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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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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정탐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4) 김장혁
2018년 10월 04일 12시 24분  조회:213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장편정탐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김장혁

 

     백일하에 더러난 살인악마의 몰골

       어데선가 어둠 속에서 덫에 치운 쥐새끼가 네 발을 바둥거리면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다.
       살인악마 김춘일은 경찰차에 압송돼 갈 때에는 집 안에서 체포될 때와는 달리 멍해 앉아 함구무언하였다. 그는 머리를 수깃하고 어떻게 최후에 심문받을 때 발뺌할 것인가고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리고 또 굴렸다.
그는 쇠살창으로 가로 세로 막은 경찰차의 헤드라이트불빛을 빌어 차창 밖으로 흩날리는 눈보라를 퀭해 바라보았다. 순간 머리가 빠개지고 폭발할 것만 같았다.
꾀죄죄한 쌍까풀눈 앞에는 그에게 살해돼 피못 속에 쓰러진 수많은 피해자들의 피로 얼룩진 시체들과 피가 고통스레 이그러진 얼굴들, 피로 반죽된 얼굴들이 마구 떠올랐다. 흩날리는 눈보라 대신 그들의 혼이 마구 몰려왔다. 자기 목을 옥죄이려고 창문에 매달리는 것만 같았다. 순간 머리끼 곤두섰다.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것도 한순간이였다. 악착스러운 살인악마는 인차 랭정하게 침착성을 회복하였다.
뻘쭉한 귀에는 자기가 휘두른 비수에 맞아 피를 뿜기며 쓰러지던 피해자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쟁쟁하게 들려왔다. 순간 살인악마도 공포에 온몸을 으스스 떨면서 움츠려뜨렸다.
(아, 수태 죽인 죄를 어떻게 다 감춘단 말인가?)
살인악마는 자기절로도 기딱막혔다. 피해자들의 통곡소리, 살인악마를 잡아치우라는 고함소리가 귀청을 아프게 때렸다.
그는 눈을 딱 감고 요지부동한 채 처음 사건부터 검토하면서 어데다 단서를 흘렸는가고 훑어보고 또 훑터보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럴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다.
       경찰차는 눈보라를 헤치고 질풍같이 달려 순식간에 연길시 복판에 자리잡은 연길시공안국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쇠살창을 댄 경찰압송차 문이 드르릉 열리자 김춘일이 전신무장한 경찰들에게 끌리워 차에서 내려섰다.
모래알 같은 눈가루가 죄악이 넘치는 살인악마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달아났다. 김춘일도 알았다, 이제 쇠살창 안에 갇히면 다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쇠고랑이를 차고 걸으면서 눈보라 무섭게 휘몰아치는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빨리 걸엇!”
김춘일은 경찰한테 떠멀리워 발에 찬 무거운 쇠고랑이를 절거럭거리면서 형사대대 지하심문실 문 앞으로 끌려갔다.
지하 심문실 철문이 드르릉 열리는 순간 김춘일은 도살장에 드러서는 야수처럼 흉악한 빛이 번뜩이는 눈길로 주위를 흘끔흘끔 둘러보았다.
“어서 들어갓!”
수사일군 둘이 량쪽에서 그 놈의 량팔을 붙잡아 홱 나꿔채 심문실에 떠밀고 들어갔다.
수사일군들은 지휘부의 심문방안에 따라 살인악마에게 숨을 돌릴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밤도와 심문하기 시작하였다.
평상시에 살인악마는 어둠컴컴한 밤이 좋았다. 자기 죄악적인 꼬리를 감추기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만은 어쩐지 심문실 안의 어둠이 싫었다. 아니, 순간적으로 머리끼 곤두섰다. 숱한 무고한 사람들을 처참하게 살해한 악마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무시무시한 공포였다.
경찰들이 그를 끌어다 심문실 벽에 장대처럼 세웠다. 조명등이 환히 켜지면서 샷타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찰칵!
찰칵!
(사진을 찍어? 별짓거리를 다 하는군.)
경찰들이 그를 좌측면으로 돌려세웠다.
찰칵!
찰칵!
이번에는 우측면으로 돌려세웠다.
찰칵!
찰칵!
숫구멍에 무엇인가 쭉 내려와 닿더니 덜컥 멈춰섰다.
“신장 1메터 68!”
“혈형 AB형!”
경찰의 목소리가 무시무시할 지경으로 적막강산인 심문실 안에 챙챙하게 울렸다.
뒤이어 김춘일은 경찰들에게 끌리워 쪽걸상에 물앉았다.
김춘일은 번개같이 속궁리를 했다.
(수사일군들이 무슨 단서라도 잡았는가? 그럴 순 없어. 번마다 내가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지 않았던가. 또 사건현지에 족문을 남길가봐 항상 걸레로 말끔히 닦아놓았는데…쳇,)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사일군들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썰매뛰기를 하는 상 싶었다.
(개새끼들이, 증거가 있었으면 진작 잡았지. 흥! 어데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범죄자로 몰려고? 작작 추측해라. 내 절로 불 거 같애? 쳇, 어림도 없어!)
김춘일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당당하게 머리를 쳐들고 수사일군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수사일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강렬한 조명등이 그의 민낯을 대낮같이 환히 비추었다. 그의 일거일동, 아니, 미묘한 표정변화도 손금 보듯 살필 수 있었다.
