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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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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정탐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6)
2018년 10월 12일 13시 17분  조회:217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장편정탐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김장혁

      새 마을에 이사해온 후 김춘일은 마을 사람들이 자기 과거를 모르기 때문에 더는 머리를 숙이고 살 필요없어 잠시나마 마음 한쪽구석이 놓였다.
      그는 여름이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반디를 만들어 들고 부르하통하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왔다. 이웃집에까지 얼마간씩 나눠주고 나머지 물고기로 물고기장국을 끓여 어머니한테 대접하였다.
      그들이 든 30평방메터 좌우 되는 벽돌집도 김춘일의 형님과 누님들의 덕분에 산 집이였다. 그것도 서너 집이 쭉 붙은 중간통이여서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토끼도 굴어귀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고 이중 삶을 사는 김춘일은 속으로는 복수의 칼을 갈면서도 겉으로는 이웃들과 착한 척하면서 인사치례도 잘했다.
호주머니에 동전마저 몇푼 없으면서도 뉘네 집에 환자가 생기거나 군일이 생기면 아끼지 않고 부조를 하군 하였다.
이웃집에서 돼지굴을 지을 때도 팔소매를 걷우고 나서서 도와주군 하였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차기까지 하였다.
“새로 이사해온 집 총각은 아주 착하고 마음씨 후하오.”
“효성이 지극한 효자요.”
“한번은 어머니가 앓자 춘일은 업고 공사병원에 가서 병을 보였고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다니면서 좋다는 약은 다 써주었소.”
“물고기를 잡아서는 이웃들한테 쭉 돌렸습니다. 인심이 후하기로 소문 높습니다.”
“누구와 싸울줄 모르는 어진 청년입니다. 직업이 없어 생활이 어렵습니다.”
“그 집 모자간이 가난해 불쌍합니다.”
가면에 속히워 마을의 일부 사람들은 김춘일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였다. 그 덕분에 김춘일은 제일 처음 사건수사 때 호구조사를 내려온 경찰들의 눈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춘일의 속내는 모르고 가련한 어머니는 마지막수로, 자살로, 죽음으로 위협하였다. 그 바람에 막내아들이 이젠 진짜 사람이 되는가고 여기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밸때기를 아는지라 돌변한 막내아들을 보고 속으로 저으기 놀랐다.
그녀는 막내아들을 어려서부터 엄격하게 키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항상 옆에서 막내아들에게서 밤낮 눈길을 떼지 않고 꼼꼼히 살피였다.
이전과는 달리 털끝만치도 의심스러운 일을 하는 것 같기만 하면 조용히 그 놈의 비뚤어지는 속알멀치를 푹푹 찔러 고름을 터치워주군 하였다.
서른살을 다 먹은 김춘일은 그러는 어머니가 불쌍해 아직 서뿔리 서두르지 못하였다.
그는 계속 형제들의 신세에 살 수 없어 여기저기 수소문해 도문시 한 기업에 얼렁뚱땅 취업하였다.
회사 보스는 어깨가 딱 벌어진 김춘일이 힘을 쓸 것 같은지라 짐을 싣고 부리우는 일을 시켰다.
춘일은 자그마한 키와는 달리 힘꼴은 꽤나 썼다. 그는 온몸이 먼지투성이 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거운 짐도 척척 둘러메 싣고 부리웠다. 일이 끝나 새뽀얗게 먼지를 들쓴 자기 모양을 손거울로 훔쳐 보고 속으로 신세타령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 눈치 밥을 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먼지도 무거운 짐도 가냘 픈 몸으로 달갑게 받아들였다. 보스의 온갖 잔소리와 심지어 욕설도 눈물과 함께 삼키면서 참고 견디였다.
       (10년 동안이나 돈 일전 한푼도 받지 못하고 강제로동을 다 하지 않았는가. 거기에 비하면 괜찮아. 힘들게 일하면 일한 것만큼 돈을 탈 수 있지 않는가.)
      그는 이렇게 스스로 위안하면서 힘든 일, 궂은 일, 더러운 일을 가리지 않고 수걱수걱 억척스레 일했다.
그는 첫달 고달프게 일해 번 로임을 처음 타자 어머니가 반가와 하는 명태와 미꾸라지를 사다가 푹 국을 끓여 대접하였다.
그도 잠시나마 인간성을 회복할 때도 있었다. 그가 어려서부터 뭘 사달라고 하면 뭐든 도리머리를 가로 저은 적 없는 어머니였다.  년로해가는 어머니한테만은 효성을 다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최저한도의 요구마저 실현되기는 어려웠다.
기업에서 자재가 잃어진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보스는 김춘일을 의심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어데서 알아냈는지 보스는 그가 10년이나 감옥살이를 한 전과자인 것을 안 후부터는 더욱 험상궂고 의심에 찬 눈길로 그를 쏘아보는 것이였다.
(이건 버선목이라고 뒤집어보이겠는가.)
결국 반년도 채우지 못하고 보스한테 잘리우고 말았다.
      연길에서도 전과자는 어느 기업에서나 발을 붙이기 힘들었다.
     누가 자전거를 빼앗아 10년이나 감옥살이를 한적이 있는 자를 직원으로 두겠는가.
     직업을 떼우고 연길행 뻐스를 타고 돌아오는 김춘일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세상은 자기를 우롱하고 짓밟는 것 같았다. 잠시나마 잊은 옛상처 동통이 도져  아프기로 이를데 없었다.
