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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4권(75) 첫사랑이 낳은 악과 김장혁
2024년 11월 18일 10시 10분  조회:111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4

          김장혁
 
   
      75.
첫사랑이 낳은 악과

 
    종호는 나영을 보내고 소회의실에서 매음녀를 취재하기로 하였다.
    김천선 소장과 류기는 30대 초반 보통키 매음녀를 소회의실에 데려왔다.
    종호는 전번에 악처를 압송해온 류기가 류려평과 눈인사를 슬쩍 하던 일이 좀 이상야릇했다. 그러나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종호는 취재분위기를 고려해 김소장에게 매음녀 손목의 쇠고랑이를 풀어줄 것을 건의하였다.
   김천선 소장은 여경 류기를 시켜 매음녀 손목의 쇠고랑이를 잠시 벗기라고 하였다.
   매음녀는 종호한테 감사한지 할끔 쳐다보며 눈인사를 했다.
   보통키에 걀죽한 얼굴, 백지장처럼 하얀 우유빛살결…종호가 피뜩 여겨보아도 섹시하게 생긴 그녀는 뭇사내들의 눈길을 끌었을 것 같았다.
   김천선 소장은 매음녀를 보고 미리 다짐을 땄다.
   “은희, 오늘 기자선생님한테 자기 죄행을 사실대로 말해야 하오. 전번날 영화처럼 절대 제 좋은 소리를 해선 안되오. 그럼 죄가 가중해진다는 걸 알아야 하오. 알만 하오?”
   은희라는 그녀는 머리를 떨어뜨리더니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김소장은 류기와 다른 한 여경을 보고 분부했다.
   “복도에서 은희를 잘 지키오.”
   “넷.”
   김소장은 종호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류기를 부르세요." 하고 분부하고는 눈인사를 하더니 소회의실에서 나갔다.
   류기와 다른 여경도 전번처럼 복도에 나가 문어귀에 서서 소회의실을 지켰다.
   순간 소회의실에는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다 들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종호는 김소장이 준 자료를 미리 보았기에 핵심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은희라든가? 어떻게 돼 매음녀로 변했소? 경과사를 쭉 얘기할 수 있겠소?”
“네.”
   은희는 종호를 외까풀눈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부끄러운대로 무거운 입을 뗐다.
   “모두 첫사랑은 티없이 깨끗하고 순결해 한뉘 잊혀지지 않는다고들 하지만요. 저의 첫사랑은 쓰디쓴 악과를 낳은 함정과 교훈 그 자체입니다.”
   은희는 참회의 눈물을 줄 끊어진 구스러럼 주르르 흘리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호- 내쉬었다.
 
   어느날 밤, 사교무청 오색령롱한 불빛 아래 파란 청춘들이 은은히 흐르는 음악에 맞춰 쌍쌍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은희가 걸상에 앉아 구경하는데 면목도 모를 웬 한족청년이 허리를 꿉썩 굽혀 인사하면서 점잖게 춤을 청했다.
   은희는 한족청년인지라 춤을 출줄 모른다고 완곡히 사절하였다. 그런데 소 가죽보다 더 질긴 그 남자는 끈질기게 춤을 추자고 재차 요청했다. 은희는 하는 수 없어 일어났다.
   그 한족남자는 춤을 추면서 자기는 경찰학교에 다니는 왕수덕이라고 싱겁게 자기 소개를 장황히 했다. 은희가 왕수덕을 쳐다보니 훤칠한 키에 꽤나 준수하게 생기지 않았겠는가. 이상한 일이었다. 은희는 왕수덕이 별로 싫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곡 또 한곡 함께 사교무를 추었다.
   그녀는 그날 밤 왕씨와의 만남이 그녀의 가슴에 비극적인 첫사랑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은희는 왕씨를 사귀면서부터 사랑하는 님과의 상봉의 기쁨과 리별의 슬픔을 알게 되였고 꿀같이 달콤한 첫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왕수덕의 과거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는 열련에 빠져버렸다.
   보통 열련에 빠져 머리 뜨거지면 랭정해지지 못하는 법이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은희는 왕수덕과 총망히 결혼까지 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그들 신혼부부는 이성의 매력에 의해 민족의 계선을 산산히 박산내고 깨알이 쏟아질 지경으로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은희가 임신해 막달이 된 어느 하루 그들의 사랑에 믿음이 파괴되는 사건이 터졌다.
