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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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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5권 (77) 김장혁
2023년 05월 02일 12시 03분  조회:124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5권 

                 김장혁

        87.둥지 

휴일이다.
    다른 때 같으면 휴일이면 군철은 애들과 함께 천륜지락을 즐기는 휴식의 한때를보내는 행복한 날이였다. 그러나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장구름이 사품치며 흐르는 아파트 창 밖을 내다보면서 근심이 태산 같았다. 

그는 아침을 대충 챙겨먹고 애들을 보모한테 맡겨놓고는 보마차를 타고 회사 아파트 건축공지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만약 반도체회사를 진짜 베트남으로 옮겨간다면 어쩌는가? 숱한 직원들은 하루 새에 허망 바깥에 나앉게 되지 않겠는가.)
    그는 생각할수록 회사와 직원들의 앞날이 암울하기만 했다. 저도 몰래 땅이 꺼지게 장탄식이 나갔다. 
  (아파트라도 다 지어 직원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새들도 둥지 있는데 우리 직원들이 아파트도 없이 허망 나앉아 셋집살이를 시킬순 없다.)
    그는 수천명 직원들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급선무였다.
   "평방당 10만원씩이나 하는 아파트 한채씩만 가져도 직원들은 살 수 있겠는데.자금난으로 이제사 호수를 메꿔놓고 기초공사를 하고 있지 않는가. 아파트건축공사를 다그쳐야지.건데 자금난이 문제야.)

군철은 시정부 공업주관 부시장한테 가서 비난사정해 회사 앞의 호수 자리에 직원들의 35층짜리 고층아파트를 짓는 토지사용허가와 건축허가를 맡아냈던 것이다. 

그런데 박문 총경리보고 건축비용을 대달라고 하자 말상을 흔들면서 딱 잡아뗐다.

"말도 안돼. 지금 미국 놈들의 통제로 해 반도체 생산과 판매가 부진상태인데. 아파트 건축비용까지 대달라고? 되지도 않을 소릴."

군철은 미리 생각한 수를 대지 않으면 안되였다.그는 당대표, 당위 서기로서 수천명 중국 직원들을 위해 나서서 바른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우리 반도체회사에서 해마다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렸습니까? 그래 아파트건축비용 한푼도 대주지 않겠습니까?말도 안됩니다.본사에서 량심이 있습니까? 어떤 땐 우리 중국 직원들을 리용해 숱한 돈을 벌고 이젠 헌신짝 차버리듯 할 예산입니까?"

박문 총경리도 난처한 처지가 있었다.

"글쎄 낸들 대주고 싶지 않겠나? 지금 인건비 높아간다고 본사 리회장님이 생 야단치시는데. 어떻게 해?인건비 때문에 숱한 직원들을 내보내라고 하지 않았어?"

사실 코로나가 심한데다가 미국 양키들이 이른바 반도체동맹을 강요하고 날따라 통제가 심해졌다. 인건비는 올라가고 생산과 판매가 부진하자 회사에서는 본사 지시대로 약 3분의 1이나 되는,천여명 직원을 정리해 회사에서 내보냈던 것이다.

박문 총경리는 손바닥날을 가로 홱 날리는 시늉까지 해댔다.

"우리 회사에서 아파트까지 져준다면 내나 자네나 무사할 거 같아? 썩뚝 잘릴 거야."

그러나 군철은 당대표, 당위 서기 직책을 잊을 수 없었다.

이 시각에도 그의 뇌리에는 수도 북경 인민대회당에 가서 전국당대표대회에 참가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의 눈앞에는 조선족대표들 모습이 떠올랐다. 소장 별이 박힌 군복을 입은 리현옥 소장은 중국인민해방군 모 로케트연구소 소장이며 우리 나라에서 첫 조선족녀장군이였다. 연변조선족자치주 홍경 주장의 당당한 모습도 우렷이 떠올랐다.
     군철은 리현옥 소장과 홍경 주장의 이름이 당중앙 후보위원의 반렬에 오른 것을 보고 당의 현명한 민족정책과 민족의 긍지감을 한없이 느꼈다. 