      이건 보스가 그의 옛상처를 아프게 건드린데다가 소금을 뿌린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개새끼, 진짜 죽자고 환장했어?)
      순간 김춘일의 야수성이 되살아났다.
      증오심과 복수심이 가슴을 울먹거렸다.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이글거리다가 당장 폭발할 화산 같았다.
      그러나 그는 자칫 서뿔리 서둘렀다간 어머니가 자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음식점에서 취토록 술을 마시고 억지로 참아왔다. 일하러 갈 대신 반디를 들고 나가는 막내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희슥한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기면서 굽은 허리를 펴며 일어섰다.
“얘,출근하진 않고 비오는데 무슨 고기잡이냐?”
“오늘부터 할 일이 없게 됐습구마.”
“얘, 단위에서 무슨 일이 생겼느냐?”
“아니, 아무 일도 없습구마. 부리울 짐이 없답구마.”
어머니는 어두운 아들의 낯을 살펴보고 기분이 엉망인 것을 보고 육감적으로 뭔가 맞히 것이 있었다.
“얘야, 혹시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좋게 생각해라.”
“알았습구마.’
김춘일은 순간 늙은 어머니가 불쌍해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그는 반디를 들고 비틀거리면서 부르하통하에 나갔다.
소낙비가 내리는 날에 부르하통하 강물은 흙탕물이 무섭게 사품치며 흘렀다. 그는 반디를 들고 물에 뛰여들어 활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늙은 어머니가 마음이 아파 자살할가봐 그만두었다.
그날 따라 흐린 물에 미꾸라지가 특별히 반디에 많이 들었다.
온 하루 반디질을 하여 물고기를 반 초롱은 거의 잡아 가지고 돌아왔다. 물고기라도 많이 잡아 그런지 우울한 기분이 좀 돌아섰다.
(에이, 차라리 잘 됐다. 도문까지 통근해도 몇푼 차례지는가. 내 밑천을 아는 도문에 다신 가지 말아야지. 차차 연길에서 일자리를 찾아봐야지.)
김춘일은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잠시라도 마음의 안정을 억지로 다잡았다.
그는 두루 수소문해 끝내 연길시 모 공장에 취직하게 되였다.
그 공장은 예술공예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였다. 그런데 예술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김춘일은 시키는 력공도 온전히 하지 못하였다.
한번은 불주의로 예술공예품을 떨궈 박산냈다.
그러자 보스는 험상궂은 눈길로 쏘아보면서 한참이나 입에 담지 못할 요설을 퍼붓지 않겠는가.
“아니, 이런 바보라구야. 걸 마스면 어쩌느냐?”
“그게 얼만지 아는가?”
“이달 로임에서 뜯어내야지. 흥!”
순간 김춘일은 속으로 울컥 했다.
“개새끼, 어째 죽고 싶어?”
콱 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용케도 억지로 꾹 참았다.
그는 감옥살이 10년에 무서운 인내성을 키웠던 것이다. 어머니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온갖 굴욕도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꽃이였다.
원쑤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였다.
우연이랄가?
필연이랄가?
그 공장의 보스와 옛날 자기가 일한 적 있는 차수리부 보스는 면목을 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리하여 재수없이 김춘일의 밑바닥이 끝내 드러나고 말았다.
10년이나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는 전과까지 있다는 것을 안 보스는 그를 가차없이 잘라 내쫓았다.
김춘일은 공장에서 밀려나와 쓸쓸히 비를 맞으면서 강뚝을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온몸을 흠뻑 적시는 비물을 맞으면서 걸으며 그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였다.
(그래 난 10년 감옥살이를 억울하게 한 놈이야. 그래 나 같은 놈은 이 세상에 발붙이고 살 수도 없단 말인가?)
먹장구름이 꽉 누르고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하늘을 쳐다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순간 년로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왔다. 더 없이 불쌍하고 쓰라렸다.
그러나 앙심을 모질게 먹기 시작한 그는 어머니도 돌볼새 없이 악마로 탈바꿈해갔다.
“그럼 좋아. 이젠 내 방법대로 살겠다. 어디 두고 보자.”
그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여 길가의 백양나무를 꽝꽝 쳤다.
비물이 와르르 떨어져 온몸을 아프게 때렸다.
“이 놈 세상과 해볼테다! 날 억울하게 감옥에 걷어넣었지? 날 못살게 내쫓았지? 원쑤를 갚을테야!”
그는 어깨를 들먹이면서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그는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후에도 전과자라는 것이 드러나기만 하면 어디에도 취직하기 어렵고 잘리운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였다. 가령 잠시 속여넘겨도 로임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쫓겨나는 개 팔자, 신세로 된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세상은 날 용납하지 않는구나. 내 청춘을 파묻어버린 이 세상에 보복할테야!”
그는 잃어버린 청춘이 아까왔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는 바람에 사랑하는 처녀마저 잃어버렸다.”
며칠이고 달빛을 밟으면서 부르하통하강뚝을 거닐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납득이 되지 않고 억울하기만 했다.
그는 이전에 명랑촌에서 떠나가버린 복숭아얼굴의 처녀를 생각하자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개쌍년, 날 버리고 떠나가버려? 이제 만나기만 해봐라.”
