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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4권(78) 음모궤계 김장혁
2024년 11월 26일 11시 39분  조회:9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4

         김장혁
 

     78. 음모궤계

 
   류덕재는 창문 밖으로 댓살처럼 쏟아지는 소낙비 속에 수풀처럼 거무충충하게 우뚝우뚝 솟은 고층건물들을 내다보면서 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직감했다.
   (저 숱한 고층건물들을 짓게 숱한 대부금을 내주면서 숱해  받아 먹었는데. 어쩌는가? 어느 고층건물에서 불시에 생벼락이 터질지 어떻게 아는가? 아이고, 하느님 맙시사. 이 일을 어쩌는가?)
  류덕재는 가까스로 공포에 질린 심리균형을 제대로 바로잡은 후  류항곤과 류기한테 스적스적 다가왔다. 류덕재가 류기 옆에 다가와 나란히 앉았다. 그런데 류덕재 몸에서 지독한 퀴퀴한 냄새 나서 류기는 코로 흡흡하며 상을 찡그리며 멀찍이 물러나 앉았다.
   그런줄도 모르고 류덕재는 억지로 류기한테 웃어보이며 나직이 쑤근덕거렸다.
   “류기야, 네가 류려평을 만나면 가만히 전해달라. 내랑 너네 아빠랑 평생 맺은 넓은 인맥을 다 리용해 류려평을 구할테니까. 근심하지 말라고. 로실히 탄백한다고 류려평을 살려주지 않을테니까.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서 기다리라고 전해달라.”
   류기는 바위돌처럼 얼어붙은 얼굴 표정으로 류덕재를 쳐다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네, 꼭 전하겠습니다.”
   류덕재는 새라도 말소리 들을가 봐 류기의 귀밑머리에 대고 나직이 쑥덕거렸다.
   “류기야, 종호가 나영한테 넘긴 유판을 어떻게 빼냈으면 좋겠다.”
   류기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저승사자 어떤 늙은 너구리라고 그게 그리 쉽겠습니까?”
   류덕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판을 빼내지 못하면 기회를 봐서 록음하거나 복제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류기는 류덕재와 손바닥을 쨩 쳤다.
   “근심마세요. 큰아버지, 기회만 있으면 꼭 분부대로 해 보겠습니다.”
   류덕재는 시름이 놓이지 않아 한마디 덧보탰다.
   “이후에는 내한테 핸드폰이나 위챗으로 련락하지 말라. 아마 수사부문에서는 내 핸드폰을 감청하고 있을 거야. 무슨 일이 있으면 밤에 이 별장에 나를 직접 찾아와 말해라. 좋기는 류문도하구 짝통핸드폰위챗에 련락해라.넌 처처에서 매사마다 빈틈없이 하면서 안전에 주의해라. 자칫 새파란 나이에 전도를 망치겠다. 류기야, 절대 내 일 때문에 련루돼선 안돼. 너하고 류문도는 우리 류씨 집안 유일한 미래이자 희망이야.”
   류기는 어설프게 웃기까지 했다.
   “네, 큰아버지, 근심하지 마십시오. 이젠 나도 어린애 아닌데요. 서른살도 넘었는데요. 히히히.”
   류덕재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는 류기한테 물었다.
    “너네 구류소 대대장이 이름이 뭐냐?”
    “김호 대대장입니다. 듣는 말에 의하면 김호 대대장은 전번에 취재하러 왔던 신문사 리종호 부사장이란가? 그 로기자네 학생이랍디다.”
   류덕재는 독기어린 외까풀눈을 부라리면서 음흉하게 칼로 썩뚝 자르는 시늉을 했다.
   “그 새끼부터 잘라 버려야 해. 김호를 그 자리에 놔두면 저승사자나 리종호 말을 듣고 류려평을 더 못살게 굴게 아니야?”
   그는 아주 담담하게 류기를 마주 보며 뒷말을 이었다.
   “넌 내 심부름이나 잘 해라. 이제 김호를 대대장 자리에서 잘라버리고 널 제발시킬 예산이다. 기쁜 소식을 기다려라.”
   류기는 이게 웬 떡이냐고 류덕재 손까지 잡고 감지덕지해 했다.
   “어머나. 감사해요. 큰아버지 그 은혜를 한평생 잊지 않고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제발되면 큰아버지를 도와 일하기도 퍽 편리할 겁니다. 유판에 접근할 기회도 많을게고 류려평 고모와도 수시로 비밀리에 만나기도 퍽  편리할 겁니다.”
   “그래. 넌 언제까지 녀자감옥에서 경장이나 하겠니? 이젠 서른살도 넘게 경장질했으니까. 제발될 때도 됐어.”
   류덕재는 독기 오른 외까푼눈을 부라렸다.
   “저승사자와 구류소 주위부터 말끔히 정리해야지.”
   그는 류기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녀자감옥의 김소장이던가? 이젠 꽤나 나이 있어 보이던데.”
   류기는 좋은 기회라고 물어먹었다.