그때 군철은  당과 인민을 위해 목숨바쳐 열심히 일할 것을 마음 속으로 다지고 또 다지였다.

그는 이 시각 수천명 직원들의 리익을 위해 전무직위를 잘릴 위험도 무릅쓰고 추호의 양보도 없이 당당하게 시비를 따졌다.

"그까짓 거, 전무자리 잘리면 잘렸지요.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그의 우멍눈에서는  무서운 빛이 번쩍이며 번개쳤다.

그는 우뢰 같은 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중국 정부와 직원들이 아니면 당신들 한국 회사에서 중국 땅에 회사를 차리고 숱한 돈을 벌 수 있었겠습니까?저는 전무직을 걸고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회사에서 마땅히 건축비용을 대주지 않으면 배은망덕하는 행위로서 용서할 수 없습니다. "

박문은 군철의 날카로운 말에 기가 좀 꺽여들었다.

"쳇, 바로 중국 정부 대변인 거 같아."

군철은 속이지 않고 말했다.

"저는 이 회사 당위 서기이자 공회 주석입니다. 직원들을 위해 한마디 말도 안하면 저를 해서 뭘 해요.저는 중국 직원들의 대변인이자 대표입니다.  "

군철은 박문을 얼리고 닥치고 했다.

박문은 이렇게 노기등등해 로골적으로 자기한테 대들고 뜨고 언성을 높이는 번대머리 군철을 처음 보았다.

그는 금방까지도 무서운 빛이 번쩍이던 우멍눈에 조금 웃음기를 담더니 박문의 사무상에 다가가면서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박총경리님,그럼 회사 돈을 좀 빌려 씁시다. 아파트를 다 지은 다음 직원들에게서 건축비용을 회수하면 돌려드리죠."

"뭐?"

그 말에 박문 총경리는 길죽한 말상을 쳐들고 군철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도리머리를 가로저었다.

"안돼. 직원들에게 무슨 돈이 있어 건축비용을 회수한다고 그래?평방당 10만여원이나 하는 집을 직원들이 살 수 있어?직원들한테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있으면 어째 직원들의 돈으로 아파트 지을게지."

군철은 박문의 태도에 하나도 개의치 않고  한술 더 떴다.

"직원들에게 아파트시장 가격보다 퍽 싸게 팔 예산인데요."

박문은 우멍눈을 치켜보며 물었다.

"그래 평방당 얼마에 팔 예산인가?"

"이 위치에 시가는 평방당 10만원은 훨씬 넘어 받을 수 있지요. 그러나 직원들에게 평방당 한 5만원에 팔 예산입니다.그래도 직원들은 평방당 5만원은 번 셈이죠.백평방짜리 아파트 한채면 500만원은 식은 죽 먹기로 벌 수 있으니깐. 직원들도 모금하면 적극 동참할 겁니다. 그럼 건축비용을 일정하게 마련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쁜 목만 열어주세요."

박문은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직원들이 몇백만원씩 낼 수 있겠는가?"

"이제 아파트를 다 지으면 저 아파트를 차압하고 은행대부금을 내면 돼요.직원들이 먼저 선불금만큼 모금하면 돼요.”

박총경리가 관심하는 건 건축비용이 아니였다.

군철도 그걸 간파했다.

“박총경리께도 건축비용 대준 감사비로 아파트 둬채 드리죠."

“안돼, 안돼. 난 중국 시정부에서 준 아파트 있잖아? 괜히 회사 자금람용죄에 걸려 감옥에 갈 걸. 난 감옥밥 먹기 싫어.”

“박총경리님, 물러나기 전에 아드님과 따님한테 한채씩 미리 장만하면 좀 좋아 그래요?”

