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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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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60)
2017년 01월 12일 09시 57분  조회:2054  추천:0  작성자: 김장혁






            19 광복의 나날에

             1. 일제 거점을 점령


하늘에는 아직도 햇솜뭉치구름 사이에 드문드문 먹장구름이 섞여 떠있고 산과 들은 신록이 짙었다.
북만 중쏘 변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림 속 령 길을 따라 소련 홍군과 함께 성칠 대장이 거느린 동만 장백산 유격대와 용천이 거느렸던 북만 유격대는 대담하게 대낮에 동만으로 강행군 했다.
원래 성칠은 장백산 밀림 갱도에서 용천과 귀속말로 약속했다.
"일본 놈들의 포위를 돌파한 후 북만 항일유격대 근거지에서 만나자."
그러나 갱도에서 포위를 돌파한후 성칠과 진달래 등이 아무리 기다려도 용천은 오지 않았다.
     그때 정찰병들의 보고가 들어왔다. 한철주를 괴수로 하는 한패의 일본 패잔병놈들이 동만으로 통하는 중쏘변경 군사요충지 지하거점에 숨어 있다고 하였다. 일본 놈들의 그 거점에는 일제 놈들의 강제징병에 끌려간 조선인강제징병들도 끼여 있다는 것이였다. 불쌍한 조선인강제징병들도 구하고 친일주구 한철주 놈을 처단하려고 유격대원들은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고 윽윽 별렀다. 
       성칠은 즉시  유격대를 거느리고 소련 홍군과 함께 먼저 동만으로 진군하고 진달래는 갓 낳은 경주를 데리고 북만 항일유격대 근거지에 남아 용천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이 한 산마루에 이르러 맞은 켠 산마루에 망루가 나타났다. 산비탈 중턱에 또치까와 갱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들 수림 속에 엎드려 성칠 대장한테서 전투명령이 떨어지길 초조히 기다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쏘련 공군 비행기가 우르릉 우르릉 날아오더니 일본 거점을 맹렬히 폭격했다.
      쿵! 꽝! 꽝꽝!
     폭탄이 작렬하는 맹렬한 굉음과 함께 일본 놈들의 망루가 박산 났다. 망루 위에서 보초를 서던 일본 놈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산골짜기 아래로 떨어졌다. 또치까의 흙 마대도 폭탄에 작렬해 사처로 흙과 돌멩이가 날아났다.
용감한 소련 홍군은 “우라(만세)!” 함성도 높이 산비탈을 덮으며 일본 놈들의 거점으로 돌격했다.
성칠이 권총을 휘두르자 유격대는 소련 홍군을 배합해 맞은 켠 산비탈로 돌격해 올라갔다.
또치까와 갱도 어귀에서 일본 놈들은 경기관총까지 걸어 놓고 뚜루룩 뚜루룩 사격하며 최후발악을 했다.
“샤게끼(사격)!”
자지러진 총소리와 폭음 속에 일본 놈의 장교가 군도를 휘두르며 고래고래 고함치었다.
소련 홍군과 유격대는 적들의 몰사격에 산비탈에 하나, 둘 쓰러졌다. 허나 거점은 점령하지 못했다.
성칠 대장은 즉시 “엎드려!” 하고 명령했다.
유격대원들은 몽땅 산비탈에 납작 엎드리었다. 그들은 바위 뒤거나 나무 뒤에 붙어 엎드리었다. 그들의 머리우로, 귀전으로 죽음의 노래를 부르며 탄알이 비발 치듯이 날아 지나갔다. 소련 홍군은 비발 치는 탄우를 무릅쓰고 계속 돌격해 숱한 희생을 냈다. 그러나 보루와의 거리는 줄이지 못했다.
성칠 대장은 엎드린 채 인삼 중대장과 칠백중대장, 최동욱 중대장을 불렀다. 그들은 바위돌 뒤에 엎드린 채 적정을 분석한 후 작전계획을 토론했다.
“적들의 또치까를 없애버리지 않고선 소련 홍군과 우린 희생을 많이 내게 되오. 또치까를 없앨 묘책이 없소?”
성칠 대장이 중대장들을 둘러 보며 묻자 인삼 중대장이 말했다.
“결사대를 무어 적들의 또치까를 까 부시기오.”
성칠 대장은 유격대원들을 둘러 보며 “결사대에 들 대원들은 손을 들라!” 하고 고함쳤다.
대원들은 서로 앞 다퉈 결사대에 들겠다고 손을 들며 고함쳤다.
성칠 대장은 과단성 있게 선포했다.
“임호 소대장!”
“옛!”
“결사대 대장을 맡고 반시간 안에 적들의 또치까를 폭파하라!”
“옛!”
“결사대 제1폭파소조에 리억복, 철규, 룡구로 구성한다. 조장에 억복 부소대장. 제2폭파소조에 용기, 석수로 구성한다. 조장에 바위돌 분대장. 엄호소조에 기관총사수에 정형만, 철석, 상순으로 구성한다. 조장에 정형만 분대장. 나머지 전체 대원들은 여기서 적들에게 사격하면서 또치까가 폭발되기를 기다려 돌격한다.”
성칠 대장은 결사대 임호 대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임 대장, 시간은 생명이오. 지금 숱한 소련 홍군이 쓰러지고 있소. 제 시간 내에 폭파해 버리오. 우린 승리의 희소식을 기다리겠소.”
“옛! 꼭 제 시간 내에 폭파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좋소.”
성칠 대장은 손으로 임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우린 임대장을 믿소."
임호는 고향에서 굴로 들어가는 범의 꼬리를 잡고 껍질이 벗겨질 지경으로 줴당기면서  뻗치기를 하였다. 어찌나 힘을 썼는지 그의 두 발이  땅바닥을 마구 파고 들어갔다. 임호는 범의 꼬리 끊어지게 굴에서 끌어내 무쇠주먹으로 때려죽였다. 성칠은 범도 맨 주먹으로 때려 죽인 임호를 믿었다. 그에게 정찰이나 육박전이나 모든 전투임무를 맡기면 시름놓을 수 있었다.
      성칠은 임호와 악수하고 손을 놓은 뒤 폭파소조 전체 대원들과도 굳게 악수했다.
      그는 제일 마지막에 상순의 손을 굳게 잡으면서 부탁했다.
      “또치까 적들을 조준 사격해라.  폭파소조를 잘 엄호해라!”
“옛!”
상순은 한손에 경기관총을 쥐고 군례를 올리었다. 상순은 이젠 한다하는 명기관총사수로 되였다. 명중률도 유격대에서 첫손 꼽히였다.
임호가 손을 홱 휘둘렀다.
“출발!”
결사대는 폭파약과 수류탄묶음을 안고 허리를 구부정하고 출발했다.
그들은 미친듯이 불을 토하고 있는 적들의 또치까 정면 산마루를 피해 옆으로 에돌아 나무 숲속으로 해 적들의 또치까 뒤로 살금살금 접근해 갔다.