그는 복숭아얼굴의 시골처녀애를 공원에 데리고 들어가 나무숲 속에서 볼우물을 옴폭 파는 볼에 키스만 한 것이 한없이 후회됐다.
(어째 졸졸 따라다니는 고 년을 재껴버리지 않았어? 곱도록 놔둔게 머저리지.)
그는 이제 다시 만나기만 하면 그 놈의 얄미원 복숭아볼을 비수로 쭉쭉 그어놓겠다고 윽별렀다.
그러나 그 처녀애를 다시 찾을 길이 없었다. 의란진 명랑촌에서 그 처녀가 사라졌고 그녀의 부모마저 어디엔가 이사해가버렸다. 말로는 김춘일의 보복이 두려웠는지 연길 시내에 숨어 산다고 했다.
(내 찾아내는 날이면 몽땅 죽여버릴테야! 살아남기나 하겠구나.)
환하게 비추는 달이 똑 마치 볼우물을 옴폭 파는 복숭아처녀의 볼 같아 얄미웠다. 그는 몇번이고 품 속에서 서슬이 시퍼런 비수를 뽑아들고 달을 향해 사정없이 휘둘렀다. 쭉쭉 그어놓고 찔렀다.
그때부터 그는 달이 환히 뜨는 달밤이 싫었다. 쥐새끼처럼 어둠 껌껌한 밤을 좋아했다.
“난 서른이 되도록 아직도 장가도 가지 못했다. 아까운 청춘을 허송하면서 로총각으로 늙어간다. 개새끼들아! 개쌍년들아, 어디 죽어봐라!”
순간 원한이 화산처럼 북받쳐올라 몸부림쳤다. 당장 가슴이 터지게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는 세계관이 비뚤어져 모든 문제를 자기한테서 찾지 않고 사회와 인민정부, 인민법률과 경찰과 법관들에게 몰밀어붙였다. 그리하여 사회를 적대시하고 나쁜 보복심을 키워 나중에 살인악마로 되였다.
그는 끝내 10년 동안 속으로 끙끙거리면서 참고 견디면서 갈고 또 갈아온 시퍼런 복수의 비수를 뽑아들었다.
두번이나 기업에서 쫓겨나 허망에 나앉게 된 김춘일은 멍멍한 하늘을 쳐다보아도 원통하고 격분하고 한스웠다. 자전거를 빼앗아 타고 달아난 죄과가 자기 한생에 얼마나 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였는가를 한번 또 한번 뼈아프게 절감하였다.
그러나 그는 교훈을 찾을 대신 이 세상에 보복하려고 기로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였다.
“오, 그래. 이 세상이 진짜 날 버리는구나. 그럼 좋아, 나도 이 세상을 등질 수밖에.”
그는 부르하통하 강뚝을 걸으면서 버드나무 잎을 훑어 강바닥에 휘뿌렸다.
(이래서 옛날부터 강도가 생기고 토비무리가 생긴게 아닌가? 옛날 량산박 같은데 있으면 가고 싶구나. 내 무송이나 로지심 같은 무예와 힘이 있었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강도 되겠는데. 참, 우리 부모 왜 날 요렇게 죄꼬맣게 만들었어? 헛참.)
김춘일은 정작 강도의 길에 들어서려고 했지만 자기한테는 총도 비수도 없었다. 남을 제압할만한 힘도 무예도 없었다. 더구나 밤낮 붙어앉아 옆에서 감시하는 어머니가 더 골치거리였다.
(내내 집에 앉아 있으면 엄마가 또 바가지로 쌀독을 빡빡 긁지 않겠는가. 어째 일하러 가지 않는가고 꼬치꼬치 캐물을게 아닌가?)
그는 머리 허연 어머니가 서른도 넘은 자기 때문에 속을 태우는 것만은 속에 걸렸다. 그렇다고 어머니 때문에 세상에 앙갚음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두나무가 우거진 부르하통하 강뚝을 왔다갔다 하면서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리던 그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장사를 한다고 하면 엄만 꼭 곧이들을 거야.)
이튿날 아침 김춘일은 밥술을 드네 하고 누나가 미국에서 부쳐온 돈을 다 털어 챙겨넣고 바깥으로 나갔다.
“엄마, 오늘부터 무역공사에 가서 장사하러 다니오. 이제 돈을 많이 벌어오면 엄마를 호강시킬게.”
“뭐라고? 일자리 찾았어?”
어머니는 밭고랑처럼 파인 주름살을 잠시나마 펴면서 막내아들을 내다보면서 손짓하였다.
“들어오라. 몇가지 알아보자.”
“야, 출근해야겠는데 어째 그럽둥?”
춘일은 언짢아하면서도 되들어왔다.
“출근하는 단위 무슨 무역공사냐?”
김춘일은 신을 신은채 문어구에 서서 희죽이 웃으면서 에둘러댔다.
“근심하지 맙소. 연길시 대외수출입공사 아래 기업인데 로씨야랑 조선이랑 돌아다니면서 장사한답구마. 이제 돈을 벌면 엄마 좋아하는 이메쉬랑 명태랑 미꾸라지랑 많이 사다 대접할게.”
“오~ 그래, 이 근년에 무역공사에서 돈을 잘 번다더라. 좋은 단위에 취직했구나.”
그러나 어머니는 미답지 않았다.
“건데 그리 좋은 무역공사에 어떻게 취직했느냐? 너도 로씨야랑 조선에랑 나다닌다더냐?”
