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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5) 큰 잔치 김장혁
2024년 03월 27일 11시 41분  조회:76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울고 웃는 고향
 
      3. 토성안집의 큰 잔치
 
 
 
      갓 서른을 넘은 떠꺼머리 노총각 득호는 새끼로 질끈 동여맨 허리를 구부정하고 일만 수걱수걱 해 그런지 쉰 고개도 훨씬 넘어보였다.
     길수네 집에서 머슴살이를 허리 부러지게 하였건만 오막살이집 한 채도 생기지 않았고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했다.
     “득호야, 거 당나귀차를 헛간에 끌어다 넣어라. 당나귀 차 눈을 폭 맞아서야 쓰겠냐?”
     “알았습구마.”
   요염하게 화장한 월선은 버들잎눈섭꼬리 휘도록 표독스런 암펌의 눈길을 내쏘면서 끝임 없이 독사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얼른 말과 당나귀도 먹여. 일본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마당에서 춤마당을 펼친단다. 마당에 거적을 펴라.”
    “예꾸마-”
   득호는 월선의 끝없는 잔소리에 신물났다.
   “은녀야!”
    “얘—”
   은녀는 절구를 꽝꽝 찧다가 부랴부랴 몸채 마루 아래로 달려 나왔다.
    “‘얘’가 뭐냐? 에이, 계집애가 뭐야? 전라도 깍쟁이말도 아니고 함경도 도적놈의 사투리도 아니고.”
    은녀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몸둘바를 모르며 머리마저 숙였다.
    “얼른 풍로를 피워라. 일본 손님들이 발 씻을 물 끓여놓아라.”
   “알았습구마.”
   “아, 깜빡 잊었구나. 설거지 할 물도 미리 길어오라.”
   그런데 부엌으로 들어가는 은녀의 등 뒤를 보다가 무슨 생각이 또 났던지 곁채를 향해 소리쳤다.
    “춘실아,  얼른 몸채로 들어와! 응삼 마름도 오라고 해라. 얼른!”
    “예, 갑네다. 에이 취!”
    월선은 마루에서 정주간으로 들어가려다가 되돌아서 곁채를 내다보면서 소리쳤다.
    “아니, 주인이 말하는데 ‘에이 취’가 뭐냐?”
    춘실이 황급히 조끼를 껴입으면서 곁방에서 달려 나왔다.
    “재채기를 했어요. 감기에 걸린 거 같어요.”
    춘실은 암범 같은 월선을 뒤따라 몸채로 들어가면서 또 연신 재채기를 했다.
     득호가 당나귀차를 끌어 헛간에 넣고 마당을 쓸고 나서 손의 먼지를 툭툭 터는데 은녀가 풍로를 들고 나온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뭉게뭉게 풍겨 오르는 연기에 은녀는 눈도 바로 뜨지 못하면서 상을 찡그리었다.
     “은녀, 좀 빨랑빨랑 불 피워라!”
     “알았습구마.”
    은녀는 월선의 눈치를 흘끔흘끔 곁눈질하며 조심스레 풍로를 바람맞이에 내려놓았다.
    마루 우에서 월선의 목소리가 우레 소리처럼 지동쳤다.
    “은녀, 게서 뭘 해?! 얼른 물도 길어오라!”
    “얘-”
    은녀는 속으로 두덜거렸다.
    (어느 일부터 먼저 하라오? 풍로를 피워라. 물을 길어라. 물을 끓여놔라. 원, 참. 손이 열개라도 다 못하겠다. 흥!)
   “득호, 좀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나무를 패! 시키길 기다리지 말고 좀 제절로 척척 찾아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월선은 득호와 은녀를 하루 종일 오금에 불이 일도록 부려먹고서도 모자라는지 질책소리 끝없었다.
    “땔나무가 산더미 같구먼. 씨! ”
    득호는 낮은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월선은 유들유들하게 기름이 번지르르하고 살진 낯살에 표독스런 표정을 드러내면서 득호의 코가 맞힐 정도로 삿대질했다.
    “뭐라구 투덜거려? 엉? 패라면 얼른 팰 거지. 언제 셈이 들겠냐? 저러니깐 서른 고개 넘어도 장가도 못가지. 그 주제에 계집애 궁둥이를 쫓아다녀?”
     그 말이 어찌나 구역질나게 들렸던지 은녀는 마땅찮은 눈길로 쳐다보다가 월선의 표독스러운 눈길과 마주치자 머리를 숙였다.
     은녀는 풍로 불을 피워놓고 대야에 물을 떠다가 풍로에 올려놓은 후 정주간에 들어가 물동이를 오른 팔에 껴안고 나왔다.