   왕수덕은 경찰학교를 졸업한 뒤 변경의 한 파출소에 가서 근무했고 은희는 목단강시 교외이 한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들 신혼 부부는 두 곳에 나뉘여 견우와 직녀처럼 살다나니 서로 너무 그리울 때가 많았다. 은희는 왕서방한테 뜻밖의 기쁨을 안겨주려고 기차를 타고 변경파출소로 달려갔다.
   그녀는 왕수덕이 퇴근하기 전에 셋집에 널린 걸 정리하였다. 그녀는 피뜩 불룩한 책을 서재에 올려놓다가 한족여자 사진과 편지까지 몇통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은희는 편지를 읽어보고 초풍할 지경으로 놀랐다.
   원래 왕수덕은 경찰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벌써 할빈시 모 병원의 간호원인 장연이란 두살 이상 처녀와 첫사랑을 속삭였고 여러해 동안 동거하였던 것이다.
   “개자식, 날 속이고 결혼했어? 날 임신시켜 놓고서도 나와 결혼한 일을 속이고 이년과 계속 편지거래를 하다니?”
지어 메스꺼울 정도로 편지 마지막에 “내 첫사랑에게 뜨거운 키스를 보낸다. 후에 고향에 가면 우리 이전처럼 또 열렬히 살아보자.”라고 지껄이지 않았겠는가!
   은희는 대성통곡하다가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왕서방이 셋집 문을 떼고 들어섰다. 그녀는 다짜고짜로 따지고 들며 야단쳤다. 왕서방은 자기 정체가 드러난 것을 눈치채고 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발이 되게 싹싹 비비며 빌었다.
   “할빈 장연과 관계를 영원히 끊겠다, 제발 한번만 용서해달라.”
   그러나 은희는 첫사랑 사기군 같은 왕수덕을 용서할 수 없었다.
   (도적놈은 살려줘도 배신자는 살려 줄 수 없어.)
   그녀는 그날로 왕수덕과 갈라져 고향으로 돌아갔다. 임신한지 한두달이면 긁어버리겠지만 막달이 돼서 어쩌는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눈물을 머금고 배 속의 쓰디쓴 첫사랑의 악과를 낳고 말았다. 세상에, 피눈물 속에서 이 세상에 잘못 태어난 갓난애는 남자애가 아니겠는가.
   그녀는 학교 부근에 잡은 셋집에서 솟구치는 눈물을 겨우 참으면서 학교에 마지못해 출근하였다. 그런데 왕수덕은 아들애를 보러 오는 척하면서 사흘이 멀다하게 은희의 셋집에 기어드는가 하면 셋집에 들여놓지 않으면 학교 교실에까지 들어와 은희를 쥐어 끌면서 떠들면서 주정을 부렸다.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 부모들한테 은희와 왕서방이 어쩌구 저쩌구 미주알 고주알 다 말하는 바람에 소문이 파다히 퍼져 은희는 머리를 들고 학교에 출근하기 힘들었다…
 
   종호는 은희의 말을 듣다가 중도무이했다.
   “시간이 없는데 중점적으로 매음하게 된 경과만 말하오.”
   복도에서 류기는 종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머리를 끄덕이었다.
   류기는 소회의실 문을 뚝 떼고 들어와 은희를 째려보며 호통쳤다.
   "쓸데 없는 소릴 작작 치고 자기 범죄과정을 낱낱히 기자선생님한테 탄백하란 말이야."
   은희는 머리를 폭 숙였다.
    “네, 말하다니 내 억울한 일이 생각나서 마구 얘기했군요.”
    그녀는 한참 궁리하더니 중점적으로 얘기하자고 애썼다.
 
   그후 은희는 애를 본가집에 업고 가서 친정부모한테 맡겨놓고 무작정 기차를 타고 머나먼 심양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심양에서 한 한국 회사 회장의 녀비서로 일하게 됐다.
   그런데 회장은 음충한 눈길로 그녀의 우유빛살결을 퀭해 훑어보더니 느침을 질질 흘렸다.
   (탄력있는 몸매, 짧은 치마 밑에 드러난 하얗고 야들야들한 우유빛허벅다리, 하얀 샤츠 밑에 엿보이는 풍만한 젖가슴… 아, 통채로 삼켜도 비린내 나지 않을 것 같아. 사과배처럼 사박사박하고 시원할 거 같아.)
   회장은 전기에나 붙은 것처럼 아래배까지 찡해나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전률했다.