김춘일은 픽 서글프게 웃었다.
그는 어머니 주름살이 거미줄처럼 간 볼에 입을 가져가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엄마, 남이 듣고 웃겠소. 내 언제 출국하면서 돈을 벌겠소. 무거운 짐이나 싣고 부리우는 일이나 했지.”
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였다.
“힘이 들어도 괜찮다. 제 힘으로 일해 돈을 벌어서 살면 좋다.”
어머니는 시름을 좀 놓는 상 싶었다.
김춘일은 조왕 쪽으로 가는 어머니 등이 굽은 뒤모습을 보면서 속여 넘긴 것 같아 흐뭇해 웃었다.
“이걸 봐라.”
어머니는 식장에서 자그마한 비닐봉지를 꺼내 들었다.
“뭡니까?”
“쥐약이야.”
“네?”
뜨물에 빠진 돼지 눈깔 같은 김춘일의 쌍까풀눈이 단통 흰자위 다 드러나게 데꾼해졌다.
“엄마, 쥐약을 해서 어쩌자고 그럽니까?”
어머니는 허리를 펴면서 엄중하게 경고했다.
“네놈이 또 나쁜 짓을 하기만 해봐라. 엄만 쥐약을 걸죽하게 풀어먹고 죽고 말 거야.”
“야, 엄마, 절대 이러지 맙소.”
춘일은 신을 신은채로 황급히 구들에 올라가 어머니 손에 쥔 쥐약을 빼앗으려고 했다.
어머니는 쥐약봉지를 뒤잔등에 숨기면서 경고했다.
“이 쥐약을 빼앗으면 내 또 사둘 거야. 나쁜 짓 하겠니? 안하겠니?”
“절대 안합구마. 내 머저리 돼서 또 감옥에 가서 고생하겠습둥?”
그쯤 해놓고 어머니는 쥐약을 식장에 되걷어넣었다.
김춘일은 한참 어머니를 안정시켜놓고 다시 우쭐 일어나 바닥에 내려가 신을 꿰면서 구슬렸다.
“이제 무역공사에서 장사를 어떻게 하는가 잘 배워가지고 내 혼자 장사할 예산입구마. 내 돈을 많이 벌면 엄마를 발바닥에 털이나게 호강시킬게. 기다립소.”
어머니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엄마를 죽이지 않겠으면 제 힘으로 꿍꿍 벌어 살아라.”
“예, 근심하지 맙소.”
김춘일은 집에서 나오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울안을 벗어나자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는 아직도 출옥후 7년 동안일자리를 얻으려고 여기저기 떠돌면서 거지처럼 헤매던 일을 생각하면 진절머리 났다.
불현듯 또 자기를 버리고 시집가버린 명승촌 복숭아얼굴 처녀가 떠올랐다. 비길데 없이 괘씸해났다.
“개쌍년, 그때 깔고 들어앉아 해재껴버렸더라면 그년이 다른 남자한테 시집가지 못했겠는데. 허나 감옥에 갔다온 내게 시집오자 했겠는가?”
이런 막연한 생각을 하자 원한만 사무쳤다.
그는 복숭아얼굴 처녀의 행복을 자기 고통으로 생각하였다.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하고 녀자의 몸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한번도 본 적도 맛도 보지 못했다.
그는 부르하통하 강뚝에서 거닐거나 시내에서 가다가도 처녀총각들이 손잡고 재미나게 얘기하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아도 고통스러웠다. 그때마다 떠나가버린 복숭아얼굴 처녀 생각이 났다. 실련의 고배를 한컵 또 한컵 들이켰다. 이 세상에 원한이 사무쳤다.
그는 달밤이 싫었다. 배신한 처녀의 복숭아얼굴 같은 달이 자기를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해와 달이 다 보기 싫었다. 증오했다. 원한이 사무쳤다. 어둠컴컴한 밤이 좋았다.
그는 귀신처럼 단층집 구역을 돌아다니녔다. 삽살개처럼 줄느런히 늘어선 낮다란 세집들을 전문 쏘다니면서 복숭아얼굴 처녀를 찾아 헤맸다.
“애비에미 연길에 있다잖아. 그년도 분명 연길에 있을 거야. 못난 주제에 언제 부자집에 시집갔겠어? 세집살이나 하겠지.”
그는 혹시 복숭아얼굴 처녀를 허름한 세집에서 찾아낼 것 같은 일루의 희망을 품게 되였다. 하여 서시장에 가서 비수를 사서 품 속에 넣고 세집들을 기웃거리면서 서캐훑듯 하였다.
어떤 때에는 밤중에 단층집 문발 밑으로 남들이 행복하게 생할하는 것을 훔쳐보아도 남의 행복을 짓뭉개놓고 싶었다.
삽으로 찍고 도끼, 망치로 내리까고 비수로 란도질해놓고 싶었다.
녀성들을 닥치는대로 마구 강간하고 음부를 비수로 마구 찔러 죽이고 싶었다.
그후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죽는 것을 보고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변태적으로 심리균형을 유지해나갔다.
1998년 3월 2일 밤 10시 좌우, 김춘일은 어두운 밤장막을 빌어 부르하통하 강뚝을따라 연동교 부근으로부터 스적스적 하남교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연변농기공장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한쌍의 처녀총각이 강뚝에 앉아 끌어안고 한덩이로 된 채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련애를 하고 있었다.