  “네. 김천선 소장은 이젠 50도 넘었습니다. 늙은 게 아직도 렴치없이 퇴직할 때까지 소장질 할 예산인 거 같습디다.”
   류덕재는 이을 악물었다. 
   “김호나 김소장이나 다 한 짝패야. 그 년놈들을 정리하지 않고서야 네가 어떻게 기를 펴고 살겠니? 또 류려평을 어떻게 구하겠니? 그 놈들이 살판치는 날엔 우리 류씨 집안 사람들이 기를 펴고 살 수 없어. 그 놈들 기를 꺾어놔야지.”
   원래 류덕재는 말수가 적었는데 오늘 따라 말이 많았다.
   “그 놈들이 내 은행 행장 내놨다고 업신여기는 거 같은데. 큰 집이 무너져도 3년은 걸린다는 걸 아는 거 같지도 않다.”
   그는 일부러 류항곤과 류기한테 자기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아무 것도 근심할 필요없고 모든 게 잘 되리라는 신심을 안겨주려고 들었다.
   류덕재는 사촌동생과 여조카 앞에서 큰소리를 탕탕 쳤다.
   “아버지 시당위 서기질 할 때 제발시킨 관료들과 내 조직부장할 때 제발시킨 관류들이 관사 각 부처에 욱실거린다. 우리 류씨 집안은 이 사내에서 나무가 젤 크고 뿌리가 젤 깊은 가문이야. 아직도 내 한마디 말이면 저승사자고 뭐고 훌 날아가 어디 처박힐지 모르잖는가 봐라.”
   그는 류항곤과 류기를 들으라고 말했다.
   “정치를 하거나 뭘 하든지 사람은 의리심이 있어야 돼. 우리 부자간이 제발시킨 숱한 관료들은 모두 의리심이 있는 형제들이야. 그 형제 관료들이 모두 내 억울함을 당하게 놔둘 거 같애? 날 배신하고 물어먹는 놈들을 좋은 끝장 있을 거 같아? 흥!  리종호나 저승사자, 그리고 박나영이 같은 조무래기들이 어디 살아 남는가 두고 보자. 뼈다귀도 추리지 못하잖는가 두고 봐라. 흥!”
   류항곤은 류덕재한테 머리를 조아렸다.
   “형님, 형님이란 큰 산이 있는 한 그 몇몇 놈들이 형님을 어쩌지 못하리라 믿소. 그리고 내나 류기나 다 어쩌지 못하리라고 믿소. 나도 형님과 큰아버지 신세를 많이 졌는데. 류기까지 제발시켜 주겠다니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소.”
   류덕재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지 말라. 우린 피를 나눈 형제야. 한 집 안 사람끼리 두 말 하지 말자.”
   그는 류기한테 눈길을 돌렸다.
   “류기야, 저승사자가 또 누구를 심문했니?”
   류기는 류덕재를 치켜보며 종알거렸다.
   “전람관 부관장 박나영과 문화국 최정호 국장을 하나하나 심문합디다. 큰아버진 박나영을 잘 압니까? 박나영도 이번에 류려평 고모와 함께 인터폴에 나포돼 한국에서 국내에 인도돼 왔는데요.”
   “그래? 박나영이 뭘 공술했느냐?”
   류기는  미주알 고주알 고발했다.
   “박나영은 전람관 공금 5만원을 꺼내 람용했다고 승인합디다. 그리고  대부금 내올 때 문화국 최정호 국장과 함께 큰아버지와 류려평 고모한테 찾아가 그 5만원을 나눠 줬다고 공술합디다.”
   류덕재는 펄쩍 뛰면서 억울하다고 고함쳤다.
   “개쌍년, 그래 최정호 국장은 날 뭐라고 불데?”
   류기는 나직이 말했다.
   “최국장은 죽는 상을 하면서 자기는 더 탄백할게 하나도 없다고 합디다. 나영한테서 돈을 받은 적도 없고 큰아버지나 고모한테 준 적도 없다고 합디다. 나영이 자기를 무함한다고 합디다.”
   류덕재는 길쭉한 말상을 흔들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봐라. 박나영의 공술은 무함이다, 무함! 아무런 증거도 없는 무함이야.”
  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뒷말을 이었다.
   “문화국 청사 대부금은 류려평이 대부금 원칙에 따라 내준 거야. 재정원칙을 위반한게 하나도 없어.”
교활한 류덕재는 아무리 믿는 사촌동생과 여조카라고 해도 극력 자기 죄행을 감추고 류려평한테 죄를 밀었다.
   “류기야, 빨리 단위로 가라. 김호나 저승사자한테 눈에 나겠다. 가기 전에 아까 그 유판을 내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가라.”
   “네, 깜빡했구나.”
   류기는 류덕재 핸드컴퓨터에 저장해주면서 말했다.
   “큰아버지. 병원에 갔다 왔다고 하면 그 년놈들이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류덕재는 류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주의를 주었다.
   “소낙비 내리는데 차를 주의해 몰아라. 구류소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인차 알려달라.”