상순과 철석은 정형만의 포치대로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바위돌 뒤에 숨어 경기관총을 걸어 놓고 또치까를 향해 조준사격을 가했다. 상순의 사격에 적의 또치까 기관총수가 푹 꺼꾸러졌다. 적들의 화력은 인차 그들 셋에게 집중됐다. 그 기회를 타 폭파소조에서는 또치까 뒤에 접근해 갔다. 전체 대원들도 적들에게 맹렬히 사격하면서 결사대 폭파소조의 접근을 엄호했다. 그 기회를 타 정형만 조장의 명령대로 상순과 철석은 십여발식 쏘고는 자주 엄페물을 옮겨가며 적의 또치까에 명중탄을 맹사격했다. 폭파소조는 거의 적들의 또치까 뒤와 옆에 접근해 갔다.
성칠 대장은 망원경으로 결사대 폭파소조가 또치까에서 30메터 가까이 접근해 가는 것을 보며 손에 비지땀을 그러쥐었다. 소련 홍군은 또 진공을 개시했다.
이때 소련 홍군 장교가 권총을 뽑아 들고 성칠 대장에게 달려와 성난 눈길로 쏘아 보며 뭐라고 떽떽거리었다.
소련 홍군 통역이 한어로 통역했다.
“우리 소련 홍군은 숱한 희생을 내면서 돌격하는데 왜 진공하지 않는가?”
성칠은 손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먼저 또치까를 까부시지 않고 마구 ‘우라!’ 하고 진공하면  숱한 희생자를 냅니다.”
그는 망원경을 장교에게 넘겨주며 또치까를 가리키었다.
“결사대 오래잖아 또치까를 폭파할 겁니다. 그때 ‘우라!’ 하고 진공합시다.”
        또치까는 네가나 되였다. 적들은 그때까지 결사대가 또치까에 접근한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격하는 소련 홍군과 기관총으로 사격을 하는 상순이네 쪽에 사격하고 있었다.
또치까에서 20여메터 근처에까지 접근한 후 임호가 손을 홱 저었다. 그러자 유격대원들이 수류탄을 일제히 또치까에 뿌렸다.
꽝! 꽝! 꽝꽝!!
수류탄 폭파 소리와 함께 또치까 주위는 삼단 같은 화염에 잠기었고 기관총 사격 소리가 멎었다. 그때 임호가 손을 홱 휘젓더니 제일 먼저 연기 속을 꿰뚫고 또치까에 덮쳐 들어갔다. 그는 수류탄 심지를 뽑고 수류탄묶음을 또치까 화구에 던지어 넣었다. 사격하던 적들은 꽥꽥 고함치며 수류탄묶음을 다시 화구 밖에 내 던지었다. 그 위기일발의 시각에 임호는 날아 나오는 수류탄묶음을 받아 쥐어 화구에 되 던져 넣었다.
꽈르릉!
요란한 폭발굉음과 함께 또치까가 하늘로 날아났다. 총소리가 잠잠해졌다.
그제야 다른 또치까의 적들이 뒤에서 접근한 유격대 결사대를 발견하고 꽥꽥 뒈지는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억복이가 슈류탄묶음 심지를 빼고 육탄이 되어 그 옆의 또치까에 덮쳐 들어가 화구에 던졌다.
꽝!!
폭파 굉음과 함께 연속 두개 또치까나 날아났다.
나머지 두개 또치까의 적들은 또치까에서 결사대를 교차로 사격하며 전진을 막았다. 그때 바위돌은 왼쪽어깨에 부상당하며 푹 꺼꾸러졌다. 상순은 경기관총으로 또치까 화구를 향해 조준해 몰 사격을 가했다.
뚜르륵 뚜르륵
적 기관총수가 대갈통이 박산 났다.
그때 바위돌은 폭탄을 안고 벌떡 일어나 또치까 화구에 덮쳐 들어가 던져 넣고 산비탈 아래로 뒹굴었다.
꽈르릉!
폭탄이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또치까가 하늘로 날아나고 재무더기로 돼버리었다. 사처에 적들의 더러운 시체가 나딩굴었다.
바빠 맞은 나머지 일본 놈들은 또치까를 버리고 갱도 어귀에 뿔뿔이 도망쳤다. 그 놈들은 갱도 어귀에 걸어 놓은 기관총 두정으로 최후발악을 했다.
“우라!”
소련 홍군 장교가 권총을 빼들고 고함치었다.
“돌격!”
성칠도 벌떡 일어나며 권총을 휘둘렀다.
총돌격 나팔소리가 산골짜기에 료량하게 울려 퍼지었다.
“죽여라!”
소련 홍군과 유격대원들은 적들의 갱도를 향해 돌격해 올라갔다. 정형만과 상순, 철석은 경기관총으로 맹 사격해 갱도어귀를 봉쇄해버리었다. 적들은 독안에 든 쥐 신세로 돼 버리었다.
푱! 푱!
난데 없는 죄악의 총소리와 함께 정형만이 경기관총을 꼭 부여잡은 채 피투성이 된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뚜루룩 뚜루룩
분명 나머지 또치까에서 몇 놈이 사격하고 있었다.
성칠 대장은 황급히 달려와 정형만의 손에서 기관총을 받아 들고 고함치며 사격했다.
“형만의 원수를 갚자!”
그때 용기와 석수가 덮쳐들어 수류탄을 또치까 화구에 던져 넣었다.
꽝! 꽝!
요란한 굉음과 함께 또치까 안의 적들이 뒈지는 비명소리 요란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화구에서 총소리가 울리었다. 그때 쓰러졌던 임호 소대장이 벌떡 일어나 찌그러든 또치까 뒷문을 벌칵 열고 뛰어들었다. 또치까 안에 살아남았던 두 놈은 시꺼멓게 화염에 그은 저승사자 같은 임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그 놈들은 총창을 비껴들고 임호에게 달려들었다. 임호는 그 놈들이 찌르는 총창을 옆으로 슬쩍 피하더니 한손에 하나씩 틀어잡아 휘두르며 발길을 날려 한 놈의 아랫배를 차 눕혔다. 이때 철석이 뛰어들어 수류탄으로 나머지 놈의 대갈통을 까부시었다. 임호는 무쇠주먹으로 쓰러진 놈의 대갈통을 연속 강타했다. 그 놈의 철갑모고 대갈통이고 서리를 맞은 호박처럼 오그라들고 말았다.
성칠 대장과 상순, 철석도 마지막 또치까에 들어왔다.
성칠 대장은 임호의 손을 덮썩 잡으면서 “임 소대장, 폭파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네.”라고 치하했다.
그는 수류탄 파편에 찢긴 임호 소대장의 얼굴과 어깨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보고 손수 붕대를 꺼내 싸매 주었다.
“또치까를 청리하고 경기관총으로 갱도 어귀를 봉쇄하라!”
상순과 철석 그리고 바위돌이 경기관총 세대를 걸어 놓고 사격할 때다.
임호가 벌떡 일어나 고함쳤다. 
“갱도도 폭파해 저 놈들을 생매장해버립시다!”
그러나 성칠 대장은 손사래쳤다.