(어허, 너희들은 참 재밌구나.)
그는 어둠 속에서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강뚝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
(어디 망치맛이나 봐라.)
그는 이를 악물고 처녀총각의 뒤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난 목단강에서 온 살인범이야!”
고함소리와 함께 총각 염모가 망치에 맞아 쓰러졌다.
김춘일은 비수까지 빼들고 처녀를 위협해 강뚝과 공장 토성 사이에 끌고 갔다.
“제발 살려주세요.”
처녀가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빌었다.
“돈을 내놧!”
“네, 네. 다 줄게.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리모 처녀는 멜가방을 벗어 훌 뿌려주었다.
김춘일은 멜가방을 턱 받아쥐였다.
두 손을 싹싹 비비는 처녀는 아주 예뻤다.
김춘일은 딴 생각을 하면서 사위를 또 살폈다.
좀 으슥한 곳이면 강간했으면 좋겠는데 행인이 자주 드나드는 강뚝에선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년도 빨간 등산복을 입었어?)
순간 악마의 눈 앞에 빨간 옷을 좋아하던 복숭아얼굴 처녀가 떠올랐다.
(에이, 개쌍년, 죽어봐라!)
김춘일은 망치를 휘둘러 사정없이 리모 처녀의 머리를 딱 내리깠다.
리모 처녀도 당장에서 두개골절상을 입고 피못 속에 쓰러졌다.
염모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날강도는 가방을 채가지고 어둠 속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가 피 흐르는 머리를 매만지면서 다가가보니 련인 리모 처녀는 피못 속에 쓰러진 채 인사불성이 되지 않았겠는가.
염모는 황급히 리모를 부둥켜안아 일으키면서 애타게 불렀다.
“어서 깨나라. 깨나!”
이윽고 리모 처녀가 간신히 깨여났다.
“파출소에 가서 신고하자.”
염모와 리모는 상처를 처지할 새도 없이 파출소에 가서 사건을 신고하였다. 경찰들은 두개 소조로 나뉘여 행동했다. 한개 소조는 사건현지 부근에 달려가 범죄자를 추적하였다. 한개 소조는 경찰차로 그들 둘을 실어 연길시병원으로 갔다…
악마로 변하기 시작한 김춘일은 항상 비수와 망치를 휴대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망치 같은 둔기로 강탈 같은 행각을 벌렸다. 어진간해서는 비수를 쓰지 않았다. 자기를 나포하려고 달려드는 자가 있으면 막부득이 찌르려고 품 속에 비수를 품고 돌아다녔다.
김춘일은 문화정도는 초중 밖에 안된다. 그러나 감옥살이 10년에 감옥 안에서 선배범죄자들한테서 범행에 관한 경험교훈을 들어둔 것은 적지 않았다.
선배범죄자들은 이른바 범행한 경험교훈을 일러주었던 것이다.
“보통 비수나 도끼 등 예리한 흉기를 쓰지 말아야 해. 비수로 사람을 찍으면 단통 피가 튕겨 자기 몸에 피를 묻힐 수 있어 단서를 남길 수도 있다. 특히 목이거나 심장을 비수로 찌르면 목과 심장 동맥에서 피가 쌕 뿜겨나와 범행하는 자에게 튕긴다. 그럼 범행현지에서 멀리 달아나지도 못하고 법망에 걸릴 수도 있어. 그러나 망치 같은 둔기로 사람의 머리를 쳐 죽이면 피가 튕기지 않아 단서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그리하여 악마 김춘일은 이번에도 비수를 쓰지 않고 망치를 휘둘러 염모와 리모 처녀의 머리를 내리깠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 몸에 피도 튕기지 않아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순조롭게 도망칠 수 있었다.
김춘일은 하남교를 벗어나 썩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도망치자 강뚝에 주춤 멈춰섰다. 사위를 둘러보아도 쫓아오는 발자욱 소리가 들리지 않고 쥐 죽은듯이 고요했다.
그는 황급히 멜가방을 열고 들춰보았다. 멜가방 안에는 현금 20원이 들어 있지 않겠는가.
(한달 로임이야. 허허.)
20원이면 진짜 90년대 중기에는 어진간한 로동자의 한달 로임이 됐다.
춘일은 도문과 연길의 기업에 있을 때 온 몸에 먼지를 들쓰고 무거운 짐을 메날라도 한달에 20원을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손쉽게 20원을 빼앗은 김춘일은 처음 강탈의 “단맛”을 보았다.
그는 며칠 후 빼앗은 돈을 가지고 집에 쌀도 사다 쌀독에 부어넣고 어머니가 반가와하는 명태를 사다가 명태국을 끓여 대접하였다.
어머니는 그저 아들이 무역공사에 가서 일해 번 돈으로 샀는가고 맛있게 들었다.
그때 당시 연길에는 새로운 유흥업소인 안마원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오색령롱한 네온등불빛이 깜빡이면서 행인들을 유혹하였다. 안마원에는 꽃처럼 예쁘고 보들보들한 아가씨들이 오글거렸다.
김춘일은 호주머니에 돈이 좀 생기자 명멸한는 네온등불빛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안마원에 들어가서 신사처럼 아가씨들한테서 안마도 받았다.
(헛참, 아릿다운 아가씨들이 꿍꿍 주물러주니 이렇게 시원할 법이라구야.)
