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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편 나의 연애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2014년 12월 28일 09시 38분  조회:1820  추천:3  작성자: 훈이
 

 
 <9.3> 명절날 운동대회가 열렸는데 그 총각이 마라톤 시합에 나가게 됐다. 듣자니 군대에 나가기전 학생시절에 전 동북 마라톤대회에서 2등을 한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라톤 시합은 오후에 있는데 오전에 그 총각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출전하기전 조용한 곳에서 잠깐 쉬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쉬다가 가면서 그 총각은 나 몰래 내 책상 설합에서 내 사진 한 장을 꺼내 운동복 뒷주머니에 넣고 갔다. 
 나는 오후에 운동장에 나가 보았다. 마라톤 시합은 운동장에서 출발해 연길시 북쪽에 있는 뾰족산까지 가서 등에다 도장을 박고 돌아오는 1만미터 경기였다. 
 “선수들이 들어온다!”
 누군가 소리치는 바람에 운동장 입구를 바라보니 눈에 익은 선수 모습이 안겨왔다. 그 총각이었다. 뒤 따르는 선수를 한참 떨궈놓고 선참으로 들어오는 총각, 그를 보는 내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는 가볍게 운동장을 세바퀴 돌고나서 종점에 들어섰다. 그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답례했다. 나는 막 달려나가 꽃다발이라도 안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수줍은 처녀의 몸, 그 시절엔 그런 용기도 낼 수가 없었다. 다만 혼자서 소리치며 손만 흔들었다. 
 (마라톤도 잘 하고 문학도 하고, 정말 재간있는 청년이구나.)
 이렇게 생각한 내 마음은 이미 그 총각에게 쏠렸다. 
 그 후 어느날 밤 그 총각이 우리 집에 놀러왔다. 그가 왔다간 후 그 총각의 하숙집 아줌마가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룡섭동무가 여기 왔다 갔소?”
“예. 그런데요?”
“큰일났소,. 밤길에 오다가 김치굴에 빠져서 몹시 다쳤소. 빨리 가 보오!”
 나는 깜작 놀랐다. 그 자리에서 그 아줌마를 따라 그 총각 하숙집을 달려갔다. 집안에 들어서보니 그 총각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었다. 나는 어쩔줄 몰라 그냥 멍하니 서만 있었다. 
 “어서 이불을 들춰보오.”
 아줌마가 이렇게 말했지만 처녀인 나로서는 총각의 이불을 들춰볼 수 없었다. 
 “빨리 물어보오. 얼마나 다쳤는가.”
 아줌마의 독촉에 나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이불 모서리를 들며 낮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그런데 대답이 없어 나는 또 물었다.
 “다친데는 없습니까?”
 그랬더니 그 총각이 갑자기 눈을 뜨며 히죽이 웃는다. 이어 벌떡 일어나 앉는다. 
 “보다시피 아무 일 없습니다.”
 그제야 나는 얼림에 들었다는걸 알았다. 하숙집 아줌마가 우리를 대면시키려고 조작한 연극임을 알았다. 
 훌훌 털고 일어난 그 총각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더니 얼마후에 과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뜻하지 않은 야밤의 즐거운 웃음판이 벌어졌다. 
 그리고 또 며칠 후 하숙집 아줌마가 또 나를 찾아왔다. 
 “우리 집이 비었는데 좀 와서 집을 봐주오.”
 아줌마 집에 가 보니 말그대로 집은 텅 비어있었다. 내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데 그 총각이 문을 떼고 들어왔다. 
 (아이구 또 연극이였구나!)
 우리 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라고 아줌마가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었다. 
 그날 밤 총각의 이야기는 진지하였다. 자기의 경력과 가정상황, 모든 이야기를 자초지종 죄다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나중에 자기의 진심을 고백했다. 
 “나는 동무를 사랑하오. 백년가약을 맺고 싶은데 동무는 어떻게 생각하오?”
 당돌한 이 말에 나는 다소 당황했으나 잠깐 뜸을 들인후 긍정적으로 나왔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고맙소! 우리 재미있게 살아보기오.”
 그 총각이 나에게 청을 들었다. 
 “내 팔에 한번 누어볼 수 없을가?”
 나는 말없이 수긍하였다. 이렇게 나는 처음으로 총각의 팔을 베고 누웠다. 가슴이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기뻤다. 후에 그 총각의 말에 따르면 처녀를 처음으로 제 팔에 눕히고 보니 천정이 빙빙 돌더라나. 나도 마찬가지. 기쁨인지 무서움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누가 당금 문을 뗴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 1분도 안지나 나는 일어나 앉았다. 이렇게 우리들의 연애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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