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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14)
2018년 03월 27일 10시 17분  조회:1445  추천:0  작성자: 김장혁



                              26. 소식공개회의
강운룡 부국장은 병원에 가서 승호에게서 직접 사건경과를 료해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병원 복도에서 피해자 은영과 맞부딪쳤다.
은영은 운룡을 보자 “경찰아저씨군요. 이 세상에는 숱한 처녀를 해친 건달놈을 징벌하는 도덕법정은 없어요?” 하고 중얼거렸다.
운룡은 강도들에게 짓밟힌 처녀애를 보고 머리 숙여졌다.
그가 급진 외과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뜻밖의 정황에 부딪칠줄이야.
YB병원에서 승호가 자취를 감추지 않았겠는가.
간호원들과 물어보아도 “다른 병원에 간 것 같아요.”라고 할뿐이었다.
그때 리철갑 과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강과장, 빨리 돌아오오.”
“무슨 일이요?”
“소식공개회를 열겠소.”
“아니, 지금 승호를 찾는데 병원에서 사라졌소. 걔가 어느 병원에 갔소?”
“걸 알아 어쩌오? 혐의자도 아닌데.”
“아니오. 알아볼 일이 있어 그러오.”
“뭘 그러는지 소식공개회 끝난 후에 보기오. 빨리 돌아오오.”
“알았소.”
강운룡 부과장은 급히 형사경찰대대로 돌아갔다.
그가 형사정찰대대 소회의실에 들어가보니 기자들이 빼곡이 들어앉아 있었다. 그 속에는 신문사 기자 종수도 있었다. 정치에 민감한 종수는 신문사에 배치받은 후 법률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었다.
리철갑 과장은 형사정찰대대와 수사대원들의 공훈을 널리 선전하려고 한시급히 이번 소식공개회를 열려고 서둘렀다.
강운룡은 리과장을 복도에 데리고 나와 나직이 “나머지 혐의자 광일까지 나포한 후에 소식공개회를 열면 좋을 것 같소.”라고 했다.
그러나 리철갑은 고집을 부렸다.
“숱한 기자들을 불러놓았는데 어쩌오?”
“돌려보내든지?”
“안되오. 주악을 나포했다는 걸 공포하기요. 하루라도 빨리 범죄자들의 기염을 꺾어놔야지.”
운룡은 계속 말렸다.
“리과장, 괜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지 마오. 깡패 우두머리를 놀라게 해서  나포하기 힘들겠소.”
그 말에 리과장은 좀 주저하면서 걸상에 물앉았다.
“그 새끼들을 몽땅 붙잡아 총살해야 내 속이 풀리겠는데.”
운룡은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리철갑  과장의 눈길을 보고 입을 무겁게 열었다.
“당신 심정은 리해되오. 멀쩡한 아들이 글쎄 무리승냥이 같은 놈들한테 귀두까지 잘리웠으니 말이오.”
“이보, 그런 말은 하지도 마오. 얼마나 창피하오.”
운룡은 실수한 것을 알고 화제를 돌렸다.
“리과장은 이 사건해명을 회피하는 것이 좋소.”
“왜? 난 복수해야겠소.”
“당신은 피해자 아버지가 아니고 뭐요? 피해자 가족이 해당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는 건 형사수사사업의 준칙이요.”
“음.”
리철갑 과장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권연을 꺼내 물었다.
운룡도 한대 꺼내 물고 라이타를 꺼내 리과장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리철갑 과장은 담배연기를 길게 빨아들였다가 후~ 내뿜었다.
그간 그는 대학교 규률검사위원회 허철만 서기와 암암리에 짜고들어 송파와 승호를 서로 봐주기를 했다. 기실 리철갑 과장은 허송파네 일가와 악연을 계속 맺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나무다리에서 허철만 서기와 최웅봉 부시장 일가와 직접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로 복잡하게 맞부딪치게 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번 특대상해륜간사건은 아무리 봐도 허송파 일당과 련관된 것 같았다. 승호가 시당위 정법위원회 허서기 딸 허경옥과 정법 부시장 최웅봉의 딸 최은영의 정조를 유린해 생긴 사건인 것 같아 더욱 골치아팠다.