그는 이제야 신사답게 사는 멋이 난다고 웃음주머니 흔들거렸다.
악마로 탈바꿈한 김춘일은 석달이 지나도 수사하러 오는 경찰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점차 담대해졌다.
그는 경찰들의 동태를 슬슬 살피다가 자기 꼬리를 쉽게 잡지 못한다고 오산하고 다시 손을 쓰기 시작하였다.
(흥, 경찰놈들이 무슨 재간에 이 어른을  붙잡아? 어림도 없어.)
김춘일은 콧방귀를 뀌였다.
그는 몇달 전에 농기공장 토성과 강뚝 사이에서 염모와 리모를 망치로 치고 20원을 강탈하고 득의양양해 중얼거렸다.
“깜쪽같이 해치우고 단서로 될만한 건 다 버렸는데 저네겠소?”
그날 밤에 그는 돈을 빼앗아가지고 강뚝을 따라 서쪽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연신교를 지나 백석 정수장 맞은켠에까지 도망쳐왔는데도 뒤쫓아오는 자취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헐떡거리면서 망치와 장갑을 제방뚝 버드나무 밑에 구덩이를 파고 흙으로 대충 파묻어두었다. 그리고 강변에 가서 잠바와 바지에 피나 묻지 않았는가고 벗어들고 손전지로 이리 저리 비춰 보았다. 털끝만한 의심이 들면 강물로 닦아버렸다. 모든 것을 말끔히 처리했다고 생각하자 한시름 놓고 도적고양이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경찰들이 사냥개라도 풀어놓을가봐 근심되였다.
진래감옥에 있을 때 선배죄수 진씨한테서 사냥개가 냄새를 맡으면서 추격하는 것이 젤 두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죄수들은 흔히 감옥에 들어가면 휴양하면서 교도관의 눈과 귀를 피해 서로 경험교훈을 교환한다고 한다.
춘일이 진래감옥에 첫발을 들여놓았을 때였다.
“쳐라!”
두목 장씨가 고함쳤다.
죄수들이 욱 모여들어 춘일을 엎어놓고 물매를 안겼다.
한 죄수가 감방 되창문으로 교도관이 오는가 망을 보고 두목이 김춘일을 무릎을 꿇리고 심문하듯 족따졌다.
“죄꼬만 새끼, 무슨 죄를 져서 들어왔어?”
험상궂게 생긴 두목 장씨는 무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걸 알아 뭘 하오? 재수없이 걸린 건데.”
다른 죄수들이 호통쳤다.
“묻는 말이나 대답햇! 아직도 매를 적게 맞았구나.”
진씨가 귀썀을 챨싹 갈겼다.
“말할게, 말할게. 자전거를 빼앗아타고 달아나다가 재수없이 붙잡혔소.”
춘일은 쥐구멍으로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건경과를 쭉 이야기했다.
“몇해 판결받았어?”
“10년.”
순간 춘일은 억울해 목구멍으로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면서 울먹거렸다.
“와- 진짜 억울하겠구나.”
그제야 죄수들은 춘일을 느슨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감옥에서 죄수들은 자기들끼리 부류를 나눈다고 했다. 깡패나 싸움군은 영웅취급을 하였다. 그 다음에 강탈범을 2류로 사내취급을 하고 절도범은 3류로 취급하였고 강간범이나 남녀관계로 잡혀 들어온 죄수는 제일 시시한 하바닥으로 취급해 몰아부친다고 한다. 심지어 강간하거나 바람쓰던 과정을 탄백하라고 고문까지 하며 들으면서 재미를 보기가 일쑤였다. 살인범은 당장 총살맞을 바보라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탐관오리는 탐오나 부패, 회뢰지로 들어오면 죄수들마저 제일 미워하고 기회를 보아 두들겨 패놓군 한다고 하였다.
춘일은 다행히 강탈범이여서 2류에 속해 덜 몰리우게 되였다. 그러나 나이 제일 어려서 모진 학대와 조롱을 받아야 하였으며 똥통을 나르ㅡ르는 것 같은 뒤치개질을 해야 하였다.
“이 자식, 여기 들어왔으면 선배어른들께 입회인사 해.”
춘일은 감옥으로 떠날 때 엄마가 면회하러 와서 주고 간 돈을 몽땅 털어내놓았다.
“요거뿐이냐?”
두목 장씨가 퉁사발눈깔을 부라리자 죄수들이 당장 잡아먹을 상 했다.
“아, 더 있소. 옛소. 다 줄게.”
춘일은 호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놓았다. 그러고나서 호주머니를 다 털어보였다.
“이젠 아무 것도 없소.”
“좋아, 여기 들어왔으면 이 어른의 말을 잘 들어야 해. 알만해?”
“네, 네, 네. 형님.”
춘일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똥통을 내가라.”
두목 장씨의 령이 떨어졌다.
“네?’
춘일은 구석에 놓인 초롱을 힐끔 돌아보았다.
“엉?!”
장씨가 주먹이 움찔했다.
“네, 네.”
누구 명령이라고 감히 어기겠는가.
진씨가 되창문을 열고 왜가리 목처럼 긴 목을 빼들고 교도관을 불렀다.
“똥통을 내가게 문을 열어주시오.”
인차 발자욱 소리 쿵쿵 들리더니 문을 여는 절카당 소리 났다.
