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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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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봄 강물의 소리에서(시, 외5수)
2019년 07월 09일 21시 30분  조회:740  추천:0  작성자: jinhua

이른봄 강물의 소리에서

강효삼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린다더니

대동강과 멀리 떨어진 이곳 북방의 강들도

이제 움찔움찔 몸을 풀 차비 

뒤척이며 깨여나기 바쁘게 

울컥거리며 제 목소리를 낸다 

 

처음은 혼자의 중얼거림처럼  

가늘게 떨리더니 

여럿의 소리를 합칠수록 

강심 아닌 기슭에서까지 

웅글은 소리로 범람한다 

 

그 기나긴 혹한의 추위

품속에 가두고 속으로만 외우던 소리 

두터운 얼음장에 눌렸어도 

침묵하지 않았기에 낼 수 있는 소리다 

모두가 제 목청을 감추며 사는 계절에

남먼저 목청 터진 저 강물의 소리는 

해동의 봄해살 몸에 잔뜩 바르며 

깊은 어둠 쪼개는 칼의 소리로 들린다 

 

 

락엽에 대하여

 

이른아침 뜰에 나서니 

간밤도 숱한 락엽들

지상에 수두룩이 드러누웠다 

락엽들은 하나하나가 노오란 교훈

침묵하는 삶과 죽음의 경륜들 

 

삶에 가장 힘든 것은 가지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라는데 

저렇게 말끔히 가진 것 다 내려놓고 

시름없이 가벼이 그리고 담담하게

본래의 그 무로 돌아갈 수 있는가

 

젖 떨어진 아기들처럼 이제 

그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던 의지에서 추락하여 

가장 낮은 땅바닥에 뒹굴면서 

가진 것이란 온통 절망할 것들 뿐이지만 

락엽은 후회도 원망도 없이

 

자유를 만긱하며 즐겁게 뒹군다 

더러는 아직 아픔이 남아있는듯 

밟으면 아삭바삭 뼈 부스러지는 

소리 들리기도 하나

그러나 종당에 다 놓아버리면서 

삶과 죽음의 심오한 철학을 

가장 쉽게 또 명철하게

공으로 가르치는 락엽 

그래서 락엽에 대한 시는

쓰고 써도 그냥 새롭구나

 

 

나무가 쓴 문장 

 

오늘 아침 동그란 잎 하나가 

또 가벼이 지상에 몸을 눕힌다 

잘 익힌 나무의 문장이다

낮게 엎드린 흙의 사상을 하늘의 주제로 길어올리고

가지들의 줄거리로 복잡하게 엮어서  

무수한 잎의 언어로 풍성하게 엮은 내용

만일 저 한잎 한잎의 잎들이

한구절 한구절 문장에 찍은 마침부호라면

나무는 얼마나 많은 문장을 품고 있는가

 

그리하여 수림은(树林)은 

나무가 쓰는 대작들을 

집성한 방대한 서림(书林)

산은 저 서림을 가득 

진렬해놓은 신간 도서관

 

푸르싱싱한 령혼의 설레임으로 

아름다운 미의 세계를 과시하며

글쓰기에 평생을 다 바치는 나무 

 

그러나 아무리 혼신을 다해 쓴 글이지만 

세월에 뒤져 낡아지면

나무는 미련없이 훌훌 다 지워버리고 

그 긴 한해 창작년보만 단 한줄로 

몸속 깊은 곳 폴더에 저장할 뿐 

‘유명하다’ ‘저명하다’ 따위

턱없이 춰올리는 형용사는 외면하고 

그저 처음 태여날 때 이 세상이 불러준 

나무라는 고유한 자신의 그 한 이름만 적는다

 

 

북방

 

옹기종기 모여앉은 인심 좋은 마을들 

진창에 흙이 매달려도 걷고 싶은 길 

겨울이면 깨끗한 백설이 가지를 물들여 

혹한 속에도 솔나무가 한결 더 싱싱한 곳

아, 북방 나의 사랑이여 

깊은 눈길에 허우적거려도 

도처에 빙판길 미끄러 넘어져도

떠난 이들에겐 아련한 그리움이 되고

살고 있는 이들에겐 즐거움이 되는 곳

 

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이 누워있고

강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하얀 백골이 

물결에 귀를 씻고 

추위마저 강인한 의지의 보약이 되는 땅

흑토를 적시는 강물이라 조금은 흐린듯 싶어도 

설피도록 검은 흙에 넉넉히  반죽되여 

우리를 배불려주는 근기 있는 찰떡이 되나니 

 

언제나 마음 순후하고 

반가이 맞아주는 겨레가 있어

아득한 북방은 어디 가나 살 만한 곳 

나의 눈동자 북방의 하늘빛 담아 맑고 

나의 피 북방의 강물 흘러들어 줄기차고 

나의 뼈 북방의 호된 추위 다져 강잉하거니 

내 말을 할 수 있고 

내 글을 쓸 수 있고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땅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몸짓을 가지고 

어제도 살고 오늘도 살고 래일도 살겠노라 

좋은 일 궂은 일이 살이 되고 뼈가 되여

 

 

정 

 

듣기만 해도 훈훈하고 따뜻한 말씀

고향이란 말과 어머니란 말처럼 

정이란 말은 이 세상에 

그렇게도 따뜻하고 좋은 말 

정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비빔밥처럼 섞는 것이라 하자 

한치 두께도 못되는 인간의 가슴벽이  

등을 돌려 장벽이 될 때 

턴널처럼 그 벽과 벽을 아프지 않게 살짝 뚫어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가게 하는 마음의 통로

오래 묵힌 포도주 같이 한잔 술에도

대뜸 한몸이 확 달아오르고

꽁꽁 언 사람에게 김이 문문 나는 따끈한 국밥 같은 것

 

정이 든다는 것은 

네 마음속에 내가 들어있고 

내 마음속에 네가 자리잡아 

누가 누구의 것인지 분별할 수 없이 

서로가 서로를 닮는다는 것 

 

정은 추운 겨울날 먼길 떠났다 돌아올 때

동구밖까지 마중 나와 언 손을 문질러주던

어머니의 그 따뜻한 손길이며 

색다른 음식이 조금만 생겨도 

치마폭에 싸안고 바자돌이를 하던 후한 동네인심 

잔잔한 도래굽이 모래알 어루만지는 강물의 여울소리

 

아, 이른봄 오슬오슬 몸이 추울 때

양지쪽 포슬거리는 해살이라면 어때?

서로가 등을 돌리고 외면했던 

산과 산이 손을 꽉 움켜잡은 것이라면 어때? 

흩어져 제각기 제 갈길만 가던 물줄기들이

한데 모이는 것처럼 

 

 

진달래 

 

분명 제 또래들보다 일찍 

바람난 시골 계집애가 분명하다 

사랑이 무엇인지 딱히 몰라도

이성에 대한 집착만은 

놀랍도록 무서워서 

부끄러움도 잊고 왈칵 터뜨린 

빨간 사랑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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