   “네, 알겠습니다. 꼭 큰아버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잘 명심하겠습니다.”
   류기는 류덕재한테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별장에서 총총히 나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버렸다.
   류항곤은 류기한테 너무 살갑게 구는 형이 눈에 거술렸다. 색마인 사촌형이 언젠가는 종친여동생 류려평을 재끼듯이 자기 딸의 몸에 손을 댈가 봐 겁났던 것이다.
   그는 피뜩 떠오르는 무슨 궁리 있어 무릎을 탁 치면서 일어났다.
   “형님, 먼저 저승사자도 제거해야 하오. 그 저승사자 류려평의 넝쿨을 따라 형님을 찾아오면 어쩌오?”
   류덕재는 뻐드렁이빨을 드러내며 음흉하게 말했다.
   “음, 퇴직한 년을 아직도 고문으로 쓰다니? 검찰원에 사람이 없긴 없다. 그런 늙은 페허소를 아직도 중용하다니? 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도 이젠 퇴직했다고 업신여기는 얼빠진 놈들이 있는 거 같은데. 어디 두고 보자. 생강은 늙은게 더 냅다는 걸. 흥!”
   류덕재는 류기를 보내놓고 류항곤과 함께 한참 갖은 음모궤계를 다 꾸몄다.
   음모궤계가 둥글어져 갈 때 류항곤은 근심돼 말했다.
   “형님, 아무리 류기를 시켜 리종호가 저승사자한테 주라고 박나영한테 준 유판을 얻어와도 진상을 감추기 힘들게오.”
   류덕재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무슨 말이냐? 혹시 류기 유판에 손을 댔다가 련루될가 봐 근심해 하는 소린 아니냐? 그게 근심되면 너도 내 일에 삐치지 말라.”
   류항곤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오. 절대 우리 모녀 안위를 걱정해 하는 말이 아니오. 오해하지 말고 내 말을 잘 들어보오.”
   류항곤은 류덕재 퍼러덩덩한 얼굴 표정을 흘끔 곁눈질하면서 뒷말을 이었다.
   “아무리 류기가 그 유판을 훔쳐 온다고 해도 리종호란 놈이 살아 있는 한 숱한 유판을 복제해 저승사자한테 계속 제공할게 아니오?”
   “알았다. 리종호, 그 고발쟁이놈이 젤 사달이야.” 
   류덕재는 피발이 선 외까풀눈을 부릅뜨고 뻐드렁이빨을 쁙쁙 갈았다.
   류항곤은 또 한마디 했다.
   “형님, 내 생각에 36계에 줄행랑이 상책인 거 같소. 아무리 우리 막아봐도 어떻게 그 숱한 구멍을 다 틀어막겠소? 그땐 도망치자고 해도 늦을 거 같소.”
   찰싹!
   류덕재는 류항곤의 귀쌈을 한대 후려갔다.
   “닥쳣!”
   그는 피발이 선 눈깔을 데굴데굴 굴렸다.
   “맥 빠진 소릴 작작 쳐! 도망치긴 어델 도망쳐! 지금은 모든 인맥과 물력을 다해 극력 방어해야야.”
   류항곤은 얼얼한 낯을 매만지며 머리를 뚝 떨어뜨리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류덕재는 너무 한 것 같아 어조를 될수록 부드럽게 낮춰 말했다.
   “너도 날 생각해 하는 말이라는 거 안다. 허나 잘 생각해 봐라. 도망치면 어디로 도망치겠니? 류려평도 한국에 빼보냈는데 인터폴에 나포돼 인도돼 압송돼 오지 않았느냐? 한국도 이젠 안전한 곳이 아니야.”
   류항곤은 포기하지 않고 권고했다.
   “그럼 유럽이나 미국에 가오. 일찍이 손써 도망치면 다요.”
    그러나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미국과 유럽에선 정치범은 보호하지만 경제범죄자는 보호해주지 않아. 양키놈들도 경제범은 인터폴에 합작해 나포해 인도한단 말이야.”
    류덕재는 우쭐 일어나 별장 침실에 들어갔다. 그는 옷궤 안쪽 널판자미닫이를 열고 그 안벽 사이에 놓은 보험궤를 열고 금덩이를 수태  꺼냈다.
    그는 금덩이를 빨간 비단주머니에 담아들고 객실에 나와 류항곤한테 건네주었다.
    “이걸 네가 좀 처리해야겠다. 그 놈들을 잘라버려야 류기를 그 자리에 인차 앉히지.”
   류덕재는 류항곤의 귀에 대고 누구, 누구한테 가져다 주고 부탁하라고 쑤근덕거렸다.
   “알았소. 근심하지 마오.”
   류항곤은 멜가방에 묵직한 금덩이를 넣고 별장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
   류덕재는 류항곤을 보내놓고 조직부장 재직 때처럼 자기가 믿는 형제 관료들한테 전화를 쳐서 암암리에 자기가 부딪친 난제를 얘기하면서 갖은 음모궤계를 다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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