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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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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7) 악처 김장혁
2024년 07월 11일 11시 21분  조회:69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7.
악처
 

  제우스 신의 머리 속에서 딸 헤라 신이 춤을 추는가? 도깨비, 허깨비들이 종호의 머리 속에서도 탈춤을 추며 뛰논다.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아 참기 어려웠다.
  종호는 생명의 끝자락을 잡고 생사선에서 헤매다가 서서히 이승으로 혜염쳐나오고 있었다.진짜 단떼 "신곡"의 지옥이면 어디 그런 지옥이 있겠는가. 
  그러나 지옥에서 련옥으로 기어나오는 과정 또한 어려운 행로였다. 진짜 화장실 똥구덩이에서 구더기가 기어나오다가 두르르 구을러 떨어지고 떨어지면 또 기어나오는 그런 행로라고나 할가.
  종호는 살려고 그리 아득바득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려향을 비롯한 몇몇 여자들은 그를 기어이 구하려고 들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노크소리에 뒤이어 나영이 과일구럭을 들고 들어섰다.
  려향이 나영을 반갑게 맞았다.
  "언니, 바쁜데.또 찾아왔는가요?"
  "아니,별말을, 리선생님은 저의 구명은인인데요.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하오."
  나영은 과일구럭을 침대머리에 놓고 산소호흡기를 단 종호의 부은 얼굴을 다정하게 들여다보았다.
  "리사장님은 어떻소?"
  "수혈을 한 후 많이 나았소."
  "수고했소.아빠한테 숱한 피를 수혈하고 해쓱해졌구만.보신을 좀 하오."
  나영은 호주머니에서 5만원권 열장을 꺼내 내밀었다.
  려향은 지페를 도로 밀어주었다.
  "아니,이건,받지 못하겠어요."
  나영은 기어이 려향의 호주머니에 찔러넣어 주었다.
  "꼭 받아 보신하오."
  나영은 종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리사장님은 내 아플 때 공지에서 애나게 번 돈을 가져다 주었댔소.그 은공을 갚지 못해 속이 내려가지 않소."
  나영은 보은하려는 생각일뿐이었다.
  려향은 나영의 그 돈을 그저 고맙게만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영이 자꾸 아빠를 찾아오는 것조차 그리 반갑지 않았다.그것은    나영이 어머니한테서 아빠를 떼갈가 봐 퍽 근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하나 아빠와 엄마를 함께 살게 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완고한 독신주의자인 그녀는 생각을 고쳐 하기 싫은 결혼을 다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려향은 아빠와 어머니 사이 감정상 곬이 아주 깊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아빠와 어머니는 서로 원망하고 욕하고.아니, 서로 원수나 된 것처럼 이를 쁙쁙 갈면서 증오하고 있지 않는가.
  그 감정의 곬은 뛰어넘을 수 없는 아슬아슬한 협곡으로 돼버리었다. 이젠 되돌아 올 수 없는 협곡을 넘은 것 같았다.
(에라, 그런 바 하고는 나영 언니 사랑의 힘을 빌어 아빠를 먼저 구하고 보자.)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려향과 주고 받는 나영의 목멘 목소리를 들어서인가.
  종호의 혼이 뇌리에 서서히 들어가 바로 자리잡았다.
  드디어 종호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빠!"
  "리사장님!"
  려향과 나영은 병실이 떠나가게 환성을 질렀다.
  그녀들은 침대머리에 달려가 종호의 두 손을 잡고 종호를 정겹게 내려다보았다.
  "아빠,끝내 깨났군요."
  "리사장님,저를 알아 보겠나요?"
  종호는 려향과 나영을 번갈아보더니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알아보았는가요? 리사장님."
   나영은 종호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서 일어나세요.나영이 두 손 모아 빕니다."
   나영의 보드랍고 따뜻한 손의 감각이 종호의 온 몸에 전해져 후덥게 만들었다. 이윽고 종호를 서서히 흥분되게까지 만들었다.
  그때 젊은 간병원이 들어왔다.
  그녀는 나영을 보고 반색했다.
  “나영아, 여긴 어째 왔니?”