김춘일은 꾀죄죄한 쌍까풀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쪼프렸다.
“성명?”
“알면서 묻소?”
수사일군의 비수같은 말이 찌를듯이 내달려와 귀전을 쨩 때렸다.
“묻는 말만 고분고분 대답하라. 성명?”
“김춘일이요.”
“년령?”
“38세요.”
“아니다. 36세!”
“양력설을 쇴으니깐 38센데.”
“아니, 36주세야!”
“마음대로 할게지. 그게 무슨 대산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나이를 대답하는 김춘일의 입이 씰룩거렸다. 38세까지 밖에 살지 못하고 총살당할 자기 악팔자가 기막혔을가. 자꾸 나이를 한살이라도 부풀렸다.
수사일군은 위엄있게 날카로운 눈길로 쏘아보면서 심문했다.
“김춘일, 어째 여기에 잡혀왔는지 알만하지? 자기 죄행을 낱낱이 교대하라.”
김춘일은 아주 제쪽에서 억울한 것처럼 눈깔까지 부라리면서 시치미를 땄다.
“아니, 내 무슨 죄를 졌다고 생사람을 붙잡아다가 이러는가?!”
수사일군은 사무상을 꽝 쳤다.
“네가 지은 죄는 네가 제일 잘 알 거야. 이실직고하지 못할가?!”
그러나 김춘일은 묻는 말에 못들은 척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뒤이어 아예 입에 빗장을 꾹 지르고 죽은 돼지처럼 묵묵부답하였다.
수사일군은 내심하게 심문하였다.
“한가지 묻자. 강탈살인사건 때 강탈한 핸드폰이나 금목걸이, 금가락지, 나이론운동복을 보여줄가?”
김춘일이 눈을 흘끔거렸다. 조명등이 10여메터나 되는 길다란 사무상을 비추었다. 김춘일은 사무상을 흘끔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자기가 강탈한 숱한 장물과 살인도구가 줄느런히 진렬돼 있지 않겠는가.
수사일군은 사무상 우에서 핸드폰을 쳐들어보였다.
“이건 네놈이 지난해(2001년) 9월 22일 밤에 강탈해서 네 녀자친구 양모한테 줬던 파도표 핸드폰이야. 넌 애인 김모한테도 강탈한 핸드폰을 줘서 팔게 했어. 바로 이 핸드폰이지?”
“누가 강탈했소? 그 핸드폰을 얻어봤소.”
“아직도 거짓말 하겠는가?”
수사일군은 이번엔 금목걸이와 금반지를 쳐들어보였다.
“이건 네가 지난해 8월 27일 강간강탈사건 때 강탈해 애인 김모한테 준 거지? 김모는 돈이 딸려 며칠 후에 연길시 지하상점에 가져다가 팔았다. 어떤가? 다 우리 입으로 일일이 말해야 탄백하겠는가?”
장물을 보고 섬찍해난 김춘일은 속으로 애인 김모를 욕했다.
(개쌍년, 벌써 다 불었는가? 목숨 걸고 금목걸이랑 금반지랑 핸드폰이랑 빼앗아가져다 줬건만, 세상 인심은 난측이야. 네년은 벌써 로실히 탄백하고 다른 남자를 찾아가 살 궁리를 했구나. 뺑덕이 에미 같은 년, 내 살기만 하면 네년부터 껍질을 벗겨놓겠다. 죽어 귀신이 돼도 악귀 돼서 네년들을 물어뜯어놓을테야!)
“살인강탈한 증거물이 다 있는데도 계속 뻗치겠는가? 이 살인도구들도 일일이 쳐들어 해석해야 말하겠는가?”
그러자 태연자약하던 김춘일은 낯에 긴장한 빛을 띠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살인악마는 그렇게 쉽게 자기 죄행을 승인하고 단두대에 오를리 만무하였다.
어지간한 범죄자들은 이쯤 되면 심리방선이 산산이 박산나서 탄백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강심장인 살인악마는수사일군들의 강도 깊은 수사에도 용케도 끈질기게 10여시간이나 뻗치면서 아닌 보살을 떨었다…
김춘일은 아예 눈을 스르르 감고 입에 빗장을 지른 채 속궁리만 베아링처럼 굴렸다. 간혹 입술 속에서 이빨을 앙물기도 했다.
(개쌍년, 얼마나 그년을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아꼈는데. 목숨을 내걸고 빼앗은 돈하구 금은장신구를 네년한테 얼마나 가져다 주었어? 고급옷으로 올리감고 내리감아주었건만.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 네년은 제 신랑을 잡아먹는 개쌍년이란 말이냐? 내 붙잡힌지 하루도 안돼 물어먹어?)
생각만 해도 원통하고 격분했다. 배신감이 온몸에 덮쳐와 죽기보다 못했다. 쇠고랑이를 차고 갇히지만 않았으면 배신당한 앙갚음부터 하고 싶었다. 축모 자매들처럼 비수로 잔등을 째놓고 엉덩이를 찔러놓지 못한 것이 한이였다. 자기를 버리고 딴 놈한테 안길 궁리할줄 알았더라면 복숭아처럼 복스런 얼굴에 담배로 지져 흉허물을 내놓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터질듯이 풍만하고 망글망글한 젖가슴에 바늘로 자기 이름을 새겨놓지 못한 것이 가슴 아팠다. 하들하들한 허벅다리 살을 한근 쯤 도려내 영영 흉측한 생채기를 내주지 못한 것이 대가리 뻐개지게 아프게 때렸다.