리철갑 과장은 허철군 서기와 허철만 서기 형제를 봐서 눈 감고 지나가자니 최웅봉 부시장의 눈치가 보였다. 더구나 승호의 귀두까지 잘라낸 강도들을 생각하면  악이 날대로 났다. 그러나 이 사건을 깊이 파고들수록 승호가 귀두를 잘리운 추문이 퍼질가봐 저으기 근심됐다.
 고민 끝에 그는 승호의 전도에도 영향이 가지 않고 당상급도 될 수 있는 한  건드리지 않을뿐만아니라 범죄자도 법에 의해 호되게 족칠 수 있는 묘안을 내왔다.
강운룡은 리철갑의 이런 속내는 알 수 없었다.
리철갑은 속궁리와는 달리 강운룡을 보고 강경하게 말했다.
“먼저 소식공개회를 열어 강도들을 법에 의해 호되게 처단해야 한다는 사회여론을 조성해야 하오. 여론조성이란 무기로 허송파 깡패무리 우산과 수족을 잘라내야겠소.”
강운룡도 머리를 끄덕였다.
이때 복도 먼발치에서 성호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리철갑은 강운룡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 앤 왜 이번 수사에 가담시켰소?”
강과장은 대수롭잖게 “견습시키자고.” 하고 대답했다.
리철갑 과장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우린 사인정탐을 써선 절대 안되오. 괜히 쓸데없는 말을 듣겠소.”
사실 리철갑 과장은 성호가 아주 참한 청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성호를 이번 사건수사에 가담시켰다가 승호의 귀두가 잘린 추문이 퍼질가봐 저으기 근심됐다.
리철갑 과장은 법의실에 가서 주범의 DNA검사단을 보았다. 은영의 질 안에서 검출된 정액중의 한 DNA와 일치했다.
“주악, 주범. 이 개놈새끼들, 몽땅 어디 썩어져봐라!”
악이 날대로 난 리철갑 과장은 지하심문실에 씽 달려내려갔다.
그는 대가리를 두무릎 사이에 툭 떨어뜨린 주악과 주범을 보자 권총을 쑥 뽑아 단방에 쏘아죽이고 싶었다.
그는 국장 사무실에 올라가서 천룡해 국장과 주관부국장 김성광을 모시고 숱한 기자들이 빼곡이 들어앉은 형사정찰대대 회의실로 들어갔다.
리철갑 과장은 사무상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서류를 내려놓고 안경알  밑으로 여러 기자들을 둘러보았다.
“여러분, ‘10.16특대상해륜간사건’은 기본상 해명됐습니다.”
순간 숱한 카메라가 리철갑 과장을 조준하더니 섬광들이 쉴새 없이 번쩍였다.
“범죄혐의자 주악과 주범, 김광일은 10월 16일 저녁 7시반 좌 우에 련애하는 청년 리모(25세)와 녀대학생 최모(24세)의 뒤를 밟아 YB대학 뒤산 소나무숲에까지 갔다. 주범과 주악은 먼저 반항하며 박투한 리모의 허벅지와 얼굴을 수술칼로 찔러 상처를 입혔으며 미리 준비해가지고 간 헝겊바줄로 리모의 두팔을 뒤로 결박해 소나무에 묶어놓았다. 그새 범죄혐의자 김광일은 최모 처녀를 구뎅이에 처넣고 강간하려고 했다. 최모가 용감히 범죄혐의자와 박투하면서 수술칼로 범죄혐의자 김광일의 허벅지와 얼굴을 찔렀다. 김광일은 최모를 주먹으로 치고 목을 졸라 까무러치게 한 후 강간했다. 뒤이어 주악과 주범도 정신을 잃은 최모를 야수처럼 륜간했다.”
리철갑 과장은 기자들을 내려다보면서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우리 형사수사대대에서는 사건보고를 받자 즉시 사건현지에 가서 세심한 수사를 벌렸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근거해 과학수사방법으로 범죄혐의자들이 3명이라는 것을 수사해냈으며 이미 륜간범죄혐의자들인 주악과 주범을 체포했다. 나머지 범죄혐의자 김광일은 지금 수배 중에 있다.”
종수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우선 이번 특대상해륜간사건을 해명한 것을 축하합니다. 리과장께 한가지 묻고 싶습니다. 어떤 과학수사방법으로 이번 사건의 단서를 쥐게 되였습니까?”
