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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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초상론
2009년 03월 17일 09시 26분  조회:4392  추천:73  작성자: 채영춘
   ... 차가 령을 넘어서 마을어귀에 들어서자 길 량켠에 촘촘히 늘어선 생선집들에서 희한한 차림의 접대부 아가씨들이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쏟아져나와 손님 《략탈》작전이 펼쳐진다. 차가 조금이래도 주춤하는가 싶으면 순식간에 차는 그녀들의 《포위망》에 빠져 진퇴량난의 꼬락서니가 된다...
    승용차편으로 장춘에 갈 때마다 겪는 경령(慶嶺)생선먹자거리의 진풍경이다.
    이같은 풍경을 연길시안의 먹자유흥거리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수 있다. 그런데 접대부아가씨들의 유혹작전에 료정, 노래방, 다방마다 대문짝만하게 내건 《미녀광고》까지 합세하여 손님유치를 목적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효과가 경령먹자거리의 뺨을 칠 정도로 유성유색(有声有色)하게 연출된다.
    영업주들의 판촉전략에 따른 소비이데올로기 조장속심에 대해 감놓아라 배놓아라고는 않겠지만 문제는 《미녀초상》이다.
    손님접대차 요지음 두곳의 먹자거리에 다녀 온적이 있다.한곳은 《중화미식거리》로 일컫는 개고기거리요 다른 한곳은 연변일보사 서쪽골목 먹자거리이다. 총 200메터 남짓한 두곳의 먹자유흥업소 영업구간에서 필자는 도합 30여개의 손님유치를 위한 《미녀초상광고》를 손쉽게 보아낼수 있었다. 이런 《미녀초상》들은 대부분 술집, 개고기전문점, 료정, 다방 등 영업간판에 보란 듯이 좌정하여 24시간 웃는 모습으로 주객들을 맞고 있다. 놀라운 것은 《미녀》들 대부분이 한국의 유명 탤런트들이요, 웃는 얼굴만 빼놓고는 컴퓨터 조작을 통하여 스타들의 의상, 자태가 영업주뜻대로 외곡되여 버젓하게 손님을 유혹하는 작부로 탈바꿈한 것이다.
도대체 상업모델이 아니 그 유명 탤렌트들이 언제 《국제주의 정신》을 발휘하여 중국 개장집의 접대부로, 노래방의 아가씨로, 료정의 작부로 하해(下海)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몇년전 연변의 한 촬영가가 촬영제작한 우리 고장 녀연예인 초상화 한조(4폭)가 촬영가의 허락없이 남방 어느 회사에 의해 달력으로 제작인쇄된 사건이 불거져나왔다. 촬영가는 자기 작품에 대한 그 회사의 침권행위를 당당히 법에 고소하였다. 조사결과 녀 연예인이 촬영가를 몰리고 그 회사와의 단독협의로 빚어낸 민사안건임이 들어났다. 아무튼 초상권, 저작권 침해로 타성인을 연변법정에 내세우며 무척이나 우리 고장의 맑은 법질서를 가르친 사건이라 할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처럼 초상권 침해가 용납될수 없다고 자부해 온 《천국》에서 한국의 명스타들이 무더기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의 허락이 없이 부당하게 초상을 사용하거나 영업리익을 목적으로 당사자 초상을 제멋대로 자작하여 공중장소에 내거는 것은 엄중한 초상권 침해행위로 법적책임을  지게 된다.
    자신의 명예를 대단히 소중히 여기는 한국 탤런트들이 연변의 개장집, 료정, 노래방의 접대부로 변신하여 주객(酒客)들에게 웃음을 팔아도 된다고 허락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한국 스타가 아니라 연변녀성의 경우에도 술집,노래방 같은 업소간판에 등장하여 웃음을 파는 것은 보기가 민망하다.
    연변미녀들을 술집, 노래방 영업간판에 등장시키는 발상에 대해 녀성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유럽이나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의 도시 료정 같은곳의 간판은 너무나 검소하게 꾸며져 있다. 물론 녀성이 간판에서 웃는 모습도 볼수 없다. 사실 우리 고장도 최근에 품위있고 세련된 영업소일수록 간판문화에서 그 진수를 엿볼수 있다.
    여자는 한낱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퇴페한 남존녀비 전통의식이 오늘의 이 상황을 불러왔을테지만 옛날부터 술집이나 료정의 작부를 《술과 함께 웃음을 파는》 천한 계집으로 홀대해온 우리의 세태에서 아무리 세상이 많이 변하고 관념이 갱신됐다하더라도 술집, 노래방, 다방과 같은 영업간판에 한복치마저고리를 깨끗이 차려입고 머리에 곱게 가리마를 낸 미녀들을 완벽하게 부각시키는 것은 연변에서나 볼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술집에 《미녀광고》가 붙었다고 술이 더 잘 팔리는지? 오히려 천박한 영업속심을 내 비치는 비웃음의 대상 밖에 될것이 없다.
    몇몇 미녀스타의 초상권문제가 아니라 전체녀성의 귄익침해, 형상훼손 차원에서 《미녀초상》이 몰고오는 파장을 대해야 옳지 않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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