“안 되오. 갱도 깊어서 저 놈들은 언제까지도 최후발악할 거요. 저 놈들을 가둬 놓고 투항하라고 정치공세를 들이 대기요. 만약 투항하지 않으면 그때 갱도를 폭파해 버리기요.”
뚜르륵 뚜르륵
또치까에서 사격한 총탄이 갱도어귀에 우박처럼 날아가 픽픽 박혔다. 적들은 갱도 어귀에서도 배겨 내지 못하고 갱도 안으로 달아나 버리었다.
성칠 대장은 경위원 장꼬마를 데리고 인삼 중대장과 함께 소련 홍군 장교와 통역을 찾아갔다.
“쓰빠시바(감사하오).”
소련 홍군 장교는 임호의 피가 랑자한 어깨를 두루 살펴보더니 새까만 얼굴 앞에 엄지를 내둘렀다. 임호 소대장은 쌔까맣게 그은 깜장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소련 홍군들에게 엄지를 내둘렀다.
성칠 대장은 소련 홍군 장교에게 말했다.
“갱도 안에 대고 투항하라고 외치는 게 어떻습니까?”
소련 홍군 장교는 통역을 받자 어깨를 으쓱하더니 머리를 끄덕이며 그러라고 명령했다.
소련 홍군 통역이 일어로 갱도에 대고 고함치었다.
“일본 장병들은 들어라! 네놈들은 몽땅 포위됐다! 투항하라! 10분후에 투항하지 않으면 갱도를 폭파해 몽땅 소멸해 버리겠다. 투항하면 살려 준다! 투항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갱도 안에서 저항사격이 멎고 잠잠해졌다.
통역은 계속 고함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우리 소련과 프랑스, 영국, 중국의 승리로 이미 끝났다. 네 놈들의 일본은 전패했다. 전쟁은 이미 끝났다. 투항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이제 5분 밖에 남지 않았다.”
소련 홍군 장교는 손을 홱 젓더니 “폭파 준비!” 하고 명령했다.
소련 홍군들이 갱도 어귀에 작탄 대여섯 상자를 메어다 매설해 놓았다.
땅! 땅! 땅!
갱도 안에서 총을 내쏘았다.
뒤이어 갱도 안에서 일어로 지르는 고함소리가 울리었다.
“우린 죽어도 투항하지 않는다!”
땅! 땅! 땅!
갱도 안에서 조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리었다.
“우린 강제로 끌려 온 조선 강제징병 병졸들이요."
성칠이 갱도에 대고 고함쳤다.
"한철주 놈도 있는가?"
"도망친지 오랩니다."
"우리 갱도 안에서 일본 놈들을 족치겠으니 쳐들어오세요.”
뒤이어 갱도 안에서 자지러진 총소리가 들리었다.
성칠은 즉시 명령했다.
“갱도에 돌격!”
유격대 대원들은 칠백 중대장과 임호 소대장을 따라 용감하게 쳐 들어가며 수류탄을 갱도 안에 뿌리었다. 앞뒤로 협공을 받게 된 적들은 독안에 든 쥐처럼 오도 가도 못하고 한 놈, 한 놈 쓰러졌다. 소련 홍군들은 유격대 용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갱도를 작탄으로 폭파하면서 들어갔다.
“우린 투항하겠다! 군대를 갱도 어귀에서 한 50미터 뒤로 물려라!”
갱도 안의 총소리가 멎었다.
통역을 듣자 소련 홍군 장교가 코웃음 치었다.
“돼지 같은 놈들, 잔꾀를 부리지 말라! 투항하지 않으면 폭파해 버려!”
통역이 일어로 갱도 안에 그대로 소리치었다.
성칠 대장은 소련 홍군 장교에게 손사래쳤다.
“잠간만! 갱도 안에는 강제로 징병돼 간 우리 조선 병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안에서 지금 일본 놈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뒤이어 그는 갱도 안에 대고 조선 말로 고함치었다.
“조선 병졸들은 들으라. 난 항일 유격대 김성칠 대장이오. 갱도 안에 일본 놈들이 지금 얼마나 있소?”
그러자 갱도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리었다.
“한개 소대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조선 강제병은 얼마나 되오?”
“20여명이 됩니다. 놈들은 지금 우리에게 포위됐습니다.”
“그 놈들에게 이제라도 투항하면 살려 준다고 하라.”
안에서 일어로 주고받는 말이 들리더니 고함소리가 또 들리었다.
“이 놈들이 투항하겠답니다.”
“놈들이 모두 몇 명인가 확정하게 알아 볼 수 없소?”
“세여 보죠.”
한참 후 대답이 나왔다.
“모두 34명입니다.”
“무기를 머리 우에 들고 나오라. 한 놈만 반항하면 몰살시키겠다.”
“조선 강제병은 일본 놈들을 압송해 나오십시오.”
“옛. 기다리십시오.”
성칠과 소련 장관의 명령에 따라 유격대와 소련 홍군들은 만일을 대비해 기관총으로 갱도 어귀에 걸어 놓고 사격 준비를 했다.
일본 놈들은 두 손으로 흰 적삼을 머리 우에 쳐들고 갱도 어귀로 나왔다. 어떤 놈들은 벌거숭이로 된 채 두 손을 쳐들고 사시나무 떨듯하며 나왔다. 조선 강제병졸들이 일본 놈들을 압송해 갱도 어귀로 나왔다. 그들은 갱도 어귀에 나와서 어깨에 멨던 총을 내리어 놓았다.
성칠 대장은 강제병졸들에게 물었다.
“조선인장교는 없는가?”
그러자 강제병졸들이 권총을 찬 철색얼굴의 사나이를 가리켰다.
“저게 최 소대장입니다. 장교님.”
그러자 성칠 대장은 다가가 최 소대장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고생이 많았겠소. 이번 전투에서 당신들은 마멸할 수 없는 공헌을 했소.”
옆에서 인삼 중대장이 소개했다.
“이분은 우리 항일유격대 김성칠 대장이오.”
그러자 최 소대장도 자기소개를 했다.
“전 최경호라고 불러요.”
“최경호?”
성칠 대장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고향은 어데오?”
“개성이예요.”
“혹시 최진달래를 아오?”
“진달래라니? 나에겐 그런 누이동생 없어요.”
성칠 대장은 눈위 휘둥그래진 경호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아, 잊었소. 진달래는 내 지어준 이름이오. 진달래 원 이름은 최 멧돼지요?”
“예. 멧돼지는 내 누이동생인데요. 그 애가 지금 살아 있어요? 아버지와 그 애는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경호는 성칠 대장의 손을 잡고 다급히 물었다.
하여 성칠은 그간 있은 일을 경호에게 이야기했다.
경호는 땅을 치면서 대성통곡쳤다.
“아버지! 아버지!”
성칠 대장과 인삼 중대장을 비롯한 유격대원들은 머리를 수그리었다.
성칠 대장은 경호의 손을 잡고 “진달래가 오빠를 만나면 얼마나 좋아할까?”라고 했다.
경호는 눈물을 손으로 쓱쓱 닦더니 “멧돼지는 지금 어데 있어요?” 하고 물었다.
성칠은 경호의 어깨를 다독였다.