리철갑 과장은 난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수사비밀입니다. 수사방법을 다 공개하면 이 후에 범죄자들의 반정탐능력이 높아지기에 우리 수사사업에 거대한 장애로 될 수 있습니다.”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기자들이 사건해명소식을 낼 때에도 딱 공안국에서 제공한 자료대로 기사를 쓰고 우리 심열받은 후 보도할 것을 바랍니다.”
텔레비죤방송국 기자가 또 손을 들었다.
“사건해명자료를 제공할 수 없습니까?”
리철갑 과장은 랭정하게 말했다.
“너무 총망히 소식공개회를 하다나니 자료를 미처 작성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제가 말한대로 보도하면 됩니다.”
리철갑 과장은 이젠 사건해명소식공개회를 여러차례 열었기에 로련한 전문가였다.
어떤 기자들은 범죄혐의자와 피해자의 성명을 꼬치꼬치 캐물어 필기장에 적었다. 어떤 기자들은 지어 자기 기록한 필기장에 서명해달라고 했다.
로련한 리철갑 과장은 완곡하게 사절하였다.
기자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제2권 농민의 아들
 
 
                        27. 흉수를 나포
       성호는 수사대원 수길과 함께 우전국에 가서 김광일의 집식구들과 형제, 친척의 전화번호까지 다 장악한 후 공안국 제7처에 보내 전화감청을 의뢰했다.
       그들은 추운 초겨울 밤에 광일의 집 부근에 잠복해 있으면서 그 자가 나타나기를 은밀히 감시했다.
초조한 밤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흘러갔다. 희미한 초생달이 풍운조화를 부리는 먹장구름 속을 자맥질하며 서쪽으로 헤염치고 있었다.
      그러나 초생달이 서쪽에 다 기울어가도 반정탐능력이 있는 교활한 광일의 그림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광일은 집식구들이거나 친척에게까지 전화 한마디 하지도 않았다.
뻐스터널과 기차역 대합실에도 수사대원들이 잠복해 있었지만 정황은 마찬가지였다. 광일의 꼬리도 보이지 않았다.
기타 현과 시에서도 광일의 종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속이 탄 성호는 옆에 잠복한 수길에게 광일의 정황을 자세히 물어보았다.
“광일이랑 평소에 어데로 잘 드나듭니까?”
“그 놈 깡패무리들은 늘 공원에 드나들면서 수림 속에서 부정당한 관계를 맺는 남녀들을 붙잡아 ‘파출소에 잡아가겠다.’고 협박하는 수단으로 돈을 략탈하거군 했지. 심지어 남자는 쫓아보내고 녀자를 륜간하는 일도 있었소. 그러나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았거나 피해자증명을 서지 않았소. 그래서  깡패들은 번마다 법망에서 빠졌네.”
성호는 머리에 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광일이 공원에 숨지 않았겠는지?”
“공원에?’
수길은 추위에 떠는 초생달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가로 흔들었다.
“이 추운 초겨울에 얼어죽자고 공원에 있겠소?”
“그 놈이 집이거나 친척과도 련계를 끊은 걸 보면 돈이 떨어져서 공원에서 불륜행위를 하는 남녀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릴지 어떻게 압니까?”
“글쎄? 식당이거나 개인려관에 있을 수도 있지.”
“죽지 않으면 살 소리군. 그 교활한 놈이 멀쩡히 식당이나 려관에서 우리 잡기를 기다리겠습니까?”
“등잔불 밑이 어둡다고 항상 경찰들이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탈수도 있지.”
“글쎄.”
수길은 인차 통화기를 꺼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강운룡 부과장에게 성호의 제의를 회보했다.
강운룡 부과장은 “즉시 공원부근 선녀음식점이랑 해운려관이랑 찾아가서 광일과 비슷한 놈이 나타나면 신고하라고 부탁하오.” 하고 포치했다.
강운룡 과장은 뒤이어 수사대원 창남과 천일을 광일이네 집 부근에 파견하고 수길과 성호를 공원과 식당, 려관에 파견했다.
수길과 성호는 먼저 공원부근 려관들과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범죄혐의자신고를 부탁했다.
선녀음식점에 들어서자 선화가 반겨 맞았다.
