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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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천지진에 돌아가신 님께
2008년 05월 20일 09시 46분  조회:4163  추천:114  작성자: 방홍국


문천지진에 돌아가신 님께



 방홍국





나는 TV에 마주 앉고

그대는 무너진 담벽에 깔려 신음한다

 

이 땅우에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나는 북방에서

그대는 남쪽에서

하늘과 땅과 인간에 감사하며

오로지 성실함과 땀으로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삶을 행복해 하며 살아가더니

 

 

그대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눈을 감으려 하고

나는 TV로 지켜봐야만 한다

 

하늘이여

땅이여

대답하라

무엇에 노하고

무엇이 불만인지

 

하늘위에 하늘을 두려워 하고

땅밑에 땅을 경외하거든

오로지

하늘이라는 이유로

땅이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한 광기를 부린

그대들은 대답을 해야 할지니

뉘라서 감히

죄없는 이들을 데려가라 하던가

 

그대는 눈을 뜬채 죽어가고

나는 눈을 감고 흐느낀다

 

그대는 십자가를 지고 간 예수인가

속세의 과욕을 참회하는 수도승인가

못난 아들을 대신하는 아비인가

잘못한 학생을 대신하는 스승인가

 

그대는 가고

나는 남았다

 

나를 축복하며 그대는 가고

그대를 그리며 나는 살리라

 

 

2008 5 20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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