  나영은 눈물 어린 눈을 그녀한테로 돌리었다.
  “아니, 지영아.”
  나영은 발딱 일어나 지영을 마주 나가 꽉 끌어안고 반기었다.
  “참, 오랜만이구나.”
  나영과 지영은 고중 동기 딱 친구이었다.
  지영은 나영의 수척한 얼굴을 마주 보며 문안했다.
  “그래. 그간 잘 있었니?”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응. 여기서 만날줄은 진짜 몰랐어.”
  지영은 나영이 낙태수술을 할 때 간병하는 여가에 병원에서 가만히 시술칼이며 소독약과 마취약을 가져자 주며 도왔던 것이다. 실로 일본으로부터 색마 정호를 따라 한국에 건너온 후 나영에게는 둘도 없는 딱친구었다.
   전에 간호하던 간병원은 불시에 남편이 앓는 바람에 종호를 간호하지 못하게 되어 지영이 불시에 이날부터 대신 종호를 간호하게 됐던 것이다.   
   지영은 옆에서 호기심에 찬 눈길로 보는 려향을 인사시켰다.
  "중학생 때 동기오."
  려향은 나영과 지영을 번갈아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네- 나영 언니하구 동기라니 시름놨어요."
   지영은 외까풀눈으로 려향을 빤히 마주보며 말했다.
   "저도 리선생님의 얘기를 이전에 나영이한테서도 많이 들었어요.신문사 사장이고. 정의적이고 마음씨 착한 분이라더군요.제가 잘 간호해드릴테니 근심말고 박사공부나 잘 하오."
   려향한 감지덕지해 했다.
  "고마워요.수고시키는데요.이담 제가 취직하면 꼭 은공을 갚아드릴게요."
  지영은 사람좋게 웃으며 소탈하게 말했다.
  "뭐 공짜로 간병하는 것도 아닌데요. 잘 해 드릴게요."
  그때 류려평이 문을 활 열고 들어섰다.
  그녀는 쌍까풀눈이 꼿꼿해 나영과 지영을 번갈아 쏘아보며 두덜거렸다.
  "썩어지기 전에 숱한 미녀들을 친한 덕을 톡톡히 보는구만. 아침부터 숱한 미녀들이 병문안도 오고. 흥!"
   그 소리에 나영과 지영은 모두 억이 막혀 입을 하 벌리고 려평을 흘기어보다가 눈길을 서로 맞추었다.
   종호는 여직껏 정겨운 눈으로 나영과 려향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아버리었다.
  려향은 너무 기막혀 려평의 팔을 잡아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어머니, 조용하세요. 아빠, 정신을 차렸는데요. 엄마 욕하는 소릴 다 듣습니다."
  그러나 려평은 계속 두덜거리었다.
  "들으라고 말한 거야.어째? 아직도 썩어지지 않고 네까지 애먹인다니?"
  려향은 려평의 팔을 활 뿌리치며 욕했다.
  "엄마,말이 아니군요. 너무 해요.생사선에서 헤매는 아빠를 그렇게 욕하는가요?"
  순간 종호는 이전에 어머니 간복수 와서 배 남산만 해 생사선에서 헤맬 때 일이 떠 올랐다.
  한번은 종호가 출장 갔다가 돌아와 문꼬리를 잡았을 때었다.  집 안에서 어머니와 려평이 주고 받는 말소리가 들리었다.
  "려평이 어쩌다가 엄마를 보러 다 왔어? 해 서산에서 뜨잖는가? "
   그는 좋은 쪽으로 기대하면서 려평과 엄마가 주고 받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며느리, 내 죽을 땐 죽더라도 아프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겠소? 저 벽에 걸어놓은 약을 좀 먹게 내려다주오."
  "어떤 땐 쥐며느리라고 욕하더니, 흥. 이럴 땐 며느린가? 썩어졌는가 보러 왔지. 약 주자고 왔는가 하는가?"
  "어째 약을 내리워 먹지 못하게 벽에 걸어놓소?"
  "더러운 약침재 노친, 콱 썩어질게지. 밤낮 약만 찾는가? 퉤!"
  "뭐라구?"