   그후부터 회장은 쩍하면 은희를 보고 식사나 함께 하자, 노래방에 가자, 북경에 출자을 함께 가자고 요구하면서 퍽 피곤하게 굴었다.
   그녀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회장 덕분에 난생처음 온 외지 심양에 홀로 와서  편안하게 호의호식하면서 두툼한 로임을 타는데 치사하지만 그 요구들을 칼로 베듯 거절해버릴 수는 없었다.
    사달은 회장을 따라 북경에 출장갔을 때 생겼다.
   그날 은희는 한국 회장과 함께 천안문이요, 고궁이요, 천단이랑 구경하고 천안문광장 동쪽에 있는 북경오리구이점에 가서 오리고기구이를 먹고 노래방까지 가서 질탕하게 놀았다.
   그녀는 밤중에야 회장의 팔을 잡고 부축해 비틀거리면서 호텔에 돌아왔다.
    그녀가 비틀거리는 한국 회장을 부축해 호텔방에 들어가 침대에 눕혀 놓고 돌아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잠간!”
   회장이 불시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은희, 날 살려주오. 날 잘 모시면 한뉘 살 근심 하지도 말아. 해마다 로임 외에 생활비로 만딸라씩 줄게. 여기서 살기 싫으면 한국에도 데리고 가마.”
   은희는 마구 뿌리치고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짐승처럼 야욕이 발작할대로 발작한 색마를 아녀자 몸으로 아무리 버둑거리면서 반항해도 막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극도로 모순된 내심의 갈등을 겪으면서 눈을 지긋이 감고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한국 회장, 아니, 색마의 음충한 눈길과 추잡한 뻘건 혀끝이 그녀의 하얗고 야들야들한 우유빛 몸을 올리내리 훑는다. 금송곳이빨을 드러내며 징글스레 웃는다. 그녀의 귀에서는 색마의 거친 숨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녀는 순식간에 당하면서 오열을 터뜨렸다. 호텔방에서는 그녀의 흐느낌소리에, 신음소리 간간히 들려왔다.
   한번이 있으면 두번, 세번이 있기 마련이었다. 한국 보스는 회사에 돌아간 뒤에도 남의 눈을 피해 거의 날마다 밤이면 그녀를 자기 숙소로 불러다가 야욕을 채웠다.
   색마회장은 번마다 일을 끝내고는 백딸라짜리 몇장씩 팁처럼 쥐워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성이란 일단 정조를 더럽히기만 하면 고삐를 끊은 야생말과 같은 법이다.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그녀는 하느님처럼 믿던     첫사랑인지 뭔지 왕서방의 배반을 받고 심리가 공허할대로 공허해졌다.
   은희는 점차 한국 회장의 열렬한 성애라도 마음껏 받아보고 싶어지는 것이 이상했다. 성기갈이 든 한국 회장은 은희와 섹스할 때면 마른 장작더미에 달린 불처럼 성애의 불길을 활활 불태웠다. 색마는 변태적으로 그녀한테 별의별 체위를 다 요구하며 섹스기교를 뽐냈다. 그 불길과 기교가 심해질수록 그녀의 저금통장 돈 자리수자는 직상승선을 점점 빨리 그었다.
   그러나 “그런 좋은 날”도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 회장은 은희를 실컷 데리고 놀고나니 질렸는지 점점 드물게 찾았다. 후에 알고 보니 회사에 새로 들어온 더 어리고 이쁜 여직원을 데리고 놀고 있지 않았겠는가.
   은희는 질투와 배신감으로 온 몸을 바르르 떨었다.
   “세상 사내들이란 모두 량심 없는 개들이야.”
   두번째로 사내한테 배신당한 은희는 그날로 보짐을 싸들고 그 한국 회사에서 나가버렸다.
   그후 은희는 심양에서 민박도 차려보고 옷장사도 해보았다. 그러나 운수가 사나워서 다 잘 되지 않아 죽물도 먹기 어려울 정도로 돼버렸다.
   그녀는 별 수 없어 한국에 나가려고 한 한국 회장한테 수속해달라고 3만원을 맡겼다. 그때는 조선어시험을 치고 또 한국 출국수속이 꽤나 번거롭고 힘들었다. 때문에 출국수속료로 3만원 낸 건 적게 낸 셈이었다.
   그런데 그놈 한국 회장을 거의 석달이나 점심을 대접하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놀았는데도 전혀 한국 출국수속은 소식도 전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한국 회장은 온데간데 그림자도 보이지도 않았다. 진짜 은희 돈과 몸까지 다 가지고 다 파 먹은 김치독처럼 차버린 것이었다.