(바깥 도적은 말려도 집 안 도적을 말리지 못한다고. 쳇, 그 년이 날 물어먹을 줄 알았으면 제일 먼저 그년부터 죽여버려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건데. 후회막급이야.)
김춘일의 온 몸에는 복수심이 사납게 파도치고 휩쓸고 지나갔다. 귀에는 수사일군이 묻는 말이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순간 그의 꼭 감은 눈 앞에는 생글생글 웃는 어린 처녀 김모의 고통스레 일그러뜨린 복숭아얼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가늘게 들먹이는 그녀의 가긍스런 모습이 삼삼이 떠올랐다.
잡혀 오는 날 밤에도 그녀는 자기 목을 꼭 끌어안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자기를 말렸다.
“아무데도 가지 말아요. 요즘 밤에 잡소리도 자꾸 칩데다. 사람의 일을 어떻게 알아요? 몸에 병이 나면 꿈이 많대요. 오늘만은 저와 함께 일찌기 잡시다.”
김춘일은 날마다 경찰들이 집에 뛰쳐들어와 자기를 잡아누르고 쇠고랑이를 채우는 악몽을 꾸군 하였다. 그러다가도 애인 김모 처녀가 흔들어깨우면 와뜰 놀라 벌떡 일어나 어둠 속에 주먹을 마구 휘두르고 발길질을 날리면서 고함까지 쳤다.
악몽을 깨고나면 김춘일은 김모 처녀의 풍만한 몸을 꽉 끌어안고 풍만한 젖가슴부터 만지고 핥고 빨았다. 리모, 축모 자매 등 녀성들을 뒤로 강간하던 장면을 떠올리면서 자못 흥분되였다. 그때 강간하던 그 체위대로 김모 처녀도 뒤로 달려들어 이불 속에서 번개처럼 해재꼈다. 참을 수 없는 흥분과 거치른 숨소리를 훌 토해내고나면 어쩐지 경찰과 쇠고랑이, 쇠살창, 총살… 등 모든 공포가 날아나는 것이 이상했다…
김춘일은 수사일군들이 끈질기게 심문해도 대답 한마디 하지 않고 제 궁리만 했다.
(그 년하구 범행을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는데 무슨 사건 때 빼앗은 핸드폰인지 알턱이 뭔가? 혹시 그 년이 내가 자주 밤에 나가 금목걸이요, 금반지요 가져다 줬기에 련속 생기는 살인사건과 련관되지 않는가고 의심할 수도 있지. 그러나 내 밑구멍을 따라다니지도 않은 년이 어떻게 내막을 알아? 경찰놈들이 혹시 그 년이 탄백한 것처럼 핸드폰을 주어다가 사건과 짜맞추기를 하는지 어떻게 아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김춘일은 꾀죄죄한 쌍까풀눈을 번쩍 떴다.
자기 눈을 비추는 조명등불빛에 어둑시그레한 심문실 안도 수사일군도 아무 그림자도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차, 하마트면 교활한 요놈들한테 속을 번 했어.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내뱉지 않은게 다행이야!)
살인악마 김춘일은 불 보듯 환히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자기가 한마디만 내뱉아도 자기 목에 건 숱한 올가미를 하나하나 풀기는커녕 더 옥죄여든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때 어두운 심문실 저쪽에서 수사일군의 쇠덩이 구으는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김춘일, 한가지 묻자. 밤중에 어데로 그렇게 자주 싸다녔는가?”
김춘일은 다시 침착성을 회복하고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그 목소리도 너무나도 거침없으면서도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처럼 여유작작하게 들렸다.
“어머니한테 대접하려고 물고기를 잡으러 부르하통하강에 다녔소.”
나포되기 전에 얼마나 주밀하게 준비한 뻔뻔한 대답인가.
“참 그럴듯한 핑게구나. 여름이면 몰라도 겨울에 땅땅 언 강에 가서 무슨 물고기를 잡았는가?”
“모르면서 작작 성가시게 구오. 당신은 겨울에 얼음을 끄고 고기잡이를 할줄 모르는 모양이구만. 부르하통하강 강바닥에 가서 보오.  물고기를 잡느라고 파놓은 얼음구멍이 얼마나 많은가.”
“허허. 참 핑게 대자구 얼음구멍을 미리 많이 파뒀더군.”
수사일군은 어처구니 없어 너털웃음을 웃었다.
“하난 알아도 둘은 모르는 놈이라구, 야, 넌 얼음구멍을 많이 파놓을수록 네놈이 더욱 의심받을 걸 몰랐지? 엄동설한에 곡괭이로 얼음구멍을 파서 무슨 고기를 잡는가? 얼음구멍이 금방 땅땅 얼어붙는데. 그게 여기엔 황금 300량이 없다는 얘기와 다른게 뭐냐?”
김춘일은 그 여우작작하게 코웃음치는  수사일군이 한심했다.
(남은 염라전 앞에서 버둑질하는데 너털웃음을 웃어?  황금 300량? 무슨 얘기야?)
무지한 그가 어찌 “여기에 황금 300량 없다.”는 말의 의미를 알아듣겠는가?
수사일군들은 차바퀴전술을 써서 여러 심문소조로 나뉘여 지휘부의 포치와 심문방안대로 륜번으로 심문하였다. 그들은 김춘일에게 일분도 숨을 돌릴 시간과 공간을 주지 않고 증거를 딱딱 들이대면서 련속 심문을 들이댔다.