“용천 대장을 기다리느라고 북만 항일유격대 근거지에 있는데 조만간에 함흥 촌으로 올 거요. 거기에는 진달래네 오촌큰아버지 최구장도 있소.”
“큰아버지도 간도에 들어왔군요. 안 되겠어요. 난 진달래를 찾아가야 하겠어요.”
그때 성칠 대장은 말리었다.
“진달래는 용천 대장을 데리고 함흥 촌에 오기로 했소. 자넨 여기서 우리와 함께 할 일이 있소. 강제병졸들을 지휘해 일본 포로들을 압송해 가지고 진수해 쪽으로 나가야겠소.”
그제야 경호는 성칠 대장의 위엄스런 말에 머리를 끄덕이였다.
성칠은 경호한테 나직이 물었다.
"한철주 놈이 언제 도망쳤소?"
경호는 이맛살을 찌프리며 말했다.
"한철주는밀림에서 패배하자 나머지 일본 놈들을 끌고 한 일주일 전에 우리 갱도에 도망쳐 왔댔습니다. 그런데 갱도 안에 먹을게 모자라는데다가 쏘련홍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고 어제 저녁에 수하 몇을 데리고 어데론가 도망쳤습니다."
"오- 똘만이란 놈은 없었소?"
"똘만이? 아, 그 놈 한철주 따라 도망갔어유. 그 놈, 평소에두 한대대장을 등에 업고 우리캉 우쭐랑거렸는데요."
성칠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에이참,  또 그 놈들을 놓쳤군."
경호는 강제병졸들한테로 다가갔다.
이때 소련 홍군들이 경호와 함께 일본 놈들을 세여 보았다. 딱 두 놈이 나오지 않았다.
“두 놈은 어째 나오지 않았소?”
성칠 대장이 묻자 경호가 대답했다.
“아끼다 중대장과 이또 부중대장은 금방 할복해 자살했어요.”
소련 홍군과 유격대원들은 갱도 안에 들어가 일일이 확인한 후 숱한 탄약과 무기를 운반해 내왔다.
중소 변경 산골짜기에서의 공격전은 승리로 끝났다.
소련 홍군과 유격대 장병들은 갱도 어귀에서 얼싸 안고 목청껏 외치었다.
"우라!"
"만세!"
“조선 독립 만세!”
“중국 해방 만세!”
“조선 광복 만세!”
성칠은 손수 정형만열사의 시체를 수습해 하얀 봇 나무껍질로 쌌다. 유격대원들은 눈물과 함께 전우를 간도 황야에 묻었다. 최경호는 서로 기대며 의지하던 사촌매형 정형만의 무덤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성칠은 눈물을 머금고 간단히 추도사를  했다.
“정형만 분대장은 일본 놈들의 핍박에 물막이를 나간 후 처자를 잃고 비분에 잠겨 일본 야마다 면장 놈을 죽이고 우리 유격대를 찾아 몇 천리도 멀다하지 않고 임호 소대장과 용기, 석수 동지와 함께 간도로 들어왔다. 그는 생명의 최후순간까지도 기관총소조를 거느리고 일제의 또치까와 갱도에 맹렬히 사격하며 영용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희생됐다. 조선과 중국의 광복을 당장 맞게 된 마당에 희생된 정형만 분대장의 희생이 우리는 눈물겹도록 아쉽다. 정형만 분대장이여, 당신이 지켜 싸워 온 간도에 고이 잠드시라.”
임호와 용기, 석수는 성칠 대장과 함께 제일 마지막으로 정형만열사의 묘지에 군례를 드리며 어깨를 들먹이었다.
유격대원들은 성칠 대장의 명령에 따라 포로들을 압송해 가지고 출발했다. 그들은 도망치는 일본 놈들을 추격하며 동만으로 진군했다.

                   
                  2.
친일촌장을 처단

      성칠 대장은 막내조카 상순에게서 친일주구 지학사 촌장 등 지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들었다. 게다가 철천지 원수, 친일주구 한철주 놈이 동만쪽으로 도망친 정황이 포착되였다.
      (혹시 철주 놈이 용정으로 도망쳤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성칠 대장은 인삼 중대장과 토론한 후 함께 백마기병 소대를 이끌고 소련 홍군과 유격대를 앞질러 밤도와 함흥 촌에 진주했다.
      그는 밤중에 먼저 함흥 촌에 물 샐 틈 없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소분대를 직접 이끌고 토성 안 집 촌공소로 접근해 토성 밖을 포위했다.
상순은 큰아버지에게 “토성 안에 동굴이 있습니다.” 하고 알려주었다.
성칠 대장은 높다란 토성을 둘러보면서 인삼에게 머리를 돌리었다.
“어쩌면 좋겠는가?”
인삼 중대장이 과단성 있게 말했다.
“토성 안 정황을 잘 정찰한 후 들이 치는 게 좋을 거 같소. 이 전에도 우물 안에 출구가 있어 드레박 줄을 타고 업복이랑 달아난적이 있소. 허나 저 놈들이 다른 출구를 파 놓았는지도 모르오.”
성칠 대장은 “먼저 지학사가 촌공소 안에 있는가를 잘 정찰해 보고 놀라게 하지 말고 들어가야 하겠소.”라고 했다.
그가 권총을 찬 허리에 손을 지르고 왔다 갔다 하며 궁리할 때다.
한참 후에 인삼이 나섰다.
“내 소서구에 가서 양아버지를 데리고 올게.”
“지학사하구 한 통속인데 말을 듣겠소?”
인삼 중대장은 성칠 대장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성칠 대장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럼 가 보오.”라고 했다.
인삼 중대장과 억복 부소대장이 유격대원 둘을 데리고 말을 타고 소서구 어구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성칠 대장은 토성을 포위한 유격대원들에게 뒤로 좀 물러서서 비밀리에 토성 안의 동정을 살피라고 포치한 후 은녀를 불렀다.
은녀는 갓난애를 업고 성칠 대장한테로 다가왔다.
성칠 대장은 은녀 잔등의 애를 들여다보았다. 병수가 희생된 후 성칠은 은녀 모자를 보살펴야 했다.
“쌔근쌔근 잘 자는구나. 넌 상순이네 집에 가 우리 막내조카댁과 함께 있어라. 내 작은조카댁은 마음씨가 참 착한 분이다.”
“오빠, 고맙소.”
“상순이네 집은 헐지만 이 토성 안 집과 가까워서 내가 들여다보기 쉬울 것 같다.”
은녀는 오빠의 지극한 관심에 머리를 숙이며 어깨를 들먹이었다.
상순이 은녀를 데리고 간 후 성칠 대장은 장 꼬마와 함께 먼저 창준이네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와 집 식솔들을 만났다.
서로 인사를 마치자 성칠은 마을 형편부터 물어 보았다.
병완은 맏아들을 보자 아주 반가와 손을 덥썩 잡고 말했다.
“요즘 지학사랑 장학산이랑 일본 놈들이 망하게 됐다면서 쩍하면 밤에 싸다니더라.”
성칠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우리 집에는 찾아 온 적이 없습니까?”
“왔더라.”