“아니, 성호 오빠, 어떻게 돼 오랜만에 초라한 식당에 다 왔어요?”
성호는 한살 이상인 선화가 항상 “오빠”, “오빠” 하는 것이 안쓰러워 눈인사를 하였다.
뒤이어 조용한 경리실에 데리고 가서 귀속말로 사연을 말하고나서 부탁했다.
“광일이 나타나면 알리오.”
선화는 단통 얼굴색이 새까매나더니 “아니, 깡패들을 건드렸다가 목이 날아나라고?” 하고 질겁해 바들바들 떨었다.
“그 놈들은 륜간죄를 범해 몽땅 총살당할 거요. 겁내지 마오. 든든한 성호 있는데. 허허허.”
사람좋게 웃는 성호를 보고 선화가 물었다.
“공안국에 들어갔소?”
“아직은 아니.”
“왜 그런 깡패를 건드리오?”
“은영을 알지?”
“양.”
“그 놈들이 은영을 해쳤어.”
그제야 선화는 머리를 끄덕였다. 순간 같은 녀성으로서 은영에 대한 동정과 더불어 흉수에 대한 적개심이 북받쳐올랐다.
“우리 식당에 나타나기만 하면 전화하죠.”
“감사하오. 부탁이오.”
선화는 비장한 결심을 한듯 머리를 끄덕였다.
식당에서 나오자 성호와 수길은 어둠 속에 잠긴 공원으로 들어갔다.
을씨년스러운 겨울인데다 밤도 깊어서 공원 안에는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벌거숭이 나무가지들이 초겨울 바람에 아츠러운 비명소리를 휴휴 지를뿐이였다.
수길은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그 놈이 이런 곳에 오겠소?”
“더 수색해보기요.”
그들은 공원 둔덕을 타고 나무숲 속을 샅샅이 뒤지면서 올라갔다. 그러나 련애하는 련인들도 없었다.
그들이 수림을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쿨룩쿨룩
바람이 잔 둔덕 아래 정자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고양이 발걸음으로 정자에 살금살금 다가갔다. 초생달빛을 빌어 정자의 장의자에 웬 거지가 누워있는 것이 어슴프레 보였다.
수길은 성호의 옆구리를 툭 치더니 손으로 량쪽으로 덮쳐가서 포위해 목을 조이는 시늉을 했다.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수길과 성호는 량쪽으로 나뉘어 둔덕 아래로 접근해갔다.
한 대여섯메터 다가갔을 때다. 수길이 고의로 인기척을 냈다.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우는 수단이였다.
저게 뭐냐?
그 자는 화닥닥 놀라 벌떡 일어나더니 선불맞은 노루처럼 꼬리빳빳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서랏!”
그 자는 수길을 피해 성호 쪽으로 달아났다.
“어디로 도망쳐!”
성호는 번개같이 발길을 날려 그 자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자는 떼구루루 굴러 벌떡 일어나면서 주먹을 날렸다.
성호는 날아드는 주먹을 받아쥐어 비틀면서 태를 탁 쳐놓았다. 그때 광일이 뛰여와 그 자의 팔을 뒤로 비틀었다.
수길과 성호가 쓰러져 버둑거리는 그 자의 대가리를 달빛을 빌어 여겨보니 광일이 틀림없었다.
“김광일, 이 놈, 어디로 도망쳐?”
수길의 고함소리에 그 자는 꽥꽥 고함쳤다.
“놔라, 야, 이렇게 붙잡힐줄은 정말 몰랐다.”
수길은 광일을 보고 “네놈을 특대상해륜간범죄혐의자로 체포한다.” 하고 말하면서 차거운 쇠고랑이를 꺼내 광일의 두 팔목에 철컥 채웠다.
이튿날 리철갑 과장은 또 두번째 소식공개회를 열었다.
형사정찰대대 회의실 정면에는 공안국의 천룡해 국장이 앉아 있었다. 숱한 기자들 속에는 종수도 눈에 띄였다.
리철갑 과장은 만면춘풍이 돼 사건해명소식을 공포했다.