“그래 겨울에 물고기를 몇초롱씩 잡았어? 왜  밤중에 나갔다가 새벽에야 돌아왔는가?”
“거야, 겨울에 고기 잘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뭐.”
김춘일은 신경질까지 발칵 썼다.
“별 시시껄렁한 물고기잡이까지 다 묻소? 물고기잡이하구 살인사건 무슨 상관 있소?”
“언제 살인사건을 물었는가? 네가 밤중에 왜 싸다녔는가고 물었지? 옳다. 그럼 네가 말해봐라. 어느 살인사건부터 심문하는게 옳은가?”
그제야 김춘일은 밸을 쓰다가 말실수를 한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순간 혀를 홀랑 내밀어 마른 입술을 감빨았다.
“우린 네가 그새 어디로 싸다닌 걸 다 안다. 로실히 탄백하고 발편잠을 자라.”
그러나 김춘일은 동문서답했다.
“당신들은 정말 지독하오. 밤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소? 물 한고뿌 주오.”
“그래, 물 마시고 몽땅 탄백하라.탄백하구  며칠이라도 발편잠을 자라구.”
김춘일은 물 한고뿌를 받아 단숨에 꿀꺽꿀꺽 밑굽까지 다 마셨다,
그는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물고뿌를 돌려주고나서 한술 더 떴다.
“담배 한대만 주겠소?”
“여기 무슨 양로원인가 하는가?”
그러나 옆에 앉은 수사일군은 다른 말을 했다.
“탄백하면 줄게. 어서 탄백하라. 우린 모든 증거를 다 장악했다. 저걸 봐라.”
다른 조명등이 벽에 걸린 영사막을 비추었다. 이윽고 환등이 켜졌다.
영사막에는 커다란 지문이 나타났다.
“이건 장백시장 부근에서 저지른 ‘10.24’입실살인강간사건 때 남긴 지문이야.”
김춘일은 눈을 비비고 한참이나 영사막의 지문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그의 육안으로는 누구 건지 알리 만무하였다.
그는 번개같이 속궁리를 굴렸다.
(아니야, 절대 그럴 수 없어. 언제나 장갑을 끼고 범행했어. 털끝만한 지문과 족문도  남기지 않으려고 그날 밤에도 걸레로 구들을 싹싹 닦아놓았어. 어림도 없어. 누굴 중 떠보려고? 이 놈들이 괴상해. 내 지문을 채취하지 않고서도 내 건지 어떻게 알아?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귀신 같은 놈들이 별 짓을 다한다.)
그때 또 환등편이 바뀌였다.
이번엔 뻘건 손지장이 나타났다.
“넌 아마 기억못할 거야. 이건 네가 십여년 전에 법원에서 10년 징역을 받을 때 심문기록에 손지장을 찍은 거야. 그때 지문을 우린 다 대조해보았다.”
“?!”
“한번 대조해볼가?”
두 지문을 합치자 일치하게 무늬가 똑같았다.
그러자 김춘일은 와닥닥 뛰쳐 일어나며 고함쳤다.
“생사람을 작작 잡아라! 누구 지문을 가져다 내 거라고 야단인가?! 너네 경찰들을 곱게 보는 것 같은가?!”
“그래, 넌 20대 초반부터 우리 경찰들을 곱게 보지 않았다. 사회에 불만이 많은 놈이였다. 공공장소에서 뢰폭도관을 폭발시켰다. 처녀의 자전거를 강탈했다.”
“네놈은 숱한 무고한 사람을 살해했다. 숱한 무고한 녀성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다. 네놈은 천번만번 죽어도 마땅하다!”
“어서 자기 죄행을 탄백하지 못하겠는가?!”
“허허허. 하하하!”
갑자기 김춘일은 쪽걸상에 앉으면서 미친 놈처럼 앙천대소했다.
“난 확실히 나를 붙잡은 경찰이나 10년 판결을 한 법관을 증오했다. 불공평한 이 사회에 불만이 있었어. 그러나 난 절대 살인강간범이 아니야! 생사람을 잡지 말고 증거를 내놓아라.!”
조명등이 길다란 상을 대낮같이 비추었다. 거기에는 숱한 사건 번호를 단 살인도구가 줄느런히 진렬돼 있었다.
수사일군이 피묻은 식칼을 들어보였다.
“이걸 알지? 이건 네놈이 공신촌 부근 세집에서 음식점에 다니던 필모와 김모 처녀를 살해할 때 쓴 식칼이다.”
이번엔 피묻은 망치와 시퍼런 식칼을 쳐들어보였다.
“이건 네 놈이 공신촌 부근에서 김모를 때려 까무러치게 하고 박모 처녀를 위협해 부르하통하 강뚝에 가서 강간할 때 쓴 흉기이다. 어떤가? 아직도 탄백하지 않겠는가?!”
수사일군의 말소리는 마디마다 김춘일의 귀에는 저승사자가 죽음을 재촉하며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리 쉽게 탄백할 김춘일이 아니였다. 그는 필경 10년이나 감옥살이를 하면서 다른 범죄자들한테서 들은 것이 많은 놈, 일정한 반정탐능력을 갖춘 교활한 특수범죄자- 살인악마였으니깐.
