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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4권(73) 정신감옥 김장혁
2024년 11월 13일 11시 04분  조회:8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장편소설 황혼 제4

          김장혁
 
       73. 정신감옥

 
    종호는 경찰차에 류려평을 데리고 리혼하러 민정국으로 달려가면서 눈을 지긋이 감았다. 류려평과 마주 보기 싫은 것도 있었다. 그보다도 그는 빠뜨린 구멍이 없는가 이것 저것 꼼꼼히 점검하면서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아차!”
    종호는 무릎을 탁 치며 외까풀눈을 번쩍 떴다. 그는 피뜩 무슨 생각이  났는지 류려평을 건너다 보았다.
    “당신 신분증을 가져 오지 않은 거 같구만.”
   류려평은 쓴웃음을 지었다.
   “난 또 무슨 큰 일이 났는가 깜짝했지. 불시에, 참, 사람 간이 다 떨어지게 논다. 숱한 경찰 앞에서 무식하게. 흥!”
악처는 분명 기회를 봤다고 승풀이를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면 이제라도 구류소에 가서 가지고 와야겠소.”
   악처는 차 안이 다 떠나가게 두덜거렸다.
   “사람을 보기로 뭘로 봐? 신분증도 가지고 오지 않고 어떻게 리혼하러 가겠는가?”
   (정신타격을 좀 받은 거 같은데…)
   종호는 단마디로 재삼 족따졌다.
   “동문서답하지 말고 똑똑히 말하오. 신분증 가지고 왔소?”
   “있다니까. 몇번 물어?”
   그래도 종호는 믿어지지 않았다. 확인해야 했다.
    “어디 보기오.”
   류려평은 두덜거리면서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허리에 띤 벨트식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이었다.
   “신분증은 총살받기 전엔 내 몸에 꼭 건사해야지.”
   종호는 신분증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후- 내쉬었다.
   경찰차는 민정국 앞에 달려가 천천히 멈춰섰다.
   그들이 혼인소개소 창구에 올라가자 난리났다.
    여직원들은 여경들이 손목에 쇠고랑이를 찬 류려평의 량팔을 붙잡고 압송해 들어서자 초롱초롱한 포도눈알이 데꾼해졌다. 그녀들의 데꾼한 눈은 눈섭 밑에 다 달라붙을 지경이다.
   류려평은 일종 모욕감을 느끼면서 머리를 뚝 떨어뜨렸다.
   여직원들은 전날에 혼자 왔던 종호를 알아보았다.
   “리혼수속하러 대방을 데리고 왔습니다.”
   “두 분의 신분증을 주세요.”
   여직원은 신분증을 받아 종호와 류려평의 얼굴과 찬찬히 대조해 보았다.
   류려평은 창피해서 게두두벌거렸다.
   “리혼하겠으면 할게지. 쇠고랑이를 채워서 데리고 올게 뭔가?”
   여직원은 류려평을 못 마땅한 눈길로 째려보았다.
   “무슨 소립니까? 쌍방이 다 오지 않으면 리혼수속을 못합니다. 어떤 특수정황이 있어도 꼭 와야 합니다.”
   여직원은 종호한테 물었다.
   “리혼 사유는 무엇입니까?”
   종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고 감정도 파렬된지 오랩니다. 실제 서로 갈라 산지도 십여년 됩니다. 이제라도 꼭 리혼해야겠습니다.”
   종호는 류려평이 류덕재와 살아서 애까지 낳았다는 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괜히 악처의 신경을 자극해 리혼수속에 방애될가 봐서였다.
   여직원은 류려평한테 눈길을 돌렸다.
   “리종호씨가 리혼사유 말했는데 동의합니까?”
   “백번도 리혼 동의합니다. 제 노릇도 못한 저런 나그네를 믿고 살지 못하겠습니다. 저런 나그네 만나서 한뉘 평생 고생한 걸 생각하면 원통해 죽겠습니다. 저 나그네를 보기만 해도 열통이 터집니다. 어서 리혼수속 해주십시오.”
   여직원은 머리를 끄덕였다.
   “재산분할은 어떻게 할 예산입니까?”
   종호는 리혼청구서를 내밀었다.
    “여기 다 썼습니다. 이 리혼청구서는 우리 둘이 토론해 작성한 겁니다. 이대로 하면 됩니다.”
여직원은 쌍방의 싸인과 지장이 박힌 리혼청구서를 훑어보더니 류려평한테 물었다.
   “이 리혼청구서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류려평은 리혼청구서를 흘끔 건너다보더니 인차 대답했다.