  종호는 문을 뚝 떼고 들어가 류려평의 멱살을 틀어쥐고 귀쌈을 쨩 갈겼다.
   류려평은 울며불며 종호한테 달려들어 쥐어뜯고 허비며 야단쳤다. 
   어머니가 경각을 다툴 땐 어찌겠는가.
   아직도 류려평의 욕하던  앙칼진 목소리 귀에 쟁쟁하다.
  "에이구, 저 노친 꽤나 질기긴 질기다. 아직도 썩어지 않고 내까지 애를 먹이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엄동설한에 종호는 실오리 같은 숨이 붙어 있는 엄마, 간신히 생사선에서 헤매는 어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달아다니었다.
   종호는 엄마를 업은 채 병원에 갔다가 주사와 마취약을 떼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그는  어머니를 구들에 눕혀 놓은 후 류려평을 보고 비난사정했다. 
   "여보, 마지막으로 마취주사 한대만 놔주겠소?"
  류려평은 개잡은 포수처럼 조개턱을 개턱처럼 쳐들고 코웃음까지 치며 빈정거리었다.
   "흥! 어떤 땐 호랑이처럼 으르릉거리면서 귀쌈까지 치더니, 흥! 주사를 놔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빌어봐. 놔주는가. 퉤!"
   류려평은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다 퍼붓고 나 몰라라고 여우처럼  피해 달아났던 것이다.
   (저런 악처도 안해라고 어머니한테 마지막으로 마취주사를 놔달라 했더니, 쳇, 시어머니께 주사 한대도 안 놔주는 년,  어떻게 병원에서 간호원질을 다 했어? 의료일군으로서 최저한도 인도주의도 없는 년이야. 넌 인간도 아니야!) 
  사후에  이 일을 알게 된 려향이 엄마가 너무 했다고  욕하자 려평은 뭐라고 통통한 소리를 쳤는지 아는가?
  "병원에 간호원이 쌔고 버렸는데 항상 욕하던 쥐 며느리를 불러 뭘 해?"  
  종호는 려평의 독기어린 퉁방울눈깔을 흐릿하게 보는 순간 백골 눈확으로 보이어 소름이 쫙 끼쳤다.
  눈확이 푹 꺼져 들어간 백골, 독이 서린 이빨을 악문 백골, 독사 혀바닥처럼 날름거리는 혓바닥…
  종호는 보기도  싫어 눈을 딱 감아버렸다.
  순간, 그의 혼은 머리에서 쑥 빠져나가 또다시 천정에 날아올라가 매달리었다.
  웬 일일가?
  혼의 눈에 놀랍게도 기이한 광경이 나타났다.
  글쎄 악처 려평의 뚱뚱한 배가 탕 터지었다. 뒤이어 빼꼽에서 숱한 얼럭덜럭한 독사들이 스르르 기어나왔다. 끊임없이 두덜거리는 주둥이에서도 숱한 독사가 기어나와 뻘건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류려평은 위생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하다가 국장질하는 애비 덕분에 은행으로 들어갔댔다. 그녀는 은행 행장 류다재한테 묵직한 돈뭉치를 제주고 나중에는 몸까지 바치고 인차 지행장으로 제발됐던 것이다.그런데 지행장 직권을 빌어 대부금을 내주고 얻어먹은 일로, 저금호의 돈을 가로챈 일로, 죄를 많이 지었다. 려평은 죄가 탄로날가 봐 딸 려향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도망쳐 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국내에 있을 때 항상 부모한테 손을 내밀 수만 없어 여직껏 종호의 로임카드의 돈을 몽땅 꺼내 썼다. 그런데 종호가 퇴직하면서 로임카드를 찾아가지고 한국에 나온데다가 로임카드 비밀번호를 다 바꿔버리자 살기 막막했다. 그러나 결코 종호가 앓는다고 옆을 지켜주려고 하지 않았다. 
   혼이 머리 속에 되돌아와 앉자 종호는 려평의 바가지를 긁는 소리 듣기도 싫었다.
  순간 종호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갑자기 그는 손을 들어 손삿대질했다.
  려향이 보기에도 아빠는 엄마를 나가라고 손짓하는 걸로 보이었다.그러나 그녀는 무등 기뻐했다.