 
어둠 속에서 공포가 저승사자들처럼 스물스물 기여들어 온 몸을 엄습했다. 김춘일의 한 몸으로는 온 몸에 기여든 공포와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휘감긴 올가미를 떨쳐버릴 재간이 없었다.
억울하게 살해된 숱한 혼이 몰려와 사지를 억눌렀다. 숱한 피해녀들이 달려들어 죄악에 찬 손을 붙잡아 수사일군들한테 쳐들어 보이지 않겠는가.
김춘일은 점차 이것이 생시인지 꿈인지 모르게 환각이 오기 시작하였다. 수사일군들이 증거를 들면서 련속 들이대는 심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빗장을 꽉 질렀던 입이 마구 열리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횡설수설 널어놓기 시작하였다.
심문실 철문이 드르릉 열렸다. 어둠 속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릴뿐이였다.
하얀 의사복을 입은 법의가 다가오더니 김춘일의 팔을 걷어올리고 혈관에 주사바늘을 찔러 더러운 뻘건 피를 뽑아냈다. 팔에서도 뭔가 빼갔다.
“흡혈귀 같은 놈들, 무슨 짓거리냐? 생사람 피를 뽑아 뭘 해?”
“입 다물어!”
뒤이어 수사일군이 대야에 물을 떠가지고 다가왔다. 뒤이어 김춘일의 죄악의 손을 말끔히 씼고 닦았다.
“또 뭔 지껄이야?”
수사일군은 뻘건 도장찜과 종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뒤이어 김춘일을 끌고 가서 손을 쥐여 도장 찜에 가져갔다.
“지장을 찍어라!”
김춘일은 될수록 억지로라도 태연자약한 척 했다. 하지만 때 괴죄죄하고 음흉한 낯에 조금 당황한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정신방선이 와그르르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이였다.
“지장을 찍어 뭘 하는가? 난 살인범 아닌데.”
“네 놈은 증거를 들이대도 탄백하지 않잖아? 네 눈으로 직접 확실한 증거를 대조해 봐라.”
“허허허. 무능한 놈들, 할 일도 없구나. 쓸데 없이 지문을 찍어 뭘 해? 살인악마가 사건현지에 지문을 남겼더냐?”
김춘일은 손바닥을 도장 찜에 툭 찍어 허연 종이에 땅 찍으면서 횡설수설하며 수사일군의 눈치를 흘끔 훔쳐보았다.
수사일군은 대답 대신 김춘일의 손가락을 도장 찜에 툭툭툭 찍어 허연 종이에 꼭꼭 눌렀다.
어느 손가락이나 돌아가면서 지장을 다 찍었다.
     법의가 이번엔 김춘일의 고수머리를 몇대 줴당겨 뽑았다.
"아가! 간나새기들처럼 남의 머리는 왜 끄당기는가?! 별 짓을 다 한다. 씨베.'
"차차 알게 될 거야."
수사일군은 김춘일을 쪽걸상에 되앉혔다.
“우둔한 것들이 피까지 뽑아 뭘 해? 살인범이 사건현지에 피 한방울이라도 흘렸다더냐?”
“쓸데 없는 소릴 작작 치고 자기 죄행을 낱낱이 탄백하라!”
김춘일은 아직도 수사일군들이 어떻게 자기가 빼앗아 애인 김모와 녀자친구 양모한테 준 핸드폰을 주어왔는가 하는 것이 리해되지 않았다.
우둔한 김춘일이 어찌 공안국에서 선진적 최첨단과학설비로 그 핸드폰들을 추적하고 감청해왔다는 것을 알겠는가?!

      (필자 주: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핸드폰 위치추적은 별로 놀랄 일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20년 전인 당시에 벌써 주공안국에는 핸드폰 위치추적과 통화음성 감청, 록음하는 최첨단과학설비가 있었다. 심지어 이 최첨단설비는 추적핸드폰이 전국 각지 어느 도시 어느 거리, 어느 아파트 부근에서 통화한다는 것을 수시로 준확하게 밝히고 지시할 수 있다.)

       주공안국 정보처에서는 최첨단과학설비로 피해자들이 강탈당한 핸드폰번호를 입력하여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고 통화 음성을 감청하고 록음해왔다.
      이런 최첨단과학수사를 한다는 것을 우둔한 김춘일이 어찌 알았겠는가?
      수사일군들은 정보처에서 보내온 핸드폰 위치와 통화 정보에 근거해 지하상점 등지에서 핸드폰을 파는 김모와 양모를 신속히 련행하여 핸드폰을 회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우지 않으려고 양모와 김모를 놔주고 그녀들의 사용중인 기타 핸드폰을 계속 감시해왔던 것이다.
김춘일이 김모와 양모와 통화한 내역도 필림처럼 일일이 록음되였다. 수사일군들은 그 통화내역에 근거해 김춘일을 중점혐의대상으로 점찍고 장시기 감시하여왔다. 김춘일을 나포하는 날 밤에도 김춘일이 핸드폰으로 형제들한테 어머니를 부탁하는 전화하는 것을 듣고 위치추적기로 살인악마가 집에 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나포하였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김춘일은 깜깜부지였다. 때문에 귀신이 곡할 지경으로 이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심문실 벽에 걸린 영사막에 또 놀라운 환등화면이 련속 나타났다.