   “예. 아쉬운대로 그렇게 합시다. 내 좀 밑지지만.”
   여직원은 류려평을 째려보며 다잡아물었다.
   “도대체 이 리혼청구서대로 재산분할을 하는 걸 동의합니까? 안합니까?”
   “동의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토를 붙입니까? 딱 한마디로 대답하십시오. 46평방짜리 집을 리종호씨한테 주고 나머지는 몬땅 류려평과 딸 리려향한테 준다고 했구만요. 이걸 동의합니까? 반대합니까?”
   류려평은 황급히 대답했다.
   “동의합니다.”
   “사진을 찍으십시오.”
   “아니, 난 저 나그네하구 사진 안 찍어.”
   “아닌데요. 리혼증에 붙힐 개인 증명사진을 찍으라는겝니다.”
   “리혼하는데 무슨 증명사진이야?”
   그제야 류려평은 게두두벌거리면서 창피한대로 렌즈 앞에 가 앉았다.
   찰칵!
   여직원은 사진을 씻어 리혼증에 붙힌 후 도장을 꽝 찍었다. 뒤이어 종호와 류려평한테 각기 리혼증을 내주었다.
   종호는 리혼증을 받아 핸드빽에 넣으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는 혼인소개소를 나오면서 김호 대대장한테 귀속말을 했다.
    “류려평을 데리고 가옥관리국에까지 가야 되겠소. 가옥소유증이 부부 공동소유로 돼서 그러오.”
   김호 대대장은 통괘하게 대답했다.
   종호는 인차 박선영한테 전화했다.
   “여보세요. 가옥소유증과 신분증 가지고 인차 가옥관리국에 오십시오. 전번처럼 2층 교역대청에서 만납시다.”
   선영은 환성을 질렀다.
   “어머. 정말 지영의 말처럼 신용 있구만요. 네, 알았어요. 인차 가지요. 리사장님, 리혼수속 했는가요? 네? 일이 됐구만요. 네. 고맙습니다.”
   종호는 경찰차에 류려평을 싣고 가옥관리국에 달려갔다.
   이날 따라 가옥관리국 2층 교역대청에는 손님이 전에 없이 적어서 가옥변경은 인차 순조롭게 수속할 수 있었다.
    선영은 교역창구에서 쇠고랑이를 찬 류려평이 신분증을 내미는 것을  보고 뒤에서 흠칠 놀랐다.
    (이런 특수사정이 있었구나. 녀편네도 무슨 죄를 졌을까? 쇠고랑이를 차고 다니는 신센가?)
    종호는 리혼증과 신분증, 가옥소유증, 리혼재산분할계약서 등을 창구에 들이밀었다.
    녀직원은 쇠고랑이를 찬 류려평을 째려보면서 신분증과 리혼증을 받아 꼼꼼히 대조해보고나서 컴퓨터에 뭔가 툭툭 쳐넣는 것이었다.
    “됐습니다. 교역세를 내고 1층에 내려가서 새 가옥소유증을 타 가세요.”
    1층에서 새 가옥소유증을 가진 선영은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그녀는 가옥소유증을 들고 자꾸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젠 나도 제 집이 있게 됐구나. 이젠 집 없는 소녀처럼 떠돌이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류려평은 경찰차에 올라가며 종호를 째려보면서 코웃음쳤다.
   “잘하긴 잘하는구나. 무슨 큰 일 났다고 하나 밖에 없는 집마저 다 팔구. 에이구, 저런 나그네 믿고 어떻게 살아? 이전엔 내 은행에서 탄 집을 팔아 책을 내더니. 또 무슨 바보 짓을 하려고 저래? 제 노릇을 못하는  멍청이! 흥!”
   종호는 아무 대구도 하지 않고 류려평과 헤여졌다.
   (집을 팔아 한 조선족어린이를 구하자고 그런다. 참새들이 어찌 고니의 큰 뜻을 알겠느냐? 흥!)
   종호는 김호 대대장과 여경들에게 깎듯이 인사했다.
   “오늘 바쁜데 수고 많았소.”
   “괜찮습니다. 선생님 후에 시간 나지면 매음녀들을 취재하러 오십시오.”
   “후에 꼭 취재하러 갈게.”
    “선생님, 수고하시겠습니다.”
   김호 대대장과 여경들은 종호와 작별인사하고 경찰차에 류려평을 압송해 구류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종호는 선영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오늘 가옥소유증도 순조롭게 변경했는데. 함께 냉면이라도 한 그릇 잡술까요? 지영의 언니라니깐. 괜찮지요?”
    “아니, 고마워요. 제가 일이 있어 그만 가야겠어요.”
