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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망령의 배회
2016년 02월 04일 09시 43분  조회:2863  추천:2  작성자: 채영춘

칼럼제목을 이렇게 달고보니 어딘가 으스스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암”세포가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아무렇지않게 “감기”정도의 처방전을 내린다면 그 후과가 불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일전에 인터넷에서 본 중앙급 TV매체의 동영상화면이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환호소리, 경쾌한 팡파르음악소리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분장한 상모춤무용수 5명이 TV스튜디오무대에 등장한다. 우리 연변현에서 상경한 무용수들이다.

“당신들 ‘선족’(鲜族)이 맞지요?”법관처럼 위엄있게 앉은 3명 사회자 중 첫 사회자의 신분확인 질문이다.

“맞아요, 맞습니다!” “선족”이 맞다고 수석무용수가 환하게 웃으며 또랑또랑 대답한다.

“당신들 모두 ‘선족’인가요?” “선족”을 유난히 강조하며 다른 한 사회자가 카랑카랑하게 반문한다...

이렇게 상모춤표현에 앞서 스튜디오안에서는 “선족” 이란 말이 영광의 징표인양 제멋대로 란무하고 그 장면은 전파를 타고 전국 나아가서 세계로 확산된다....

필자는 경악을 금할수 없었다. 상모춤이 제 아무리 일품인들 뭘하랴. 사회자와 무용수들에 의해 명명백백하게 만천하에 밝혀진 신분에 의하면 이들 무용수들은 중국 조선족이 아니라 일제식민지시대 속국(属国)의 렬등민족 대표로 국가 최고의 매스컴연예무대에서 놀아난 꼬락서니가 돼버렸으니 말이다. 이 상황을 두고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랜 일제식민지 망령이나 현 일본우익 세력은 얼마나 앙천대소했을가?

거두절미하여 말한다면 “선족(鲜族)”이란 호칭은 조선반도 36년 식민지통치의 유물이다. 악명높은 “한일합방 (韩日合邦)”에 의해 조선민족을 일본인에 동화시키고 나아가서 조선과 조선인을 력사에서 아예 지우고자 한 일제의 “황민(皇民)화”운동, 그 일환으로 수천년동안 내려온 조선인의 성씨를 파괴하고 조선말과 조선글을 빼앗고 민족호칭마저 거세해버린것이다.

성씨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우리 민족은 자신의 성씨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긴다. 일제는 이 점에 착안하여 우리 민족 정신적 기반을 파괴하기 위한 책략으로 “창씨개명(创氏改名)”을 시행하고 동시에 모든 학교에서 우리 말과 우리 글 사용을 전면 폐지하고 일본어를 “국어”로 쓰도록 강요한다. 또한 “태양”을 의미하는 “조(朝)”라는 글자를 일본의 “신민 (臣民)”인 조선민족이 쓰는것은 태양의 나라 일본에게 불경스런 일이므로 조선민족의 “조”자를 거세해 버리면서 “조선인”이 “선인(鲜人)” 으로 추락돼버린다. 한 민족의 고유한 언어와 문자를 못쓰게 하고 그 민족의 호칭마저 거세해버린 악행은 제국주의사상 일제가 유일하다. 다른 한 민족을 뼈에 사무치게 혐오하고 그 민족이란 존재를 영영 씨를 말려 버리려 한 반인륜적범죄에서 일제는 독일나치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히틀러가 “유태인은 인간의 가죽을 쓴 악마”라고 부르짖으며 600만명이나 되는 유태인을 참혹하게 학살하였다면 일제는 조선인을 렬등한 민족, “불령선인( 不逞鲜人)”이라고 못박으며 800만명이나 되는 조선(한국)민족을 도살하였다.

필자는 력사파일에서 일제가 조선인을 동물처럼 대한 이같은 기록을 본적이 있다. 1908년 일본 메이지 왕 재위 40주년 기념 도쿄박람회에 세상사람의 눈과 귀를 의심케하는 전시물이 있었다. 조선사람 두명이 살아있는 동물처럼 전시된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전시하는 이 반인륜적인 박람회에서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 동물 두마리가 아주 우습다”라는 반응까지 보였다고 한다.

“조”자가 거세된 선인(鲜人), 우리 민족에 대한 일제의 릉멸과 모독의 극치를 생생히 보여준 견증물이 아닐수 없다. 그 장본인들의 망령이 지금 야스구니신쟈에 신선처럼 모셔져있고 그 추종세력에 의해 우리 민족에 대한 일본인들의 혐오의식이 지금까지 지속되여 오고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중국조선족은“한일합방”후 망국노의 설음을 안고 살길 찾아 반도로부터 중국으로 이주해왔고 또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일제와의 항쟁을 견지해온 위대한 민족이다.

일제는 이 땅에서 패망되였지만 우리와 일제망령과의 대결은 종식되지 않았다. 식민지시기 일제가 심어놓은 “티푸스균”은 음으로 양으로 우리의 관념속에 뿌리를 내리고있는데 가소롭게도 우리의 많은 이들이 일제의 “세균”보균자가 되여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것이다.

TV매체의 사회자나 연변의 토종무용수들이 절대 고의로 일제식민지시대 망령의 “유물”을 신성한 중국무대에 올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기여하를 떠나 결과적으로 일제패망과 함께 력사의 관속에 들어갔어야 할 우리 민족을 릉멸하는 호칭이 아직도 버젓히 활개치고 배회한다는 자체가 우리가 저도모르게 식민지망령의 “티푸스균”확산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년전 필자의 아들이 다니던 대학에서 한족교수 한분이 강의 중 말결에 “선족”이란 말을 꺼냈다가 아들의 면박을 당해 그 자리에서 사과했던 일이 있었다. 중앙급 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추태를 보면서 우리 무용수들 가운데 누군가 그 자리에서 사회자의 짧은 력사지식을 가르쳤더라면 구겼던 조선족의 체면을 살릴수도 있었겠는데, 혹은 TV프로 재방송시 기술처리가 따라갔다면 오늘날 인터넷에까지 확산되지 않을수도 있는데 하는 유감을 가져본다.

식민지망령의 배회, 이 외면할수 없는 현실을 두고 우선은 조선족사회가 각성해야 한다. 자신을 모욕하고 비하하는 줄도 모르고 식민지망령과 짝짜궁을 쳐대는 추태가 더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재연돼서는 안된다.

정부 해당부문에서 이 면의 절실한 대책마련이 따라가 고속철시대흐름을 타고 우리 지역사회로 오가는 만방의 손님들에게 더러운“티푸스균”을 전염시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연변일보 20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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