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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먼곳의 작은절 -행자스님의 수행일지

먼곳의 작은 절-행자스님의 수행일지1-지혜가 담긴 책의 무게
2016년 01월 24일 15시 54분  조회:1699  추천:0  작성자: 行者金文日
  내가 사는 절은 깊은 산중에 있다. 가까운 도시에서 두세시간 버스로 달려 마을에 도착해서도 차가 통하지 않는 먼길을 두시간 이상 걸어야 사찰에 도착한다. 주지스님과 나의 은사이신 단지(斷知)스님과 나 그리고 나와 동갑내기 행자승 둘 그리고 아직 어린 동자승 한명이 있다. 다 합해서 여섯밖에 안되는 작은 절이다.
 우리의 수행은 다른 절과 별로 다를바 없는듯 싶다. 금강경과 화엄경같은 경전을 배우고 수지(受持)하지만 좀 다르다면 다른 암자나 사찰처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고 아늑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부가 더 잘 될것같지만 꼭 그런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공양보시를 하는 시주님들이 없다싶어서 한달이나 두달에 한번씩 행자승들이 화연(化緣)을 하여야만 한다. 그때면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인근 마을이나 도시로 다녀오기도 한다. 이번 여름철 하안거가 끝나면 또 길을 떠나야만 한다.
지난 겨울 동안거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김거사께서 자신의 회사에서 쓰던것이지만 아직 쓸만하다고 보내온 컴퓨터로 우리 절은 우연히 인터넷을 접하게 되였다. 주지스님은 년세가 많으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관심이 없으셔서 거의 컴퓨터를 만지시지는 않으신다. 하지만 아직 젊은 우리들에게는 신기하기 그지없는 물건이였다.
나보다 먼저 구족계를 받은 사형인 오공 스님은 컴퓨터를 일찍부터 알고 있은듯 했다. 그래서 여러 사찰의 카페나 홈페이지등을 주지스님께 보여드리면서 허락을 구했는데 주지스님께서 동의를 하셔서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여가시간에 컴퓨터를 만질수 있게 되였다.
나는 열한살때 절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먼곳을 다녀보지도 못하고 절 주변만 뱅뱅 돈 촌중이지만 절에 있는 책들은 두루 많이 읽어보았다. 책이라고 해봐야 불교경전이 대부분이였지만 언젠가 우리 절 뒤산 암자에 홀로와서 수행하시던 이름모를 스님이 두고간 책들도 더러 읽기도 했다. 나는 금강경을 주로 공부했고 경전을 달달 외우기는 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그 지혜의 깨달음은 언제면 얻을수 있을가 한숨이 나간다.
가까운 마을로 새벽녁에 나갔다가 해지기전에 돌아오신다던 스승님이 으슥해지도록 돌아오시지 않으셔서 마중을 나갔다. 사형인 오공스님과 나에게는 사제(師弟)가 되는 오정사제와 함께 셋이서 한시간 정도 걸어서 마중을 갔다. 멀리서 산쪽으로 올라오는 그림자가 보여서 다가가 보았더니 우리 스승님이 맞았다. 어깨에는 꽤 무거운듯한 짐을 지시고 계셨다.
“절에 전화라도 주시지요. 일찍 마중나가게요.”
오공스님이 스승님의 그 물건을 받아 어깨에 메면서 말했다. 스승님은 어깨에 메고 있던 짐을 벗으시며 환히 웃으신다.
 우리가 그나마 일찍 마중을 나간것이 자못 기쁘신듯 했다. 그때 스승님이 한마디 해주셨다.
“몇년전만 해도 이 정도 짐은 짐도 아니였는데 벌써 꼼짝을 못하겠구나. 반도 채 못왔는데 벌써 힘이 빠지더구나. 젊었을때는 무거운줄도 모르고 이보다도 더 무거운것도 씽씽 잘 메여날랐었는데 나이가 드니 깃털도 짐처럼 느껴지누나. 우리 모두는 짐을 지고 가는거야, 이렇게 짐을 내려놓으면 거뜬한줄 안다만 아무나 다 내려놓을줄 아는건 아니지.”
땅거미가 져서 사찰로 돌아오는 길은 자못 어두웠다. 스승님이 손전등을 켜고 앞에서 걷고 그뒤로 오공사형과 오정사제는 내앞에서 씨엉씨엉 잘도 걸었다.
본래 키는 크나 몸이 마른 오공사형이 힘들어 해서 내가 그 짐을 받아메였다.
스승님 말로는 어느 불교단체에서 보내온 책이라고 한다. 지혜가 가득 담긴 책도 두 어깨에 메니 짐이 되나본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러한 메고갈 짐들이 있나 본다. 메고가다가 내려놓을 그 짐을 나는 다시 메고 걸었다.
행자중 오능 수행일지  (여기에서 나오는 모든 지명과 사찰명 사람명은 사정상 꾸민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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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성자 : 行者金文日
날자:2016-01-24 15:57:49
이 글은 내가 약 6년전부터 한국 다음 사이트의 <나무아미타불>카페에 연재로 올리던 글임을 밝힌다.
이 글은 본인이 창작한 글이며 작자는 출가한 스님이 아님을 역시 밝힌다. 글을 올릴 당시 반향이 커서 많은 분들이 실지 이런 사찰이 있고 실지 그런 스님이 계신줄 알고 계셨나본다. 그래서 많은 댓글을 써주시고 방문하시겠다고 연락을 주시군 했다.
이에 특별히 밝히고 감사함을 표하는 바이다. 동시에 이 글은 당시 카페의 닉네임을 사용하여 쓰던 글이여서 많은 분들께 오해를 주셨음에 깊은 사과를 드리는 바이다.
글에서 나오는 행자 오능은 나의 원형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려고했다. 서유기를 보면 저팔계의 계명이 오능이다. 그렇게 우직하고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지만 끝까지 당승을 보필하여 서천에 이르는 저팔계의 우직함이나 한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부족함같은것들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나 역시 손오공을 무척 좋아하는지라 글중에 오정, 오공사형같은 캐릭터를 넣기도 했다.
내가 재가 불교신자로서 마음수련을 하는 과정을 이야기화해서 엮어본것이니 현실과는 많이 다를수도 있다. 물론 글이란 허구와 과장과 비유같은것이 필요하겠지만 수행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무척 정성을 들여서 불법과 위배되지 않도록 쓰기에 힘썼다.
언제나 감사함을 간직하고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적을 바라는 바이다.
행자 김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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