김춘일은 그 영화 같은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장백시장 부근에서 쇠살창을 뜯은 창문, 피못이 된 구들에 쓰러져 있는 남자, 구들을 확대경으로 세심히 수사하는 수사일군들, 구들에 난 지문을 발견하고 촬영하는 수사일군, 확대지문…
제일 마지막에는 수사일군과 한 녀성의 목소리까지  울려왔다.
 
수사일군: 그 놈이 강간한 위치는 어디오?
녀피해자: 바로 여기, 이 구들입니다.
수사일군: 그 놈이 신을 벗고 구들에 올라왔소?
녀피해자: 아닙니다. 신을 신은 채 올라온 걸로 기억됩니다.
수사일군: 그 놈이 손에 장갑을 꼈습데?
녀피해자:네. 꼈습니다. 아, 아니, 한참 지랄쓰다가 장갑을 벗고 내 엉덩이를 치고 만지고 개지랄 했습니다.

 
록음대화를 듣자 김춘일은 깜짝 놀랐다.
너무 놀라 하마트면 쪽걸상에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을번하였다.
대신 저도 몰래 바지에 오줌을 줄줄 내쌌다.
김춘일은 화면을 눈깔이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머리를 수깃하고 그때 범행과정을 꼼꼼히 돌이켜보았다.
(그럴 수 없는데. 아차, 그래, 그랬구나. 장갑 끼니 감각이 좋지 않다고. 미친 놈,  벗었댔구나. 뒤로 하다가 그 년 특별히 감각이 좋은 엉덩이를 보고 그만, 아하이고, 이 걸 어쩌나?)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 잠시 육체적인 감각을 찾다가 스스로 목에 건 올가미 그 자체였다.
“허허허. 어떤가? 그래도 탄백하지 않겠는가?”
수사일군의 너털웃음과 함께 비수처럼 예리한 말이 어둠을 헤가르면서 날아왔다.
“네 놈은 아주 교묘하게 사건을 저지른 후 단서로 될수 있는 흔적을 없애느라고 했다. 그러나 도처에 숱한 단서를 남겼다.”
“탄백햇!”
“네 놈이 장백시장 부근 세집에서 강간한 녀성, 공신촌 부근 부르하통하 강뚝에서 강간한 피해녀들이 눈이 시퍼래 살아 있다. 일일이 데려다 대질해야 탄백하겠는가?!”
“탄백하라!!!”
수사일군들의 불호령에 양가죽을 뒤집어쓴 승냥이 같은 김춘일은 더는 뻗치지 못하고 정신방선이 와그르르 무너졌다. 그는 인간탈을 훌렁 벗어버리고 살인악마의 흉악한 몰골을 드러냈다.
그 놈은 주먹으로 쪽걸상을 꽝꽝 치더니 벌떡 일어나 고함쳤다.
“야- 그 쌍년들을 몽땅 죽여버리지 못한게 한이다. 그 간나새끼들을 몽땅 죽였더라면 내 무슨 이런 꼴이 됐겠는가!”
죽음 앞에서는 영웅이 따로 없었다. 살인악마는 자기 죄를 알기에 죽을 각오를 하지 않은 건 아니였다. 그러나 정작 죽음의 문턱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1차반응은 비겁하기 그지 없었다. 리지를 무너뜨리는 미치광이 발악 그 자체였다.
“어허허허, 하하하하.”
살인악마는 싯누런 이빨을 드러내놓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러다가도 죽음이 겁났는지 쇠고랑이를 찬 두 손으로 대갈통을 부여잡고 대성통곡쳤다.
“어허헉, 으흐흑, 원통하다! 원통해!”

또 덮쳐 왔다. 숱한 원귀들이 이그러진 흉상을 드러내면서 어둠 속에서 덮쳐왔다. 피해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살려주세요. 네?”
“뭐든 다 줄테니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난 아직 서른도 안돼요. 제발 살려주세요.”
“허허허.”
“네 년도 죽어봐라! 내 생긴게 나쁜 놈처럼 생겼다 했지? 그래, 난 살인하고서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는 살인악마야! 허허허.”
분명 자기가 공신시장 부근에서 세집에 뛰여들어 마지막으로 강간하고 살해할 때  처녀가 애걸하는 목소리였다. 두 손을 싹싹 비비는 그녀를 강간하고 살해할 때 분명 자기 너털웃음소리, 호통질-

(이게 생신가? 꿈인가?)
살인악마는 환각이 마구 떠올랐다.
저승사자들이 죽음을 재촉하는 칼부림이 휙휙 머리끼 곤두서게 목을 스치고 날아지나갔다.
어데선가 어둠 속에서 저승사자의 북소리 둥둥 울린다. 어둠의 사닥다리를 타고 숱한 올가미들이 내리 드리운다. 어둑컴컴한 단두대, 교수대에 맨발바람으로 오른다.
땅! 땅!
야무진 총소리가 울린다.
대갈통이 뻐개지면서 피묻은 뇌장이 사처로 튕겨난다.
쥐새끼들이 쫑드르르 덮쳐들어 뇌장을 파먹는다.
독수리들이 날아와 눈깔을 빼먹는다.
시체는 화장터에 끌려가 용암처럼 이글거리는 불가마에 처넣어진다. 죄악의 살인악마의 더러운 시체가 정의의 화염 속에서 불타 재가루로 돼 매캐한 시꺼먼 연기로 귀신처럼 하늘로 날아올라간다. 살인악마의 유령이 정처없이 날아다니다가 개똥물에 처박힌다.
