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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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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곡마단 공연 (견이의 횡설수설) 댓글:  조회:2897  추천:1  2012-03-09
곡마단 공연   한 유명한 곡마단이 순회공연차 어느 시골마을에 들렀습니다. 학교 마당에 공연장으로 쓰일 큰 텐트와 좌석을 마련하는 등 일련의 준비공사를 위해 곡마단에서는 다음과 같이 인력 모집광고를 써붙였습니다.  “남녀로소 불문하고 공연장 마련을 위한 준비작업에 동참해주시는 분들께는 아래와 같이 혜택을 드립니다. 두 시간 동안 일해주신 분들께는 공연장 무료입장권 한 장씩 드립니다. 단 이 무료입장권은 좌석권이 아니므로 좌석 뒷자리 공터, 혹은 양측 통로에 서서 관람하셔야 합니다. 네 시간 동안 일해주신 분들께는 무료입장권과 일반좌석권을 드립니다. 이 입장권으로는 관람석 맨 앞줄 좌석을 제외한 임의의 자리에 착석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 여섯 시간 이상, 즉 준비공사 마무리단계까지 일해주신 분들께는 특석권을 드립니다. 즉, 관람석 맨 앞줄 중앙 좌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는 특혜를 향수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광고가 나붙자 많은 마을사람들이 몰려와서 공연장 준비공사에 동참했습니다. 개중에는 두 시간만 일하고 무료입장권을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네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일반좌석권을 받아 들고 흐뭇해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점심때 즈음 되자, 공사는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단계에 이르렀고, 공사에 동원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몫의 입장권을 받아들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때껏 쉴 염도 하지 않고 공연장 구석구석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뒷마무리 일에 열심히 돌아치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름 아닌, 마을에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과수원집 형제였습니다. 오로지 관중석 맨 앞줄 중앙 관중석에 앉아서 멋진 공연을 구경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이들 과수원집 형제는 힘든 줄도 모르고, 배고픔도 잊은 채, 일에만 열중했습니다. 결과 공연장 마련 공정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여섯 시간 내에 완료되었고, 특석권을 받아 든 과수원집 형제는 마을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을 한몸에 받아안으며 싱글벙글 입장했습니다. 공연은 참으로 다채롭고 스릴이 넘치는 절목들로 관객들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장내에서는 무시로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시끌벅적한 와중에 관중석 맨 앞줄 중앙 좌석에 자리하고 앉은 과수원집 형제만은 누가 들어가도 모를 만큼 혼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도 저 과수원집 형제의 경우와 다름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목표를 정해놓고 앞만 바라보고 허겁지겁 뛰어서 끝내는 그 목적지에 이르렀을 때, 꿈에도 바라마지 않던 그 “특석”에 앉았지만, “특혜”를 향수할 여유조차 없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가슴 저변 (底邊)에서 몰려오는 그 헛헛함이란… 아마 이를 일컬어 옛 성현들은 “덧없는 인생”이요,  “허망한 삶”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관중석 맨 뒷자리 공터나 양쪽 통로에 서서 공연을 관람하든, 혹은 일반관중석에 앉아서 관람을 하든, 또는 맨 앞줄 중앙 “특석”에 앉아서 관람하든 그것은 우리들 자신의 선택 내지 의지에 달렸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무엇을 관람하든 공연은 때가 되면 막을 내리게 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도 “퇴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한 번뿐인 유한한 인생을 무에 그리 아등바등하고 살겠느냐며,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얼버무리고 마는, “되는 대로”의 안일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번밖에 못 사는 삶을 뿌듯하고 보람 있게 살아야지 하는 일념으로 평생 쉼 없는 질주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굳이 어떤 삶의 방식이 옳고, 어떤 방식이 그르다고 정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 옳고 그르다 할 만한 자격도 없습니다. 인생이라는 과제 자체에 정답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정답은 아마 우리 각자가 인생이라는 공연장에서 퇴장할 때즈음에나 망연히 깨닫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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