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bjjinxun

훈이의 쉼터

블로그홈 | 로그인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명상으로 여는 아침

해마다 설날이 오면
2014년 01월 29일 21시 53분  조회:2376  추천:2  작성자: 훈이
 
 

 또 설이 왔네요. 설이 오면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인 지금도 항상 떠올리게 되는 겨울철 과일 하나가 있습니다. 그 과일이 뭔가 하면 언감입니다. 노란 감을 그냥 얼궈놓은 건데 이발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인 언감을 조금 녹이고 먹으면 사각사각하면서도 꿀맛같은 그 맛, 상상만해도 군침이 돕니다.
제가 어릴적 설이 오면 할아버지는 언감을 사왔습니다. 그 시절 겨울철 과일이란 언감, 언배, 찔광이를 사탕물에 발라 얼군 삥탕쿨러 정도였습니다.  어느해인가 저는 언감을 너무 먹어 배탈이 나서 배침까지 맞았습니다. 그 뒤로 저는 언감을 먹지않았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설이 오면 그냥 언감을 사왔습니다. 언젠가 제가 할아버지에게 왜 언감만 사오는가고 했더니 할아버지는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해 설에도 할아버지는 또 언감을 사오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왜서 해마다 설이면 언감을 사가지고 오셨는지 그 까닭을 저는 어른이 다 돼서 할아버지 고향을 찾아서야 알게 됐습니다.
 1989년 저는 할아버지 고향인 한국 전라남도 곡성군 입면 삼오리를 찾았습니다. 할아버지 고향집 뒤 뜰에는 감나무 세 그루가 있었습니다. 늦가을이라 잎이 떨어진 감나무에는 까지밥으로 남긴 감 몇 알만 대룽대룽 달려있었습니다. 그 감을 보는 순간 저는 왜서 할아버지가 해마다 설이면 언감을 사오셨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18살 엿판을 메고 고향을 떠난 뒤로 일본, 대만을 전전하다가 중국 대륙에 정착했습니다. 광복이 나서 고향으로 가려던 할아버지는 조선반도 분단 비극으로 귀성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타향살이 근 반세기가 흐르는 속에 망향의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에겐 눈을 감아도 지척에 다가서는 것이 고향이랍니다. 그리움이 지나치면 한스러움만 남는다고 시인인 저의 아버지는 “고향이 원수인 줄을 미처 몰랐네”라고 고향에 대한 애수를 읊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선 감은 그리운 고향에 대한 향수였습니다. 할아버지에겐 감 맛은 그대로 고향의 맛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할아버지는 고향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지만 언감으로 손자에게 못 잊을 고향을 맛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도 차례상에 올릴 과일로 언감을 만들었습니다.
 해마다 청명, 추석, 설에는 저는 차례를 지냅니다. 조상들의 명복을 빌고 새해의 소망을 가져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께서도 올해가 마냥 거침없는 한 해가 되시고 건강 장수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1 ]

1   작성자 : 인사 올립니다
날자:2014-01-30 06:39:22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 종종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Total : 1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결과가 없습니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