박문도 뒷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실 그는 이제 반년도 안돼 총경리를 그만두고 귀국하면 퇴직해야 했다.

(무러나기 전에 권력을 빌어 챙길 건 챙겨야지. 에라, 모르겠다.)

박문은 몇십억(한화)이나 아파트 몇채 앞에 넘어가고 말았다.

"아파트 두채라? 해볼만한 장사거래구먼, ㅎㅎㅎ,아우가 그래도 항상 못난 히아(형)을 위해 아량있게 처사하네.”

그제야 박문 총경리는 선선히 대답했다. 

“그럼 직원들과 계약을 맺고 건축비용을 선대해주지."

군철은 기쁜 나머지 통쾌하게 말했다.

"회사에서 아파트건축비용은 얼마간이라도 대주는 걸로 하고요.그럼 본사 리회장님께도 아파트 주지요, 아님, 현찰로 감사비를 드려도 돼요." 

"그래? 건 엄밀한 비밀로 하게.발각되면 회사 돈 람용죄로 감옥살이 할 수도 있어.선대는 해줄 수 있어. 그러나 본사 리회장님의 비준을 맡아야 해."

"감사해요.리회장님과 박총경리님께 사례비로 아파트 두채씩 꼭 드리겠습니다."

박문은 군철을 힐끔 건너다보며 횡설수설했다.

"참, 아우 오늘 왜 특별히 이래? ㅎㅎㅎ.아우도 애들 둘이나 되는데 둬채 가지게나."

 그러나 군철은 손사래질했다.

"아니, 나한테 차례진 한채면 족해요."

박문은 리해되지 않는다는듯이 도리머리질했다.

"아우,새도 먹이를 위해 죽는다고 하잖아? 자네 아파트 짓자고 시정부랑 뛰여다니고 내하고 건축비용 얻어내지 않았으면 아파트 지을 수 있나? 사례비로 한채 쯤 더 가져서야 문제 될게 없잖아?"

그러나 군철은 정색하며 손사래쳤다.

"당위 서기가 어찌 권력을 빌어 아파트를 한채 더 가질 수 있겠습니까?"

박문은 콧웃음쳤다.

"흥,당위 서기는 사람 아닌가? 욕심이 그래 꼬물만치도 없어?"

군철은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 중국 공산당원은 법률과 직권에 규정된 리익 외에 직권을 빌어 불정당한 사리를 도모해선 안돼요. 이것이 바로 당원이 일반사람들과 다른 점이죠."

그러자 박문은 군철을 곁눈질하며 두덜거렸다.

"그러고 보면 나도 두채 가져선 안될 거 아뇨?당위 서기가 날 더 줬다고 뒷말을 달고 다닐게 아닌가?"

군철은 내심하게 해석했다.

"아니죠. 한채는 박총경리님께 차례진 몫이고요. 한채는 건축비용을 대준 사례금이죠. 은행대부금을 내도 그보다 더 많은 리자를 갚아야죠."

"리자 대신 경제권을 쥔 총경리한테 아파트를 준다?"

"그래요."

"그럼 최전무도 두 채 가져 문제 없어."

박문은 정색해 말했다.

"보라고,자네 시정부랑 국토자원국에랑 건설국에랑 가옥관리국에랑 뛰여다니지 않았더라면 아파트 지을 수 있었겠나? 응당 사례금으로 한채 더 줘야지."

박문은 최군철을 끌어들여 입을 틀어막고 아파트를 두채 가지는 것을 정당화하려고 했다.그러나 군철은 두채 가질 수 없었다.

"저는 시정부에서 준 집 한채 있잖아요? 그리고 리화와 난 리혼했기에 리화 과장도 한채 탈 수 있어요. 장차 애들 집까지 언제 근심하겠어요.몇천명 직원들의 아파트문제가 더 긴요한데요. 저는 저한테 차례진 한채 외에 한푼도 안 가지렵니다."

