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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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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화단을 보면서
2013년 09월 24일 15시 45분  조회:1578  추천:0  작성자: 강효삼
민들레화단을 보면서

 아빠트앞 손바닥만한 화단에 다른 꽃은 심지 않고 몽땅 민들레만 심었는데 문득 민들레만 골라서 심어놓은 작은 민들레화단을 보면서 민들레에 대하여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되였다.

이 작고 보잘것 없는 수수한 꽃을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시줄에 담았으며 얼마나 많은 작곡가들이 오선보에 담아 노래했는가? 그래도 끝없이 나오는 민들레에 대한 시, 민들레에 대한 노래, 민들레처럼 작고 보잘것 없는 꽃이 이렇게 많고많은 시와 노래를 가지고있는것도 드물것이다. 더우기 우리 겨레의 예술가들이 민들레를 사랑하여 민들레를 두고 많은 시와 노래를 창작한데는, 그네들이 이 작고 보잘것 없는 꽃에 그렇듯 심취하는데는 과연 어떤 리유가 있어서일가?

평범하고 소박해도 밝고 명랑하기때문일거다. 민들레는 작고 여리고 단일한 색갈의 평범한 꽃이지만 어쩐지 대하면 마음이 편하고 너그러워진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도 매양 민들레를 보면 항상 밝은 그 얼굴이여서 우울한 기분을 가질수 없다.

흔해도 사랑스럽기때문일거다. 워낙 많고 흔한것은 천스럽다하지만 민들레는 그렇게 많은데도 볼수록 귀엽다. 너무 수수하고 흔해서 공원같은데 따로 옮겨심어지지 못하고 자연 그대로 방치해두어도 하느님의 배치에 대해 원망도 불평도 없는지 어디에서든 들꽃으로의 사명을 다 한다. 봄날 파아란 잔디우에 그 누가 줄을 세운듯 그렇게 줄느런히 수북히 늘어서서 길가는 행인을 반겨주는 소담한 민들레, 그래서 지나던 걸음에도 무심히 지나칠수 없어 한번 더 보게 되고 때론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고 그와 무엇인가 살뜰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기때문일것이다. 때로 짐승에게 사람에게 밟히고 짓눌리우기도 하는데 그러나 그 약한것이 쉽게 구겨지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다시 고개 들고 일어선다. 시름을 털듯이 툭툭 털고 일어서서 민들레꽃으로 무성한다. 민들레는 대개 한곳에 모여 집단적으로 피기를 즐기지만 때론 혼자도 핀다. 외로워도 외로움을 탓하지 않는 민들레, 나는 언젠가 빈집의 처마밑에 외롭게 딱 한송이가 피여있는것을 보고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쓰다듬어준적도 있다. 그리고 마당의 풀을 깎아내면서도 민들레만은 다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었다.

어디에 있어도 항상 순수한 자태로 조용한 모습으로 열심히 사는 꽃이다. 그러기에 떠들지 않고 뽐내지 않고 어질고 순박한 민들레를 보면 소문없이 살더라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한편 민들레는 그 하나하나가 인간의 심성을 무르익혀주는 작은 태양 같다. 그래서 시인들과 작곡가들이 민들레를 곧잘 자신들의 예술속에 담아 민들레가 더욱 고상한 꽃으로 인정받는것은 아닌지.

아, 서리가 내린 뒤에도 그 여린것이 그냥 그 밝은 얼굴을 견디면서 끝내 자신을 성숙시켜 하얗게 여물리고야 조용히 삶의 종지를 끝내는 책임있는 생명력을 가진 민들레꽃, 역경속에서 대접받거나 떠받들리지 못해도 강하게 사는 민들레꽃, 그러고보니 인간이 민들레를 사랑하는 리유는 부드럽지만 억세고 귀중하지만 흔하여 쉽게 접촉할수 있고 감상할수 있기때문인지 모르겠다.

소문없이 열심히 살면서 자신에 충실한 민들레꽃은 또한 어질고 밝은 지성을 가지고 사는 예술인, 지성인 같기도 하고 시골에서 소문없이 몇세대를 살면서도 시종 게으름없이 향토를 사랑하고 로동을 사랑하며 생활을 사랑하는 우리네 소박하고 아름다운 성품의 농부들 같아 더욱 사랑스럽다. 그래서 민들레를 보면서 다시금 인생의 도리를 깨우쳐본다. 인간의 심성을 아름답게 정화시켜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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