   은희는 첫 혼인생활에서 심한 타격을 받은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심양에서 정신상, 육체상, 경제상에서 모진 타격을 받을대로 받아 심히 심약해졌다. 빈털털이로 된 그녀는 눈풍설이 이는 심양거리에서 헤대다가 교외의 한 술집에서 접대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허둥지둥 찾아갔다.
   그녀는 그 술집에서 뭇 사내들의 술안주에 들어 시끄러운대로 독한 술로 허전한 가슴을 지지려고 들었다. 그녀는 점차 화끈 달아오른 주색마당에서 몸을 팔아 돈을 벌면서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시작하였다.
   사내들의 돈을 벌기는 식은 죽 먹기었다. 한 반시간 술시중을 들고 나중에 한 반시간 속살을 내대고나면 백원짜리 빨깍빨깍하는 팁까지 생겼다.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었다. 그녀가 한창 더러운 교역을 벌릴 때 술집 문을 꽝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짧은 치마와 팬티를 춰 입을 새도 없이 두리모자들이 우르르 쓸어들어왔다.
    은희는 심양 구류소에서 로동개조를 하고 숱한 벌금을 하고서야 석달만에 풀려 나왔다. 엄청난 벌금을 하고나니 몸을 팔아 번 돈이 밑바닥이 다 드러날 지경이 됐다.
    은희는 남은 돈을 빡빡 긁어모아 가지고 기차표를 사서 한많은 심양을 떠나 두만강변의 한 도시에 나와버렸다.
그 도시는 조용하고 조선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좋았다. 그런데 경제가 락후했다.
    그녀는 그 도시에서 음식점이나 려인숙이나 아무 걸 다  차려 보았다. 그런데 경제가 락후한 변강도시여서 죽벌이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마사지방은 사내들의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아주 열기를 띠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생존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마사지방에 아가씨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녀는 또 발을 빗딛고 말았다.
   은희는 마사지방에서 뭇사내들한테 젊고 이쁜 몸과 색을 들이대고 빨깍빨깍하는 팁을 받아 챙기었다.
   “그런데 또 재수없이 경찰들한테 붙잡힐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종호는 또 은희의 말을 중도무이해 질문했다.
    “은희는 문화도 있는 교원출신 아니고 뭐요? 자기 매음한 잘 못을 아직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구만. 그저 재수없어 붙잡힌 걸로 생각하는 건 잘못이오. 지금까지 실각한 걸 돌이켜보면 후회되는좀 있소?”
   은희는 머리를 툭 떨어뜨린 채 한참 궁리하더니 줄 끊어진 구슬처럼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나직이 말했다.
   “새파란 나이에 이렇게 되고 보니 후회되는 일이 많고도 많지요. 한 사람에게서 최대의 행복은 첫 대상자를 잘 골라 만나는 것이지요. 아무리 잘 생긴 첫사랑이라도 복잡한 과거 연애사가 있는가 없는가 잘 알아보고 사귀고 결혼해야죠. 과거 연애사가 복잡한 대상자라면 인차 칼로 썩뚝 자르듯이 무정하게 관계를 끊어야죠. 난 그렇게 결단내리지 못했기에 새파란 나이에 인생 비극을 겪게 됐지요. 또 아무리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해도 내처럼 법을 어기고 더러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봐요. 림시 빨깍빨깍하는 팁을 챙기는 재미는 좋은 것 같지만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기를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처넣게 되지요.”
   은희는 류기와 종호를 피끗 번갈아보더니 대성통곡치면서 말했다.
   “진짜 첫사랑이 낳은 비극이지요. 기자선생님 절대 저의 진짜 이름을 신문이나 잡지에 내지 말아 주세요. 내 고향 목단강 소학교 사생들과 학부모들이 알면 날 뭐라고 욕하겠어요? 아니, 세상 사람들이 날 뭐라고 손가락질 하겠는가요? 아들애가 이담 커서 엄마가 이런 더러운 과거가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큰 타격을 받겠는가요? 난 얼마나 후회되는지 몰라요. 제발 신문에 내 이름 그대로 내지 마세요.”
   “근심하지 마오. 가명을 달아 낼게.”
   종호는 취재를 마치고나서 인생의 기로에 들어선 숱한 매음녀들을 어떻게 바른 길에 들어서게 할 것인가 고민하였다.
   그는 가슴이 너무 갑갑해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면서 장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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