박문은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뒤근심했다.

"나도 두채 그만두겠네.본사에서 알면 괜히 뒷말을 듣겠네.괜히 철창 속에 갇히겠네."

그러자 박문은 말상을 비뚤렁하며 한참 궁리했다.

"내캉(내게) 뒷말도 안 듣게 할 묘책이 있습니다."

"?"

박문은 말상을 들어 군철의 번대머리를 쳐다보았다.

"내 아들과 딸을 우리 회사 직원으로 받아들입세. 그럼 사례금이란 명목도 필요없이 난 세 사람 몫으로 세채나 탈 수 있잖은가요?"

"그래요?허허허. 그게 묘책이군요."

박문은 꾀망둥이였다. 자기 사리를 도모하는데는 진짜 이골이 텄다.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 회사 간부들의 특성이였다. 
      그는 군철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 놈 박대가리 비상해. 별의 별 꾀가 다 쑥쑥 빠져나온단 말이야.)

그러나 그는 속과는 달리 짐짓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우. 이래 되겠나?본사 리회장님은 인건비 올라가단고 자꾸 직원을 줄이라는데. 내 아들과 딸을 받아들여 되겠나? 뒷말이 두려워."

"소주대학의 영국 켐푸리치대학 분원 석사생과 프랑스 리오대학 분원 박사생을 우리 직원으로 초빙하는데 웬 뒷말입니까?누가 당치도 않은 뒷소릴 해요? 당장 잘라버리겠습니다.흥."

박문 총경리는 이때만큼 날카롭게 결단하는 군철에게 못내 탄복했다.
"아우를 옆에서 여겨보면서 당위 서기를 잘 뒀다고 보오. 언제나 회사와 직원들 리익부터 챙기는 자넬 보면서 나도 점차 적화돼가는 감을 느끼오. 당신들 공산당원들은 우리 부르죠아와는 판판 달라. 허허허."
     그는 인차 랭정성을 찾으면서 말했다. 

   "아파트는 5년 이상 우리 회사에 근무한 직원들한테만 주게나."
"아니, 그럼 박총경리님 아드님과 딸 어떻게 해요?"
"어, 거도 그래..."
    박문은 할 말이 더 없었다.
    군철은 바로 이런 대목을 진작 내다보고 박문의 아들딸을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박문의 입을 틀어막고 직원들을 더 줄이지 않고 전체 직원들에게 한채씩 나눠주려는 것이였다.
    아파트를 나눠주기 전에 직원을 대폭 줄이게나. 그래야 아파트 건축 부담도 줄고 회사의 인건비 부담도 덜 수 있잖겠나? 이건 일거량득이야."

"네, 알았습니다. 줄이죠."

그러나 군철은 이젠 겉으로는 "예,예."건성으로 대답하면서 회사보다도 직원들의 리익을 챙기려고 자기 줏대대로 해나갔다. 하긴 본사에서 중국의 수천명 직원의 앞날을 등지고 회사를 베트남에 이전하려고 드는 판에야 . 그는 당대표로서 회사가 이전하기 전에 전무 직권을 빌어 수천명 중국 직원들의 앞날과 리익을 위해 뭔가 하나라도 챙겨줘야 했다.

그는 우선 박문 총경리를 푹 삶아 건축비용을 얻어내 아파트를 지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군철은 당장 인사과에 전화를 걸었다.

"리과장, 어서 사무실에 오오."

그날로 군철은 소주대학 박사생 박슬기를  회사 인사과 직원으로 초빙했고 박문의 아들은 경영과에 초빙했다.하여 박문의 아들과 딸은 회사에 출근하네 하고 낯이나 보이고 소주대학에 가서 공부하면서도 아파트를 타게 되였다.

최군철 전무는 아파트 건축공사 총책임자로서  이렇게 간고하게 본사 리회장과 회사 박문 총경리한테서 아파트 건축비용을 얻어내는데 성공해 아파트공사를 벌려나갔던 것이다.