    득호는 은녀를 보고 마른기침을 했다. 그러자 은녀는 동이를 안고 다가갔다.
    득호는 몸채의 동정을 두루 살피더니 은녀를 보고 나직이 귀띔해 주었다.
    "오늘 저녁에 특별히 조심해라. 일본사람들은 몽땅 색마들이여서 계집애들을 보기만 하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은녀는 몸을 옹송그리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은녀가 떠나가자 득호는 사랑채 앞에서 도끼를 휘둘러 땔나무를 힘겹게 팡팡 팼다.
    하늘에서는 거위 털 같은 흰 눈이 풀풀 흩날려 내리였다. 영월동은 하얀 소복단장을 해갔다.
   겨울 해는 코끼 꼬리처럼 어찌나 짧은지 어느새 서산으로 꼴깍 넘어가고 허연 눈이 덮인 대지에는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 드리워 어스름한 황혼을 수림 속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사면을 높다란 토성으로 두른 길수네 토성안집 울안은 오늘 따라 경사가 난 듯이 광솔 불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놓았다.
    병풍을 두른 몸채 위방에서는 끼무라 국장과 상우남면 면장이 상좌에 앉아 기생 둘씩이나 끼고  술을 마시였다. 큰상에는 다리 부러지게 진수성찬을 차려 놓았다.  한길수와 월선이가 그들을  접대하느라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옆 상에 앉은 통역 류강철과 영팔 그리고 호위병은 끼무라 국장 덕분에 입귀에 개기름이 번지르르하게 게걸스레 먹어주고 있었다.
    영팔은 닭다리를 쥐고 질근질근 씹으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다가 위상을 힐끔 건너다보았다. 그는 끼무라 국장의 숟가락과 저가 어디로 많이 가나 살피다가 정지로 내려갔다.
    영팔은 부엌에서 채를 볶아내느라고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부엌 여를 보고 재촉했다.
    “빨리 모두부를 더 올려라. 일본 손님들은 조선의 모두부를 특별히 맛나게 잡숫는다.” 
    은녀는 부엌여가 사발에 떠주는 야들야들한 우유 빛 두부를 들고 위방 미닫이를 사르르 열고 들어갔다.
     끼무라 국장은 두부모를 들고 들어와 큰상에 놓는 은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은녀가 나가자 끼무라 국장은 지껄였다.
     “스빠라씨이데스네(이쁘구나). 사꾸라만 보다가 여기 조선의 무궁화를 보니 별나게 예뻐 보이는구먼. 사람이 어찌 모두부나 돼지고기만 먹겠는가? 조선의 고사리 채도 먹어봐야지. 고사리 채 참 맛이 좋지.”
    강철의 통역을 듣고 길수는 인차 말귀를 알아들었다.
    "예, 예, 밤에 먹는게, 아니, 잡숫는게 더 맛있죠."
    호색한이 호색한의 속궁리를 젤 잘 알아주었다.
    (쳇, 벌써 그게 근질근질해나니? 개놈새끼, 조선 계집들 그게 뭐 별나다고. 흥! 내 계집들을 다치려구? 양심없는 놈. 계집을 놀아두 친구 계집은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두 몰라?"
   그러나 그런 별스런 기분을 억지로 눅잦히였다. 그러나 어쩐지 속이 볶이우면서 알알해났다.   
   (쳇, 나도 맛보지 못한 꽃을? 내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성칠에게서 빼앗아온 계집애이라고. 은녀만은 안 돼.)
    한길수는 짐짓 화제를 바꿔 아래 정주간을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은녀야, 거 고사리 채를 볶아오라.”
    “한군, 우리 대일본제국은 목재, 석탄이 많이, 많이 필요하네. 우시장으로부터 회령까지 통하는 철길과 큰길을 빼야겠네. 우시장으로부터 여기 영월동과 저 앞의 운주동이나 어느 마을이나 쭉쭉 사통팔달한 길을 닦아야 되겠어.”
    길수는 류강철이 통역하자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었다.
    “아직 경찰국 사무 청사도 채 짓지 못했는데 길을 닦을 사람이 어데 있다구 그럽니까?”
    그러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강철은 그대로 통역하지 않았다. 그대로 통역했다가 한길수가 혼쌀날게 아닌가.
    “한군은 경찰국 사무 청사도 잘 짓고 길도 잘 닦겠다고 합니다.”
    “그래? 허허허. 한도감이야 말로 우리 대일본제국의 충실한 개, 아니, 충신이야. 흐흐흐.”
   끼무라는 길수를 가슴츠레 건너다보면서 금이발을 번쩍이며 계속 지껄여댔다.
    “한군의 표정은 이상한데. 경찰국 사무 청사를 잘 짓고 길만 잘 닦으면 한자리 주겠네.”
