시렁 우에 놓인 질그릇을 내리웠다.
그들은 손전지불을 비추면서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글쎄 밥과 채를 담았던 질그릇 안에는 버캐가 싯누렇게 한벌 들어앉아 있지 않았겠는가.
그들은 메스꺼워 금방 먹은 것이 다 울컥 올라왔다.
련장은 통신원을 호되게 꾸짖었다.
“젠장, 물건을 빌어도 분수가 있지. 어쩜 요강단지에다 밥을 다 퍼오는가? 말을 모르면 리번역이나 깨울게지. 참.”
“리번역이 하도 달게 자서…”
꼬마통신원이 머리를 푹 떨어뜨리면서 혀아래소리로 우물거렸다.
가지도원이 련장 보고 유모아로 익살을 부렸다.
“됐소. 보잖고 먹으면 약이라구. 우린 아주 맛나게 먹었잖았소? 그만하구 산에나 올라가기요. 공중날강도들이 날아와서 ‘환송’하길 더 기다리지 말기오.”
그들이 산에 올라가 피신 했을 때였다. 누구의 입에서 새여나갔는지 련부에서 요강단지에 밥을 퍼다 먹었다는 소문이 파다히 퍼졌다.
모두들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뜨렸다.
“허허허. 련부에선 생활개선을 참 그럴듯하게 했군그려.”
“단지는 단진데 요강단지에다 밥을 다 타다 먹다니. 헛 참.”
“하하하.”
 
                                           38선을 돌파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이 내렸다. 온 하늘이 그대로 무너져내리는듯이 쏟아져내리는 큰눈은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산골짜기를 은빛세계로 만들어놓았다.
여기는 눈덮인 조선 중부지구, 우리 중조 두 나라 용사들이 곧 돌파해야 할 38선 최전선이다. 용사들은 눈덮인 38선 이북에 높이 솟은 산들과 깊은 골짜기에 흰 위장포를 쓰고 은페해 있으면서 총공격의 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미제 공중날강도들이 겨끔내기로 날아와 저공비행을 하다가도 목표를 발견하지 못하고 되돌아가기도 했고 눈먼 포탄들이 아군 용사들의 머리 우를 날아지나 산마루에서 꽝꽝 작렬하기도 하였다. 소나무들이 뭉청뭉청 끊어져 나딩굴고 주먹만큼한 돌멩이들이 날려 떨어졌다.
미제 침략군과 리승만 괴뢰군은 아군의 38선돌파를 막아보려고 6개 군의 병력을 38선 이남에 몰아넣었다. 교활한 미제 침략군은 9개 사단의 리승만괴뢰군과 1개 려단의 토이기군을 전연에 배치하고 자기들은 뒤에서 독전대노릇을 하였다.
1950년 12월 31일 밤에 중조 두 나라 용사들은 적들에게 숨돌릴 새도 주지 않고 38선을 돌파하는 제3차 전역의 첫 포성을 울렸다.
2영이 소속된 군단은 평양, 양덕, 곡산 일대에서 만단의 준비를 한 후 제3차 전역에 한주일 앞서 38선지대에 솟은 화악산, 국망봉과 수리개봉 3형제산 맞은켠에 와서 매복해 있었다.
형제부대에서 화악산, 국망봉과 수리개봉 꼭대기에 승리적으로 오성붉은기를 꽃을 때 2영 소속퇀은 수리봉을 점령할 전투임무를 맡았다.
수리봉은 조선 동부의 산봉우리들과는 달리 산비탈이 밋밋했다. 그런데 남쪽 비탈은 도리여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가포로왔다.
적들은 수리봉 북쪽 기슭에 첩첩히 철조망을 늘이고 지뢰를 매설해놓고 괴뢰군 제5사단 35련대의 병력을 몽땅 배치해 지키게 하였다.
총공격 신호탄이 하늘에 솟아오르고 포탄이 적진에 날아가 맹렬히 폭발하였다. 흰 위장포를 쓰고 눈 우에 엎뎌 있던 1영과 3영의 용사들은 함성도 드높이 맹공격을 시작하였다. 한시간 동안의 치렬한 진공전을 벌려 적들의 방선을 돌파하고 적 1개 중대를 소멸하였다. 나머지 적들은 우리 제1선 용사들이 눈덮인 가파로운 산비탈에 오르는 틈에 도망쳐버렸다.