“앗! 아니야, 아니!”
살인악마는 대갈통을 부둥켜안고 바들바들 떨면서 몸부림쳤다.
   
“어서 탄백하라!”
“살인악마, 네 정체는 백일하에 다 드러났다!”
“탄백하고 며칠이라도 발편잠을 자라!”
어둠컴컴한 지하심문실에서 수사일군들의 호통소리가 귀청을 아프게 때렸다.
김춘일은 악몽에서 깨여났다.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돼, 절대 이렇게 죽고 말 순 없어. 어떻게 하나 이 생지옥에서 벗어나야 해. 불공평한 이 놈의 사회에 더 보복해야 해. 꼭 간나새끼들을 백명 강간하고 살해해 세상에 제1호 악명을 남겨야 해.)
살인악마는 철 같은 증거 앞에서도 쉽게 죄행을 자인하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떻게 법망을 벗어나 재차 악행을 저지를 궁리를 망녕되게 시도했다.
김춘일은 금방 정신 나간듯이 말실수를 한 것을 못내 후회하였다.
“김춘일, 자기 죄행을 아직도 탄백하지 않겠는가?”
“내 무슨 죄 있다고 생사람을 잡아다가 이렇게 고문하는가?”
“금방 피해녀들을 다 죽였더라면 이렇게 잡히지 않았겠다고 후회하지 않았는가?”
“야- 이러지 맙소. 밤낮 자지 못하게 심문하니까. 정신 나간 소릴 친 거 물고 늘어지지 말라이! 흥.”
김춘일은 사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또 괴변을 부리기 시작했다.
“지금 몇시오?”
“몇시든 관계 말고 탄백이나 해라.”
김춘일은 횡설수설 게두덜거렸다.
“여우 새끼 같은 놈새끼들이, 사람을 자지 못하게 련속 심문하니 어디 제 정신을 차리겠냐?”
어둠 속에서 수사일군의 쇠덩이 구우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10.24’ 살인강간강탈사건 때 피해녀 리모를 데려다 대질하겠는가? 그러기 전에 어서 탄백하라.”
기실 언제든지 수사일군들의 말대로, 리모 녀성을 심문실 바깥 암실에 데려다 커다란 불투명유리창으로 심문실 안에 갇힌 김춘일의 몰골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잖은가.
김춘일은 일정한 반정탐능력을 갖췄기에 그걸 모를리 없었다.
“넌 그때 신을 신고 장판널에 남긴 파도무늬 간 운동화 발자욱은 육안으로 볼 수 있어 다 닦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구들장판에 남긴 손바닥 자욱은 제대로 닦아버리지 못했다. 어떤가? 어서 탄백하라.”
김춘일의 정신방선은 물구멍에 뚫린 모래성처럼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입에 빗장을 꽉 지르고 침묵을 지켰다. 그는 죄행을 자인하는 날이면 저승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죄를 자인하지 않는 한 네놈들이 무슨 수가 있어? 이제 또 무슨 짓거리를 하는가 두고 보자.)
그는 군견이라도 자기 발자욱을 따라 냄새를 맡으면서 따라올가봐 봄과 여름, 가을에 조양천진과 연길시 공신시장 부근에서 사건을 저지른후 늘 부르하통하 강물을 건넜다. 군견도 물을 건너면 발자욱 냄새를 따라올 재간이 없다는 말을 진래감옥에 있을 때 다른 선배죄수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고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그는 뭍에 오르기 전이면 항상 강가에 앉아 한참이나 발과 다리를 싹싹 씻고서야 사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어둠을 타 도적고양이마냥 집에 어슬렁어슬렁 기여들어가군 하였다.
그는 이 시각에도 자기 범행은 빈틈이 없었다고 믿고 인차 침착성을 되찾고 아닌 보살을 떨었다.
“당신들은 이제 금방 찍어간 지문을 가지고 그러는데. 난 그 사건과 아무런 관계없소. 괜히 생사람을 잡지 말고 내놓으라이. 집에 계시는 로모를 내 없으면 누가 모시겠소? 누구나 다 엄마 있잖소? …”
“닥쳣! 우린 살인악마를 놔둘 수 없다. 네 집 형편을 몰라 그러는가 해? 5남매나 되는데 살인범을 처단해도 근심할 필요없다. 어서 탄백하라.”
걸걸한 목소리 들렸다. 그 목소리 임자는 김광진 국장이였다.
“김춘일, 아닌 보살을 작작 떨고 영사막을 보라.”
김춘일은 머리를 들었다.
영사막에는 두개 지문이 나타났다. 두 지문을 합치자 일치했다.
이번엔 다음과 같은 문자가 나타났다.
 
강간사건 피해녀 질 속의 정액 DNA감정결과 김춘일 DNA와 완전히 일치함. 강간사건 때 사건현지에 남긴 음모(阴毛)와 김춘일의 머리카락의 유전자도 완전히 일치함.
 
이건 김춘일도 상상 밖이었다.
“저건 뭐요?”
김광진 국장이 비수로 심장을 찌르듯이 최후일격을 가했다.