  "아빠, 손 들었어!"
  그러나 류려평은 한쪽에서 콧방귀를 뀌지 않겠는가.
  나영은 려평을 쏘아보았다.
(남편이 살아나는게 저렇게도 싫은가? 악처, 저런 독사처럼 악독한 악처, 세상에 저런 악처 또 있을까?)
  순간 나영은 종호가 한없이 불쌍했다.
  그녀는 뭐라고 려평을 쏴 주려고 하다가 지영이 눈치질하며 말리자 그만 두었다.
  나영은 그 자리에 더 있기도 싫어 지영과 뭐라고 나직이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에서 훌 바람결처럼 나가버리었다.
  려향과 지영이 복도에까지 쫓아나갔다.
   나영은 복도 엘레베이터 쪽으로 총총 걸음을 쳤다.
   "언니!"
  려향은 엘레베이터에 따라 올라가며 나영의 손을 꽉 잡았다.
  "언니,내 엄말 널리 양해하오."
  나영은 격분해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아니, 엄마를 원망해 뭘 하겠소.리사장님이 불쌍하오."
  그녀는 속으로는 악처를 만나 고생하는 종호가 불쌍해 울고 있었다.또 인터폴에 쫓겨다니는 초상집 암캐 처지가 스스로 가엾어 쓰디쓴 피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나영은 기실 려평의 눈길이 곱지 않을 것을 눈치채자 그 자리에 더  있기 싫었다.혹시 려평이 인터폴에 신고하는 날엔 큰 일이었다.
   종호의 혼이 링겔병 쇠걸개에 매달려 있다가 류려평의 거동에 깜짝 놀랐다.
   병실이 텅텅 비자 악처는 호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주사기를 꺼내지 않겠는가.
  류려평은 복도 동정에 귀를 도사리며 링겔 병 고무마개에 주사바늘을 쏙 꽂았다.아주 숙련된 솜씨로 주사기로 무슨 약을 링겔 병에 주입하지 않겠는가!
  (뭔 짓거린가?!)
   악처는 황급히 종호의 환자복 호주머니를 들췄다.
  뒤이어 악처는 실망스레 도리머리질 하며 중얼거리었다.
  (아니, 이 놈 새끼 로임카드를 어디에 뒀을까?)
  침대머리 서랍을 열고 들췄다.
  서랍에도 없었다.
  허나 사나 은행직원이기에 류려평은 직권을 빌어 리혼도 하지 않은 남편, 종호의 퇴직 로임 카드의 돈을 얼마든지 꺼낼 수 있었다. 그러나한국에 도망쳐 알거지로 된 지금 처지에서 그녀는 수하 직원들과도 카드 돈을 빼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황차 종호는 로임카드의 비번마저 다 바꿔 놓았던 것이다.
  용 빼는 수 없게 되자 류려평은 다른 수를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종호의 로임카드를 훔치어 원시적인 방법으로 비번을 열고 꺼내려고 했다.
   카드마저 찾지 못한 려평은 이번엔 최후의 수를 썼다.
  려평은 병실이 빈 틈을 타 아주 숙련된 솜씨로 자기 핸드폰을 꺼내 "람야(蓝牙)앱"을 꼭꼭 눌러 침대보 밑에 놓은 뒤  그 우에 종호의 핸드폰을 살짝 올려 놓았다.5분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종호 핸드폰의 모든 정보를 복제해냈다.
  류려평은 침대보 밑에서 핸드폰을 스리슬쩍 꺼냈다. 복도 쪽에서 발자취 소리 들렸다. 려평은 부랴부랴 핸드폰을 핸드빽에 걷어넣었다.  
  종호의 혼은 여직껏 살펴보다가 너무나도 놀라 링겔병 쇠걸개에서 천정에 날아올라가 매달렸다.혼은 깜짝 놀라 아연실색할 지경이었다. 뒤이어 령리한 혼은  절레절레 도리머지질했다.
  안해(남편)를 잘 만나는 것도 복 중 복인데 어쩜 종호는 저런 악처를 만났을까? 그것도 한족녀편네를, 진짜 악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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