"빨리 아파트를 지어야 해?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지."

군철은 박총경리와 차용계약서를 쓰고 회사 돈을 얼마간 먼저 내다가 건설비용으로 썼다. 그러나 판 부족이였다. 

군철은 공회회의를 열고 전체 직원들에게 자체로 모금해 아파트를 지을 것을 동원하였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모두 대찬성하였다. 
       공회 부주석 김운선이 앞장서 호응했다.

“우리 아파트를 짓는데 건축비용을 모금합시다.”
직원들이 구호 부르듯 호응해나섰다.
"옳습니다. 우리 힘으로 우리 아파트를 건설합시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머리를 맛대고 의론이 분분했다.
경희가 나서 소리쳤다.

“아파트 한채에 몇백만원씩 벌겠는데 돈을 내놔야지.”
"그래. 옳소.언제 봐도 최서기는 우리 직원들을 잘 챙겨준단 말이오."
그 기회에 하나도 끼여들었다.
"저런 당대표 어디 있소?"
"옳소. 우리 당위 서기야 말로 우리 부모 같단 말이오."
"자금을 모아 우리 아파트를 지읍시다!"

직원들은 너도 나도 앞장서 모금해 건축비용을 충족히 마련할 것을 다졌다.
    군철은 시정부에서 준 아파트를 3분의 2 시가로 팔고 셋집을 잡고 나갔다. 심지어 양아버지한테 림시로 준 자기 아파트마저 팔아 건축비용으로 내놓았다. 물론 건축비용을 선대한 것이다.
그러나 리나는 야단쳤다.
"집을 몽땅 헐값으로 팔고 어쩌자는 건가요? 애들을 데리고 셋집에 허망 나앉다니?"
리나는 번대머리를 쳐다보면서 바보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회사에서 아파트를 짓지 못하는 날엔 어쩔 예산인가? 제정신인가요? "
군철은 손사래쳤다.
"집을 팔아 회사에 헌납한 것도 아닌데. 왜 이래? 내 일에 삐치지 마오. 건축자금이 시급히 수요되는데. 어쩌오? 회사가 무너지기 전에 아파트를 지어 직원들에게 한채씩 나눠줘야지."
리나는 어처구니없어했다.
"어이구, 제 노릇을 못하라고 당위 서기를 하는가요?  당대표 되더니 진짜 새빨간 상 한다. 당대표는 사람이 아닌가요? 둥지 없어도 되는가요?"
군철은 정색해 엄숙하게 말했다.
"저는 당원이 아니오? 우리 입당할 때 어째 입당했소?
아빠처럼 직권을 빌어 제 욕심만 차리자고 입당했소?"
리나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 법률과 도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챙길 건 챙겨야죠."
우멍눈이 무섭게 화등잔이 돼 리나 앵두입을 쳐다본다.