“네 놈은 ’10.24’, ’12.02’ 등 계렬살인강간략탈사건 때 숱한 피해녀들을 강간하고 그녀들의 몸 속에 숱한 정액을 남겼다. 또 요대기 위에나 구들장판에도 수태 흘려 놓았다. "
(아차! 그때 난 다 강간하곤 피해녀 앞에서 커다란 거시기를 흔들면서 자랑하며 수건으로 닦지 않았는가. 그게 단서로 될줄이야)
       "네놈  머리털을 뽑은게 이상하지? 네 머리털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강간사건현장 구들장판과 요 우에 남긴 검부지(털) 유전자는 완전히 일치해. 이게 제일 중요한 단서로 됐다. 또 피해녀 질 속 정액의 유전자와 네 유전자가 일치하다는 것이 과학수사에 의해 검증됐다. 네 놈이 바로 조양천진과 연길 계렬살인강간략탈사건의 흉수라는 것이 철같은 증거로 증명됐다.”
꽈당탕!
절거럭!
순간 김춘일은 쪽걸상에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쇠고랑이를 찬 두 손으로 대가리를 싸쥐고 아우성쳤다.
“아하하하, 이럴 수가?!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어허, 헉헉, 아이고-”
10여명이나 살해한 살인악마도 철 같은 증거 앞에서 더는 뻗칠 수 없었다. 살인악마는 정신방선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죽어가는 돼지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는 살인하고 강간하고 강탈해도 “손과 발만 잘 건사하면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 않는다.” 그런줄만 알았다. 그러나 피해녀들의 몸 속에 남긴 정액도 증거로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불여우 같은 놈들, 피만 뽑아가는가 했더니 무슨 듣지도 못한 뭐? 유전자라는 거 뽑아다 다 대조했는가? )
그는 피를 뽑아가도 대수롭잖았다. 그는 어느 사건현지에나 자기 피 한방울 흘린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지한 그는 시대최신과학의 발전변화에 따라 정액을 채취해 유전자를 감정하는 새로운 과학수사를 깜깜부지였던 것이다.
옛날에 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세상에서 남자들은 세 끝을 주의하면서 살라고. 혀끝과 손끝, 좆끝을 주의하라고. 혀를 잘못 놀려 정치착오를 지지 말아야 하며, 손끝을 잘못 놀려 도적질하거나 탐오하거나 살인하고 강탈해선 안되고, 좆끝을 잘못 놀려 바람 피우거나 강간하지 말아야 한다고.
속담에 산에 걸려선 넘어지지 않지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고. 살인악마 김춘일은 아무리 단서를 남기지 않으려고 빈틈없이 손발을 건사하느라고 모지름을 썼지만 생각지도 않은 정액DNA검증에서 걸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하였다.
수사일군들은 소뿔은 단김에 뺀다고 김춘일한테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드센 정치공세를 들이댔다.
“철 같은 증거가 다 있다. 계속 떼를 쓰겠는가?죄행을 낱낱이 탄백하라!”
“죄는 지은 자한테로 간다고 네 놈은 죽을 죄를 지었다. 몽땅 탄백하지 못하겠는가!”
수사일군들은 땅바닥에 쓰러져 바지에 오줌 똥까지 내싸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김춘일을 쪽걸상에 붙들어앉혔다.
김춘일은 보통 신속히 강간하고 현장에서 달아나기 위해 피해녀들을 벽이거나 창문을 잡고 허리를 굽히게 하거나 구들에 절반 꿇어엎디게 하고 뒤로부터 달려들어 강간하였다. 그는 그렇게 강간하면 자기 민낯을 피해녀들한테 로출시키지 않기에 안전하다고 믿었다.
어떤 때는 례외도 있었다. “10.24 사건 때 리모 녀성이 성병이 있다고 하자 상을 징그리던 김춘일은 리모 녀성을 구들바닥에 반쯤 굻어엎디게 한 후 뒤로 강간하였다. 그런데 리모 녀성이 통곡치면서 구들바닥에 꽈당 쓰러졌다. 또 김춘일은 감각이 무뎌 제맛을 보지 못해 장갑을 벗고 피해녀의 엉덩이를 쨕쨕 치고 만지면서 강간하였다.그때 살인악마는 구들바닥을 짚어서 손바닥과 지문을 남겼다.
       (그 놈의 보들보들한 엉덩이를 만지고 때리다가 화근을 남길줄이야.)
또 한참 강간하는데 리모 녀성이 오열을 토해내면서 몸을 탈며 버둑거리자 그만 측면으로 눕혀놓고 마주보면서 변태적인 체위로 마구 강간하였다. 그리하여 리모 녀성에게 흉악한 야수  민낯을 로출되고 말았던 것이다.
수사일군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우리가 일일이 증거를 다 들어야 탄백하겠는가! 어서 탄백하라!”
“야, 이 새끼들아, 백명 간나새끼들을 강간하고 살해하지 못한게 한이다. 불공평한 이 사회에 보복하지 못한게 최대 한이다! 개새끼들아, 네놈들을 몽땅 죽여치우고 싶다!”
김춘일은 이빨을 뿌드득뿌드득 갈면서 속으로 부르짖었다.
철 같은 증거 앞에서 살인악마도 용빼는 수가 없었다. 정신방선이 물 먹은 모래성처럼 와그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오후부터 김춘일은  죽을바하고는 통쾌하게 살인하고 강간하고 강탈한 죄행을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었던지,  살인악마의 본성을 드러내면서 자랑삼아 줄줄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밑도 끝도 없이 깜깜한 어둠을 타서 도처에서 행악질하던 살인악마의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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