“어제 저녁 밤 9시에 우리 경찰대대 수사대원 최수길과 정의용사 리성호는 공원에 숨어 있던 범죄혐의자 김광일을 체포했다. 이로써 ‘10.16특대상해륜간사건’ 범죄혐의자 3명을 사흘만에 몽땅 나포했다. 이 사건은 지금 계속 심리중에 있다.”
그때 종수가 손을 들었다.
종수는 자기 동창생 이름이 공포되자 무척 호기심이 갔던 것이다. 그는 당날에 출간한 신문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어제 소식공개회를 실은 신문입니다.”
“양? 벌써 나왔소?”
리철갑 과장은 신문을 받아쥐여 안경알 밑으로 쭉 내리훑어보았다.
신문에는 “10.16특대상해륜간사건을 해명”이란 제목 아래 소식을 공개하는 자기 사진이 큼직이 실리지 않았겠는가.
리철갑은 내심으로 기뻤지만 신문을 종수에게 안팎이 다른 말을 했다.
“아니, 내 사진을 실어 뭘 하오? 이번 사건은 우리 국장님들이 수사방향을 정확하고도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수사대원들이 기민하고 영용하게 수사해 해명한 결과인데. 어제 신문과 방송에 내기 전에 형사정찰대대에 원고를 가지고 와서 심열을 받은후 내라잖았소? 이게 뭐요?”
종수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새벽에 신문을 찍는데 심열을 받고나면 오늘 나가지 못할가봐 그랬습니다.”라고 변명했다.
“그래도 심열제도는 지켜야지. 이건 형사사건해명 소식보도의 원칙과 규률이란 말이요.”
리철갑 과장은 국장들한테 신문을 건네면서 “공훈이 제일 큰 국장님들의 이름 한번 언급하지도 않아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천룡해 국장과 김성광 부국장은 이구동성으로 “아니요.”라고 했다.
김성광 부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기자들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리철갑 과장과 강운룡 부과장이 수사대원들을 잘 지휘해 세심히 수사했기에 사흘만에 완전히 해명했습니다. 특히 정의용사 리성호는 수많은 단서를 제공하고 범죄혐의자를 용감히 나포해 공훈이 아주 큽니다.”
종수는 리철갑 과장에게 물었다.
“수사대원과 정의용사의 얼굴을 신문에 내려고 합니다. 여기서 잠간 만나볼 수 없습니까?”
“예. 곧 공개하겠습니다.”
리철갑 과장은 성호를 표창하는데 아주 적극적이였다. 승호의 원쑤를 나포한 친구라는 것도 있지만 사위감후보가 아닌가.
이윽고 수사대원 최수길과 정의용사 리성호가 소식공개회의장에 들어섰다. 숱한 카메라 섬광이 번쩍번쩍 번개쳤다.
종수는 성호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축하합니다! 범죄자를 붙잡던 경과를 얘기해줄 수 없습니까?”
성호는 종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옆에 선 최수길을 가리켰다.
“이분과 물어보십시오.”
수길은 간단히 경찰대대 리철갑 과장과 강운룡부 과장의 지시에 따라 김광일을 공원 정자에서 나포하게 된 경과를 말했다.
“특히 정의용사 리성호가 김광일이 공원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기에 수사방향을 조절하게 됐습니다.”
천룡해 국장은 이번 사건해명에 공훈을 세운 최수길 등 수사대원들과 정의용사 리성호를 높이 평가하였다.
“리성호와 같은 기민하고 용감한 정의용사가 있는 한 범죄자들은 인민의 법망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성호에게 “정의용사상패”와 상금봉투를 손수 드렸다.
기자들이 일제히 샷타를 눌렀다. 섬광이 번쩍번쩍 빛발쳤다.
수상감상을 말하라고 하자 성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 미안합니다. 저는 근근히 수사대원들을 협조했을뿐입니다. 이 영광을 수사대대 전체 책임자들과 수사대원들께 드리겠습니다.”
종수가 다가가 샷타를 눌렀다.
그는 사진기를 거두고 필기장을 꺼내더니 천국장에게 물었다.
“이 후에도 성호한테 수사사업을 시킬 예산입니까?”
천룡해 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정중하게 에둘러댔다.
“우린 광범한 인민군중들이 계속 우리 수사사업을 협조할 것을 바랍니다.”
리철갑 과장은 희비가 엇갈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운 사위감인데…)
성호의 앞날이 어떻게 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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