"뭘 챙긴다고 그래?" 
리나는 믿고 숨김없이 말했다.
"림하영을 회사 공회 문예부장으로 받을게 뭡니까? 순정 이모를 하영 대신 부장으로 받아두었더라면 이 기회에 아파트를 타게 할 수 있잖겠습니까? 또 문걸 시아버지랑 춘희박사랑 회사에 받았더라면 아파트를 타게 하지."
번대머리는 버릇처럼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넘기며 피씩 조소했다.
"무슨 리유로 양아버지와 김춘희 박사를 회사에 받아?"
"시양아버진 건축설계사 아닙니까? 아직 늦지 않아요. 고층아파트 짓자면 고급건축설계사 리문걸씨 필요하다고 받으면 돼요. 김춘희 박사는 제약공장이나 위생소에 필요한 의료박사 아니고 뭔가요? 제가 인사서류를 회사에 제기하고 당신이 나서서 박총경리만 구슬려내면 도장을 꽉 박아서 오늘 내로 회사에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인사과장과 전무가 직원 몇을 받는 거야 식은 죽 먹기 아닌가요? 그럼 장차 우린 일약 몇천만원 유산을 상속 받겠는데."
"닥치오."
우멍눈이 무서운 빛을 뿌린다. 그 한줄기 밝은 빛은 바늘로 되여 리나의 탐욕스런 가슴을 아프게 찔러주었다. 심장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나올 지경이다.
"한가지 묻기오. 김춘희박사한테 아파트를 주는 것과 우리 유산상속이 무슨 상관이 있소?"
리나는 활짝 웃으며 나왔다.
"보세요. 시양아버지와 김춘희박사가 그런 관계 아닌가요? 시아버지 병이 나으면 춘희박사와 어떻게 될지 아는가요? 춘희 박사가 지금 아버지 병문안을 다닌다던데요."
군철은 리나를 손가락질하며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무서운 핵산골이구만.아주 멀리 내다봤구만. 박총경리는 우리 회사에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만 아파트를 주라고 했소."
리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박총경리 아들과 딸도 아파트 못 타겠는데요."
"바로 그거야. 내 박총경리 아들 딸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야. 박총경리 아들과 딸한테 아파트를 주려면 임직 5년 안된 직원들한테도 아파트를 줘야 하잖겠소."
"박총경리 입을 틀어막으려는 거군요."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리나를 정시하면서 엄숙하게 말했다.
 "우린 절대 인사과장과 전무라는 직권을 빌어 엄청난 사리를 도모해선 안되오. 우리 어째 입당했소? 한마음 한뜻으로 인민들의 리익을 위해 복무하자고 입당한게 아니오? 당의 취지가 뭐요? 나는 당대표이자 우리 수천명 직원들의 대표요. 직원들의 리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잖소? 이게 당대표의 사명감과 의무감이오."

      그러나 리나는 도리머리를 홰홰 내저었다.
      군철은 리화를 안심시켰다.

"걱정마오. 나와 제게 한채씩 차례지면 애들 둥지 근심할 필요있소?"
리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아니, 그녀는 무등 기뻤다.
(혹시 나하구 복혼하려는 건가? 이젠 졸혼 재미없지? 애리싸도 강제출국당하고... 그런데 애들 둥지말만 했지. 우리 둥지라고 하진 않았잖아? 허이구, 언제 이놈의 지루한 졸혼 끝날가?)
리나는 우멍눈을 말똥말똥 쳐다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군철은 집의 저금까지 빡빡 끌어모아 도합  2천 7백만원이나 건축비용으로 내놓았다. 전체 직원들의 모금과 회사 자금으로 아파트건축공사의 바쁜 목은 열어놓았다. 그리하여 아파트 건축공사는 지체없이 진척돼 나가게 되였다. 

그런데 새로운 골치거리 생겼다.

  변덕스러운 강남의 비가 자주 쏟아지는 날씨 때문에 건축공사가 지장을 받는 날이 많았다.

“어떻게 하나 회사가 무너지기 전에 아파트를 다 지어 직원들에게 나눠줘야겠는데. 이 놈의 강남의 날씨가 돕질 않네.”

군철은 변덕스런 창 밖의 하늘을 쳐다보면서 속으로 빌었다.

“하느님이여, 제발 우리 직원들을 살려주옵소서. 회사가 베트남으로 이전하기 전에 아파트를 다 짓게 비를 내려보내지 마옵소서.제발. ”

그는 출근하는 날이고 휴일이고 차를 타고 회사 건축현지에 달려가 이것 저것 차질이 없는가 살피고 현지에서 해결해주었다.

호수 자리에 건축하는 직원들 아파트는 군철과 2천여명 직원들의 소원과 지극정성에 받들려 날에 날마다 놀라운 스피드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어머, 벌써 20몇층까지 올라갔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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