병완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 놈들은 장학산을 앞세워 인삼이랑 함께 국민당 군에 들어오라고 하더라. 어떻게 지학사 지주와 한 무리에 들겠느냐. 저기 이계삼과 허영주는 나를 찾아 와서 겉으론 국민당을 따르는 척 하면서 국민당군의 활동을 감시하라고 하지 않겠느냐?”
성칠은 솔직하게 말해줬다.
“이계삼과 허영주는 우리 공산당 지하당원입니다. 그들의 지시대로 해서 낭패 없습니다.”
병완도 아들 앞인지라 오래동안 궁리한대로 말했다.
 “그렇잖고. 중국 공산당이야 말로 우리 가난한 백성들을 생각하는 당이지. 저 국민당 군은 온통 중국 지주 무장으로 된 군대더구나.”
이때 상순이 이계삼과 허영주를 데리고 들어섰다.
“김 대장, 끝내 왔구먼.”
그들은 성칠과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이계삼은 그간 마을 형편을 성칠 대장에게 일일이 회보하고 나서 뒷말을 이었다.
“우리는 줄곧 촌공소 지학사 촌장 놈의 일거일동을 감시해 왔습니다. 그 놈들은 늘 밤이면 조덕림네 집에 모여 대가리를 맞대고 쑤군덕거렸습니다.”
“그래 오늘 밤엔 토성 안에 있소?”
성칠의 물음에 허영주가 대답했다. 
“나온 적이 없습니다.”
“좋소. 우린 오늘 밤에 지학사를 체포하기오.”
그때 병완이 성칠 대장을 불러 손을 잡아끌고 고방에 들어가 물었다.
“얘, 조선에서도 일본 놈들이 망했겠지?”
“이제 김일성 장군의 지시에 따라 우리 유격대는 소련 홍군과 함께 진수해와 용정을 해방하고 조선 반도까지 쳐 나가 일본 놈들을 모조리 몰아내야 합니다. 한철주 놈이 혹시 여기로 도망칠지도 모릅니다. 상순이랑 민병들을 시켜 잘 감시해줍소. ”
그러자 병완은 전등불 아래에서 성칠을 정색해 보면서 말했다.
“그럼 우린 조선 고향으로 돌아가야겠구나. 그런데 하필 지학사랑 건드려 뭘 하니? 내 버리어 두고 조선 고향으로 가면 다지.”
성칠 대장은 아버지에게 내심하게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아버지,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나라 계선이 없이 가난한 인민들을 대표해 일본 놈들과 친일주구들과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여기 친일주구 지학사를 절대 놔둬선 안 됩니다. 우리 중국에서나 조선에서나 세상 그 어디서나 일제 놈들과 친일주구들을 몽땅 소멸해야 우리 조선과 중국의 가난한 백성들은 시름 놓고 허리를 펴고 살 수 있습니다.”
그제야 병완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나도 오늘 지학사 놈을 체포하는데 가겠다.”
“아버진, 집에서 쉽소.
그러나 병완은 기어이 창준과 상훈이, 상길을 데리고 도끼와 자귀, 식칼을 들고 따라 나섰다. 상순이 일러 기준과 상우도 삽과 괭이를 들고 나섰다.
상순은 기관총을 장꼬마한테 맡기고 허리에 권총을 찬 채  집으로 갔다. 그는 중천정에서 기름종이에 싼 권총을 내리워 허리에 차고 나왔다.
      그는 할아버지한테 다가와 권총을 내밀었다.
"할아버지, 이걸로 놈들을 족치세요."
그러나 병완은 빙그레 웃었다.
"그깟 지학사놈을 잡는데 총까지 필요없다."
병완은 소발쪽 같은 주먹을 쳐들어 보였다.
"이게 한대면 끝장나!"
"예-"
상순은 힘장사 할아버지를 아는지라 권총을 도로 거두었다.
그들이 성칠 대장 쪽으로 다가와 유격대원들과 서로 인사할 때다. 인삼이가 백마에 장학산을 태워 가지고 어둠속에 토성 대문 앞에 나타났다.
상순이 “저게 장학산입니다.”라고 하며 마중 나가려고 하자 성칠 대장은 상순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상순아, 놔둬라. 인삼 중대장이 장학산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면 우린 일거에 토성 안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이때 인삼과 억복이, 바위돌이 장학산과 함께 말에서 내리었다.
장학산이 다가와 토성 안 집 대문을 두드리었다.
토성 안에서 “이 밤중에 누구요?” 하는 소리가 들리었다.
“난 장학산이다. 문을 열어라.”
“무슨 급한 일이 있어 밤중에 왔소? 문을 열어 줘라.”
안에서 지학사가 하품을 하는 소리가 들리었다.
대문 안에서 신짝을 짝짝 끄는 소리가 들리어 오더니 대문이 삐꺽 하고 무서운 소리를 내며 열리었다. 인삼과 억복은 장학산을 양쪽에서 끼고 대문 안에 들어섰다. 이때 뜻밖의 일이 벌어지었다.
장학산이 자기를 붙잡은 인삼의 팔을 뿌리치고 촌공소 안으로 달아 들어갔다.
“유격대 왔다. 빨리 도망쳐라!”
억복은 총을 들어 장학산에게 한방 갈기었다.
장학산은 “어이쿠!” 비명소리와 함께 종아리를 부둥켜안고 꺼꾸러졌다.
마중 나오던 지학사는 대문 안에 숱한 총칼이 번뜩이며 달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악!"
지학사는 비명소리를 지르며 집 안으로 도망치었다.
성칠 대장이 손을 홱 휘젓자 토성을 포위했던 유격대원들과 병완 등이 쏜살같이 대문 안에 뛰어 들어갔다.
“서라!”
그때 기준이 도끼를 휘두르려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학사는 베개 밑에서 권총을 꺼내 쏘았다.
땅!
총소리와 함께 기준이 도끼를 툭 떨어뜨렸다. 성칠 대장은 앞질러 나가며 권총을 쳐든 지학사에게 한방 안기었다.
땅!
야무진 총소리와 함께 지학사가 총을 툭 떨어뜨리며 손목을 그러쥐었다.
“아야 마야(아이구머니)! 목숨 살려줍사!”
지학사 안해가 아우성쳤다.
그년은 무릎을 꿇고 애걸하는 첩년을 가리키며 한어로 소리쳤다.
"죽이겠으면 이 첩년을 죽이오. 이 년은 일본 년..."
"닥쳣!"
지학사가 결박된 채 우멍눈을 부라렸다.
"그런다고 살려줄 거 같애?"
일본첩년은 배 남산만해 무릎을 꿇고 앉아 벙어리 허울을 홀랑 벗고 일어로  애걸했다.
"살려주세요."
그녀는 두리번거리다가 위엄있게 권총을 들고 허리에 손을 지르고  서 있는 성칠을 보고 장교라고 생각됐는지 그의 바지가랭이에 매달리며 애걸복걸했다.
" 다스께데 꾸다싸이(도와주십시오.)"
지학사가 첩년을 발길로 걷어찼다.
"닥쳣! 비굴하게 빌지 말라!"
"아이야!"