    선영은 일을 핑게로 발뺌을 했다. 그녀는 전 남편한테 혼나서 남자들이라면 딱 질색이었다.
    세상은 요지경, 세상은 넒고도 졻았다. 가옥매매로 해 종호는 박지영의 언니 박선영과 인연을 맺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종호는 혼자 려인숙으로 돌아와 한시름 놓고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는 리혼증을 만지작거리면서 또다시 착잡한 생각에 빠졌다.
    (이젠 모든 것이 말끔히 정리됐다.)
    사랑도 없이 몇십년을 살아온 혼인에 종지부호를 땅 찍은데서 오는 해탈감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허위로 꼴딱 찬 허울 밖에 없는 가정, 정신쇠사슬에 얽매인 정신감옥에서 해탈된 쾌감이랄까? 새 세상이 열리는 감이 들었다.
    뒤따라 허위적인 류려평과 몇십년 살아온 허무한 감도 없지 않아 머리 속에서 감도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진작 리혼을 끝장 내야 했어. 허위로 엮어진 혼인이었어.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빈 허울 밖에 없는 가정을 유지해 뭘 했어? 리혼하면 나와 려향의 전도를 망칠가 봐 억지로 가정을 유지하려고 했어. 내 가정이란 건 보이지 않는 허위와 정신쇠사슬에 거미줄처럼 꽁꽁 묶인 정신감옥이었어. 그걸 모르고 썩어빠진 가정을 가정이라고 유지하려고 했어. 그 정신감옥에서 악처는 암암리에 내 정신과 인격을 얼마나 릉욕하고 짓밟았어? 난 여직껏 진짜 바보 짓을 했어.)
   종호는 개 열을 씹은듯이 쓰거워났다.
   (나는 몇십년 동안 악처한테 속히워 속을 태우면서 그 보이지 않는 정신감옥에 갇혀 살았잖은가? 무대랑처럼 독약을 먹고 죽을 번했잖았는가? 자초에 잘 못했지. 가시아버지 류생남 국장의 권력을 빌어 시내에 남아 살면서 기자 꿈을 실현하자고 한게 잘못이었지. 내 기자 되자고 류려평과 약혼한게 잘못이었지. 나도 순결하지 못했어. 류국장네 싸가지 없는 귀공주 치마자락에 매달려 리상을 실현하려고 꿈꾸다니?)
   종호는 생각할수록 청년 때 자기 처사가 어처구니 없었다.
   (리상은 자기 노력과 능력으로 실현해야지. 리상과 혼인을 반죽했기에 아무 것도 반중건중하게 됐잖았는가? 리상을 실현하자고 어쩜 사랑하지도 않는 한족간나새끼와 결혼해? 정치결혼이었어. 세상 사무러운 악처를 만나 한평생 개고생을 하지 않았는가? 누가 한족처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내 밥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겠다.)
   그는 악처를 만나 한평생 속히워 산게 억울하고 분했다.
   (사돈보기 할 때 내 류려평을 의심한게 옳았지. 그년 그게 헐럭하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울며불며 야단쳤잖아? 그건 다 불여우의 눈물이었어. 그러나 난 국장네 귀공주를 데려다가 셋집살이를 시키면서 고생시키는게 죄송해서 악처의 정조를 더 의심하지 않았지. 악처는 나와 약혼하기 전에 벌써 류덕재와 실컷 살아서 임신하고 락태까지 한 거야. 그래서 그게 그렇게 헐럭했지. 사돈보기 하는 날에 요대기에 그린 빨간 매화꽃에 홀린 내가 바보였지. 그런데 그날 밤에 흘린 빨간 피는 뭔가? 혹시 내가 너무 힘껏 그래서 흘린 피?”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많고도 많았다.
    악처는 내하구 결혼하구서도 계속 류덕재와 살아서 려향까지 낳지 않았던가? 도적이 ‘도적이야!’ 해? 얼마나 철면피한 년인가? 중혼죄는 누가 져놓고. 뭐? 내가 나영하구 중혼죄를 졌다고?)
   종호는 온 밤 침대에서 이리 궁실 저리 궁실 하면서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원통하기 그지 없었다.
    (악처는 나를 정신감옥에 처넣고 암암리에 하늘이 용납못할 패륜을 저질렀지 않았는가? 세상에 둘도 없는 악처도 용서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저 년놈들을 복수할까?)
    그의 머릿속에서는 무서운  내심의 모순갈등으로 해 우뢰가 울고 번개가 번쩍이었다. 그의 눈 앞에서는 무수한 별찌들이 소낙비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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