    길수는 그 말에는 귀가 솔깃해졌다.
     “예. 알았습니다. 그런데 철길이나 큰길을 불시에 빼서 뭘 합니까?”
     끼무라는 기생의 손에서 닭다리를 받아 개기름이 번지르르한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으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한군, 길을 잘 빼야 다니기도 좋고 돈도 벌기 쉽소. 우리 대일본제국은 철길을 잘 빼서 영월동의 목재하구 개마고원의 석탄이랑 황금이랑 몽땅 실어가야겠네. 그러자면 큰길과 철도를 잘 빼야 되지. 알만하오?”
    길수는 그제야 끼무라 뒤에 숨은 탐욕스러운 날강도들의 그림자들이 얼른거리고 있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보는 상 싶었다.
    “그런데 두만강변의 회령은 조선의 끝간 시골인데 거기까지 철길을 뺄 필요야 있습니까?”
    끼무라는 막걸리를 한잔 쭉 내고 닭고기를 게걸스레 뜯어먹더니 허리를 쭉 펴면서 말했다.
     “우리 대일본제국은 조선을 잘 건설하고 나아가서 만주국에 있는 천황의 황민들을 보호하러 들어갈 거요. 아, 그 넓은 만주벌이 그저 황무지로 되는 것이 얼마나 아깝소? 우리 조선의 황민들이 그 넓은 옥토 벌에 밭을 일구고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면서 산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요. 안 그렇소? 한 군.”
    한길수는 우멍눈이 환해지면서  시야가 확 트이는 것만 같았다.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희 번뜩 번졌다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연신 번들번들한 대머리를 조아리면서 끄덕였다.
    “이제야 좀 알겠습니다.”
    “그때면 한 군은 지금의 총 도감이겠소? 아마 무슨 대장 자리쯤은 차려질 거요. 허허허.”
    한길수는 짧은 가랭이를 춰주는 줄도 모르고 기뻐 입귀가 귀밑에까지 찢어질 지경으로 입이 함박만 해졌다.
     “고맙습니다. 끼 국장님.”
     “에, 또 끼 국장인가? 끼무라 국장이지.”
     한길수는 황급히 아픈 허리를 굽히면서 대머리를 조아렸다.
    “시골의 제가 너무 모르는 게 많아서 죄송합니다. 꼭 사무 청사와 길닦기 공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끼무라 국장은 흡족한 듯이 번들 이마를 건너다보면서 씨불였다.
     “자넨 우시장으부터터 회령까지 통하는 철길을 닦으라는 말이 아니네. 이 뒤 마을 부근 길닦이와 경찰국 청사만 맡으면 되네.”
     “예, 알았습니다.”
    끼무라 국장은 한길수에게 끝없이 불어넣었다.
    “이번에 경찰국 사무 청사 공지에 인부를 데려온 일로, 오늘 우릴 접대한 걸로 두루 보니 한 군은 정말 이 산골에 파묻혀있기는 아까운 인재네. 잘 하게나. 우리 일본제국은 잊지 않을 거야.”
   “예, 고맙습니다.”
   한길수는 숱한 사람들 앞에서 보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일본 경찰국장에게 머리를 조아려댔다.
   월선은 일본 사람에게 너무 굽석거리는 영감을 보고 속으로 치미는    불길을 참느라고 속이 부글부글 괴여 번졌다. 그러나 겉으로는 기쁜 듯이 끼무라 국장에게 나오지 않는 웃음을 팔았다.
     술이 거나하게 되자 끼무라는 색정광의 본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젠 일본 기생 년들을 물리고 우시장 조선기생 옥설을 데려오게나. 오늘을 다른 맛을 봐야겠네.”
    “알았습니다.”
    영팔이 나가서 이윽고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앞세우고 연지 꼰지 찍고 발끝에까지 분가루가 흩날리게 바른 옥설과 만금, 뽕녀가 들어왔다.
    끼무라는 실눈이 대뜸 화등잔이 되여 옥설을 껴안았다.
    옥설은 끼무라 국장의 무릎 우에 올라앉아 실버들 같은 허리를 이리 곰실 저리 곰실 배배 탈면서 갖은 애교를 다 부리였다.
     한길수는 옥설을 뚫어지게 건너다보면서도 옆에 앉은 월선의 눈치가 보여 어찌 하는 수가 없었다.
     한길수가 불편해 하는 것을 눈치 채고 끼무라는 월선을 보고 꼬부랑소리를 했다.
    “여보세요. 곤하겠는데요. 나가 쉬세요. 나와 한 군 은밀히 할 말이 많이 있소이다.”