퇀 예비대로 남은 2영은 퇀지휘소와 함께 북쪽 비탈로부터 백설이 뒤덮인 수리봉을 넘게 되였다. 가파롭고도 매끄러운 산눈길을 한줄로 장사진을 쳐서 오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좀 주의하지 않으면 산 아래쪽으로 한 30메터쯤 쭉 미끄러져내려가면서 엉덩방아를 찧는 판이였다. 하여 용사들은 온밤 19시간 동안이나 미끄러져내려갔다가는 올라가면서 산꼭대기에 올랐다.
차디찬 겨울해가 눈보라가 이는 산꼭대기를 비추었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찌나 가파로운지 눈이 아찔해났다. 게다가 산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남쪽 산비탈 복판에 있는 깊은 골짜기뿐이였다. 골짜기에는 눈이 두텁게 갈렸는데 밤도와 적들을 추격해내려간 용사들이 밟아놓아 미그럽기로 얼음강판같이 빤들빤들하였다. 골짜기 량옆은 나무가 우중충하게 들어서고 여라문길씩이나 되게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서 있었다. 이런 골짜기의 미끄러운 눈길로는 홀몸으로도 내려가기 힘들었는데 중무기를 실은 말이나 노새를 타고 내려간다는 것은 실로 힘겨운 일이였다.
심지어 선두부대에서는 포탄알을 안고 내려가던 전사가 산 아래로 미끄러져내려가다가 그만 포탄이 바위에 부딪쳐 폭발해 희생되기까지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2영이 산골짜기로 내려갈 때에는 포탄격발장치를 빼내가지고 산비탈아래로 내려갔다. 중무기를 실은 노새와 말은 뒤에서 바줄로 말배를 매서 당기면서 한발자욱한발자욱 내려갔다.
2영이 눈보라 치는 그 산골짜기로 다 내려갔을 때에는 차디찬 얼음공 같은 겨울해가 서쪽으로 다 기울어졌다.
파도치는 흰물바래인양 눈보라는 세차게 휘몰아쳤다.
도로에 들어서자 2영은 전투대형을 지어 춘천으로 짓쳐나갔다. 도로에는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적들이 내버리고 도망친 숱한 대포와 자동차, 휘발유통 같은 것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어떤 자동차는 돛천으로 우를 가리웠다.
해식과 영부 통신원이 자동차 우에 올라가 돛천을 휙 젖히고보니 그 안에는 미국식군용털탄자와 목이 긴 새 가죽신이 수두룩이 쌓여 있었다. 그들은 새 가죽신을 갈아신고 털탄자를 하나씩 말아메고 뛰여내렸다.
그들이 미국식열바퀴짜리 트럭 앞을 지날 때였다. 차 밑에 있는 돛천이 움찍거리는 것이 보였다. 해식이 다가가 돛천을 홱 젖혔다. 아니, 글쎄 눈깔이 새파랗고 키가 엄청 큰 양기놈이 서양녀자사진 한장을 쥐고 누워 있지 않겠는가.
해식을 본 그 양키놈은 짐짓눈을 딱 감고 죽은 돼지처럼 누워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그 꼴을 본 영부 통신원은 성이 상투 밑까지 치밀었다.
“네놈들이 얼마나 많은 조선인민을 살해했는가! 오늘 네놈을 천당에 보내줄테다!”
뚜르륵!
돌격총소리와 함께 양키놈은 비명을 지르면서 돛천 속에서 네각을 쭉 뻗고 말았다.
잘 죽였다!
해식이네 여기로 추격해올 때였다. 길 옆의 한 초가집에 들어가보니 싸늘한 구들에 한 조선녀성의 시체가 피못 속에 쓰러져 있었다. 그 녀인의 시체는 실 한오리 없이 다 벗기웠고 다 드러난 젖가슴에는 영어를 새긴 시퍼런 비수가 박혀 있었다. 그 죄악적인 비수가 박힌 상처로부터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흥건하였다. 분명 양키놈들이 강간하고 살해한 것이였다.