첩년이 둥기배를 붙안고 땔땔 구을었다.
그때 병완이 씽 덮쳐나가 무쇠주먹으로 지학사의 대가리를 내리쳤다.
지학사는 대가리를 붙들고 푹 꺼꾸러지었다.
병완이 또 주먹을 쳐들었을 때었다.
“아버지, 생포합시다. 이 놈에게서 알아낼 게 많습니다.”
성칠 대장 고함소리에 병완은 주먹을 쳐 들었다가 아쉬운대로 천천히 내리웠다.
억복과 기준이 덮쳐들어 바줄로 지학사를 꽁꽁 결박해 놓았다.
지학사의 가병들은 사랑방에서 자다가 총소리에 놀라 깨났다. 그 놈들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벽에 걸어 둔 총을 벗겨 들고 기신거리면서 하나둘 나왔다. 그때 상순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두개나 빼들고 한방에 한 놈씩 쓰러눕혔다. 그때 놈들이 우르르 뛰여나와 총을 쏘며 저항했다. 성칠과 억복, 인삼 중대장이 이쪽으로 덮쳐오며 상순과 합세해 사격했다. 
"이 놈들아, 죽어 봐라!"
상순은  권총을 허리춤에 차더니 기관총을 들었다.
뚜르륵 뚜르륵
한 배짐 갈기자 숱한 놈들이 사랑방 앞에 쓰러졌다. 숱한 친일주구들은 꿈도 깨지 못하고 더러운 끝장을 보고 말았다. 유격대원들이 뛰어 들어가 살아남은 놈들의 벌거숭이 몸뚱이에 총창을 들이댔다.
이때 창고 지붕과 망루에 숨어서 보초를 서던 놈이 상순에게 총을 쏘았다.
땅!
상순은 왼팔에 부상을 입고 기관총을 떨어뜨렸다. 그가 경기관총을 재차 들어 반격하려고 했지만 왼팔이 말을 듣지 않아 총을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상순은 황급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땅!
"앗!"
그 놈은  비명소리와 함께 보기 좋게 총을 뚝 떨어뜨리더니 지붕 우에서 거꾸로 떨어지었다.
땅!
성칠 대장이 권총을 휘두르자 망루의 놈도 장총을 떨어뜨리며 푹 꼬그러졌다. 
" 토성 울안과 집안을 수색하라!"
성칠은 유격대원들게 명령하고 나서 붕대를 꺼내 막내동생과 막내조카 팔의 상처를 싸매 주었다.
인삼은 물독을 들고 지하갱도를 손전지로 비추었다. 억복과 바우돌 등 유격대원들이 안으로 총을 들고 들어갔다. 뒤이어 숱한 총과 탄약이 나왔다.
      10분도 안 돼 촌공소 안의 일본 주구들을 숙청하는 전투는 끝났다. 유격대원들은 토성 안을 말끔히 정돈하고 가능하게 일본 놈들과 국민당군의 지휘 아래에 있는 당지 중국 지주무장대오가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토성 안팎에 전호를 파고 토성 밑으로 갱도를 파 토성 밖의 전호와 연결시켜 놓았다. 그들은 전호에 흙 마대를 쌓아 방어시설을 구축해 놓고 삼엄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인삼이 장학산한테 다가가자 장학산은 욕설부터 퍼부었다.
“배은망덕한 놈 새끼, 길러 준 개 발뒤축을 문다고 이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인삼은 장학산의 종아리 상처를 붕대로 싸매주며 내심하게 말했다.
“양아버지, 양해하쇼. 절대 양아버지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양아버지를 해치자는 게 아닙니다.”
“흥! 내게 총을 쐈는데도? 옛말이면 듣기나 좋겠다. 금방 우리 집에서 국민당 군에 들겠다고 나를 얼려 놓고. 대문을 열자는 건데 속았지, 속았어!”
인삼은 피 묻은 장학산의 바지를 손수 닦아 주면서 말했다.
“양아버지, 우리 유격대에서는 양아버지가 유격대에 쌀을 대준 공훈도 잊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양아버지는 조덕림이나 조덕산의 꾀임에 들어 국민당 군에 들어가자고 하다니. 어리석은 짓입니다. 장차 중국의 주인은 중국 공산당과 가난한 인민입니다. 공산당과 인민의 적이 된다면 그땐 이 양아들도 어쩌는 수 없습니다.”
장학산은 인삼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이 토성안집은 인민정부의 촌 사무실로 쓰겠습니다.”
“안 돼. 이건 내 너한테 지어 준 집이야.”
인삼은 장학산을 업어다 말에 태우면서 말했다.
“우리 공산당은 지주들의 재산을 몰수해 인민정부에 돌리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 줄 겁니다.”
    장학산은 옆에 숱한 유격대원들이 있는 것을 보고서도 가슴을 탕탕 치기만 하고 아무 말도 못했다.
그들이 금방 토성 밖으로 나갔을 때었다.
장충국과 장리국이 달려 왔다.
“아버지!”
장충국은 양형님을 아니꼬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동생, 아버지를 모셔가라.”
충국은 인삼을 올려다보며 두덜거리었다.
“아니, 아버지를 밤중에 불러내다 이게 뭐요?”
장리국도 뿌루퉁해 했다.
“형님도 정말 너무 하오. 우리 집에서 형님을 섭섭하게 대한 게 뭐요?”
인삼은 대답 대신 충국과 리국의 어깨를 다독여 주면서 “전쟁을 하다 보면 총알에 빗맞는 때도 있다.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 다리를 오줌 물에 불구라.”라고 했다.
장충국은 인삼의 손에서 말고삐를 받아 쥐면서 두덜거리었다.
“유격대에 숱한 약을 두구 양아버지께 오줌이나 처바르라고? 그 것도 말이냐?”
인삼은 더 말하지 않았다.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 왔다. 함흥 촌을 지지리 짓누르던 어둠이 개이기 시작했다. 찬연한 햇빛이 온 마을을 내리 비추었다.
병완은 집에 갔다가 성칠을 보고 할 말이 있어 토성 안으로 찾아 왔다.
촌공소 구들에서 성칠은 한창 이계삼과 허영주, 김인삼 등과 함께 뭔가 토론하고 있었다.
성칠은 아버지가 들어오자 “아버지, 무슨 일입니까?” 하고 물으면서 일어났다.
병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아예 장학산이랑 조덕림이랑 몽땅 한꺼번에 후환을 없애 버리자. 그 놈들을 놔뒀다간 후환이 클 게다.”
성칠 대장은 일어나 아버지께 자리를 권하면서 내심하게 말했다.
“국민당과 합작해 금방 항일 전쟁이 승리하자마자 그 자들을 처단하면 국공합작과 평화를 파괴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새로운 형세가 돌아가는 걸 보고 손을 써도 늦지 않습니다.”
이때 상순이가 숱한 민병들을 이끌고 토성 안으로 들어 왔다.
상순은 윗방에 들어오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큰아버지, 우리 함흥 촌 민병들에게 총을 줍소. 그래야 이 마을을 지키죠.”