    류강철이 통역하자 월선은 일어나 펑퍼짐한 엉덩이를 삐뚤거리며 나가면서 입귀를 비쭉거렸다.
    뒤늦게 들어온 월향은 아저씨 한길수를 보고 머리를 까딱 하면서 살짝 웃음을 흘리었다.
     끼무라는 월향을 보고 자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탕탕 치면서 와서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순간 한길수는 속에서 질투의 불길이 훅 치밀었다. 그러건 말건 끼무라는 옆에 앉은 월향의 볼을 살살 만지면서 놀아댔다.
     만금과 뽕녀도 끼무라 국장 옆에 붙어 앉았으면 큰 떡이 생길 것 같았지만 별수 없이 한길수의 옆에 와 물앉았다.
    월향은 평소에 길수가가 우시장에 오기만 하면 자기 몰래 옥설을 찾아 술잔을 기울이던 일이 괘씸해 보복하려고 들었다. 일부러 한길수의 애가 마르게 모두부랑 숟가락에 떠서 끼무라의 입에 넣어주고 아양을 떨어댔다.
    끼무라는 막걸리 잔을 들어 옆에서 희희닥거리는 옥설을 끌어안고 빨간 앵두 입에 억지로 부어넣었다. 옥설은 얼굴을 돌리면서 도리머리 질 하다가 별수 없이 막걸리를 삼키였다.
    그녀는 섬섬옥수로 막걸리단지를 들어 끼무라와 한길수의 잔에 쪼르륵 쪼르륵 부어 올렸다.
    기생들의 애교를 부리는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안주로 위방에서는 술을 한잔 또 한잔 기울였다.
     주흥이 도도해지자 끼무라는 일어나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인차 눈치를 챈 한길수는 손벽을 짝짝 치더니 기생들에게 당부했다.
    “끼 국장이 즐겁게 어서 춤판을 벌려라.”
    월향은 “추워서 바깥에서 어떻게 춤을 춰요?” 하고 몸을 옹송그렸다.
    그러나 한길수가 눈을 굴리자 마지못해 일어나 나갔다.
     드디어 마당에서는 북장단이 둥당 둥당 울리고 기생 년들이 비단치마자락을 날리며 학이 나래를 파닥이듯이 팔을 하느작거리면서 춤판을 벌렸다. 대낮 같은 대뜰아래 춤판이 한창인데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하늘하늘 쏟아져 기생들 춤사위 두새에 내려 앉았다.
     끼무라는 마루 위에서 월향과 옥설의 가는 목에 팔을 얹고 몸을 기댄 채 춤판을 구경하다가 비칠거리면서 팔자걸음으로 땅바닥에 내려갔다.
     “조선 춤이 멋이 없다. 우리 대일본제국의 사꾸라 춤을 췄쏘까?”
    끼무라는 “사꾸라, 사꾸라.”하면서 일본 기생들과 함께 왼발 내딛고 손 벽을 짝 치고 오른손 쳐들고 왼손 펴고 오른발 내딛고 손 벽을 짝 치며 사꾸라 춤을 췄다. 기생들은 제법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다. 그들은 조선기생들과 한데 어울려 일본에 둔 고향과 부모들의 생각에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잘들 돌아갔다.
      “아이쿠!”
     한창 흥이 나서 모두들 춤을 추다가 복판에 쓰러진 끼무라에게 놀란 눈길을 모았다.
     끼무라가 엉덩방아를 찧고 오만상을 찡그렸다.
    “빨리, 부축해라.”
    한길수가 황급히 고함쳤다.
    그는 영팔과 함께 달려가 양쪽에서 부축하였다. 끼무라가 그들의 귀 쌈을 찰싹 찰싹 갈겼다.
    “바까(바보)! 콘칙쑈(관둬)!”
   기생 년들은 발바리 상을 하던 길수가가 맞는 것을 보고 너무 우스워 입을 싸쥐고 돌아서서 키드득 키드득 했다.
    기생 년들은 뺨을 감싸쥔 한길수의 독살스런 우멍 눈을 훔쳐보고 곁방으로 몸을 숨기였다.
    춤판은 깨지고 월향과 옥설이 끼무라를 부축해 윗방으로 들어갔다.
    끼무라는 방 문턱을 넘어서면서 마른 날에 우박이 쏟아지듯이 울컥울컥 토했다. 막걸리며 닭고기며 버섯이며 고사리며 쏟아져 구들에 떨어졌다.
    개들이 이게 웬 떡이냐며 끼무라의 가다리 두 새로, 엉덩이 밑으로 대가리를 들이밀고 쩝쩝 먹어댄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지경. ㅋㅋㅋ
    한길수와 영팔, 순사들이 짖어대며 먹어대는 개들을 쫓아내느라고 위방이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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