미제 승냥이들의 짐승 같은 죄행을 생각하자 해식은 치미는 분을 억누르지 못하여 돛천 속의 그 양키놈의 시체를 발길로 탁 걷어찼다.
2영이 춘천에 이르렀을 때 1영과 3영은 춘천을 이미 해방했었다. 2영은 홍천방향으로 도망치는 괴뢰군 제5사단을 숨돌릴 새도 주지 않고 추격하였다.
용사들은 이틀동안 추격하여 1월 4일 새벽 2시 쯤에 홍천에서 약 5킬로메터 떨어진 도로에 이르렀다.
아군을 발견한 적들이 도시에 불을 지르고 도망칠 준비를 다그치고 있었다. 온 시가지에서는 세찬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연기가 뭉게뭉게 타올랐다. 세찬 불길은 5킬로메터 떨어진 곳에서도 보였고 그슬음내가 코를 매캐하게 찔렀다.
2영 용사들은 홍천을 바라고 구보로 달렸다. 홍천에 들어가기 전에 용사들은 도로를 떠나 홍천시 동북쪽의 한 산봉우리를 점령하였다.
이때 눈덮인 맞은켠 산비탈에서 조선말을 하는 군대들이 앞으로 움직여나가는 것이 보였다.
땅, 땅땅, 뚜루룩…
전사들은 괴뢰군을 발견하였다고 총질하였다.
맞은켠 군대들은 눈 우에 납짝 엎드렸다. 그러나 맞불질을 할 대신 한족말로 이쪽에 대고 고함쳤다.
“어이-! 쏘지 마시오. 우린 조선인민군입니다.”
“사격하지 마시오!”
뒤따라온 영장이 제지시켰다.
영장은 사건경과를 물어본 뒤 해식을 돌아다보면서 련계를 달라고 하였다.
“정말 조선인민군인가고 물어보오.”
“옛.”
해식은 맞은켠 눈덮인 산에 대고 목청을 돋구어 물었다.
“동무들은 조선인민군 어느 부대요?”
맞은켠에서 인차 대답하는 소리가 울려왔다.
“우린 동족에서 쳐들어온 조선인민군 제12사단의 선두부대요.”
“무슨 임무를 맡았소?”
“홍천의 적을 치러 왔습니다!”
뒤이어 쌍방지휘원들은 산골짜기에 난 도로를 사이에 두고 2영이 서북쪽으로 쳐들어가고 조선인민군이 동북쪽으로부터 홍천에로 쳐들어가기로 결정하였다.
2영과 조선인민군은 숲 속에서 뛰쳐나온 맹호들처럼 홍천으로 쳐들어갔다. 적들은 질겁해 꽁무니를 뺐다. 도망치지 않고 발악하던 놈들은 깜장콩알을 받아먹고 네각을 뻗고 말았다.
홍천시는 적들이 질러놓은 불에 재더미로 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불붙은 대들보와 연목가지들이 우지끈 땅바닥에 떨어졌다.
새벽 3시 홍천시는 완전히 해방되였다. 중조 두 나라 형제부대는 38선을 돌파한 후 처음으로 남반부의 땅에서 회합하였다. 승리의 기쁨으로 하여 두 나라 전우들은 서로 포옹하였다.
“만세!”
“만만세!”
         승리를 경축하는 소리가 밤하늘에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장군은1월 5일 평양시간으로 밤 8시에 평양과 서울 두 곳에서 240문 대포로 24발씩 쏘아 제2차 서울해방의 승리를 경축하며 조선 각지에서 서울 해방을 경축하여 집회를 가지도록 명령하였다.
중국의 대도시들에서도 서울해방경축집회를 가졌다.
       쿵, 쾅, 쿵쿵, 쾅쾅!
       우뢰 같은 포소리가 새하얗게 눈덮인 대동강반과 한강 량안에서 장엄하게 울렸다. 그것은 중조 두나라 용사들의 위력을 과시한 대포소리, 적들의 38방어선을 승리적으로 돌파한 승리의 축포소리, 남으로 꼬리빳빳이 꽁무니를 빼고 있는 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대포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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