성칠 대장은 이번 전투를 거쳐 성숙된 상순을 대견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좋다. 아무튼 우리 항일유격대가 조선으로 나가면 함흥 촌은 네가 이 마을 민병들을 영솔해 지켜야 한다.”
“알았습니다. 큰아버지.”
성칠 대장은 그 자리에서 촌공소 갱도에서 들춰 낸 장총 30여 자루와 탄약을 상순과 민병들에게 발급했다. 민병들은 제법 상순의 구령에 따라 토성 안 마당에 줄을 지어 서서 장총과 탄알을 발급받고 기뻐 입이 함박만 해졌다.
그런데 흥수만은 남북골을 기우뚱하고 숙이면서 우먹눈을 부라렸다.
"상순 형, 권총 하나 줘. 혼자 두개씩이나 허리에 차고, 씹할!"
"뭐라고? 욕하긴?'
상순은 훙수의 어깨를 다독였다.
"장총이라도 잘 쏘기만 하면 얼마든지 적을 잡을 수 있어."
"아니야! 고까짓 민병 대장 뭐락꼬, 권총 혼자 두개씩이나 가져?!"
"이건 내가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일제 놈들과 싸워 로획한 거야. 너도 이담 놈들과 싸워 자체로 권총 로획해라."
그제야 흥수는 두덜거리면서도 권총 달라는 말을 더 하지 못하였다.
날이 훤히 밝아 왔다.
마을 사람들은 밤중에 총소리 몇 방 울린 건 알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몰랐다. 그저 이전처럼 지학사의 가병들이 사격연습을 하는가 하였을 뿐이었다.
병완이 토성 동쪽 늙은 비술나무에 매단 종을 호미로 댕 댕 댕 두드리며 목청껏 소리치었다.
“친일주구 지학사를 청산하는 대회를 엽니다! 촌공소 마당에 모이시오-”
상순은 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소리치었다.
“뭐 지학사 촌장 놈을 청산한다고?”
“글쎄 말이오. 어제까지 개 잡은 포수처럼 우쭐거리더니 꼬락서니 보기 좋게 됐구먼.”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의논하면서 토성 안으로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성칠 대장의 포치대로 마을의 경계가 삼엄해지었다. 동산마루와 서산 천지꽃산 마루에 유격대원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패용천촌 지학사의 집으로 통한 길과 일성촌으로 통한 북쪽 산골짜기에도 유격대원들이 겹겹이 보초를 섰다. 그리고 마을 안에서는 민병 패장 상순이 민병 30여명을 이끌고 유동보초를 서고 있었다.
토성 안 마당에는 유격대원들이 결박당한 지학사를 사랑방에서 압송하여 몸채 마루 바닥 앞에 꿇려 앉히었다.
드디어 성칠 대장이 마루바닥에 나섰다.
인삼 중대장이 성칠 대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분은 우리 장백산 항일 유격대 김성칠 대장입니다. 김 대장으로부터 연설하겠습니다.”
모두들 그제야 인삼이 유격대 중대장인 것을 알고 적이 놀랐다.
“저 양반이 그저 장지주네 양아들인가 했더니 유격대 군관이구먼.”
사람들은 성칠 대장의 늠름한 풍채를 바라보더니 머리를 끄덕이며 지학사에게 침을 뱉었다.
성칠은 허리의 권총을 바로 잡아 놓더니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항일전쟁은 승리했습니다. 반백년을 우리 중국 인민과 조선인민을 압박하고 착취하던 일본 놈들은 철저히 망해 도망치고 있습니다. 우리 중국 인민과 조선 인민은 이제부터 허리를 펴고 나라의 주인으로 떳떳하게 살게 됐습니다. 우리 두 손으로 황무지를 일궈 개척해 놓은 이 땅에서 나라의 주인으로, 땅의 주인으로 살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지학사와 같은 친일주구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처단하고 인민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 공산당의 영도아래 이 땅에 인민정권을 세우고 인민무장 대오를 건립해 무기를 들고 인민정권을 지켜야 합니다.”
인삼 중대장이 옆에서 구호를 불렀다.
“위대한 항일유격대 만세!”
사람들은 이계삼과 허영주처럼 주먹을 쳐들고 휘두르며 인삼이가 부르는 구호대로 따라 외쳤다.
“인민민주정권 만세!”
“친일지주들을 타도하자!”
성칠 대장은 뒤이어 연설을 계속 했다.
“우리는 함흥 촌에 가난한 사람들이 주인으로 된 인민 촌 정부를 성립하고 토지개혁을 철저히 진행함으로써 지주를 청산해 집과 재산, 밭을 몰수하어 가난한 빈고농민들에게 나눠 줄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아래 이제부터 진정 가난한 사람들이 나라와 땅의 주인이 된 새 사회 인민정권을 건립할 것입니다.”
토성 안 마당에서는 천지를 진감하는 구호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민민주정권을 옹호한다!”
“항일유격대 만세!”
“중국 공산당 만세!”
김성칠 대장은 계속 말했다.
“이제부터 친일주구 지학사를 공개 심판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지학사 놈의 죄악을 공소하십시오.”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병완이가 나섰다. 그는 앞으로 씨엉씨엉 걸어 나가더니 가래짝 같은 손으로 지학사의 귀 쌈을 쨩 갈기었다.
“네 이놈, 내 참고 참았다가 오늘에야 한매 친다.”
지학사는 눈깔을 힐끔거리며 병완을 흘겨보았다.
“네놈이 오늘도 감히 나를 흘겨보는 거냐? 이젠 세상이 뒤바뀌었다. 네 놈이 우쭐거리던 세상은 뒤엎어졌다. 이젠 우리가 나라와 땅의 주인이 된 새 세상이 왔다. 네놈은 우리가 조선에서 쪽박을 차고 살 길을 찾아 여기 왔다고 거지취급을 하면서 우리 집 식구들을 처처에서 못 살게 굴었다. 네 놈은 자기가 배추밭에 논물을 대 놓고서도 내 셋째아들 기준이가 물을 댔다고 덮어씌우면서 괭이로 옆구리를 찍어 갈비뼈 세대나 분질러 놓았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 집에 껍질이 없는 전선줄을 늘여 놓아 우리 막내손비 명옥이가 빨래를 널다가 붙어 죽을 번 했다. 내 지금도 네놈을 의심한다. 우리 소구유에 네놈이 독약을 풀었지?”
병완은 지학사의 코앞에 손가락질하며 따지고 들었다.
바위돌이 총칼을 지학사놈에게 들이대며 물었다.
“노실히 탄백해라. 그랬는가?”
이때 조덕림과 장학산이 어슬렁어슬렁 토성 밖에서 맴돌았다. 억복이랑 그자들의 몸을 수색하고 대회장 안에 들여보냈다.
“난 그런 적이 없다.”
“우린 네놈이 다른 지주들과 소구유에 양재물을 풀어 넣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러자 손호표 지주는 자기네 소를 죽였다는 말을 듣고 눈깔을 부라리며 지학사를 쏘아보았다.
“네 이 놈, 지학사야, 오늘까지도 우리 집 소를 죽인 일을 로실히 탄백하지 않겠는가? 이제 생각해 보니 저 지학사 놈이 조덕림하구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소.”