춘일은 밤새 누워서 싯누런 똥이 들어찬 초롱을, 악취가 풍기는 그 똥통을 들고 나갔다.
억울함을 억누르면서 싯누런 똥을 변소에 쏟아넣고 참대꼬챙이로 똥통을 왈왈 휘저으면서 수도물에 씼어 들여왔다.
그날부터 갓 들어온데다가 나이가 제일 어리다나니 김춘일은 감방 안의 똥통을 날마다 들어내가고 씻어와야 했다.
며칠 후 진씨는 로실해보이는 춘일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였다.
모래를 치는 일을 하면서 진씨는 멀찍이 간 교도관의 눈치를 보면서 넌지시 말을 걸었다.
“야, 임마, 얼마나 바보냐? 자전거를 왜 빼앗아 타고 달아났다고 승인했니? 그저 타보고 돌려주겠다고 할게지.”
“그래도 쓸데 없소. 재수없이 강타시기 아니고 뭐요? 별 수 없답데.”
춘일은 진씨한테 나직이 물었다.
“형님은 어째 들어왔소?”
그러자 진씨는 멀찌기 서 있는 교도관의 눈치를 흘끔 보면서 나직이 말했다.
“금고를 털다가 잡혔어.”
춘일은 머리를 끄덕였다.
“돈은 많이 벌었겠구만. 그래 몇년 판결받았소?”
“5년이야.”
“양?”
진씨는 또 승용차를 훔친 적도 있었다.
(승용차와 금고를 훔친 절도범도 5년인데. 참 억울하구나. 난 자전거를 빼앗았다가 10년 판결을 받다니? 법이 불공평하구나.)
김춘일은 오해했던 것이다. 진씨는 강타투쟁을 하기 3년 전에 잡혀 들어온데다가 강탈죄가 아니라 절도죄여서 그 정도 판결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김춘일은 절도죄 아니라 강도죄이기에 절도죄에 비해 더 중했다. 설상가상으로 강타투쟁 때 모범껨을 당했던 것이다.
춘일은 후에 어머니가 면회하러 와서 주고 간 과자랑 떡이랑 돈이랑 몽땅 두목과 진씨한테 주었다. 그는 다른 건 잘 몰라도 인사성만은 밝아서 죄수들 속에서 인심을 얻었다.
진씨는 춘일을 동생처럼 생각하면서 자기 범죄경험교훈도 들려주었다.
진씨는 감방 바닥에 춘일과 나란히 누워 자면서 나직이 말했다.
“금고를 털 때 나는 숱한 지문을 남긴 걸 몰랐어. 만약 장갑을 끼고 했더라면  이런 신세로 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 손발만 잘 건사해야 해. 지문이나 족문을 남기지 않으면 경찰들도 붙잡지 못해.”
두목 장씨가 덧붙였다.
“쳇, 쓸데 없다. 지문을 남기지 않아도 잡힐 때 있어. 사람을 죽일 때 눈알까지 빼가야 붙잡히지 않는다더라. 죽은 사람의 눈을 사진 찍으면 살인범이 누구라는게 나온다더라.”
진씨가 픽 하고 코웃음쳤다.
“에이, 믿기지도 않는 소릴. 그래서 남의 눈을 찔러놓았소? 죽은 사람 눈이 뭐 사진기랍데? 형님은 싸움이나 했지. 도적질은 안되오.”
두목 장씨는 무리싸움을 하다가 칼로 남의 눈알을 찍어놓아 상해죄로 6년 징역을 받았다고 했다.
진씨는 한숨을 후 내쉬였다.
“지금 젤 무서운 건 경찰들 사냥개요. 저 옆방의 강간범을 보오. 가을에 옥수수밭을 지나가는 처녀를 강간했다가 경찰들이 풀어놓은 사냥개한테 붙잡혔다고 하지 않소. 사냥개는 강간한 자리에 있는 발자욱을 따라 냄새를 맡으면서 곧추 10리 밖에 있는 저 바보네 집까지 찾아왔다잖소. 개 글쎄 앞발로 그 새끼네 집 문을 턱 짚고 서서 왕왕 짖어대더라오. 경찰들은 사냥개를 따라와서 인차 저 바보를 잡았다오.”
“개를 피하는 방법은 없을가?”
두목 장씨가 물었다.
진씨가 장씨한테 돌아누우면서 귀에 대고 나직이 쑤근거렸다.
“이전에 나와 함께 이 감방에 갇혔다가 나간 한 선배가 말하던데. 사건을 저지를 때 옷이고 장갑이고 양말이고 몽땅 벗어서 강물에 띄워보내는게 상책이라오. 태워버릴 수 있으면 더 좋고. 제일 좋은 방법은 강물을 훌 건너는게라오. 그럼 아무리 냄새를 잘 맞는 사냥개도 물에 밀려간 발냄새를 더 맡지 못한답데.”
“오-사냥개 아무리 냄새를 맡아도 강을 건너면야 무슨 수 있냐? 발자욱이 물에 밀려가 없어지길래 냄새를 못 맡겠지.”
“그게 참 묘수로군.”
춘일은 감옥에서 10년 동안 숱한 선배죄수들에게서 경험교훈을 들으면서 저도 몰래 어지간한 반정탐능력을 키워갔다.
