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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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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독에서 인심 나건만…
2012년 04월 25일 12시 10분  조회:3772  추천:16  작성자: 리명근
         인간은 일정한 시대에 몸을 잠그고 사노라면 버릇되여온 질서와 규칙을 오래동안 지켜내려오면서 삶의 좌표로 삼기가 일쑤다. 헌데 하루가 다르게 사회가 일진월보하는 오늘날 우리의 삶의 자세는 흔히 시대의 흐름에서 뒤떨어진 관습으로 세인들의 눈에 날 때가 많다. 그래서 “제 허물은 남들이 집어낸다”고 옛사람들이 일컬은줄로 안다.

      지난해 추석때 일이라 기억된다. 연변병원 동문 건너편은 경도릉원(景都陵园)과 빈장관리처(殡葬管理处)로 올라가는 뻐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있었다. 뻐스가 도착하여 차문이 열리기바쁘게 일대 육박전이 벌어졌다. 한발 늦게 승차하면 마치 죽기라도 하는것처럼 밀고닥치며 오르다가도 서로간 몸싸움으로 욕설까지 퍼부으면서 복새판을 벌리였다. 당연히 줄을 서서 승차하기보다 시간은 더 지체되건만 죽기내기로 돌진한다… 승차후엔 희한한 “소품대사”가 터지기도 했다. 손님을 콩나물시루처럼 박아실은 뻐스에 그래도 빈자리가 있는걸 본 한 안로인이 이게 “웬 떡이냐” 싶도록 기뻐서 거기에 막 앉으려는데 앞에 앉았던 사십대중반인듯한 녀성이 쇠붙이로 양철을 긁는 소리를 흉내기라도 하듯 아츠럽게 꾸짖었다.

       “손가방을 깔겠슴꾸마—, 어째 보지 못함둥! 그 자리는 임자가 있슴꾸마!”

      몸씨름으로 남먼지 승차하고는 후에 오를 가족을 위해 자리를 “예약”해놓은게 분명하였다. 안로인을 모시고 성묘길에 오른 청년이 너무 어이없어서 한마디 내쏘았다.

       “아주머니는 그래 자리를 낳고 다님까?”

       “낳고 다닌다, 어째? 별 싱거운거 다본다!”

       한낮이 되여 귀가뻐스가 도착하자 더 심한 승차경쟁이 터졌다. 먼저 오르려고 정차전인 뻐스에 마구 덮치면서 서로 짓밟기도 하고 뻐스문이 터질 지경으로 비집고 승차하다가 손짐으로 남의 얼굴을 밀치기도 하면서 아우성치는 아비규환의 아수라장…  참아 눈뜨고 보기 어려운 안하무인의 모습들이다. 우리가 어느때부터 이렇게 무질서하게 사는데 익숙해졌을가? 셈평은 갈수록 펴이고 생활수준은 나날이 향상되고있는데 우리 사회문화의식은 어째서 그에 뒤따르지 못하는것일가?

      불협화적인 행실과 꼴볼견의 허물은 음식문화에서도 간단없이 로출되고있다. 지난해 휴가차로 가족들과 함께 태산—곡부—청도—위해—연태—대련 관광코스를 다녀왔었다. 점심 느직해서 태안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인차 40여명의 관광팀에 합류되였다. 첫날 점심식사부터 기분이 잡치였다. 원탁 테블에 밀국수(挂面)를 담은 큰 그릇이 오르자 벌떼가 터졌다고 할가? 우구구 몰켜들어서는 자기몫으로 한사발도 아닌 두세사발씩 앞다투어 챙기다보니 우리 가족과 일본손님 몇몇은 나중에 빈그릇만 멍하니 마주하다가 식당에서 내놓은 묵은밥으로 점심을 에때울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밀국수를 욕심스레 챙긴분들은 뒤사람들이 굶든지 먹든지 관계없이 자기 밀국수그릇에 얼굴을 박고 후루룩—후루룩— 요란스레 먹기만 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렬한 식사전쟁은 완화될줄 모르고 줄곧 이어졌다. 저녁부터 우리 가족은 다른 두 가족과 함께 고정된 “10명식사팀”을 무었는데 다른 두 가족의 음식쟁탈로 하여 우리는 노상 “고래싸움에 치인 새우” 신세가 되군했다. 다른 가족의 두 어른 남자분들이 료리가 상에 오르기바쁘게 누가 빼앗아가기라도 하듯 벌떡 일어나 료리접시를 와락 자기앞으로 당겨 아이들과 부인을 챙겨주고는 거의 빈접시를 만들어서 다시 쮸욱— 상중간에 밀어놓는다. 량이 부족한것도 아니고 일정이 급한것도 아닌데 왜 저럴가? 왜서 아직도 “우선 내것부터 챙겨야 산다”는 의식이 저리도 뿌리깊게 박혀있는지?

       우리 말 속담에 모든것이 넉넉하면 자연히 인심도 너그러워진다는 뜻을 일컬는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것이 있다. 참으로 일리가 깊은 글귀라 생각된다. 민중의 고상한 도덕품성의 형성여부는 흔히 사회재부총량의 증감에 의해 좌우지된다는것이 많은 사회학자들의 공통한 견해이다. 하다면 개혁개방정책의 힘을 빌어 13억 인구의 먹고입는 온포문제를 해결한 오늘에 와서도 우리가 여전히 고상한 도덕품성의 결여를 두고 방황해야 하는가? 우리의 쌀독에 거미줄이 얼기설기 쳐있던 일은 인젠 옛말로 되고있는데 우리의 인심만은 왜 이처럼 야박스러울가? 우리의 의식에 아직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보다는 “자기중심”이 무엇보다도 앞선 고질적인 관습이 뿌리깊게 배긴것이 문제점이다. 하기에 당연히 준수해야 할 사회규범임에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인간으로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때가 적지 않는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마음의 자세를 바로 잡을 때가 왔다. 매일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을 염족한다고 해서 정신문명의 수위가 스스로 높아질수 없다. 고급화장품으로 얼굴을 곱게 치장하고 고급양복에 신사차림으로 나섰다고 해서 다분한 문화적기질을 소유한 시민이라고 떠받들릴 리유는 없다. 호화로운 자가용과 택시가 거리를 꽉 메우도록 누빈다고 해서 고향도시의 문화적품위가 돋보일수 없다. 우리의 GNP, GDP 수준이 균형적인 장성을 유지하고있다고 해서 온 나라 민중들의 이미지가 세인들의 주목을 더욱 끈다고 긍정할수 없다.

       예로부터 “집안허물은 밖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허나 집안망신을 시킨 장본인이 “며느리”냐, “시어머니”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인젠 세인들에게 드러낼건 다 드러내고 보여줄건 다 보여준 공개된 허물이나 다름없으니 부끄러워할 리유도 더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자기를 새롭게 알고 자기부터 시작하는것만이 옳바른 삶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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