손호표가 이렇게 나오자 조덕림이 바빠 났다.
이때 상순이가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지학사를 손가락질하면서 선뜩선뜩한 말로 따지고 들었다.
 “지학사, 이 놈, 네놈이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을 몰랐지? 일본 놈들을 등에 업구 똥개 질을 하더니 네놈이 썩어질 날이 끝내 왔구나. 네놈이 손호표 소를 양재물을 타 먹여 죽게 만들고 우리 집과 싸우게 한 게 아니고 뭐냐?”
       상순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지학사에게 주먹으로 삿대질하며 그 놈의 하늘에 사무치는 죄악을 공소했다.
“여러분, 이 지학사 놈은 하늘에 사무치는 죄를 진 친일주구입니다. 백번 죽여도 원수를 하지 못할 놈입니다. 이 놈은 위만주국 친일 촌장 질을 하면서 우리 항일유격대를 잡아 치우지 못해 혈안이 돼 미쳐날뛰였고 우리 마을 사람들을 감시해 왔습니다. 이 놈은 일본 놈을 등에 업고 외사촌형인 장학산의 양아들 이 토성 안 집을 빼앗아 일제의 총공소로 만들었고 자기가 들어 주인 행세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위만주국 친일 촌장을 하면서 인삼 중대장이 손수 판 우물마저 자물쇠를 채워 놓고 마을 사람들이 길어다 먹지 못하게 하어 우리 마을 사람들이 부득불 토성 서쪽에 우물을 파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또 우리에게서 소작료를 8할씩이나 걷어 간 친일 악패 지주입니다. 이 놈은 우리 지역 중국과 조선 인민들이 다 망하라고 갈산 꼭대기에 일본 놈들을 끌고가 쇠말뚝을 박은 놈입니다."
그러자 한족 군중들과 심지어 한족 지주들까지 지학사를 망종이라고 욕했다.
이때 군중들 속에서 지군선이 주먹을 쥐고 나와 지학사를 한대 갈겼다.
"이 놈아, 우리 은실을 내놔라! 네 놈이 우리 은실을 일본놈들한테 팔아먹지 않았느냐?"
해금도 뛰쳐나오며 "은실을 어쨌느냐? 일본놈들이 우리 은실을 어데로 끌고 갔느냐? 엉?" 
"말햇!"
병완이 무쇠주먹을 들이대고 을러메자 지학사는 질겁해 대가리를 툭 떨어드리더니 쥐구멍으로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 놈들이 은실을 일본군위안소에 끌고 갔을게요."
"어느 위안소로 끌고 갔어?",
"진수해위안소로 끌고 갔다가 길림으로 해서 신경, 봉천으로 해 아마 관내로 들어간 거 같소."
해금은 "은실아!" 하고 고함치다가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까무러쳤다. 
"어머니!"
춘실이 애를 안고 달려나와 어머니를 부축하며 대성통곡쳤다.
지군선은 군중들을 향애 목청껏 고함쳤다.
"우리 집안에 사람빚을 진 이 놈을 처단해야 합니다! 우리 은실을 찾아줍소! 아하이고, 내 귀여운 딸  은실아-"
병완이 고함쳐쳤다.
"일본 놈들의 앞잡이촌장 지학사 놈을 처단해 인민들의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 지학사 놈을 처단하자!”
그러자 이계삼과 허영주가 군중들 속에서 연이어 구호를 불렀다.
“친일지주 지학사놈을 처단하자!”
“칠일 촌장 지학사 놈을 청산하자!”
“지학사 놈의 땅과 재산을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눠 주자!”
마을 사람들은 땅과 재산을 나눠 준다는 말에 구호를 목청껏 불렀다.
“저 놈을 처단하라!”
이계삼과 허영주는 앞으로 지하당조직의 사업의 수요에 의하여 토지개혁의 정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군중들을 조직하여 구호를 불렀다.
농민들은 돌멩이를 쥐어 지학사 놈에게 뿌리었다. 지학사는 돌멩이에 대가리를 맞아 피투성이로 됐다. 장학산이랑 측은한 눈길로 지학사를 바라보았다.
(봐라! 내 말대로 양아들 집을 빼앗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있겠는가? 사람이 욕심을 써도 한정 있지.)
인삼중 대장은 성칠과 김병완과 뭐라고 토론하더니 다음과 같이 공포했다.
“친일주구이며 악패 지주 지학사 놈을 즉시 처단하라! 집과 땅, 재산을 몽땅 빈고농민들에게 나눠 준다!”
억복이랑 바위돌이랑 유격대원들은 지학사를 끌고 태평강 가에 갔다. 지학사는 죽기 전에 사람들 속에서 장학산과 조덕림, 처첩들을 눈빗질을 해 찾아보고 고래고래 고함치었다.
“이제 오래지 않아 국민당 군이 나를 위해 복수할 게다. 네놈 가난뱅이 놈들, 빨갱이 놈들이 무리죽음을 날이 오래지 않다. 원쑤를 갚아달라…”
바위돌 분대장은 지학사 놈의 주둥이에 자갈을 마구 처넣고 바로 마구 밀막아 묶어 놓았다. 그러자 지학사는 꿱꿱거릴 뿐 아무 개소리도 온전히 치지 못했다. 억복 부소대장은 권총을 꺼내 들고 우렁차게 말했다.
“나는 인민을 대표해 친일주구 네놈을 처단한다!”
땅!
수십 년 동안 함흥 촌 빈고농민들을 못 살게 굴던 친일주구, 악패지주 놈은 처단됐다. 빈고농민들은 지학사의 시체에 대고 돌팔매를 했다. 숱한 돌멩이가 날아가 대갈통이 박살난 지학사 시체를 까부시며 뒤덮었다.
병완은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이고 어데서 북을 얻어왔는지 둥둥 치며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광복이 왔다! 마음껏 춤을 추자! 이젠 우리 가난한 사람들의 세상이다!”
그러자 토성 안 마당에는 광복을 맞은 중조 가난한 백성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덕팔이도 넓은 잔등이 땀에 흠뻑 젖도록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덕성과 송죽도 상우도 사람들 속에서 마음껏 댄스를 추었고 아낙네들도 도라지를 너울너울 추며 돌아갔다. 가난한 한족백성들은 흥겹게 양걸춤을 추며 돌아갔다.
그들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그들은 광복의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마음껏 춤을 추고 노래하자!
그날로 이계삼과 허영주는 김병완과 상순, 성수, 학수 등과 함께 나무자를 만들어가지고 지학사의 밭을 몽땅 가난한 한족과 조선족 빈고농민들에게 나눠 주었다. 유격대에서는 촌공소 자리 집을 빼앗아 인삼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인삼은 자기 집을 촌인민정부로 쓰라고 내놓았고 사랑을 집이 없어 고생하는 학수와 기준이네를 주었다. 그러나 상순은 자기는 집을 지어 살면 된다면서 소서구에서 타다 남은 집에서 사는 형님 상우에게 넘겨주었다. 이계삼과 허영주는 상순의 아량 있는 처사에 찬탄하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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