그날 밤에 그는 사냥개 따라올가봐 겁나 뒤를 힐끔거리면서 신까지 벗어던질가 궁리하였다. 그러나 3월 초의 날씨는 아직도 추웠다. 발을 얼굴가봐 그만두고 요행을 바라고 집으로 들어갔다.
길에서 경찰을 봐도 자기를 붙잡으로 왔는가하여 머리를 수깃하고 걸었다. 잔등에 식은 땀이 쪽 끼치군 하였다. 그러나 그가 심장을 조이면서 서너달 기다려도 경찰은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럼 그렇겠지.”
그물에서 빠져나온 그는 돈도 다 떨어져 또 강도행각을 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드리우고 달도 뜨지 않자 김춘일은 신을 꿰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서둘렀다.
“얘, 요즘 밤에 어디로 자꾸 나가느냐?”
“고기 잡으로 나갑구마. 장사도 안되지. 어쩌겠습둥? 고기라도 잡아야 먹구 살지.”
“응, 다른 짓 했다간 용서하지 않는다. 이 에미 쥐약을 풀어먹구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나쁜 짓 하지 말라. 알았지?”
“야, 엄마, 감옥에서 나온 후 내 언제 한번 일을 쳤습둥? 아직두 막내아들을 믿지 못하겠습둥?”
어머니는 토색잠바까지 든든히 입고 나서는 춘일을 물끄러미 쳐다볼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춘일은 어머니를 슬쩍 속여 넘기자 반디와 물초롱을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는 부르하통하 강뚝에 이르자 이전에 파묻어놓은 망치와 비수를 찾아보았다. 녹이 좀 쓸었을뿐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망치 자루가 다 썩어 못쓰게 되지 않았겠는가.
그는 망치 대가리를 강물에 훌 던져버렸다. 녹이 쓴 비수를 모래불에 쓱쓱 갈아 품속에 간직한 후 사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반디와 물초롱을 강뚝 버드나무숲 속에 치워놓았다.
그날 밤은 1998년 6월 1일 11시도 넘은 밤중이였다. 달도 없는 어둠컴컴한 밤이였다.
그는 부르하통하 남쪽 강뚝을 따라 사냥물을 노리면서 동쪽으로 스적스적 걸어내려갔다.
어두운 밤에 어디에선가 남녀가 희희덕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사돈보기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이럽니까?”
“무슨 대수요. 우린 당장 결혼하겠는데.”
“야, 어째 이리 성급합니까? 날 진짜 사랑하면 이러지 말고 보호해야지.”
김춘일은 호주머니에서 장갑까지 꺼내 낀 후 비수를 쑥 뽑아들고 슬금슬금 처녀총각의 뒤에 다가갔다. 부시럭거리는 소리로, 거치른 숨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이젠 어둠 속에서 남녀가 부둥켜 끌어안고 꿈지럭거리는 것까지 보였다.
(개새끼들, 이 어른은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했어. 네놈들은 여기서 밤중까지 희희덕거려? 어디 죽어봐라.)
악마는 이를 악물고 남녀의 뒤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돈을 내놧!”
고함소리와 함께 악마는 서슬푸른 비수를 홱 휘둘렀다.
악마는 정모의 배를 푹푹 찔렀다.
“앗!”
비명소리와 함께 정모가 배를 붙안고 꺼꾸러졌다.
“앗!”
오모 녀성은 가슴을 붙안고 푹 쓰러졌다.
악마는 정모의 호주머니와 오모 녀성의 손가방을 싹싹 털어 돈을 챙겼다.
살인악마는 정모와 오모 녀성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악마는 강뚝을 타고 서쪽으로 헐떡거리면서 도망쳤다. 그는 사위를 둘러보아도 인기척이 없는 것을 보고서야 강가에 내려갔다. 그는 장갑을 강물에 버리고 피 묻은 비수를 강물과 모래에 말끔히 씻고 닦았다. 또 옷에 튕긴 피도 강물에 말끔히 닦아버렸다.
선배죄수들의 말대로 범행시 입었던 옷을 몽땅 강물에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가난한 그는 옷이 아까와 요행을 바라고 그만 두었다.
어둠 속에서 악마는 수풀 속에 치웠던 반디와 물초롱을 찾아들고 집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빈 물초롱을 들고 집에 들어가 어머니 의심을 받을게 속에 걸렸다.
그후부터 악마는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을 속이려고 범죄하러 나가는 날엔 아침 장마당에 가서 미리 물고기를 사다가 반디와 물초롱을 치워두는 부근 모래불에 구덩이를 파고 파묻어두었다. 그리고 범행을 한 후에는 구덩이에서 물고기를 파내 물초롱에 담고 집으로 돌아갔다.
교활한 그는 이런 수로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을 속이고 밤이면 물고기 잡으러 가는 척하고 하나 또 하나의 악성 사건을 저지르러 돌아다녔던 것이다.  
그날 밤에 비수에 심장을 찔린 오모 녀성은 불행하게도 당장에서 숨졌다.
정모는 비수에 찔려 소장이 파렬된데다가 소장마저 혈관이 터져 당장에서 실혈성 쇼크를 일으켜 강뚝에 쓰러졌다.
그때 강뚝을 지나가던 행인이 정모와 오모 녀성이 강뚝에 쓰러져 있는 처참한 정경을 발견하고 인차 병원에 호송하였다. 정모는 병원에서 구급받아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오모 녀성은 살인악마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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